〈 40화 〉 레서트 인더스트리 (3)
* * *
레서트 인더스트리에 방문한 다음 날.
한사람이 늘어나 북적해진 사무실의 안에서 점심을 먹고 있으면, 배달원이 커다란 택배를 들고 찾아왔다.
검은 빛이 도는 기다란 상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묵직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커다란 택배를 바닥에 내려놓은 배달원은 단말기를 꺼내 나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퍼시발 스미스님 맞으시죠? 서명 부탁드립니다.”
“누가 보낸거지?”
“윌슨 엘데어라고 적혀있네요.”
윌슨으로부터 보내져온 택배다.
아마도 수상쩍은 물건이 담겨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배달원의 단말기에 크게 서명을 휘갈겼다.
그리고는 단단히 봉합되어있는 기다란 상자의 손잡이를 잡고서 들어올렸다.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자는 제법 무게가 나갔다.
“수고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명을 받은 배달원은 곧장 인사를 건네고서 사무실을 떠났다.
배달되어 온 상자를 들고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로 나아가자, 검성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테이블 위에 상자를 내려놓은 나는 검성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상자를 살펴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길이의 상자다.
누가 보아도 검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였다.
“검이 도착했군.”
“정말?”
“로고를 살펴봐라.”
상자의 외관에는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로고가 음각되어 있었다.
내용물이야 검성이 수리를 맡겼던 검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윌슨이 포장에도 신경을 쓴 모양새였다.
검성 역시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로고를 알아보고는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대감에 가득찬 검성이 재빨리 그것을 열어보면, 세련된 기계식의 검집에 둘러싸인 검이 들어있었다.
“검이, 검이 돌아왔어…….”
“기쁜 모양이군.”
“당연한 일이야. 내 영혼의 단짝이 돌아왔는걸.”
검성은 감동에 젖은 황금빛 눈동자를 내보이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검집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곧바로 검집에서 검을 뽑아보였다.
살랑이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다.
철컥. 특유의 마찰음 소리와 함께 은색의 검신이 사무실 안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멀쩡한 상태였던 검성의 검을 내 눈으로 마주한 기억은 없지만, 지금 우리앞에 나타난 검은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조금 달라졌네. 그래도 대부분은 이전과 비슷해.”
“잘 모르겠지만 훌륭해보이는 검이네요.”
“기능에는 문제가 없나?”
“확인해볼게. 검성류.”
검성은 내 말을 듣기 무섭게 검을 검집에 납도했다.
그 직후 자연스럽게 발도 자세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검을 휘두르려는 장소는 우리가 거주하는 사무실이다.
그리고 사무실 안은 수많은 가구와 집기들로 가득 차있었다.
사무실 안에서 검성이 평소처럼 기술을 사용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잠깐. 여기서 휘두르진 마라.”
“선풍기.”
다행히도 내 걱정은 기우였다.
선풍기라는 익숙한 기술명과 함께 사무실 전체에 시원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앞머리가 뒤집힌 시넬의 무표정한 시선이 검을 집어넣는 검성에게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실한 기술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김이 빠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허탈한 표정이 되어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성능은 만족스럽나?”
“블랙마켓이라면 이렇게까지는 못고쳤을거야. 도와줘서 고마워.”
“부하를 위해서 필요한 노력을 했을 뿐이다.”
“부하……. 응, 알았어. 같이 있는 동안은 열심히 할게.”
미소를 지은 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텔레파시의 잔향이 그녀의 안에서 퍼져나오는 기쁨을 나에게 전해오고 있었다.
시넬과 다르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검성이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안심했다.
검성 자신이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일이었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던 자리로 돌아가 식사를 이어나갔다.
먹고있던 음식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탓에, 식사가 끝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와아…….”
식사가 끝난 이후에도 검성은 한참동안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매끈한 검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헤헤 웃어보인다.
들고 있는 검을 제외하면 수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검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내심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검이 좋은 모양이에요.”
“그런 모양이다.”
“검이랑 결혼시켜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정말로 그렇게 될까봐 무섭군.”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넬의 농담에 나는 피식 웃었다.
사실 시넬의 고양이에 대한 집착도 만만치는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 역시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마침 미뤄두었던 질문이 떠올랐기에, 나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의 검성을 바라보았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나를 마주한 검성이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물음표가 떠오를 것 같은 얼굴이었다.
“괜찮으면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응. 괜찮아.”
“혹시 네 이름이 유엘인가?”
나의 딸 유엘에게.
검에 새겨진 글귀에서 발견했던 이름.
그것이 검성의 이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약간의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그러니 이것은 그 이름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내 질문을 들은 검성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검객의 이름은 검만 보더라도 보이는 법이지.”
“대단하네. 역시 암흑상인이야.”
검에 적혀있던 글귀를 지웠다.
