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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76화 (76/156)

〈 76화 〉 나이트테일 (3)

* * *

계승자 측으로부터 넘어온 물건이지만, 스피넬은 이것에 대해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럴만도 했다.

이 탄환은 작중에서도 후반부에서나 잠깐 등장하는 물건이니까 말이다.

계승자가 이르길 처형집행자.

탄두의 내부에 뼛가루를 넣어서 만든 해괴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내가 계승자에게 건넨 미스릴 탄환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무슨 물건인지 알고 있는거야?”

“처형집행자. 그런 이름이다.”

“……부담스러운 이름이네.”

“그만큼 부담스러운 위력의 물건이지.”

효과는 간단하다.

탄환을 맞으면 산 채로 언데드화가 진행된다.

그리고 죽어버린 녀석의 마력회로는 계승자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7서클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언데드화 마법이다.

누구라도 이걸 맞으면 죽음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아예 죽어버리고 다시 살아난다면 모를까 말이다.

처형집행자는 제아무리 계승자라고 해도 무한정 찍어낼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좋은 물건인가봐?”

“……솔직히 이해가 잘 안가는군.”

“뭐가?”

“예상했던 것보다 커다란 보상이 돌아왔으니까.”

기껏해야 돈이나 들어올거라 생각했다.

테르도스 가문이 지금까지 축재해온 재산은 어마무시한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처형집행자는 그것과 궤를 달리하는 물건이었다.

결과적으로 계승자에게 이득이 된다고는 해도, 7서클의 마법을 한차례 빌려쓰는 것과 다를게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스피넬은 허공에 발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그야, 그 분은 통이 큰 편이니까.”

“그래. 그렇겠지.”

계승자는 보상에 있어서 굉장히 후한 편이었다.

처벌에 대해서도 나름 관대한 편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제멋대로인 특급 수배범들이 그를 믿고 따르는 거겠지만 말이다.

일단은 가진 재산부터가 많은 편이다.

그가 미스릴 탄환에 상응하는 값어치를 지불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처형집행자를 내어 준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미스릴부터가 보통 물건은 아니잖아?”

“적당히 돈이나 쥐어주고 끝낼거라 생각했다.”

“결사를 너무 삐딱하게 보는거 아니야?”

“당한게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

유령군단에게 뒤통수를 맞고 위험에 빠졌던게 고작해야 얼마 전 일이었다.

그 일 때문에 시넬이 한동안 치안대 내부에 구금되어있지 않았던가.

내가 결사를 싫어하는 거야 당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본인이 결사에 속해있기 때문일까.

스피넬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난간을 잡은 손을 콕콕 찌르며 토로했다.

“그래도 내가 구해줬잖아.”

“애초부터 너를 위해서 갔던 것 아니었나.”

“그러니까, 내가 책임지고 구해준거잖아.”

“시넬도 좀 구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하나뿐인 동생도 좀 아껴줬으면 좋으련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스피넬을 바라보았다.

시넬을 닮은 선명한 잿빛 눈동자가 나를 마주했다.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쏘아보다가, 이내 모르겠다는듯 상체를 뒤로 젖혔다.

중력을 거스르는 스피넬만이 할 수 있는 기이한 자세였다.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거야?”

“글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군.”

“애초에 결사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잖아.”

“제국을 지배하는 거짓된 황제를 몰아내려는 곳이지.”

사람이 행동하는데에는 저마다 자신만의 행동원리가 있기 마련이다.

계승자 역시 나름대로의 사명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단지 그게 도시를 한바탕 뒤집어 엎는 계획이기에 문제가 되는것일 뿐.

제국의 명망높은 귀족이 반역을 주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결사가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여흥따위가 아니었다.

물론 계승자의 아래에 있는 녀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알고 있으면 조금은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 좋아.”

“그걸 원하나?”

“일단은 말이야.”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무미건조한 대답을 들려준 채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언젠가는 결사를 직접 상대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만약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스피넬을 제외한 결사의 모든 구성원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는 날이 찾아온다고 한다면.

그 때, 스피넬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그러한 스피넬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없었다.

* * * * * *

스피넬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직후.

사무실에 있던 나에게 헤리오가 찾아왔다.

이전에 마무리짓지 못한 대화를 끝마치기 위해서였다.

