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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99화 (99/156)

〈 99화 〉 Dear My Hero (4)

* * *

애써 내뱉은 그녀를 향한 고백.

그럼에도 나를 향해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귓가에서 느껴지는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묵직하고 고요하다.

이상하게 변해버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애써 입을 열어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시넬……?”

앞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 불안함의 원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리에 멈춰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시넬. 대답해라.”

“…….”

“시넬! 시넬 클로버블룸!”

아무리 불러도 시넬이 반응하지 않는다.

힘이 빠져나간 고개만이 나에게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서로를 묶고 있는 끈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뒤에 묶여있던 시넬을 품에 안아, 그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시넬…….”

숨을 쉬지 않는다. 그리고 눈을 뜨지 않는다.

맥을 짚어봐도 미약하게 뛰던 고동마저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시넬이 죽었다. 항상 내 옆을 따라다니던 그 시넬이, 지금은 침묵한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가슴이 턱 막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가깝게만 느껴졌던 시넬이 처음으로 멀어보이기 시작했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다만 풀어낼 수 없는 응어리가 있어, 그것을 터뜨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

죽은 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계승자에게 찾아가 언데드로 만들어내는 것?

그에게 찾아가 부하로 받아달라고 숙인다면, 사람 하나를 언데드로 만드는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살아난 시넬은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모르겠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다.

멍하니 시넬을 바라보던 내가 비어있는 탄창을 열어 처형집행자를 집어넣는 순간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나요? 죽었으면 그냥 되살리면 될텐데 말이죠.”

“…….”

철컥.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총구가 상대를 향해 겨누어졌다.

그곳에는 깃을 한껏 세우고 있는 코트차림의 남자 하나가 있었다.

총이 겨누어지자 남자는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런 남자의 얼굴은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채였다.

“아, 그 총은 좀 거두어주세요. 아무리 저라도 처형집행자에 맞으면 멀쩡하기는 힘들어서…….”

총에 들어있는 처형집행자까지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결사쪽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는 남자를 향해 겨누고 있는 총구를 유지한 채, 그의 정체를 캐물었다.

“정체를 밝혀라. 너는 누구지?”

“제 이름은 오즈왈드. 가끔씩은 신출귀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는 하죠.”

“오즈왈드…….”

신출귀몰 오즈왈드.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고민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녀석을 쏴죽이는게 맞을 것인가.

나에게 남아있는 탄환은 오직 하나.

계승자에게 받은 처형집행자 뿐이다.

이것을 사용한다면 녀석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지만, 그 뒤의 일도 생각해야만 한다.

“아, 진짜 죽일겁니까? 그거 쏘면 계승자가 다 알아볼텐데요?”

“결사의 간부 하나 잡는 값으로는 싼 편이지.”

“그러지 말고 좀 봐주시죠. 아니, 저도 수상한 짓을 하려고 온게 아니거든요?”

오즈왈드는 양손을 들어올린 채로 자신의 위험성을 극구 부인해왔다.

텔레파시를 통해 녀석의 생각과 감정이 전해져왔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나는 오즈왈드를 보며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권총을 다시 품속으로 되돌렸다.

휴우. 숨을 돌린 오즈왈드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즈왈드의 말이 신경쓰인 이상, 조금은 이야기를 들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이야기는 들어보도록 하지.”

“저의 진심을 알아봤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핵심만 말해라. 그래서, 되살리면 된다는게 대체 무슨 뜻이지?”

“당신에게는 마법 하나가 더 남아있지 않아요? 그걸 쓰면 되죠!”

핵심만 말하라고 했더니 결론만 꺼내버리는 오즈왈드였다.

내가 말하라고 했다지만 너무 핵심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렇게까지 중간이 없어서야,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이야기가 너무 지나치게 비약되어있군. 조금 더 풀어서 말해봐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오즈왈드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아무리 나라도 모르는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오즈왈드는 그런 나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즈왈드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던 말이었으니까.

“죽음의 지배자가 물러날 것이다. 그리고 생명의 지배자가 대신할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지성의 입에서 나왔던 예언이었다.

해당 예언은 결사가 마탑을 습격했던 날 흘러나온 것이었다.

