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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89화 (89/156)

〈 89화 〉 무엇을 위해 강해졌는가 (3)

* * *

“준비는 다 됐나?”

16구역으로 향하는 차량의 안.

운전대를 붙잡고 있는 헤리오가 나에게 물었다.

하루동안 작전을 세우고 출발하는 일행의 차량을 헤리오가 운전하는 중이었다.

이유야 단순했다.

헤리오를 제외하고는 이 자리의 누구도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운전은 자연스럽게 헤리오가 맡게 되었다.

“물론. 당연한 말씀을.”

“그 선글라스. 제법 잘 어울리는군.”

“일단은 변장목적이지만, 칭찬은 고맙게 받지.”

나는 그런 헤리오의 옆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선글라스는 간단한 변장도구로 채택한 물건이었다.

유령군단과 마탑에 동행했던 당시, 나는 얼굴을 공개하는 대신에 방독면을 쓰고 그 자리에 참석했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는 정도만 하더라도 대부분은 한눈에 정체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완벽한 변장을 기대하고 착용한 물건이 아니다.

잠시 기억에서 떠올리지 못할 수준으로도 충분했다.

연구소의 심부까지만 침입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필요없는 물건이었다.

“옆에 들고 있는 가방은 뭐지?”

내 오른쪽에는 커다란 가방이 놓여있었다.

헤리오는 가방을 힐끔 보고서는 그 용도를 물었다.

수직으로 긴 가방은 보통의 악기 케이스보다도 조금 더 길이가 긴 모습이었다.

“총이다.”

“총? 크기가 너무 커보이는군.”

“유령군단을 죽이기 위한 물건이니까.”

가방에 든 물건은 블랙마켓에서 구매한 저격총이었다.

헤리오가 가지고 있는 갑옷으로도 사람을 죽일만한 살상력은 충분히 나온다.

하지만 유령군단은 다른 수배범들과는 다르게 단수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입으로 군단을 자칭하는 이들이다.

군단이라 부를 수 있는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 숫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유령군단의 핵심이 되는 것은 ‘인비지블’을 사용하는 대마법사 한 명.

이 저격총은 그를 죽이기 위해 준비한 물건이었다.

무수한 숫자의 병사들을 정면에서 돌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패막이가 되는 망자들과 인간들을 뚫기 위해서는 원거리에서의 저격이 필수였다.

“유령군단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 마법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거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저격총을 준비한거지?”

헤리오의 말대로 유령군단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적어도 인비지블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동안은 그랬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 직접 유령군단의 저격에 나서려는 것이었다.

마법사를 잡지 않으면 이번 작전 전부가 의미를 잃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방향은 어느정도 때려맞출 수 있다.”

“방향은 맞출 수 있다? 설마…….”

“그래. ‘스펠 오버로드’를 사용하면 마법이 풀릴테니, 그 틈을 노려 때려박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스펠 오버로드.

대마법사들만이 사용가능한 마도의 극치.

스펠 오버로드를 사용한 마법은 기존의 마법보다 진일보한 기능을 보이게 된다.

다만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기존의 마력흐름을 반드시 한차례 끊어야만 했다.

단발형으로 사용이 가능한 마법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령군단처럼 장시간 유지해야하는 마법에는 잠시나마 빈틈을 유발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유령군단이 스펠 오버로드를 사용할거라 보고 있나?”

“당연히 끌어내야지. 자신이 없는건가?”

“그럴리가.”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겠군.”

그런 빈틈을 감안하고서라도 위력만큼은 확실하다.

상대가 유령군단이라고 하더라도 위기가 찾아온다면 반드시 사용할 것이다.

스펠 오버로드는 그만큼 강력한 기술이었다.

그리고 전투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스펠 오버로드를 사용하는 순간, 내 총알이 녀석의 머리를 꿰뚫을 것이다.

텔레파시로 표층심리를 읽는다. 방향을 유추해낸다.

마법이 풀리면 총알을 갖다박는다.

3단계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계획이었다.

“……너만 믿도록 하지.”

“완벽한 계획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완벽이라. 자신만만하군.”

“성공이 아니면 죽음뿐이니까.”