그는 여전히 두터운 갑옷을 대신해 정장차림으로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져온 가방을 자리 옆에 내려놓은 헤리오가 가벼운 눈인사를 하며 물었다.

“다시 보는군. 커피 한 잔 가능한가?”

“물론이다.”

처음 방문했던 당시, 그는 나에게 나이트테일 기사단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요약하자면 나를 통해 배신자의 정보를 알아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의 나는 헤리오의 요청에 대답을 보류했다.

나이트테일 사건의 배후에는 유령군단이 있다.

유령군단과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조용한 공간이군.”

“사람이 없기에 매력적인 장소도 있는 법이지.”

하지만 옥상에서의 고민 끝에 생각을 바꾸었다.

유령군단의 토벌 자체는 작품 내에서도 어셔가 진행한 일이었다.

어셔와의 관계가 정상적이었다면 나도 어셔쪽에 정보를 흘리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네이와의 마찰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이트테일 기사단 측에서도 치안대의 개입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헤리오를 끌어들여서 같이 움직이는 것도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다.

“그때와는 사람이 다르군.”

헤리오의 시선이 내 옆자리로 향했다.

바로 옆에 까망이를 끌어안은 시넬이 앉아있었다.

그가 이전에 왔을 때는 검성이 시넬을 대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호하는 사람이 바뀌었으니 의문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출장갔다가 돌아와서 말이지.”

“출장?”

“그래. 출장.”

나를 구하려고 하다가 치안대에 며칠이나 구금당했다.

그것도 어찌보면 일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이번달은 섭섭하지 않게 보너스를 같이 챙겨 줄 의향이 있었다.

출장이라는 말을 들은 헤리오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런가. 이해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전에 했던 제안의 답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거겠지?”

“결론은 내렸나?”

“그 전에 질문을 하나 하지 않을 수 없군.”

질문이라고는 해도 간단한 내용이다.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캔커피를 한모금 마신 헤리오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질문이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방법이다.”

“해결방법?”

“그래.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나이트테일의 배신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배신자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헤리오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다만 그 이후의 행동에 대해서는 온전히 헤리오 자신의 손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모든 작전에 대한 책임을 전부 헤리오가 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단은 들어보도록 하겠다.”

“하나는 나이트테일 내부의 배신자만 색출하는 방법.”

“그게 뭐가 문제인거지? 당연한 일일텐데.”

“그리고 나머지 하나. 이 일의 배후까지 정리하는 방법.”

그 뒤에 이어진 선택지를 듣고 나서야 헤리오의 표정이 변했다.

헤리오의 얼굴에 남아있던 미약한 웃음기마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전부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러니까 묻는거다. 여기서 그만둘지, 아니면 그 이상을 볼지.”

“굳이 거기까지 물어보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유가 있어보이는데.”

“이유……. 이유야 많이 있지. 후자의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

유령군단의 토벌.

‘전쟁도시’ 안에서 진행되었던 어셔의 토벌작전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죽어나갔다.

헤리오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토벌 역시 많은 희생을 동반할 것이다.

대마법사와의 전투는 그런 것이다.

인지를 벗어난 존재와 다투려고 한다면 그만한 희생은 감수해야만 했다.

수많은 현상금이 걸려있음에도 특급 수배범의 토벌이 자주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죽을 수도 있다고 했나?”

“상대는 특급 수배범이다.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결코 잡을 수 없을거다.”

“특급 수배범…….”

“그래서, 어떻게 할거지?”

그럼에도 나는 헤리오가 토벌을 받아들이길 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까.

결사의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봐야 3개월 전후다.

그 이후에는 계승자가 도시 전역을 감시하에 놓을 방법을 손에 넣게 된다.

더군다나 내 경우에는 이미 결사에 이름이 알려진 신세가 아니던가.

토벌작전 전체가 헤리오의 이름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지금이 그나마의 기회였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헤리오는 이내 손에 쥐어진 커피캔을 어루만지며 답했다.

“암흑상인. 나는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

“하지만 내 안에는 하나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기준을 지키고 싶어하는 편이다.”

“그렇겠지.”

“그러니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배신자에 대한 처분이 끝나고나서 듣도록 하지.”

헤리오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보류의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결국 토벌작전을 수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섬광기사, 헤리오 나이트라인.

그는 고지식하다.

정직하다.

그리고 바보같이 선량하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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