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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49화 (49/156)

〈 49화 〉 위대한 지성 (2)

* * *

사건은 결국 현상금 사냥꾼들이 유글러스의 토벌에 성공한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한동안은 네이가 치안대로부터 시달리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내가 신경을 쓸 이유는 없었다.

레서트에서의 작전이 종료된 이후, 나는 시넬과 검성을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전투가 끝났다.

이제는 사무실에서 우리들만의 파티를 벌일 시간이었다.

“그럼, 건배하도록 하지.”

“다들 고생했어!”

“다들 맛있겠네요.”

치익. 맥주 캔을 열자 김이 새어나왔다.

저마다의 음료를 담은 세개의 캔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동료들과 잔을 섞은 나는 캔맥주를 한껏 들이키고서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전투의 긴장감이 가라앉은 몸에 맥주가 들어가기 시작하니 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의지로 생과 사의 기로에 선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상당히 피로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메뉴를 물어보더니, 생각보다 많이 시켰네.”

맞은편에서 칵테일 음료를 들이킨 검성이 말했다.

검성의 말대로 테이블 위는 각양각색의 배달음식들로 가득 차있었다.

전부 시넬과 검성의 기호에 맞추어 주문한 것들이었다.

물론 셋이 먹기에는 제법 많아보이는 양이다.

검성이 그렇게 느끼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음식을 많이 시킨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이 정도는 시켜야 충분하겠지.”

“퍼시발이 많이 먹는거야?”

“네 오른쪽을 봐라.”

검성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자리잡고 있던 시넬을 바라보았다.

검성의 오른쪽 자리.

뼈만 남은 닭다리를 시넬이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헤이스트라도 발동하고 식사를 시작했던 모양인지, 어느덧 시넬의 앞에는 뼛조각이 몇개인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들 식사는 안하는건가요.”

눈을 마주친 시넬은 의문에 가득찬 표정으로 감자튀김을 집어들었다.

당장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이었다.

검성은 당황한 모습이 되어 그런 시넬을 지켜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음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금은 알 것 같네.”

“그런 이유다.”

“점심에는 적게 먹는 편이었구나.”

“뭐, 2인 세트를 혼자 먹어치우는 사람이니까.”

지난 한 달, 식비로 얼마나 나갔는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해본다.

라면부터 시작해서 콜라, 커피, 햄버거 등 많은 종류의 음식을 사먹었다.

그중에는 제법 가격이 나가는 가게들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다만 지난 식사들을 돌이켜보니, 어느덧 시넬과도 한 달 분량의 식비를 계산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슬 시넬에게 월급을 줄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고보니 시넬.”

“네, 사장님.”

“내일은 월급날이다.”

“……!”

월급날이라는 말에 시넬이 눈을 크게 떴다.

돈이 없는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듯한 모습이다.

이제는 시넬도 지금까지의 가난한 생활을 청산할 때였다.

나는 시넬에게 월급을 받은 이후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월급을 받으면 뭐부터 할 생각이지?”

집이 없어 사무실에서 빌붙어 살던 시넬이다.

빚을 갚거나. 아니면 집을 구하거나.

분명 그러한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넬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고양이 사료부터 사러가야해요.”

“…….”

“내일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월급을 받으면 고양이 사료를 사러 갈 생각이라니.

까망이에게 먹일 사료라면 아직 충분히 남아있을 터였다.

언젠가 뒷골목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누어주던 시넬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이유로 사료를 사려는건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시넬에게 굳이 한차례 더 물어보는 것을 택했다.

“어디에 갈 생각인지 궁금하군.”

“고양이들 밥 나눠주러 갈거에요.”

“……그래.”

역시나 시넬다운 대답이라고 해야하나.

나도 모르게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어쩌면 이번 월급을 받고나서도 시넬이 계속 사무실에 빌붙어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드는 상황이었다.

내가 아는 시넬이라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지도 몰랐다.

“있잖아, 퍼시발.”

“듣고있다.”

“나는 월급 안주는거야?”

이번에는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검성이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의 질문을 들은 나는 가만히 검성을 바라보았다.

월급. 월급이라.

어지간한 사업체들이라면 월급날을 맞추어 직원들에게 단번에 월급을 지급할 것이다.

검성이 질문을 하는 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성에게는 아직 월급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는 들어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아…….”

“일부터 하도록.”

“알았어. 조금 정도는 기대했는데,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질 않는구나.”

검성의 망가진 검을 고친게 얼마 전이다.

아직 검에 대한 수리비조차 매꾸지 못했건만, 벌써 월급을 운운하는게 심히 건방진 모습이었다.

