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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46화 (46/156)

〈 46화 〉 어둠속의 길잡이 (6)

* * *

4층에는 그가 목표로 하는 정보가 없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층을 더 내려가야만 했다.

유글러스는 경비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기척이 사라진 후에야 마법을 이용해 조용히 층계에 뛰어내렸다.

“침입자다! 쫓아라!”

그러나 유글러스가 층계에 내려선 그 순간.

그를 지나쳤던 경비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유글러스는 나이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패스 월 마법을 사용한 채로 착지하는 경우, 내려앉는 소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다.

허나 경비원들은 유글러스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듯이 곧바로 방향을 틀어 달려오고 있었다.

“저기, 저기에 있다!”

유글러스는 급한대로 근처에 있던 벽에 몸을 숨겼다.

그를 향해 다가오던 경비원들이 유글러스가 사라진 벽 너머에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사라졌으니, 경비원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목표를 잃어버린 경비원들은 무기를 든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 뭐야……?”

“마법사다! 문을 열고 쫓아가!”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내려가는 것도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눈앞의 적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벽에 기대어 고민하던 유글러스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잠입을 들킨 이상 어디로 향하던간에 추격이 따라올 것이다.

포위당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면, 여유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수를 줄여두는게 좋은 선택지였다.

“벽 너머에 있다! 빨리 문을 열어!”

“잠시만 기다… 커헉……!”

촤악!

벽 너머에서 튀어나온 일격에 경비원 중 하나가 쓰러졌다.

방 내부에 숨은 채로 경비원 하나를 쓰러뜨린 유글러스는 자세를 낮추며 복도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직까지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일까.

동료를 잃은 경비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쓰러진 동료를 바라보고 있었다.

“[패스 월].”

몸에 걸려있던 마법을 한차례 갱신한 유글러스가 단검을 들어올렸다.

총을 든 경비원과 유글러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한다.

경비원은 다급하게 총을 조준하려고 하지만, 지면 아래로 가라앉은 유글러스의 움직임은 쉽사리 예측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1초 남짓한 시간.

유글러스의 접근을 허용한 경비원의 목에 붉은 실선이 그어진다.

“끄륵……!”

하나 남았던 경비원 역시 스스로의 목을 붙잡으며 쓰러졌다.

털썩. 단말마를 내뱉은 경비원을 바라본 유글러스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마법은 지형상의 이점을 가져오지만,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글러스 자신이었다.

단검을 벽에 문질러 피를 닦아낸 유글러스는 쓰러진 경비원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상황이 좀 이상한데.’

운이 없어 침입이 들키는 경우야 가끔씩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경비원들이 보인 움직임은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

혹시나 자신이 침입한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인가.

고민하던 유글러스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아래층을 향해 잠수하기 시작했다.

사령관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자신의 계획을 모르고 있다.

레서트 인더스트리가 유글러스의 침입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사람이 지나다니는군. 무기는 없는 것처럼 보이고.’

다시 한 번 두터운 층계를 넘어 3층으로 내려가면, 유글러스의 눈에 복도를 거닐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코트차림으로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검은머리의 남자 하나.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남자는 창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유글러스의 반대방향을 보고있는데다가, 손에는 위협이 될만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법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개인의 탐지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터.

그렇게 판단한 유글러스가 바닥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쥐새끼가 들어왔군.”

“……!”

어셔의 목소리가 복도에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그것을 들은 유글러스는 반사적으로 단검을 겨누며 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천장에서 빠져나온 신체가 중력을 받아 가속한다.

유글러스의 날카로운 단검이 어셔의 머리를 노리고서 빠르게 쇄도했다.

순식간에 내질러진 공격이 어셔에게 닿기 직전.

번쩍이는 단검을 마주한 어셔의 입이 다시 한 번 열렸다.

“[블링크].”

마법이 발동하며 허상과도 같이 어셔의 몸이 사라진다.

목표를 잃은 유글러스의 일격은 허공을 꿰뚫었다.

지면에 닿기 전에 마법을 사용한 덕에 무기가 망가지는 일은 없었지만, 유글러스는 불쾌감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능한 빠르게 공격했음에도 그것을 피해내었다.

유글러스가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기엔 충분한 움직임이었다.

빠득. 이를 악문 그가 어셔를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씨발, 함정이었잖아.”

패스 월을 사용한 유글러스의 동선을 알아챈 경비원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3층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련한 마법사.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부 유글러스가 들어올 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길잡이 유글러스. 그런 이름이라고 들었다. 너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거지?”

어느새 상황에 대한 판단을 마친 유글러스를 향해 어셔가 물었다.

유글러스는 조용히 어셔를 바라보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다시 단검을 들어올렸다.

