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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63화 (63/156)

〈 63화 〉 결사 (1)

* * *

세리나 에델비트.

그녀는 일반적인 마법사와 궤를 달리하는 부류다.

가지고 있는 마법에 구애받지않고 온갖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인스턴트 메이지들보다 더 깊이있는 확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면에서 인스턴트 메이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에 따른 단점도 명확하게 존재하는 편이었다.

우선, 마법의 발동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

단일회로를 가지고 있는 인스턴트 메이지들에 비해, 세리나가 사용하는 마법들은 사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준비된 마법만 사용할 수 있다.

마법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사전에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았다면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애매하다.

요컨데 그녀와의 싸움은 서로간의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아이스 애로우].”

쩌저적.

차가운 냉기와 함께 세리나의 앞에 얼음의 화살 다섯개가 생겨났다.

아이스 애로우. 얼음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사출하는 마법이다.

얼음이라고 해도 실제로 맞으면 치명적이다.

몸으로 버틴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파앙!

공기를 터뜨리는 소리와 함께 얼음의 화살들이 나와 스피넬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시시한 공격이네.”

카앙! 캉!

허공에서 회전하던 스피넬의 칼날들이 세리나의 화살을 쳐냈다.

그 결과 날아오던 얼음화살들은 단 하나도 스피넬에게 닿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화살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쏘아진 화살 하나는 아직까지도 올곧게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 “전부 정리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조금은 네 실력이 궁금하거든.”

­ “아쉽지만 최전선에 나서는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지.”

여유롭게 자신을 지켜보는 스피넬에게 짧게 불만을 토로했다.

총알보다는 느리지만 상당히 빠른 속도의 화살이었다.

나는 바닥을 박차고 화살의 궤적에서 몸을 피했다.

내가 들고있는 마법의 성능과는 별개로, 이 몸뚱아리 자체는 성능이 제법 좋은 편이었다.

자리를 벗어난 직후 얼음의 화살이 날아와 땅에 내려꽂혔다.

화살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리면서, 화살과 부딪힌 지면이 살짝 얼어붙었다.

“[파이……].”

­ 탕!

탕! 타앙!

화살을 피한 직후 곧장 총을 격발했다.

가급적이면 세리나에게 쉴 틈을 주어서는 안됐다.

수차례 총성이 울려퍼지며 발사된 총알이 배리어와 충돌했다.

퉁. 발사한 탄환들은 예외없이 배리어에 가로막혔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피넬의 칼날을 사용해도 부수려면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 “권총으로는 한계가 있어보이는군.”

“내가 나설까?”

대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스피넬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칼날을 날렸으니까.

스피넬의 칼날들이 배리어와 충돌하는 사이, 나는 근처의 지형지물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이미 철근으로 한차례 휘저어놓았기 때문일까.

사무실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뒤집혀있었다.

­ “대답은 필요 없어보이는군.”

“어느정도 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이런 면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넬과 닮은 것 같다.

나는 배리어를 공격하는 스피넬을 내버려두고서, 곧장 권총의 약실을 열어젖혔다.

딸깍. 몇발 남지않은 탄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약실에 들어있던 탄환들을 꺼내고서는,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리고는 남은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세리나의 눈을 속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주머니에 넣은 탄환을 어루만지며 세리나에게만 들리도록 텔레파시를 보냈다.

­ “공간전이형 마탄을 사용하겠다.”

사실 그런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세리나가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다만 텔레파시를 들은 세리나는 경계심이 피어오른 것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간전이형 마탄이라.

나라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서울 것 같기는 하다.

마법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세리나에겐 그 공포가 더욱 와닿는 모양이다.

“뜻대로 될 것 같으냐.”

첫번째 공격에서 입은 부상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세리나는 냉정한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탄환을 다시 약실에 집어넣었다.

얼핏 보기에는 비밀리에 개발된 마탄을 집어넣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마탄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 “스피넬. 할말이 있으니 일단 듣기만 해라.”

“……?”

실린더를 되돌린 권총을 들어 세리나를 겨누었다.

이번에는 스피넬에게만 들리도록 텔레파시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끄덕. 내 텔레파시를 들은 스피넬이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가능한 피해없이. 가능한 빠르게.

이번 작전의 목표를 위해 전투를 빨리 끝내야만 했다.

­ “창문쪽에 있는 철근. 살짝 앞으로 움직여라.”

“…….”

­ “그리고 1초정도 후에, 옆에 있는 소화기를 밀어라.”

“언제?”

“[체인 라이트닝]!”

대화의 도중, 우리를 경계하던 세리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사용한 마법은 ‘체인 라이트닝’.

근처에 있는 대상들에게 연쇄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마법이다.

세리나가 날려보낸 체인 라이트닝은 배리어와 가까이 있던 스피넬의 칼날에 내리꽂혔다.

