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45화 (45/156)

〈 45화 〉 어둠속의 길잡이 (5)

* * *

“반갑습니다. 이번 작전을 도와드릴 윌슨 엘데어입니다.”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중앙동에는 수상한 기계로 뒤덮여있는 특수한 연구실이 있다.

그 안에서 창 너머로 어둑해져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윌슨 엘데어.

목소리의 주인은 익히 얼굴을 알고 있는 레서트의 연구원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우리를 도와 유글러스 사냥을 도와줄 인물이 윌슨인 모양이었다.

“또 보는군.”

“그러게요. 퍼시발님과는 최근 들어 자주보게 되는군요.”

“둘이 아는 사이인가?”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어셔가 물었다.

방금 처음 마주한 인물과 태연하게 대화를 하고 있으니, 어셔가 이를 궁금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윌슨에 대해 소개했다.

“그래. 이전에 도움을 주고 인연을 맺게 되었지.”

“기막힌 우연이군.”

“그러게 말이다.”

“어셔 헤이즈다. 만나서 반갑다.”

최근들어 여러모로 윌슨을 자주 보게되는 기분이다.

레서트 인더스트리에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윌슨 자신의 직급보다는 활약상이 많은 모양이다.

어셔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윌슨은 그와 악수를 하며 받아들였다.

검성 역시 그를 마주하며 손을 내밀어왔다.

“검성이라 불리고 있어.”

“아, 당신이……. 고쳐진 검에 별 문제는 없나요?”

“당신이 내 검을 수리해준 사람이었구나. 고마워.”

“하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나름 뜻깊은 물건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뜻깊은 물건이기는 했다.

검성은 검에 대한 칭찬이 기쁜 것인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검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시넬과는 이미 지난번에 얼굴을 마주했던 윌슨이다.

자기소개가 남은 것은 네이 하나뿐이었다.

“네이 테르도스야.”

“벨 아가씨에게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마친 윌슨은 근처에 놓여있던 커다란 기계를 향해 다가갔다.

복잡한 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의 상부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복잡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윌슨은 몇개인가 버튼을 눌러 능숙하게 기계를 조작하고선 우리에게 말했다.

“마력 탐색 장치입니다. 아직까지 시험버전이기는 하지만, 이게 여러분을 도와줄겁니다.”

“마력 탐색 장치?”

“레서트 인더스트리 내부에서 대규모 마력파장을 발견하면 그 발신지를 찾아내는거죠.”

마법을 사용하려면 필연적으로 마력을 움직여야만 한다.

유글러스가 건물 안으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해야만 할테고,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이 장치에 위치가 탐지될 것이다.

상대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장치였다.

“길잡이를 잡는데 유용하겠군.”

“그렇겠죠.”

물론 이 마력 탐색 장치가 마력의 피아를 구분하는 것까지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 역시 마력 탐색 장치에 관측될 것이다.

그러니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유글러스가 이곳에 침투한 이후가 되어야만 했다.

반드시 녀석의 위치를 파악하고서, 그 이후에 작전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암흑상인. 어떤 방식으로 작전을 진행할거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마력 탐색 장치를 지켜보던 어셔가 말했다.

이 계획을 치안대에 제안한 것은 자신이다.

아무래도 작전의 세부적인 지휘 전체를 나에게 넘길 심산인 모양이었다.

네이 역시 불만이 있어보이는 표정은 아니었기에, 나는 벽면에 붙어있던 건물의 설계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에 몰려봐야 녀석의 이동속도를 쫓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분산하는 방향으로 간다.”

“인원배분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우선은 검성이 4층과 옥상을 맡는다.”

“알았어.”

건물의 상층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검성을 바라보았다.

검성은 바람을 어느정도 조종할 수 있다.

또한 여차하면 윈드커터를 사용한 저격도 가능한 만큼, 언제든지 지상에 합류가 가능한 최상층에 배치하는게 나았다.

그녀라면 유글러스에게 혼자서 당할 걱정도 없었다.

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에 놓여있던 이어셋을 착용했다.

“다음은 어셔 헤이즈. 네가 2층, 그리고 3층을 맡아라.”

다음 차례는 어셔 헤이즈였다.

2층과 3층에 해당하는 건물의 중층부는 상대적으로 기동력이 좋은 어셔가 맡는게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중층부에는 길잡이 유글러스가 노리고 있는 기밀들이 다수 존재한다.

가장 먼저 유글러스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투에 능숙한 어셔쪽이 배치되는게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마지막으로 나와 시넬은 1층, 그리고 건물 외부를 감시하겠다.”

“그럼 나는?”

나와 시넬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가만히 있던 네이가 나에게 물어왔다.

치안대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네이라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대인전투능력은 믿을만한 수준이 못되었다.

