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50화 (50/156)

〈 50화 〉 위대한 지성 (3)

* * *

“그나저나… 자네는 좀 특이한 사람이구만.”

“……뭐가 특이하지?”

“몸과 영혼에 괴리가 너무 심하니… 마치 둘이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게야.”

노파의 대답을 들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여태껏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이는 하나밖에 없었다.

신비의 대행자. 가장 오래된 마법이자 태고의 마법사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노파가 신비의 대행자일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물리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고양이나 보고 있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게 보이나요?”

고양이를 쓰다듬던 시넬이 노파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노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이를 먹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

“사장님이 특별한 사람이기는 하니까요.”

“끌끌. 특별하다니 맞는 말일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가짜 마법사들이 오랫동안 찾아헤매던 인물인지도 모를 일이야.”

노파의 정체는 무엇인가.

짐작해낼 수 있는 단서는 오로지 그녀의 말투뿐이었다.

가짜 마법사. 인스턴트 메이지들에 대한 멸칭.

인스턴트 메이지가 판치는 이 도시에서, 그 전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찾는… 인물인가요?”

“가짜 마법사들이 각성하는 마법은 하나의 영혼에 하나뿐이지. 하지만 저런 방식으로 영혼이 어긋난 경우가 있다면… 혹시나 모를 일이야.”

시넬과 노파의 대화를 지켜보며 예상할 수 있는 노파의 정체는 하나밖에 없었다.

위대한 지성, 세리나 에델비트.

그녀는 마탑이라 불리는 거대한 마천루의 주인이었다.

그리고 이 도시에 남아있는 유일한 정통마법사이기도 했다.

세리나는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내용은 전쟁도시의 내용속에서 불가능하다 증명된 허황된 소문에 대한 것이었다.

“이중회로라고 하던가. 제국의 학자들이 예전부터 연구하고 있는게 하나 있을게다.”

“이중회로… 생소한 이름이네요.”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는 몰라도, 그게 가능하려면 아마 저 청년같은 사람이 필요하겠지. 끌끌.”

어째서 그 저명하던 위대한 지성이 이곳에 있는가.

그것은 나조차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생각해볼 때, 이곳에 있는 고양이들과 무언가 관련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곳의 고양이들이 이상한 이유 역시 세리나가 원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까망이가 세리나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면서 생활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탑주님!”

세리나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녀의 뒤에서 뛰어오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세리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세리나 에델비트. 그녀는 세간에서 마탑이라고 부르는 마법연구기관의 수장이다.

마탑이라고는 해도 영웅담에서 비추어지던 전형적인 마탑과는 다르다.

3구역에 위치한 마탑은 통유리로 뒤덮여있는 아름다운 고층빌딩에 불과했다.

그러나 눈앞의 노파가 마법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권위만큼은 결코 허상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게냐.”

“한참 찾았습니다! 어디 가셨던겁니까?”

달려오던 경호원들은 전부 세리나의 앞에서 멈춰섰다.

그들의 모습을 본 세리나는 자신의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경호원에게 용건을 물었다.

아무래도 경호원들을 내버려두고서 그녀 혼자 이곳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위대한 지성 정도 되는 요인이면 그에 대한 경호도 철저한 법이다.

그녀의 경호원들이 다급해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심어두었던 눈들에 이상이 생겨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말도 없이 사라지시면 곤란합니다……!”

“쯧쯧, 내가 혼자 움직인다고 큰일날 사람처럼 보이는게냐?”

“혹시나 탑주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겼다간, 마탑 전체가 뒤집힐겁니다. 최악의 경우 그동안의 결과물들이 허사가 된다는걸 고려해주십시오.”

경호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세리나를 설득했다.

명목상으로는 세리나가 마탑을 이끄는 수장이라고 해도,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입김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세리나는 경호원의 끈질긴 설득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알겠으니 그만하거라. 이만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탑주님을 모셔라.”

“소문은 적당히 내는 편이 좋을게다. 그러다 천벌을 받을지도 모를테니.”

세리나와 함께 경호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소란스러웠던 이들이 금세 자리를 비우자, 고요해진 골목길의 어색함만이 주변에 맴돌았다.

“냐아.”

“결국 누구였던걸까요?”

적막속에서 고양이들을 쓰다듬던 시넬이 물었다.

몇몇 고양이들은 벌써 배를 가득채운 것인지, 구석에 자리를 잡고 꾸벅 조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나는 쪼그려 앉은 시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말에 답을 돌려주었다.

“위대한 지성. 세리나 에델비트.”

“위대한 지성……. 멋진 별명이네요.”

“들어본 적이 없나?”

