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77화 (77/156)

〈 77화 〉 나이트테일 (4)

* * *

“오랜만에 찾아왔네요.”

블랙마켓.

흔히 범죄자들에게 음지의 크로스 네트워크라 불리는 인재와 장물의 보고.

오랜만에 온 블랙마켓의 무기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면, 경호를 위해 나를 뒤따라오던 시넬이 말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까망이를 떼어놓기 싫어서였을까.

블랙마켓에 찾아온 시넬의 머리 위에는 까망이가 앉아있는 채였다.

“까망이는 떼어놓지 않을 생각인가.”

“블랙마켓에 애완동물은 출입금지인가요.”

“그건 아니겠지.”

“그럼 괜찮을 것 같아요.”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까망이에 대한 일은 시넬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옆에서 보면 제법 잘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목적인건가요?”

“무기를 새로 살 생각이다.”

“무기?”

5서클이 되면서 새롭게 얻은 능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변의 소리를 지워버리는 영역을 형성하는 능력.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마음을 읽는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표면적인 사고만 가능한 수준이다.

타인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거나 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니 그렇게 진화한 마법에 맞추어 유령군단과의 전투계획을 짜볼 생각이었다.

“다가올 싸움에 대비하는거지.”

“그렇군요.”

터벅. 터벅.

블랙마켓을 거닐던 나는 총을 파는 매대 앞에서 멈춰섰다.

권총부터 시작해서 대구경의 저격총까지.

온갖 종류의 총기들이 가게 앞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현대에는 없을만한 구조의 무기까지 존재하고 있을 정도였다.

무기를 발견한 내가 자리에 멈춰서자, 매대를 관리하던 상인이 살가운 모습으로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어떤 물건을 찾으십니까?”

“일단은 둘러볼 생각이다. 아직 도움은 필요 없을 것 같군.”

“아, 알겠습니다. 저희는 레서트제 물건부터 시작해서 저렴한 물건까지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아무쪼록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주시길.”

그렇게 말한 상인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역시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레서트 인더스트리는 신뢰의 보증수표인 모양이다.

저마다 자신들에게 레서트의 물건이 있다고 홍보하는걸 보아하니 말이다.

자리로 돌아간 상인을 지나친 나는 전시되어있는 무기들을 천천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깔끔해보이는 물건들은 대부분 레서트제 무기였다.

물론 상인이 말했던 것처럼 8구역 출신의 싸구려 무기들도 여럿 섞여있었다.

“이거 괜찮아 보이는군.”

근처에 놓여있던 대물 저격총 하나를 집어들었다.

두손으로 총기를 받쳐들자 묵직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가지고 있는 권총과는 무게부터가 다르다.

하지만 제법 무게가 나가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었다.

자화자찬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이 몸뚱아리의 근력 자체는 상당한 편이다.

원래 몸이라면 불가능했던 일도 어느정도는 가능했다.

“저격총을 사용하실 생각인가요?”

“자주는 아니겠지만, 대규모 작전이라면 아마도 그렇겠지.”

“무거워보이는데 잘 들고계시네요.”

그건 나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내킨다면 한손으로 들고 휘두르는 것도 가능해보인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엑스트라에게 이런 몸이 만들어져 있는 것인가.

작품속에서 빠르게 퇴장하는 모습만 보아왔던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사실이야 결국은 똑같겠지만 말이다.

“그걸 구매하실 생각이십니까?”

저격총을 자세하게 살펴보고있자, 내가 구매할거라 생각한 모양인지 상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마침 부르려고 했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나는 들고 있던 총을 상인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괜찮은 물건인가?”

“아무렴요. 어지간해선 이만한 물건이 없죠.”

“스칼렛 앤 볼즈? 처음 보는 회사군.”

“이쪽에서만 알아주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물건이 잘 안들어오지만, 성능 하나는 레서트와 비견되니까요.”

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이다.

그래봐야 내가 아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냐만.

적어도 내가 살펴보기에 크게 문제는 없어보였다.

아마 구매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 “오죽하면 어둠의 레서트라 불리겠어.”

상인도 딱히 속이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가격도 블랙마켓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바가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품에 들어있던 크레딧을 꺼내 상인에게 건넸다.