괜히 아벨이 네이의 곁에 어셔를 붙여놓은게 아니다.

작품 내에서도 네이때문에 어셔가 곤란에 처했던 경우가 자주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너는… 여기서 침입자의 동선을 확인하는게 좋겠군. 누군가 한사람은 필요할테니까 말이야.”

“여기에 있으란거지? 아무튼 알았어.”

“그리고 윌슨. 하나 부탁이 있다.”

마지막으로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주문을 전한다.

윌슨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귓가에 대고 한가지 부탁을 꺼냈다.

다행히 윌슨은 잘 알아들었던 모양인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두죠.”

“이상이다. 준비가 끝나면 전부 이동하도록.”

말은 마친 나는 주머니에 있던 이어셋을 귀에 집어넣었다.

어셔 역시 자신의 앞에 놓인 이어셋을 착용하고선, 근처에 있던 네이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제대로 된 전투에 나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네이는 남은 이어셋 하나를 집어들면서 어셔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4단계야?”

“그게 좋겠지.”

“알았어.”

짧은 한숨소리.

그 직후 네이가 어셔의 머플러에 손을 뻗었다.

어셔의 마력을 억누르는 억제장치가 숨어있는 곳이었다.

“코드 E172. 특수감시관 네이 테르도스의 이름으로 4단계 제한 해제를 요청한다.”

­ “권한 확인. 승인되었습니다. 해당 임시조치는 3시간동안 유지됩니다.”

치익. 철컥.

귀에 익은 금속의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고밀도의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근처에 있던 마력 탐색 장치에 불이 깜빡였다.

사냥개의 목줄을 푸는 모습이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기 때문일까.

윌슨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어셔를 바라보았다.

어셔는 그런 윌슨이 시선이 어색한지 목덜미를 어루만지다가, 대뜸 나를 향해 의외의 한마디를 던졌다.

“작전명이라도 하나 정하는게 좋지 않겠나?”

“작전명?”

“사기에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작전의 이름이라니,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태생부터가 작명과는 크게 거리가 먼 부류였다.

길잡이를 잡는 작전의 이름이라.

나는 고민하면서 바로 옆에 위치해있던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의 너머로 어느새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이 보였다.

“……어둠속의 길잡이.”

“작전의 이름인가?”

“그래. 이걸로 하겠다.”

* * * * * *

인적이 드문 야심한 밤.

건물의 옥상에 내려앉은 청년은 굳어버린 몸을 풀며 바닥을 툭툭 걷어찼다.

가벼운 후드점퍼를 입은 청년의 이름은 유글러스.

간혹 길잡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그는, 결사 내에서도 잠입에 있어서만큼은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었다.

유글러스는 입에서 짙은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혼자 중얼거렸다.

“후우. 날씨가 쌀쌀해지는 기분인데.”

이번 일은 유글러스가 유령군단의 사령관에게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폐쇄적인 결사의 구조탓에, 그가 결사 내에서 알고 있는 간부라고는 그 악명높은 유령군단이 전부였다.

하지만 유글러스에게 있어서는 지금의 상황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애초부터 결사의 대의라는 것에 그가 공감하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사령관이 지급하는 보수 역시 꽤나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이곳에서의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친다면 보다 막대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터.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돈의 사용처만이 지금 유글러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 슬슬 들어가볼까.”

간단한 스트레칭을 끝마친 유글러스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옥상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있던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달빛을 머금은 나이프가 어둠속에서 어슴푸레 반짝였다.

상대는 도시 제일의 군수기업체로 소문난 레서트 인더스트리다.

틀림없이 전투가 벌어지리라고 생각한 유글러스가 웃으면서 마법을 사용했다.

“[패스 월].”

마법이 발동되는 것과 동시에, 유글러스의 몸이 경계를 잃어가며 바닥의 아래로 파고들어갔다.

패스 월. 벽과 장애물을 통과해 움직이게 해주는 마법이다.

이 마법을 발동한 상태의 유글러스는 지형지물의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깊은 바다에 잠수하는 것처럼, 그는 몸을 움직여 건물의 내부로 깊숙히 잠겨들어가기 시작했다.

몇개인가의 구조물을 통과해 빛이 보이는 지점까지 내려오면, 무장을 한 채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는 경비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터벅, 터벅.

묵직한 발소리가 유글러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를 눈치채지 못한 경비병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복도를 스쳐지나갔다.

4층에는 그가 목표로 하는 정보가 없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층을 더 내려가야만 했다.

유글러스는 경비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기척이 사라진 후에야 마법을 이용해 조용히 층계에 뛰어내렸다.

“침입자다! 쫓아라!”

그러나 유글러스가 층계에 내려선 그 순간.

그를 지나쳤던 경비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유글러스는 나이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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