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외전 : 크리스마스 매직
* * *
“있잖아, 시넬.”
“네.”
둘만이 남은 암흑상인의 사무실.
시넬은 눈이 내리는 창밖을 유심히 보다가, 자신을 부르는 검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검성. 거대한 검을 차고 다니는 마법사는 포장된 선물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었다.
시넬이 멍하니 검성을 바라보고 있으면, 검성은 선물꾸러미를 열면서 시넬에게 물었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어?”
“내일?”
“응. 내일은 크리스마스야.”
“크리스피마스…….”
크리스마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시넬이 멍하니 되물었다.
검성은 무언가 환청이라도 들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시넬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그런 날인거지.”
“크리스마스는 무슨 날인가요?”
“어… 엄청 대단한 누군가의 생일이야.”
“그게 누구에요?”
크리스마스는 누구의 생일인가.
흐음. 고민하는 검성의 신음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결국은 결론을 내지 못한 모양인지, 다시 시넬의 앞으로 돌아왔다.
“몰?루”
“그런가요.”
엄청 대단한 사람의 생일이라.
시넬은 검성의 말에 조용히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대단한 사람.
자기 주변에 그런 사람이 누가 있었던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하나였다.
퍼시발 스미스. 암흑상인이라 불리는 그녀의 고용주였다.
“알겠어요.”
크리스마스는 대단한 사람의 생일이다.
아. 크리스마스는 사장의 생일이구나.
빠르게 결론을 내린 시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거지.”
“선물이 꼭 필요하겠네요.”
“그런거야.”
“네.”
생일이면 당연히 생일선물이 필요하다.
사장님의 생일선물을 준비해야 하는구나.
시넬의 머릿속에 퍼시발의 생일선물 준비 계획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대한 검성의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였다.
검성은 시넬을 바라보며 크리스마스의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주는거야.”
“산타?”
“산타는… 흐음. 그래, 선물의 요정같은거야.”
“……선물의 요정.”
사장님의 생일선물은 산타가 줘야 하는구나.
당연한 사실 하나가 추가로 시넬의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설마하니 과거에 선물의 요정이 있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현대 사회에 요정은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것들을 잘 숙지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자구.”
“네.”
검성은 퍼시발에게 건넬 크리스마스 선물을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놔둔 채로, 다음 행선지에 가기 위해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검성이 떠난 이후 시넬은 테이블에 놓인 검성의 선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요정이라. 존재하지도 않는 요정을 잡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쉽게도 오늘은 자신이 산타가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일단은… 복장부터 갖추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넬 클로버블룸. 그녀가 한참 아껴두었던 햄버거 값을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 * * * * *
성탄전야. 혹은 크리스마스 이브.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걷다보면, 전쟁도시에 들어오기 이전의 생각이 떠오르고는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다. 서로에게 선물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내리는 길거리에는 항상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는 했다.
“크리스마스라. 이곳에는 없겠지.”
이대로 사무실에 돌아가더라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니. 기념일의 근원이 되는 사건이 이곳에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내가 케이크를 준비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다 같이 즐겼으면 했다.
뭔지도 모르는 기념일을 맞이한 채, 서로 웃으면서 말이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일까.
긴 골목길을 지나 사무실에 가까워졌을 즈음, 나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다. 사방에 반짝이는 전구도 있다.
사무실 안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할만한 특별한 것들로 가득 차있던 것이다.
“오셨나요.”
끼이익.
사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있는 시넬이 자신을 반겼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곳에는 크리스마스가 없을텐데, 시넬이 산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일전에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기가 막혔던 요리들처럼, 작가가 또 장난을 쳐놨던 것은 아닐까.
그거라면 시넬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복장을 보니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군.”
시넬에게 그런 질문을 하자, 선물을 들고 있던 시넬이 그것을 내밀어왔다.
정성스럽게 리본으로 포장되어 있는 선물상자였다.
“오늘은…….”
“오늘은?”
“제가 사장님의 산타에요.”
“……그러냐.”
“생일 축하해요.”
크리스마스에 저런 인사를 하던가?
확실히 성탄절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생일에 가깝긴 하겠지만 말이다.
평소에 듣기 어려운 인사말에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자니, 시넬이 다시 선물상자를 내밀어왔다.
건네어 온 상자는 분명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이다.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애써 참으며 시넬의 선물을 받았다.
“고맙다, 시넬.”
“생일 선물이에요.”
“으, 으음.”
크리스마스 선물이면 생일 선물인가.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늘만큼은 시넬의 장단에 어울려주는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넬의 선물을 받아,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안에는 총이 들어있었다.
“……권총?”
“한번 쏴보세요.”
“실내에서?”
“네.”
총을 사준 본인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사무실의 집기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천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귓가에 들려올 격발음을 각오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파앙!
폭죽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색종이가 흩날렸다.
권총에서 탄환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시넬은 그 모습을 예상하고 있던 것인지, 짜잔 하고 폭죽총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크리스마스의 마법이에요.”
“……마법.”
“네.”
“그런가.”
총알 대신에 색종이가 나와서 마법인가.
피식.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법이라.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순간에 이러한 선물을 받고 있지 않은가.
분명, 마법같은 날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