잠깐의 침묵.

그 뒤에 돌아온 시넬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래도 암흑상인은 들어봤어요.”

* * * * * *

3구역. 마탑이 보이는 건물의 옥상.

결사의 간부 중 하나인 스피넬 클로버블룸은 난간에 기대어 마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높다. 그리고 고고하다.

그것이 눈앞의 건물을 바라본 스피넬의 감상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스피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그녀의 잿빛 머리카락을 뒤흔들었다.

“오랜만이군요, 스피넬.”

스피넬이 사색에 잠겨 마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의 옆에서 가면을 쓴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사람이 튀어나왔음에도, 스피넬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 마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가면을 쓴 남자에게 말했다.

“사령관이구나.”

“이제는 놀라는 기색조차도 보이지 않는군요.”

“저만한 숫자의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밖에 없거든.”

“그게 느껴지는 겁니까?”

사령관은 난간을 등지고 기대었다.

마탑을 뒤로하자 옥상 전체의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부하들이 숨어있을 뒤를 바라보았지만, 적어도 그의 눈에 무언가가 보이는 일은 없었다.

톡. 스피넬의 손가락이 붙잡고 있던 난간을 두드렸다.

청명한 금속음이 그들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보인다기보다는 느껴지는거에 가깝겠지만.”

“그 정도면 숨기고 다니는 의미도 없겠습니다. 당신과는 싸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요.”

“당연히 조심해야지. 나는 저기 숨어있는 겁쟁이랑 다르니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는거니까요.”

스피넬이 코웃음을 치자 혀를 차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의 옆에 있던 사령관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옥상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누군가가, 노골적으로 스피넬에게 들리도록 혀를 찬 것이다.

보이지 않는 녀석의 일그러져있을 표정을 생각하자, 스피넬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바보같은 연구는 잘 되어가고 있어?”

“사람의 노력을 그런식으로 부정하면 슬픕니다.”

“바보같은거 맞잖아. 두가지 마법을 동시에 쓰는 마법사라니, 그런게 되고 싶으면 정통 마법사나 되보지 그랬어.”

스피넬 자신이 꺼내놓았음에도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서 아무 말이나 늘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령관은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침착하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될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황제노릇하는 그 녀석에게 죽겠지만 말이야.”

“위대한 지성같은 예외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뭐해. 결국 우리한테 죽을 운명인데.”

스피넬이 최근에 계승자에게 받았던 부탁.

그것은 마탑에 있는 세리나 에델비트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계승자는 그 방법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 어떻게든 계승자의 부탁을 수행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녀가 오늘 이곳에 자리한 이유도, 마탑의 공략에 대한 사전답사를 위해서였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곧바로 대화의 화제를 돌리는 사령관의 이야기에 스피넬이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답답해보이는 두터운 가면이다.

표정을 알 수 없는 가면 너머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레서트에 잠입시켰던 부하 하나가 당했습니다.”

“뭐어, 상대가 레서트 인더스트리니까. 아무래도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 그 이유가 현상금 사냥꾼 때문이더군요.”

“……현상금 사냥꾼이 왜 거기서 나와?”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삼엄한 보안은 유명한 편이다.

그러니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경비에게 당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상금 사냥꾼에게 당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의아한 상황이었다.

“뒤를 캐보니 암흑상인이라 불리는 남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동시에, 현상금 사냥꾼 일도 하는 모양입니다.”

“암흑상인…….”

익숙한 이명을 들은 스피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암흑상인, 퍼시발 스미스.

그녀의 동생이 신세를 지고 있는 정보상인이다.

생각보다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죽이지 않고 빚을 지워두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사령관의 입에서 들게 될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스피넬이었다.

“분명 언젠가 그분의 방해가 되겠지요. 청소할 생각입니다.”

“…….”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조금은.”

“미리 말해두어서 다행이군요. 아무 이야기 없이 처리했다가는 당신에게 혼났을테니까요.”

그녀가 생각하기에 분명히 퍼시발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행동에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그를 살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내버려두어야 할 것인가.

신중하게 고민하던 스피넬이 사령관을 향해 말했다.

“처분은 기다려봐. 내가 증명해줄테니까.”

“무슨 증명 말입니까?”

“이번 작전에 암흑상인을 동원하겠어.”

“암흑상인을 작전에……?”

“그래. 암흑상인의 정보를 이용해서 저걸 공략하는거야.”

스피넬의 시선이 다시 마탑을 향해 돌아갔다.

달빛을 머금은 건물이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의 마천루들 사이에서, 마천루의 마법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직은 괜찮아. 쓸모가 없으면 그때가서 죽이면 되는거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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