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41화 (41/156)

〈 41화 〉 어둠속의 길잡이 (1)

* * *

이 도시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레스토랑은 세 곳이다.

각자 저마다의 요리로 미식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가격과 맛 모든 부분에서 높은 수준에 위치해있다.

3구역에 위치한 피렌디스는 그런 레스토랑들 중 하나였다.

고급스러운 요리를 내어놓는 파인다이닝이면서, 드레스 코드를 갖추지 못하면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번 요리는 트러플 된장스프입니다.”

그런 피렌디스의 테이블에 나와 윌슨이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

일을 부탁하기 전에 윌슨에게 말했던 것처럼, 검성의 검을 고쳐준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함이었다.

시넬 역시 정장을 입은 채, 호위 명목으로 내 옆자리에 붙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은 내가 사준 것이다.

웨이터가 가져온 새로운 접시마저 순식간에 내용물을 전부 해치워버린 시넬이 내 접시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음식들이 맛있네요.”

“……고급 레스토랑이니까.”

“그런거겠죠.”

다시 아쉬운 표정으로 자신의 접시를 바라보는 시넬을 내버려둔 채, 눈앞에 있는 윌슨에게 시선을 향했다.

시넬과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윌슨은 멋쩍은 모양인지 몇차례나 자신의 안경을 만지는 중이었다.

안경을 고쳐 쓰던 도중에 나와 시선을 마주하자, 그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나에게 감사인사를 건네왔다.

“식사를 대접해주신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실줄은 몰랐습니다.”

“받은 도움에 비하면 별거 아닌 보답이다. 오히려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수준이지.”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과분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메뉴가 조금 아쉽지 않나?”

내 질문에 윌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당치도 않다는 듯이 곧장 내 말을 부정해왔다.

“그럴리가요.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분명 맛있기는 한데……. ”

윌슨도 시넬도 분명 만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단순히 전달되는 음식의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다면, 분명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점을 떼어놓고 본다면 말이다.

“마음에 안드시나요?”

“기분이 좀 이상하군.”

하지만 소설 속의 세계에 들어와서 그런 것일까.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 치고는 조합이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다.

전쟁도시의 작가가 만들어놓은 장난스러운 설정의 이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요즘은 세상이 흉흉하다보니까요. 맛있는 음식들을 좀 드시다보면, 기분이 풀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겠지. 저번에는 회사의 일때문에 위험에 처했던걸로 기억하는데, 회사는 계속 다닐만한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챙겨주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래도, 가끔씩은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그렇게 대답한 윌슨이 와인을 한모금 마셨다.

그의 말대로 이 도시는 어두운 이면이 많은 곳이었다.

도시의 외곽지대에서 벌어지는 범죄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윌슨 엘데어가 어떤 사람인가를 제쳐두고서, 레서트 인더스트리만 하더라도 문제가 될 구석이 많은 곳이었다.

“돈의 망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

당장 윌슨이 나섰던 심부름만 해도 그랬다.

위험이 생길만한 곳에 연구원을 혼자 보내야하는 심부름이란 것이, 결코 외부에 밝힐 수 있을만한 내용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와인을 홀짝인 윌슨이 조용히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말이군요.”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깐 말이야.”

“퍼시발님도 정보상인이니만큼, 정보를 사려고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었겠죠.”

“나는…….”

“분명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아무에게나 정보를 팔지는 않게 되었다.”

“존경스러운 신념이군요.”

정보를 사려고 사람들이 몰려들기는 커녕,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 사무실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빈도를 따지자면 자주 주문하는 음식점의 점원이 내 주소를 가장 잘 알고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보를 선별적으로 파는 것 역시 의도해서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던 탓에, 나는 어느새 윌슨에게 존경받을만한 인물이 되어있었다.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찬이다.”

“조금 더 들으셔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말이죠.”

“낯간지러운 이야기는 그만하지. 차라리 도시에서 도는 흥미로운 소문쪽이 낫겠군.”

“흥미로운 소문이라……. 그러고보니 요새 블랙마켓이 비상이라고 하더군요.”

내 이야기를 들은 윌슨은 주제를 바꾸어왔다.