한숨을 내쉰 검성이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치킨의 다리 하나를 들고 그런 검성을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자그맣게 벌려져있는 검성의 입에 멋대로 그것을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월급 대신 다리를 주겠다.”

“읍, 으읍……!”

“맛있게 먹도록.”

우물, 우물.

얼굴이 달아오른 검성이 닭다리를 물고 있는 채로 무어라 항의했다.

닭의 크기가 제법 컸던 탓에 검성의 뺨이 한가득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애석하게도, 치킨에 의해 입이 막힌 검성의 이야기가 나에게 닿을 방법은 없었다.

* * * * * *

인적이 드문 7구역의 골목.

그곳에는 수없이 바글거리는 고양이들의 터전이 있다.

어째서 이곳에 고양이가 많아졌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주변의 주민들조차 명확하게 이유를 알고 있지 못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고양이가 많다고 유명해졌을 뿐이다.

“여기는 고양이들의 성지에요.”

“그런가.”

거리를 수놓은 각양각색의 고양이 군단.

그 속에서 머리에 까망이를 얹어놓은 시넬이 사료봉지를 끌어안고 있었다.

주변에 가득한 고양이들에게 매료된 것인지, 시넬은 두눈을 반짝이며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까망이에 대한 시넬의 열정을 생각해본다면, 그녀에게 있어 이만큼이나 행복한 장소도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장님은 왜 따라오신건가요?”

“걱정이 됐으니까.”

어제 저녁. 나는 시넬에게 짧은 휴가를 약속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넬은 지금까지 24시간에 가깝게 내 경호를 해왔다.

밥을 먹을 때. 혹은 밖으로 나설 때.

심지어 잠을 잘 때 역시 시넬은 내 곁에 단단히 붙어있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시넬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가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런 내가 어째서 시넬을 따라왔는가.

그거야 시넬과 떨어지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넬의 신변을 걱정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연히 시넬과 떨어진 내 목숨이 위협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시넬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드리운 채 사료봉지를 열었다.

“그나저나 시넬, 여기서 까망이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저는 까망이를 믿어요.”

“글쎄. 까망이는 너를 못믿는 것 같군.”

무언가 증명이라도 할 생각인지, 시넬은 자신의 머리 위를 향해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자 까망이가 앞발을 휘둘러 다가오는 시넬의 손을 쳐냈다.

누가봐도 거부의 손동작이었다.

허나 시넬의 해석은 나와 정반대인 모양이었다.

“까망이가…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

“역시 까망이는 저를 두고 도망가지 않아요.”

“그래. 그렇겠지.”

도망가봐야 뭐하겠는가.

어차피 헤이스트를 사용한 시넬에게 잡힐텐데 말이다.

오히려 주변의 검은 고양이들에게 섞여 헷갈리는 일은 없을지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그동안의 일에 조금이나마 정이 든 것인지, 까망이가 쉽게 시넬의 머리 위를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특이한 점은 까망이뿐만 아니라 주변의 고양이들 역시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넬은 사료봉지를 활짝 열어젖힌 채, 장갑을 낀 손으로 고양이들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여기 고양이들은 얌전하네요.”

“확실히 그렇군. 뭔가 이상할 정도다.”

위화감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뒤숭숭한 기분이 되어 주변의 고양이들을 관찰하려는 찰나, 골목의 모퉁이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터벅.

느릿하면서도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

모퉁이 너머에서부터 지팡이에 기대어 천천히 걸어오는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노파는 양쪽 눈을 감고서 걸음을 내딛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하는 일 없이 올곧게 다가왔다.

“누군가 자꾸 내 눈을 건드린다 싶더니, 어딘가에 소문이 난 모양이구나.”

우리를 향해 다가오던 노파가 입을 열었다.

노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첫마디부터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자신의 눈을 건드린다. 누가들어도 이상한 노파의 말에 나는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눈이라고 했나?”

“세상의 신비에 가까이 다다르게 되면, 누구라도 동물의 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하지.”

“마법이라도 쓰는건가. 딱히 짐작가는 마법은 없군.”

“가짜라고는 해도 명색이 마법사라는 인간이… 시야가 너무 편협한게 아닌가?”

세상에 달관한 것처럼 들리는 말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그럴만한 연륜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곧바로 그 뒤에 이어진 노파의 말이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좀 특이한 사람이구만.”

“……뭐가 특이하지?”

“몸과 영혼에 괴리가 너무 심하니… 마치 둘이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게야.”

노파의 대답을 들은 나는 입을 다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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