휘릭. 허공에서 반바퀴 회전한 단검이 유글러스의 손에 역수로 쥐어졌다.

“내가 그걸 말해줄 것 같아?”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다. 팔다리가 하나정도 날아가더라도 입은 열 수 있을테니까.”

“할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서로간에 도발을 주고받은 둘 사이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둘 모두 상대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다음의 수를 생각하며 조금씩 다리를 움직였다.

걸음 하나. 호흡 한 번.

상대가 움직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숨막힐 것 같은 공기가 잠시나마 느슨해지는 순간.

눈을 깜빡이던 유글러스의 시야에서 어셔가 모습을 감추었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어셔쪽이었다.

* * * * * *

작전명, 어둠속의 길잡이.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채로 움직이지만, 의외로 작전의 요지는 간단한 편이었다.

적의 위치를 알아낸다. 적을 유도한다. 적을 잡는다.

이것이 작전의 전부였다.

윌슨이 작동하고 있는 마력 탐지 장치를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유글러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작전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경비원들에게는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았지만, 윌슨에게서 무전을 넘겨받은 네이가 지속적으로 상대의 위치를 브리핑하는 중이었다.

“정말 침입자가 여기에 오는건가요?”

“아마도 확실할거다. 물론 어셔가 녀석을 잡는데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유글러스가 움직이는 방향 역시 어느정도 계산된 것이었다.

최초로 유글러스의 움직임이 관측된 이후, 나는 지속적으로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건물의 모든 층에 걸쳐 특정한 방향으로 인기척을 만들어낸다.

인기척이라고 해도 단순히 생활소음정도의 소리였다.

가능한 사람을 피해야만 하는 유글러스의 입장상, 그는 내가 유도하는 공간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지직. 지지직.

시넬과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착용하고 있던 이어셋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네이로부터의 위치 브리핑은 방금 전에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네이의 연락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어셔 헤이즈. 혹은 상층부의 검성.

어느쪽이든 연락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으면, 이어셋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셔였다.

­ “침입자를 놓쳤다. 아래쪽으로 내려갔을거다.”

어셔의 전언은 간단했다.

중층부에 도달한 유글러스를 놓쳤다.

유글러스가 어셔를 따돌리고 도주에 성공한 것이다.

“녀석을 놓쳤다고?”

­ “성가신 마법이더군. 나로서는 쫓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중층부에서 결판이 나지 않을 가능성 역시 어느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셔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블링크 마법이다.

유글러스가 대놓고 벽 사이에 숨어들어가 버린다면, 어셔가 애용하는 에어리어 바인드로는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없을 것이다.

상대가 어셔를 따돌린 다음에 찾아올 장소야 뻔했다.

나는 들고 있던 총을 고쳐잡으면서 시넬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넬. 전투를 준비해라.”

“네. [헤이스트].”

그동안의 전투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난잡한 술래잡기가 펼쳐질 뿐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면 속수무책으로 유글러스의 탈출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잡기 위해 몇중의 그물을 준비해두었다.

어떤 움직임을 보이던간에 쉽게 이곳을 빠져나가진 못할 것이다.

“천장을 경계해라. 아마도 위에서부터…….”

“사장님.”

유글러스의 낙하를 경계하며 하늘을 노려보던 도중, 시넬이 다리를 움직여 나를 걷어찼다.

나는 그녀의 발차기에 밀려 몇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내가 있던 자리를 향해 단검이 빠르게 내질러져왔다.

슈욱!

날카롭게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검의 일격.

벽 너머에서 뻗어진 기습적인 공격에 나는 총구를 들어올렸다.

“여기도 눈치가 빠른걸.”

나는 그제서야 상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터운 벽 사이에 사람의 형체가 끼워져있다.

완성되지 않은 게임의 버그라도 되는 것마냥,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내는 청년이 존재하고 있었다.

“네가 유글러스인가.”

“역시,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나를 알고 있잖아.”

“그야, 내가 알려줬으니 말이지.”

타앙!

유글러스를 겨눈 총구가 불을 뿜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유글러스는 자세를 낮추며 벽 너머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쏘아낸 총탄으로는 두터운 벽을 꿰뚫을 수 없다.

유글러스가 단순히 벽의 안쪽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그를 노리던 나의 총격은 완전히 무력화 되었다.

­ 타앙!

“……?!”

그러나 나는 그의 행동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벽의 너머에서 만들어진 총성이 울려퍼지며, 유글러스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후방의 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숨어들었던 방향의 반대로 그의 신체가 움직이면서, 고개를 돌린 유글러스의 팔 일부가 밖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타앙!

나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끄악!”

고막을 울리는 폭음.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탄환이 유글러스의 팔을 꿰뚫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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