결과적으로 세리나의 공격이 우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원을 그리며 회전하던 스피넬의 칼날들이 세리나의 전격을 모두 받아내 흘려버린 것이다.

한차례 세리나의 마법이 스쳐지나간 이후.

나는 곧바로 타이밍을 재어 스피넬에게 신호를 보냈다.

­ “지금이다.”

­ 타앙!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 그리고 그 직후에 울려퍼진 총성.

세리나는 긴장하며 자신에게 날아올 공간전이형 탄환을 쫓았다.

그러나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은 정면이 아니다.

스피넬의 마법에 의해 사무실에 꽂혀있던 철근이 움직였다.

쿠구구구궁!

철근이 움직이자 진동과 함께 건물의 바닥이 흔들려왔다.

“[배리어]!”

후방에서의 공격을 경계한 것인지, 뒤를 돌아본 세리나가 저장되어있던 배리어를 사용했다.

바닥에 전해져오는 진동의 규모가 컸던 탓에, 그녀는 일어서서 버티는 것도 힘겨운 상태처럼 보였다.

지금의 배리어도 겨우 정신을 붙들어 사용했을 것이다.

마법을 사용해 공격을 방어하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허튼 짓이다. 그런 수작이 통할거라 생각한거냐.”

스피넬이 움직이던 철근은 건물의 구조물에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상공에서 내려꽂히던 일전의 공격과는 다르게, 건물 안으로 파고들기 위한 힘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당연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처음부터 공격이 막힐 것을 상정하고 짜둔 계획이었다.

­ “스피넬.”

“아악……!”

까앙!

옆에서 날아온 소화기가 세리나의 머리를 때리고 날아갔다.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충돌음이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묵직한 소화기를 전력으로 날려보낸 일격이다.

소화기에 맞은 세리나의 상태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세리나의 몸이 잠시 비틀거리더니, 이내 커다란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쿵. 세리나가 바닥에 쓰러지자 통로를 막고 있던 배리어도 모습을 감추었다.

“배리어 마법이 사라졌네.”

­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는거겠지. 의식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생긴거랑 다르게 제법 악랄한 전략이었는걸.”

­ “생긴게 어떻길래 그러지?”

생긴거와 다른 작전이라는 스피넬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흐음. 고민하던 스피넬은 칼날들을 움직이며 말했다.

“얼굴은 제법 호쾌하게 생겼으니까.”

­ “호쾌하다라……. 잘 모르겠군.”

호쾌하게 생긴 얼굴이라.

가만히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녀의 대답을 가볍게 웃어 넘기고서는, 바닥에 쓰러진 세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쓰러진 세리나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숨은 붙어있는지, 조금씩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위대한 지성이라 불리던 마법사의 모습인가.”

“으, 으…….”

“너무 초라해서 실망인걸.”

자세를 낮춘 스피넬이 신음을 내는 세리나와 눈을 마주쳤다.

흐리멍텅한 시선이 스피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약화되어있던 세리나였다.

이제 슬슬 육체의 한계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존경하던 그녀는 더 이상 눈에서 총기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나, 는…….”

­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은 모양이군.”

바닥에서 움찔거리던 위대한 지성이 입을 열었다.

신음과 함께 뒤섞여나오는 목소리는 발음이 불명확했다.

허나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유언을 남기려는 생각인 것인가.

마지막 말을 들어주는 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다.

“계, 승자를… 쓰러뜨려야…….”

­ “…….”

세리나의 뜻은 마지막까지 변함없었다.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다.

죽음을 앞두고도 그녀의 생각은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하. 짧은 탄식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네. 이제 그만 끝내자.”

­ “마무리를 할 생각이라면 마음대로 하도록.”

애시당초 이번 임무는 스피넬에게 주어진 것이다.

가만히 놔두어도 죽을거라 생각하지만,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였다.

나는 스피넬이 세리나를 처리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스피넬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아니. 네가 죽여줘.”

스피넬이 웃으며 내 손을 붙잡아왔다.

권총을 쥐고 있던 손을 통해 차가운 스피넬의 체온이 느껴졌다.

스피넬에게 붙잡힌 총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 쓰러져있는 위대한 지성의 머리를 겨누었다.

그녀는 내가 직접 방아쇠를 당기길 바라고 있었다.

­ “혹시 이유가 있나.”

“보고 싶어졌거든.”

­ “……그런 이유였나.”

참으로 변덕스러운 이유다.

그렇다고 어울려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기 위함이라면, 기꺼이 방아쇠를 당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타앙!

검지에 전해지는 감촉과 함께 사무실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위대한 지성이라 불리던 마법사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 [오랜 맹약에 따라, 너에게 사명을 부여하겠다.]

그리고 그 직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 내가 사용하는 텔레파시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소리같은게 아니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파고들어오는 그것은 하나의 의지였다.

­ [세계를 뒤흔들어라.]

그리고 사명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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