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00화 (100/156)

〈 100화 〉 Dear My Hero (5)

* * *

가장 위대한 마법은 처음부터 자신 안에 숨어있었다.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였던 순간부터.

이 마법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던 것이다.

나약한 자신의 마법을 한탄하고 아쉬워했다고 한들, 진정으로 우둔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의 안에 숨어있는 거대한 기적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

어째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던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각성의 순간을 자신에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원래의 자신은 마법이 없는 세계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다른 마법을 가지고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안에는 마법이 숨어있었다.

그것을 다른 이에게 확인받고 나서야 알 수 있다니, 여러모로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서 마법인가.”

이유는 모른다. 그 원리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오롯하게 존재하고 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현실이 되고,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지만 법칙이 된다.

그렇기에 기적이고, 또한 그렇기에 마법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손에 가까스로 붙잡은 기적을 놓아버릴 생각이 없었다.

그 자그마한 기적은 커다란 현실이 되어, 이윽고 눈앞의 소녀를 되살려내고 말았으니까.

“으응…….”

깜빡. 눈을 뜬 시넬의 시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저렉션’의 효과로 되살아난 그녀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이다.

초점을 놓친 잿빛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찾듯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이내 나를 비춘 채 움직임을 멈추었다.

살짝 멍한 얼굴을 한 시넬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있네요.”

그것이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온 시넬의 첫마디였다.

살아있다.

상처입은 채로 차갑게 식어가던 시넬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시넬을 되살린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래. 살아났다.”

“이제 아프지 않아요.”

“그렇겠지.”

“이제 앞도 잘 보여요.”

“그거 다행이군.”

단순하면서도 일방적인 대화.

언제나의 시넬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계승자를 찾아갔다면 이런 풍경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을까.

분명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계승자의 마법은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물건이니까 말이다.

“그 마법은! 혹시 마법을 아직 쓸 수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를 지켜보는 손님이 하나 있기 때문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거기에는 오즈왈드가 선물을 기다리는 강아지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구인가요?”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 갑자기 모르는 척 하시면 서운합니다!”

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오즈왈드를 보며 고민했다.

녀석은 ‘마법을 탐지하는 마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마법을 가지고 있는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즈왈드가 그 스크롤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를 향해 그것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텔레파시의 존재 역시 들켰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텔레파시와 리저렉션.

어느 쪽의 마법이라도 정체를 들키면 위험하다.

일단은 확실하게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전에 하나 묻지.”

“물론,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입은 좀 무겁나?”

“아무렴요! 이 신출귀몰 오즈왈드, 아무데서나 입을 여는 사람은 아닙니다!”

말투만 보면 무엇이든 입밖으로 내뱉을 것 같은 가벼움이다.

애초에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시점에서 무거운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텔레파시로 읽어들인 녀석의 마음은, 최소한 거짓말을 하려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즈왈드는 진심으로 계승자를 배신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리저렉션 마법 하나만을 믿고서.

“하나 만들어주지.”

“정말입니까!”

“그래. 대신 조건이 있다.”

한 번 사용한 체감상으로, 리저렉션 마법의 마력 소모는 굉장히 큰 편이었다.

텔레파시의 사용이 적은 날이었다면 세차례까지도 가능하겠다만, 오늘같은 날은 두 번이 한계였다.

유령군단에게 스크롤을 만들어준다면 오늘은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되살릴 수 있는 시간도 죽은 날로부터 5일 이내다.

대단한 마법이기는 하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여분 목숨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조건입니까?”

“오늘 일, 그리고 나에 대한 것. 둘 다 어디에도 발설하지 말도록.”

“그렇게 하죠.”

“하나 더. 방금 사용했던 탐지 마법을 가지고 있는 녀석은 어디 사는 누구지?”

“아, 그건 걱정 안해도 됩니다. 8구역의 알렉스라는 녀석인데, 이미 죽었거든요.”

사실이었다.

내심 걱정하던 문제였지만 다행이었다.

더 이상 내 마법을 탐지당할 가능성이 없다면, 별도의 입막음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정보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이제는 내가 요구할 차례였다.

“그리고 혹시 그 스크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나?”

오즈왈드의 마법이 가진 효과는 간단하다.

타인이 사용하는 마법을 저장해 오즈왈드의 스크롤로 만들어내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스크롤은 1서클의 마법이 되어, 스크롤을 찢는 순간 발동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마법도 1서클밖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마법을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오즈왈드에게 스크롤을 몇 장 받아둔다면 언젠가 도움이 될거라는 계산이었다.

“아, 그건 힘들죠.”

세상이 그리 편리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일까.

오즈왈드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스크롤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런 오즈왈드를 보며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안타깝군. 자네를 여기서 죽여야 한다니.”

“하지만 대신할만한 물건은 있습니다.”

오즈왈드는 품에서 앰플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앰플의 정체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유령군단이 사용하던 약물이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나에게 던졌다.

뜻밖의 소득이었다.

나는 오즈왈드가 던진 앰플을 낚아채고는, 코트의 안쪽에 넣으려다 멈춰섰다.

입고 있는 코트는 진작에 찢어버린지 오래였다.

하는 수 없이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유능한 친구였군.”

