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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05화 (105/156)

〈 105화 〉 마천루의 마법사 (3)

* * *

“오늘도 많이 정리했네.”

8구역의 어느 으슥한 골목길.

오즈왈드의 눈에 비치는 넘버 세븐필립은 자신의 손에 피어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꽃의 마법.

오즈왈드에게 있어서 그것은 사령관을 떠오르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그는 자신의 불꽃을 과신하다 죽었다.

아니, 어쩌면 동료를 과신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되었든 오즈왈드는 시체를 태우고서 만족감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 넘버 세븐을 바라보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선배!”

“막상 해보니까 별거 없지?”

“그럴리가요. 저는 그런 불꽃은 못피우거든요.”

오즈왈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다.

오즈왈드가 가진 스크롤은 1서클 마법밖에 만들어내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화염방사기라도 등에 매지 않는다면 넘버 세븐과 비슷한 수준의 불꽃을 만들어낼 수단이 없었다.

그렇다고 오즈왈드 자신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시체를 태우는 것은 대부분 필립의 몫이었다.

“뭐어… 이런 종류의 마법이 아닐테니까.”

“그런데 선배는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하는겁니까?”

넘버 세븐.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을까.

궁금해진 오즈왈드가 그에게 물어보면, 넘버 세븐이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드리워진 하늘.

무수히 많은 별이 밤하늘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계약을 했으니까.”

“계약입니까?”

“누군가에게 이 힘을 받았어. 세상의 악을 멸하라고.”

“힘을 받았다……? 대단한 일이군요.”

누군가와 계약하고 힘을 받았다.

그 이야기에 오즈왈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평범한 사람에게 마법을 각성시키려는 노력은 수세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사장되기야 했지만, 유령군단의 경우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령군단의 성과조차 고작해야 잠시동안의 마법 발현에 그친 수준이었다.

유령군단과 마탑조차 실패한 연구를 이뤄낸 누군가가 있다?

도시 전체가 뒤집히고도 남을 일이었다.

“선배. 혹시 누구와 계약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글쎄. 그게 누군지는 나도 잘 몰라.”

“설마 그 사람이 넘버 원 아닙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머릿속에서 넘버 원에 대한 정의를 마친 오즈왈드가 감탄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한 조직이었다.

대마법사를 포섭해 부려먹지를 않나.

아무나 데려다가 마법을 각성시켜주질 않나.

계승자의 권위 하나로 유지되는 결사와는 그 근간부터가 다른 수준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역시 집행자들은 대단하군요.”

“뭐… 대마법사도 있으니까. 대마법사라니 나도 깜짝 놀랐네.”

“선배도 놀랐습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뭘 말이야?”

“선배가 언젠가 대마법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대마법사라는 말에 넘버 세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로망을 가지고 있는 단어다.

넘버 세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즈왈드는 넘버 세븐의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다가, 이내 인기척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오즈왈드의 근처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다.

“…….”

방금 불태운 시체는 아니다.

언데드로 살아나는 일이 없도록 이미 넘버 세븐이 소각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누구의 기척인 것일까.

주위를 눈여겨보던 오즈왈드가 손가락으로 넘버 세븐의 옆구리를 찔렀다.

윽. 짧은 신음을 내지른 넘버 세븐이 방독면 너머의 시선을 움직였다.

“무슨 일이야.”

“쉿. 일단 앞으로 걸어갑시다.”

“앞으로 가자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부탁합니다.”

오즈왈드는 넘버 세븐에게 자연스러운 태도를 주문했다.

생각해보면 복장부터가 이미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오즈왈드에게는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나 수상했다.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았어.”

“자, 선배. 다음 구역으로 가시죠.”

“그래야지. 아직 일이 남아있으니까.”

넘버 세븐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즈왈드는 그 뒤를 쫓으면서 부지런히 상대의 이동경로를 훑었다.

상대는 기척을 죽여 움직이고 있었다.

이쪽을 따라오는 모양새를 봐서는 미행이 틀림없었다.

인기척을 줄였다고는 해도 결국 초짜의 움직임에 불과했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오즈왈드의 감각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미행이 있네요.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즈왈드는 앞장서서 걷는 넘버 세븐의 귓가에만 들리도록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넘버 세븐이 당황해 되물었다.

“미행……?”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군요.”

“미행이면 따돌려야하는거 아니야?”

“뭘 걱정합니까? 다 죽이고 가면 그만인데.”

상대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나 혹은 둘.

교전이 벌어지더라도 오즈왈드가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숫자였다.