헤리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서, 나는 창밖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16구역은 다른 구역들과는 조금 대비되는 공간이다.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이나 빌딩의 숲이 늘어선 곳들과는 다르게, 16구역은 간간히 풍성한 밀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황금빛의 밀밭.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이곳도 도시의 일부이기에 빌딩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장엄하게 늘어선 황금빛의 향연은 도시의 다른 공간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16구역은 처음 와보는군.”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본 헤리오가 입을 열었다.

그럴만도 했다.

8구역마냥 치안이 완전히 무너진 곳은 아니라지만, 16구역은 도시에서도 못사는 편에 속하는 구역이었다.

나이트테일 기사단의 호위를 받을만한 회원이 거주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평화롭지 않나? 굳이 호위가 필요없겠지.”

“평화롭다라.”

“동의하기 힘든 모양이야?”

“이런 곳에도 유령군단같은 녀석들이 있지 않나.”

유령군단이라고 해서 이곳에서까지 난리를 치지는 않는다.

근거지에서 평판을 잃어봤자 하나도 좋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사령관은 마을의 관리만큼은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편이었다.

가끔씩 마을의 마법사들을 잡아다 생체실험을 자행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뭐, 따지고 보면 다 한통속이니까 말이다.”

“한통속이라고?”

“그래. 자의든 타의든 어느정도는 협력하고 있는 녀석들이지.”

헤리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다.

헤리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수긍했다.

“악의 소굴같은 곳이군.”

“재미있는 표현이군. 그럼 이쯤에서 내리지.”

끼이이익.

밀밭을 가르며 달려가던 차량이 빠르게 멈춰섰다.

슬슬 유령군단의 연구소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연구소 내부까지 차를 타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쯤에서 내려서 걸어갈 필요가 있었다.

차가 멈추자 나는 가장 먼저 차에서 내렸다.

검성과 시넬, 그리고 헤리오가 순차적으로 밖으로 나왔다.

검성의 경우에는 평소와 그대로였지만, 시넬은 고글을 벗고 후드를 뒤집어 쓴 채였다.

“도착했는데 어떻게 할 셈이지?”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받아야겠지.”

“다들 한통속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적마저도 이용하는게 일류의 자세다.”

마침 근처에 밀밭을 지나가는 청년 하나가 보였다.

잘만하면 이곳에 대한 정보를 저 청년에게서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를 지나쳐가는 청년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거기. 잠깐 질문 좀 하지.”

“……외지인입니까?”

“16구역에는 처음 와서 말이야. 여러가지 좀 물어보고 싶은데.”

이런 곳에 사는 청년이 외지인에게 우호적일 리가 없다.

보통이라면 수상하게 여겨도 무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청년을 부르는 내 손에는 지폐뭉치가 쥐어진 채였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부릴 수 있는 현금의 마법이었다.

청년은 지폐뭉치를 보며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이쪽으로 다가오며 나에게 물었다.

“어떤게 궁금하십니까.”

“잠깐 이쪽으로.”

“아, 네.”

청년은 내 손짓을 따라 차가 세워진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각을 노리는 모양새였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청년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청년의 모습이 주변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

그를 차에 억누른 채로 입에 권총을 쳐박았다.

“우리가 궁금한게 제법 많거든.”

“읍, 읍읍…….”

“그러니까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군.”

입천장에 총구가 닿은 청년이 눈을 크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청년의 눈동자는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입을 틀어막은 권총 때문인지 뭉개진 신음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청년의 입을 권총으로 한차례 휘저었다.

툭. 권총에 걸린 청년의 이빨 하나가 부러졌다.

“읍! 읍읍, 으으읍…….”

이빨이 빠진 청년은 더욱 크게 몸부림치며 신음을 흘렸다.

다만 틀어박힌 총구를 의식했기 때문일까.

위협당하는 청년이 손을 움직여 나를 밀쳐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계속 소리를 냈다가는 주변에 들킬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나는 총구를 살짝 뒤로 거두면서 청년에게 경고했다.

“소리가 너무 시끄럽군. 고개만 움직이도록.”

끄덕. 끄덕.

내 말을 들은 청년이 고개를 움직여 수긍했다.

이제서야 대화를 위한 준비가 모두 갖추어진 것 같다.

지금까지의 행동은 모두 전초작업에 불과했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청년을 마주한 나는 그제서야 청년에게 우리의 용건을 말했다.

“최근에 사람을 하나 본적이 있나? 곱상하게 생긴 아가씨다. 이런곳에서 자주 보일만한 얼굴은 아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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