“이제 만족하시나요?”

“그래. 마법을 써주지. 가까이 와라.”

“물론 가겠습니다!”

들뜬 얼굴의 오즈왈드가 다가왔다.

여분의 목숨이 주어진다니, 누구라도 들으면 즐거울만한 내용이었다.

특히 오즈왈드처럼 사선을 자주 오가는 부류라면 더더욱 말이다.

“누구한테 쓰면 되지?”

“아, 여기에 사용하시죠. [스크롤 메이커].”

오즈왈드의 손에 반투명한 양피지 하나가 생겨났다.

누가봐도 마법처럼 보이는 양피지였다.

나는 오즈왈드가 만들어낸 양피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헤리오가 잠시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하늘을 스쳐지나가는 헬기의 모습을 보고 그만두었다.

요청해두었던 지원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헤리오를 살려낼 수는 없었다.

이 마법은 모두의 앞에서 보여도 되는 종류가 아니다.

마법의 정체를 알아채는 순간, 계승자만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내 적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헤리오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합당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었다.

정확히는 벨과의 조율이 필요한 내용이었다.

‘[리저렉션].’

소리를 죽여 사용한 마법이 손에서 뻗어나갔다.

선명한 광채가 손끝에 머물더니, 곧장 스크롤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오즈왈드의 스크롤이 빛을 머금으며 반짝였다.

머지않아 선명한 문양이 새겨진 스크롤이 내보이던 빛을 거두어들였다.

스크롤 하나가 완성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게, 이게 그 마법……!”

오즈왈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스크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더니, 조심스럽게 품속에 집어넣었다.

다른 마법들과는 가치가 다른 물건이다.

이런식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해는 간다.

스크롤을 집어넣은 오즈왈드는 아쉬운 기색을 표하며 나에게 말했다.

“몇 개 더 만들어주시면 안되는겁니까?”

“그만한 보상을 받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지.”

“어떤 대가면 됩니까? 돈? 아니면 거슬리는 녀석들을 죽여드릴까요?”

오즈왈드는 진심으로 배신을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결사에 충성심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탓이다.

내키는대로 살아가는 범죄자들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보상이 있는 동안에는 그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에 합당한 일을 해라.”

“지루한게 아니면 얼마든지요! 어떤 일을 하면 되는거죠?”

“적당한 일을 맡겨주지. 너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대부분은 시체들을 정리하는 일이니까.”

“시체들을 정리하는 일… 그런겁니까. 굉장히 무시무시한 일을 하고 계셨군요.”

일의 무게를 깨달은 오즈왈드의 표정이 굳었다.

결사에 몸을 담고 있는 그라면 내가 한 말의 무게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메모지와 펜 하나를 꺼내 주소를 적어내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찢어 오즈왈드에게 건넸다.

“시간을 내서 찾아와라. 약속했던대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지.”

“알겠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죠.”

“이제 갈 생각인가?”

“그래야겠죠. 슬슬 목줄풀린 개들이 포위망을 펼치는 것 같으니까요.”

오즈왈드는 품속에서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안개와도 같은 문양이 그려진 스크롤이었다.

스크롤을 손에 쥐어든 오즈왈드가 나를 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적당한 시기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죠.”

“다음에 올 때는 폴리모프를 풀고 오도록.”

“그거는 좀 어렵겠군요!”

찌익.

들고 있던 스크롤을 오즈왈드가 이빨로 물어뜯었다.

날카롭게 찢겨져나간 스크롤이 선명한 빛을 발했다.

그 직후 오즈왈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재빠른 퇴장이었다.

신출귀몰 오즈왈드.

녀석의 이름이 어째서 붙여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굉장히 시끄러운 사람이었네요.”

“슬슬 돌아가도록 하지.”

“병원에 가는건가요?”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다 나았으니까.”

“사랑의 힘이네요.”

콩. 이상한 소리를 하는 시넬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따지고보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법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일행이 있는 자리를 향해 돌아가기 시작하자, 시넬 역시 자리를 박차고 나를 뒤따라왔다.

방금 전까지 시넬을 업고 있던 등이 가벼웠다.

여러 감정에 짓눌려 무거웠던 마음 역시 홀가분했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장님.”

“그래.”

“마지막 질문에 뭐라고 했었나요.”

나란히 걸어오던 시넬이 나를 향해 물었다.

시넬의 마지막 질문이라.

내 마음을 물어보던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내 대답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죽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가장 궁금해하던 내용이었던 만큼, 그 대답을 다시 찾는 것도 이해는 갔다.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군.”

“대답을 못 들었어요.”

“그런가.”

“그러니 다시 한 번 들려주세요.”

평소같았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어갔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그러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소중한 것은 옆에 존재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법이다.

잃어버린 후에 아무리 대답을 부르짖어본들, 답변을 들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좋아한다.”

“…….”

“들리지 않았나? 더 큰 소리로 해줘야겠군.”

고백을 들은 시넬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러나 그와는 대비되도록 시넬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워하는 시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두근거림이라 부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것이다.

“……인기가 많은 것도 조금은 곤란하네요.”

“퍽 행복한 고민이군.”

시넬 클로버블룸에게 있어서는 후자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