제법 금액대가 있는 물건이 팔려서일까.

상인은 기분 좋은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고서는, 구석에서 총기 케이스를 꺼내어왔다.

케이스를 내밀며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덤이었다.

“혹시 다른쪽 가게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이 블랙마켓의 인맥은 꽉 잡고있으니 말입니다.”

“그거 제법 관심이 가는군. 마침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필요하신겁니까?”

“부지나 건물쪽에도 인맥이 있나? 이름없이 조용히 임대할 수 있는 곳 말이야.”

마침 무기 이외에도 관심가는 곳이 있었다.

블랙마켓의 상인이 직접 아는 곳을 소개시켜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괜찮은 곳인지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보면 견적이 나올 일이다.

당연하지만 상인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긍정이었다.

* * * * * *

헤리오 나이트라인.

그는 나이트테일 기사단의 간부들 중 하나면서, 섬광기사라 칭해지는 인물이었다.

또한 기사단을 표방하는 나이트테일 내부에서도 가장 기사답기로 소문난 인물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옛날 이야기의 기사를 동경해왔기 때문일까.

유년기의 꿈에 이름만이라도 가까워진 지금에 와서도, 헤리오는 진정한 의미의 기사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약자를 보호하고 악에 맞서싸운다.

적을 앞에 두고 물러서지 않는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서약을 이행한다.

그것이 헤리오를 움직이게 만드는 단순한 규율들이었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헤리오의 규율을 거스르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잦은 전투. 빈번한 부상자. 그리고 미심쩍은 의료사고.

전투를 자주 치르는 나이트테일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의료진을 두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이트테일에서 선발하는 의료진은 하나같이 실력이 검증된 엘리트들이었다.

헤리오 역시 계기만 없었다면 계속해서 그들의 실력을 믿었을 것이다.

나이트테일의 의료체계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스스로 기사를 자칭하는 자가 그런 짓을 하다니.”

갑작스럽게 빈혈을 호소하는 단원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장례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죽은 단원의 몸에서 혈액이 대부분 사라졌다.

처음에야 미심쩍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수상한 부분이 더욱 늘어났다.

그렇기에 직접 시간을 내어 암흑상인이라 불리는 정보상인을 찾아갔다.

암흑상인, 퍼시발 스미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수상한 인물이었다.

애시당초 헤리오 자신이 돈을 주고 정보를 사들이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에도 레서트 습격사건에서 보았던 그의 행적을 생각하면, 혹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상상 이상이었다.

단서같은게 아니라 연관된 인물을 전부 알려주었다.

이쯤되면 암흑상인 본인이 사건에 연관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헤리오님?”

“용건이 있다. 문을 열어라.”

“아, 알겠습니다.”

범인들을 알아낸 헤리오가 곧장 그들을 향해 직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악을 징벌한다.

이 단순한 일을 실행하기 위함이었다.

헤리오를 알아본 단원은 곧장 문을 열어주었다.

지이이잉.

강철로 이루어진 자동문이 열리며 의무동의 풍경이 드러났다.

헤리오는 일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의사들이 모여있는 휴게실 안으로 성큼 걸어들어갔다.

“헤리오님. 어디 불편하신겁니까?”

휴게실에 있던 의사들 중 하나가 헤리오를 알아보고 그에게 다가왔다.

의사는 헤리오가 자주 찾는 주치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헤리오는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향해 손을 내젓고는, 이내 휴게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테이블이 놓여있는 휴게실의 한구석.

가운을 입은 채 안경을 쓰고 있는 청년 하나가 헤리오의 눈에 보였다.

“레이거 블랙. 그런 이름의 의사가 여기에 있나?”

헤리오의 부름에 커피를 마시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려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는 들고 있던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되물었다.

“제가 레이거입니다. 왜 찾으시는지…….”

“너만 남고 다 나가도록.”

“예?”

“5초 주겠다.”

말을 마친 헤리오가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전자식 갑주.

레서트 인더스트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헤리오의 맞춤형 무기였다.

굉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한 가방의 모습에, 헤리오의 앞에 서있던 주치의가 입을 열었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

“나가라고.”

“아, 알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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