검성에게 그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나는 진실이 뒤섞인 거짓말을 돌려주었다.
그러나 들어오는 것은 뜻밖의 대답이었다.
나는 암흑상인이라는 이름을 검성에게 말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에 자연스럽게 나 역시 검성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름은 어디서 들었지?”
“시넬이 알려주던걸.”
“…….”
시선을 옮기면 어느새 까망이를 쓰다듬고 있는 시넬이 보였다.
물론 까망이는 시넬의 품에 안겨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로 시넬을 바라보다가, 맥주를 꺼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가.
조금이지만 그것에 대해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 * *
8구역의 어두컴컴한 뒷골목.
먹이를 찾는 쥐들이 단체로 지나다니는 골목 속에, 먼지투성이가 된 남자 하나가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성가 니콜라스. 그것이 폭주전차라 불리던 범죄자와 2인조 팀을 이루던 남자의 이름이었다.
빠드득. 강하게 이를 가는 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졌다.
니콜라스는 울분이 풀리지 않는듯 거칠게 이를 갈아대면서 자신을 호출한 이를 노려보았다.
“너는…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나를 부른거냐.”
니콜라스의 앞에는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 하나 서있었다.
상대는 수차례 캘빈에게 거래를 제안해왔던 손님이었다.
그동안의 거래는 어느쪽이든 만족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번 거래는 지금까지와 확연히 달랐다.
녀석에게 제안을 받아 습격했던 백화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
사건이 터진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안대는 백화점 내부에서부터 움직여왔다.
그리고는 캘빈과 니콜라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그들의 숨통을 옥죄여왔다.
니콜라스와 캘빈, 둘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치안대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일을 받아들인건 당신들인데 말이죠.”
“함정을 파서 우리를 몰아넣어놓고선,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는거냐!”
“상황이 안좋은쪽으로 꼬여서 그렇지, 치안대가 그 자리에 있던건 제가 의도했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면의 손님은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화를 하던 니콜라스의 얼굴에 핏대가 올라왔다.
캘빈은 니콜라스에게 있어서 단순한 동료 이상이었다.
니콜라스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가면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
“너 때문에 캘빈이 죽었어!”
“솔직히 말하면 당신들이 약해서 치안대에게 진거죠. 제 말이 틀립니까?”
“죽어, 이 새끼야!”
니콜라스는 품속에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들었다.
동행없이 혼자 이곳에 찾아온 시점에서, 상대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치안대의 끄나풀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남자를 죽이고 캘빈의 원수만 갚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바보같은 짓입니다.”
신관이 작동한 수류탄이 니콜라스의 손을 떠나갔다.
하지만 허공을 날아가던 수류탄은 벽에 부딪혀 니콜라스의 앞에 되돌아왔다.
퉁. 데구르르.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수류탄의 모습에 니콜라스는 뒤로 넘어진 채 땅을 기었다.
“스, 스, [스톤 월]!”
거대한 벽이 빠르게 치솟아 니콜라스와 수류탄의 사이를 나누었다.
그 직후 폭발음이 울려퍼지며 니콜라스의 귀를 흔들었다.
콰광!
니콜라스가 기댄 돌벽에서 폭발의 여파로 진동이 전해져왔다.
맞닿았던 돌벽에서 전해지던 진동이 가시자, 니콜라스는 다시 몸을 일으키면서 돌벽을 거두었다.
그렇게 사라진 벽의 너머에는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아무런 상처 없이 서있었다.
“뭐, 뭐야…….”
“나약하네요. 몸도 마음도 전부.”
“무슨 마법을 부린거냐.”
“마법이라. 틀린 말은 아니군요. 물론 트릭을 밝히는건 당신의 몫이지만요.”
철컥.
머리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니콜라스의 손이 멈췄다.
어느새 니콜라스의 뒤에서 나타난 가면 하나가 그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놀란 채로 양손을 조용히 들어올렸다.
눈앞에 비치는 남자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체구나 신장을 보아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같은 녀석이 아니잖아.”
“당신 혼자 우리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던겁니까?”
“우리라고?”
“그렇습니다. 우리 ‘유령군단’은 단수가 아닙니다.”
“유, 유령군단…….”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어디에든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면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전해지는 범죄자의 소문을 말이다.
치안대가 여태껏 수많은 포상금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인지 단체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가 있다.
캘빈을 찾아오는 손님이 수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정체가 악명높은 유령군단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자기 소개가 아직이었군요. 다시 인사드리죠.”
“다, 당신…….”
“반갑습니다. 저는 ‘사령관’. 세간에서 말하는 ‘유령군단’의 사령관입니다.”
치안대의 특급 수배범.
그리고 6서클의 대마법사.
그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베일속의 인물이, 얼굴을 가린 가면 너머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의 웃음소리를 듣는 니콜라스의 등에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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