위대한 지성의 예언을 들은 것은 자신과 스피넬 뿐.

마주친 기억은 없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현장에 숨어있던 모양이었다.

유령군단이 같이 동원되었으니, 숨는다면 유령군단쪽에 숨어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자리에 있었나? 유령군단에 숨어있던 모양이군.”

“들켜버렸군요. 아무튼, 그 노인네는 예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요. 입에서 나오는게 죄다 쉽게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위대한 지성은 도시에서 예언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녀 역시 자신의 예언을 과신했던 나머지 폭주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예언은 예언이고, 지금 이 자리의 나는 단지 5서클의 마법사일 뿐이었다.

예언을 듣는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거지?”

“당신이 예언에 나오는 생명의 지배자잖아요?”

“내가… 예언의 인물이라고?”

“그런셈이죠, 뭐. 설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

이중회로.

위대한 지성은 나에게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단지 가능성일 뿐이다.

실제로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의 뒷부분을 결사의 간부에게서 듣게 될 줄이야.

나에게 그런 운명이 남아있다고 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반응을 본 오즈왈드는 얄미운 표정으로 한마디 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군요. 뭐, 그럴수도 있어요.”

“그거야 그렇다고 치고, 나를 왜 도우려는거지?”

“사람은 줄을 잘 서야죠.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썩은 줄은 좀 잘 보는 사람이라서.”

결론만 말하자면 오즈왈드는 계승자보다 내가 낫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였다.

배팅을 하려면 배당이 높을 때 하는 편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겠는가.

그의 말대로 내가 거창한 예언의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선택 자체는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꺼낸 말의 진위여부였다.

“생명의 지배자에게 줄을 서겠다?”

“그런셈이죠. 그리고 당신에게 도움을 주다보면, 스크롤을 몇개쯤은 받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이것 역시 거짓은 아니었다.

오즈왈드의 성격마저 그런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결사에 소속된 대부분의 인물이 그렇듯이, 오즈왈드도 자신의 즐거움과 이익을 쫓아 결사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생명의 지배자라. 그런 이름이 붙여질만한 수준의 마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그 마법이 맞다고 한다면, 오즈왈드가 스크롤을 탐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확신을 하고 있는 근거라도 있는 모양이군.”

“그런 부류의 스크롤이 있거든요.”

“상대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인가?”

“그런 셈이죠? 그래서 이제 도움이 됐습니까?”

“그래. 퍽 도움이 됐군.”

오즈왈드와의 대화는 충분한 실마리가 되었다.

해답은 처음부터 자신의 안에 있었다.

생명의 지배자라. 예언속에서 그런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은 그 대단한 자신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되살리시죠!”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넬에게 손을 뻗었다.

내 품에 안겨있는 시넬은 잠을 자는 것처럼 곤히 눈을 감고 있었다.

짧은 이별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이 자리로 되돌아올 시간이었다.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이미 끊어져버린 생명의 가닥을 자신의 손으로 이어붙이는 것이다.

“.”

나는 스스로가 계승자처럼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텔레파시 하나에 의존해 여기까지 찾아온 나약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 증거로 항상 가까이있는 누군가에게 지켜져왔다.

그런 나라도 이 앞에 위대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눈앞의 시넬을 되살리기 위해 그 운명에 걸맞는 마법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생명의 지배자가 되어주겠다.

“[리저렉션].”

위대한 부활의 마법이 자신의 손에서 뻗어나갔다.

마력광이 번뜩이며 주변에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몸에 들어차있던 마력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마력은 자그마한 빛무리를 이루더니, 이내 시넬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시넬을 감싼 빛무리가 서서히 그녀를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핏기가 빠져나간 얼굴에 생기가 되돌아온다.

숨이 멈춰버렸던 입가에 가느다란 숨결이 되살아난다.

“돌아와라, 시넬.”

마법사의 사명은 그 인생을 이끌어가는 이정표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이던가.

세계를 뒤흔들어라.

그 시작은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이루어진다.

죽은 자의 완전한 부활.

위대한 지성도, 계승자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도시의 누구도 불가능한 일을, 자신의 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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