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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48화 (48/156)

〈 48화 〉 위대한 지성 (1)

* * *

헤리오의 뇌격에 의해 기절한 유글러스는 레서트의 특제 억제장치가 채워진 채로 지하에 감금되었다.

패스 월 마법을 이용하면 탈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에게 억제장치를 채워놓는 것은 필수였다.

네이는 범죄자를 체포했음에도 그를 치안대로 데려가지 않았다.

나와의 현상금 계약은 논외로 치더라도, 유글러스를 레서트에 감금한 것에는 몇가지인가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네이 일행이 치안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치안대에서 조사해봤자 그럴듯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테니 직접 심문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서 장치에 묶여있는 유글러스의 모습이었다.

“으읍, 으으읍……!”

“협조해달라길래 하기는 했지만, 정말 이래도 괜찮은거야?”

발버둥치는 유글러스의 모습을 보던 낯선 소녀가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벨 바이어틴.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도시 지부를 이끄는 인물이자, 섬광기사라 불리는 헤리오 나이트라인의 주인이었다.

이번 작전과 헤리오의 참전 역시 벨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벨의 질문을 받은 네이는 근심이 가득해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알아볼게 있어.”

“알아볼게 있다고?”

“치안대가 뭘 그렇게 숨기려고 했는지, 내가 직접 알아봐야겠어.”

네이의 말에 벨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일찍이 네이와 면식이 있었던 그녀이기에, 네이가 어떤 이유로 움직이는지는 대충 예상했을 것이다.

네이에게 제안을 받은 시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치안대에 있을만한 장비 역시 대부분 레서트가 가지고 있을테니, 그녀만 협조한다면 네이의 방식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있잖아, 헤리오.”

“네, 아가씨.”

“이거 불법 아니야?”

온갖 악행이 사방에 판치는 도시다.

깨끗하지 못한 것은 레서트 인더스트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벨이 단순히 정의감만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옆에 있는 네이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벨의 뒤에 서있던 헤리오는 얌전히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아마 맞을겁니다.”

“그러면, 우리 기사님이 말리는게 낫지 않아?”

“치안대를 방해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너가 그러면 안되는거 아냐?”

“레서트의 적을 가만히 놔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손님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이는군요.”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삑. 벨이 들고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덜컹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유글러스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이 풀렸다.

유글러스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답답한 재갈에서 풀려난 그가 가장 먼저 할 행동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패스 월]!”

“바보같네.”

“왜, 왜 안되는거야? [패스 월]! [패스 월]!”

유글러스는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억제장치에 묶여있는 그가 마법을 발동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탈출에 실패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벨의 비아냥 뿐이었다.

유글러스는 자신이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인지, 몇번이고 자신의 마법을 부르짖었다.

“레서트의 미스릴 가공기술이 어디에 쓰인다고 생각해?”

“설마…….”

“맞아. 비싼거라 외부로 반출은 어렵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정도야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

벨의 이야기를 들은 유글러스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평생 수족처럼 사용하던 마법을 봉쇄당했다.

그가 느끼고 있을 무력감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할 것이다.

“그래서, 몇가지 묻고싶은게 있는데.”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네이가 스턴건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스턴건을 이용해 고문이라도 할 생각인지, 작동시킨 스턴건에서는 전기가 튀고 있었다.

허나 유글러스는 네이가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흉흉한 협박이었다.

“이런 짓을 하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 머지않아 너희 모두가 다진 고깃덩이로 변할거다.”

“…….”

“결사의 뜻에 반하고도 너희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결사……?”

유글러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에 어셔가 의문을 표했다.

지켜보던 내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저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에 뒤에 누군가 있다.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유글러스 본인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이다.

“이 도시에는 너희가 상상조차 못하는 괴물들이 수도 없이 숨어있어.”

“잠깐. 결사라는게 대체 뭐지?”

“너네가 아무리 발악해도, 마지막에는 전부… 커헉……!”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악담을 퍼붓던 유글러스가 피를 토하며 말을 멈춘 것이다.

유글러스의 가슴팍에서 뻗어나온 앙상한 팔 하나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끄으, 으으윽…….”

끼익. 끼이익.

살점 하나 없는 망자의 팔이 꺼림칙한 마찰음을 내며 유글러스의 목을 압박했다.

결사의 계승자가 무언가 수작을 부려놓은 것이다.

유글러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우리를 보며 발버둥쳤다.

방금 전까지 우리를 저주하던 녀석의 얼굴이라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사, 살려… 줘어어…….”

심장부근에서 튀어나온 팔 하나.

그리고 그런 팔에 의해 목이 붙잡혀 있는 유글러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당황한 네이가 어셔를 보며 물었다.

“어셔, 이걸 어떻게 해야…….”

“이미 늦었다, 네이.”

“뭐……?”

“저게 나온 시점에서 녀석은 죽은거다.”

네이의 시선이 다시 유글러스를 향해 돌아갔다.

목이 졸린 채 발버둥치던 유글러스는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결사를 믿고서 악담을 늘어놓던 그가, 결국에는 결사의 손에 의해 심판당한 것이다.

어찌보면 퍽 우스운 광경이다.

이것이 도시의 흐름에 잡아먹힌 패배자의 말로였다.

“이게… 결사라는 곳이 벌인 짓이야?”

“아마도 그럴거다. 녀석이 몸을 담고 있던 조직이겠지.”

네이는 뒷맛이 개운하지 못했던 것인지, 허망한 눈빛으로 죽은 유글러스를 바라보았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범죄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와는 규모부터가 다른 사건의 조짐을 느꼈을 것이다.

결사. 그리고 처형당한 결사의 일원.

이것이 전쟁도시에서 어셔 헤이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커다란 격류의 시발점이었다.

“결사라. 처음 듣는 이름이네. 헤리오는 알고 있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벨이 헤리오에게 물었다.

벨에게 질문을 받은 헤리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피에 젖은 채로 너덜너덜해진 유글러스를 바라보았다.

“저 역시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그렇겠지?”

“그래도 저희의 적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사의 구성원이 레서트의 정보를 노렸다.

그게 헤리오가 내린 결론의 전부였다.

그는 애초부터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원작에서의 헤리오 역시 작품의 후반부까지 결사와 맞서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후반부의 어셔가 믿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그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네.”

“……아니, 그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물어보고 싶은 사람?”

벨이 상대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는 찰나.

어셔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이야기했다.

터벅. 터벅.

그는 발걸음을 옮겨 곧장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셔의 발소리가 조용해진 지하실 안에 울려퍼졌다.

“암흑상인.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뭐가 궁금하지?”

“결사라는 곳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있나?”

결사에 대해서라.

알고 있는 정보야 당연히 있다.

아마 이 도시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결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질문이기도 했다.

굳이 이 사건에 먼저 나서 얽히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군.”

“그런가.”

결사는 전쟁도시의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그런 정보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셔에게 줄 수는 없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순서가 있다.

지금 어셔가 계승자에게 달려가 맞붙는다고 해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알아보려면 천리안의 리만에게나 찾아가지 그래?”

물론 언젠가는 결사의 일원들을 하나씩 처리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결사의 간부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마법을 지닌 자들이다.

계승자와 전면에서 맞붙기 전에 그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지금은 아니었다.

“암흑상인이 모른다면 쉬운 정보는 아니겠지.”

어셔는 미심쩍은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로,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직접 캐어묻지는 않았다.

대신에 벨이 어셔를 향해 움직였다.

벨은 어셔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빼앗아서는, 그것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말했다.

“여긴 금연이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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