그리고 그가 꺼낸 주제는 내가 듣기에도 썩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블랙마켓은 도시의 외곽지구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다진 대규모 복합 사업체다.

그런 블랙마켓에 비상상황이 벌어졌다는 이야기에, 나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상사태라고?”

“입주한 사무실의 무기 기술자 여럿이 목숨을 잃거나, 기밀들을 탈취당한 모양이거든요.”

“…….”

“퍼시발님은 혹시 짐작가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블랙마켓에도 무기를 취급하는 녀석들은 많이 있다.

단순히 뒤로 흘러들어온 무기를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개조하거나 사제 무기를 제조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그런 블랙마켓의 기술자들을 혼자서 습격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밀을 탈취해가는 의문의 습격자가 있다고 한다.

블랙마켓의 보안은 결코 우습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대인전투를 포함해 은밀한 행동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생각 좀 해보도록 하지.”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들 중 짐작가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 녀석이 범인이라고 한다면, 레서트 인더스트리 역시 녀석의 표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레서트 인더스트리에는 위험한 기술들이 산재해있다.

가능하다면 기술의 유출을 막는 편이 좋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어보였다.

“블랙마켓에 정보를 판매하거나, 치안대에 제보하면 꽤나 큰 보상금을…….”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어셔 일행이 쫓는 범죄자다.

결국에는 어셔나 네이의 손에 잡히게 될 녀석이었다.

치안대쪽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에야,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지간해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없을테고 말이다.

“제가 실언을 했군요. 아무한테나 정보를 팔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사과할 필요는 없다. 도움은 충분히 됐으니까.”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군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내가 어셔로부터 눈을 떼어놓는 동안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계속해서 지나가기 마련이다.

시간은 내가 움직이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경계해야만 했다.

가능하다면 브라이언에게 주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서, 굵직한 정보들을 구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시넬.”

“네.”

나는 다시 시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접시가 비어버린 채 기다리는게 힘들었던 것일까.

옆에 있던 시넬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나와 윌슨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계속 이대로 놔두는 것도 곤란할테니, 나는 그녀에게 메뉴판을 내밀면서 말했다.

“주문가능한게 있으면 추가로 주문해도 좋다.”

“아무거나 상관없나요?”

“상관없다.”

“여기, 샥스핀 라면이 먹고싶어요.”

시넬의 주문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눈을 감았다.

메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장소다.

아무래도 내 의지로 이곳에 다시 찾아올 일은 없어보였다.

* * * * * *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나는 윌슨과의 식사에서 내가 무기상 습격사건에 끼어들 일이 없을거라고 판단했었다.

다소의 역경이야 있겠지만, 어셔와 네이라면 틀림없이 녀석을 잡으리라는 예상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윌슨과의 만남이 있던 다음 날에 사무실에 손님 두 사람이 찾아왔다.

“오랜만이야. 암흑상인.”

하나는 치안대의 감시관인 네이 테르도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7특별기동대 소속의 어셔 헤이즈였다.

나는 허탈한 기분이 되어 반대편에 앉은 네이를 맞이했다.

“치안대의 말괄량이 아가씨군. 다시 여기 찾아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괄량이 아가씨라니, 말이 좀 심한거 아니야?”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찾아온걸 보면, 무언가 골치아픈 일이 있는 모양이군.”

후우. 네이가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내 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눈앞의 네이가 무슨 말을 꺼낼 것인지, 어느정도 머릿속에 예상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 네 말대로야.”

“무슨 용건이지?”

“최근에 전투장비 관련 기술자들만 습격하고 다니는 범죄자가 있어서 말이야. 들어본적 있어?”

“블랙마켓의 문제를 말하는 모양이군.”

전날 윌슨에게 들었던 내용이다.

역시 무기상 습격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단순히 그쪽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야. 애초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상 간과할 수 없기도 하고.”

“그래서?”

“알고 있는 정보가 있으면 공유해줬으면 좋겠어.”

네이가 쫓고 있는 범인이 누구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길잡이 유글러스.

‘패스 월’을 사용하는 5서클의 마법사다.

그는 특급 수배범인 ‘유령군단’의 직속부하이면서, 결사에 몸을 담고 있는 자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