이마저도 넘버 세븐이 방해가 되는 것을 가정한 계산이었다.

“죽이자고……?”

“죽이는거 싫어합니까?”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희한하군요. 제 주변에는 많던데.”

“…….”

오즈왈드의 말에 넘버 세븐이 입을 다물었다.

순진한 척을 하는 것인가.

혹은 지금까지의 태도만큼이나 순진한 사람인가.

갈피를 잡지 못한 오즈왈드가 그에게 물었다.

“농담입니다. 혹시 선배, 사람 죽여본 적 없습니까?”

“태워본 적은 많지.”

“하하, 재미있는 대답이네요!”

태워본 적은 많다라.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벌써 오즈왈드의 앞에서 태운 숫자만 한트럭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선배.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십쇼.”

“……전투. 알았어.”

“어지간한 일은 제가 도와드릴테니 좀 당당하게 나서도 괜찮습니다!”

“믿음직스러운 후배를 둬서 다행이야.”

“집행자들의 존재는 일단 비밀이잖습니까? 정체를 들킬 것 같으면 입막음은 필요하겠죠.”

뒤를 밟는 시점에서 건실한 의도는 아니었다.

집행자의 본부가 어디인지 찾거나, 혹은 집행자들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오즈왈드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 순진한 선배는 벌써 요람까지 상대를 안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즈왈드는 스스로의 명석함에 연신 감탄하면서, 가지고 있는 스크롤을 계산했다.

공격마법이 여섯. 보조마법이 넷.

그중에서도 인비지블 마법의 스크롤은 두장뿐이었다.

‘이걸 쓰면 최악의 상황에도 빠져나갈 수는 있겠지만…….’

유령군단이 토벌당한 이상, 이제 오즈왈드가 인비지블 마법 스크롤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해당 스크롤은 최대한 아껴두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오즈왈드 일행이 골목길에 접어드는 순간.

오즈왈드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너희구나. 최근에 시체를 태우고 다닌다는 사람들이.”

달빛이 비추는 밤하늘의 아래.

베개에 앉아 허공에 떠올라있는 소녀가 있었다.

흩날리는 잿빛 머리카락은 옆머리를 두갈래로 땋아내린 모습이었다.

그녀의 정체를 깨달은 오즈왈드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천루의 마법사. 도시를 주름잡는 불세출의 천재.

그리고 오만함의 결정체와도 같은 마법사.

오즈왈드의 동료들 중 하나가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스피넬을 마주한 넘버 세븐은 곧장 그녀의 정체를 물었다.

어리숙한 선배의 직설적인 화법에 오즈왈드가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눈앞의 상대는 제멋대로 굴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어지간하면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시체를 태운다는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결국에는 결사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정체? 그런게 중요해?”

스피넬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아직 스피넬의 트레이드 마크인 칼날들은 모습조차도 드러내지 않은 채였다.

그녀가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 것일까.

넘버 세븐은 당당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중요하지. 그래야 내가 너를 살려둘지 결정할 수 있을테니까.”

“흐음……. 자신이 있나보네?”

아. 오즈왈드는 입밖으로 나오지 못한 탄식을 집어삼켰다.

분명 조금 더 당당하게 나서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오즈왈드 본인의 입으로 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대마법사를 상대로 저렇게 대책없이 나서는 것도 좀 아니지 않은가.

당황한 오즈왈드의 뒷목이 당기는 기분이었다.

“자신감이 뭐가 중요하지?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뿐인데.”

“좋은 태도네. 그래.”

“그래서 네 정체가 뭐지?”

“나는 스피넬 클로버블룸. 그러는 당신은 누구야?”

오즈왈드는 넘버 세븐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상대방의 귓가에 숨결이 닿을 거리.

넘버 세븐에게만 조용히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오즈왈드는 은밀하게 귓속말을 전했다.

“……선배. 저 여자 대마법사인데요.”

“대… 마법사?”

대마법사라는 말을 들은 넘버 세븐이 큰소리로 경악했다.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전해진 것일까.

스피넬은 고개를 끄덕이며 넘버 세븐을 내려다보았다.

“대마법사였구나? 그렇다면 자신이 있을만 하지.”

“어…….”

“6서클끼리 싸우는 건 오랜만이네.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채앵.

청명한 쇳소리와 함께 주머니에서 은색의 칼날들이 빠져나왔다.

달빛을 머금은 칼날들은 궤도를 그리며 스피넬의 주위를 맴돌았다.

허공에 부유하는 무수한 숫자의 칼날.

그것을 본 넘버 세븐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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