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08화 (108/156)

〈 108화 〉 마천루의 마법사 (6)

* * *

“조용하군.”

어느새 한적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사무실.

나는 그런 사무실에 홀로 남아서 뉴스나 들여다보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소란스럽던 시넬과 검성은 스피넬을 따라 수영복을 사러 나간지 오래였다.

바다에 간다면 수영복이 필요하다는 모양이다.

뭐, 결국은 그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라는게 그렇게까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갈 기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냐아.”

“그래, 너도 있었네.”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면, 나와 함께 남겨진 까망이가 책상위에 올라와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까망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지난 전투에서 우리는 유령군단을 토벌했다.

결사의 간부들 중 하나인 유령군단의 토벌은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유령군단은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다.

그리고 결사의 간부들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이들이기도 했다.

그들을 별다른 손해없이 조기에 토벌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이야기에 있어 상당한 이득을 가져올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긍정적인 영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셔 헤이즈가 6서클에 도달하는 계기가 사라져버린 만큼, 이후의 사건에도 무엇인가 변화가 생길 것이다.

“…….”

하지만 집행자들을 움직여 그에게 조력한다면, 어느정도의 문제쯤이야 상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결사의 눈에 잡히지 않고, 어셔 헤이즈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집행자들은 그것을 위해서 선별된 인원이었다.

앞으로의 일을 수월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결사의 전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작게는 시체를 태우는 것부터, 크게는 결사의 간부들을 토벌하는 것까지.

전부 최후의 결전을 위한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치안대가 대놓고 방치하고 있던 특급 수배범들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암흑상인의 이름으로 대놓고 활동할 수 없게 된 이상, 집행자의 존재는 앞으로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 “최근들어 ‘메이지 가드’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 “‘메이지 가드’는 제국의 마법사 탄압에 반발해 만들어진…….”

조용히 상념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TV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단어 하나가 귓가에 들려온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뉴스에서는 남자 앵커가 메이지 가드에 대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메이지 가드. 그들은 전쟁도시의 중간에 등장하는 범죄단체 중 하나다.

급진주의 경향의 마법사들이 모인 단체로, 표면상으로는 제국의 마법사 탄압으로부터 인스턴트 메이지들을 보호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마법사 우위의 세계를 실천하려는 테러단체에 불과한 곳이었다.

“……슬슬 때가 되기는 했지.”

메이지 가드 자체는 전쟁도시의 스토리라인에 있어서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거기다가 제국 근위대가 녀석들을 쫓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녀석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메이지 가드의 리더였다.

검은 안개, 패러노트 리버.

도시의 주민들에게 ‘검은 안개’라고 불리는 그는 도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정신나간 인물이었다.

일단은 가지고 있는 마법부터가 대량학살에 특화되어있는 부류였다.

학살이 가능한 5서클의 마법을 가지고 마법사 우위의 세계를 주장하며 테러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메이지 가드 내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 “또한 당국은 ‘메이지 가드’의 수괴로 추정되는 패러노트에게 현상금을 추가로…….”

‘검은 안개’가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해당 구역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검은 안개는 그 파급력만큼이나 행적이 불분명한 인물이었다.

에피소드의 후일담에 나오는 사건수첩에도 검은 안개의 정보만큼은 명확하게 적혀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전에 준비를 끝마치지 않는다면 맞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대였다.

가능하면 그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움직이는게 최선이었다.

“저 녀석을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 까망아.”

“냐아.”

“총으로 쏴버리라고? 그거 좋은 생각이군.”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까망이를 쓰다듬고 있자니, 문득 어셔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검은 안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전해놓는 것이 좋을 것인가.

그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야기에 간섭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움직인다면, 검은 안개는 변화된 상황에 맞춰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조연에게는 어디까지나 조연의 역할이 있다.

그래도 이제는 엑스트라의 위치에서 제법 많이 벗어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좋지 않은 버릇이었다.

* * * * * *

도시 최고의 민간군사기업으로 꼽히는 곳을 물어보자면, 누구나 세컨더리 비트를 이야기 할 것이다.

물론 얼마전까지는 이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충분히 존재했다.

나이트테일 기사단. 도시의 누구나가 아는 그들의 경쟁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마탑에서의 일로 한차례 체면을 구긴 세컨더리 비트의 위상은 바닥까지 추락한 채였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예전의 일에 불과했다.

그들의 경쟁자였던 나이트테일 기사단이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세컨더리 비트가 명실공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세컨더리 비트의 제1팀장, 데런 벨츠는 그런 소식이 적힌 오늘의 신문을 보며 입술을 곱씹었다.

나이트테일 기사단 내부의 문제로 세컨더리 비트가 최고에 꼽혔다.

이런 상황을 진심으로 기뻐해야하는지에 대해 그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도저히 못봐주겠네.”

신문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은 데런은 그대로 의자에 드러누웠다.

끼익. 기울어진 의자의 등받이가 데런의 몸을 받쳐주었다.

세컨더리 비트의 이미지가 바닥에 틀어박힌지 어느덧 한달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의 작전들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며 혁혁한 전공들을 올린 용병들이지만, 그런다고 실추된 그들의 이미지가 되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결사. 그것이 데런과 1팀에게 굴욕감을 안겨준 범죄단체의 이름이었다.

그들을 데런 자신의 손으로 베어죽이지 않는 한, 세컨더리 비트의 오명이 벗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그 방독면 차림의 남자는 반드시 데런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다.

“팀장님. 저희가 이제 도시에서 알아주는 업계 최고 아닙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십쇼.”

데런의 옆에 있던 그의 오랜 부하, 마이클은 그런 데런을 보며 나름대로의 위로를 건네어왔다.

세컨더리 비트의 사장은 어디까지나 데런의 형인 잭 벨츠였지만, 부하들은 그 이상으로 데런을 믿고 따르는 편이었다.

세컨더리 비트에 오랫동안 있던 마이클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신문을 덮은 채로 눈을 감고 있던 데런은 용병 특유의 거친 말투로 일갈했다.

“닥쳐. 짜증나니까.”

“혹시 섬광기사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마이클.”

“옙. 닥치겠습니다.”

데런의 낮은 목소리에 마이클은 금방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속에서 데런은 또 한차례 찝찝해진 기분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마이클의 말처럼 섬광기사의 영향도 아예 없는 편은 아니었다.

자신과 정반대의 인물인데다가 동종업계의 라이벌이라고는 해도, 데런은 섬광기사를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맞았다.

세상에는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남자다운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미련하고, 때로는 답답해도, 자신만의 목표를 관철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런이 보기에 섬광기사는 존중을 받아야 마땅한 인물이었다.

그만한 사람이 그런식으로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이, 데런으로서는 달갑지만은 못한 상황이었다.

“너무 일찍 죽었어. 안타까운 일이야.”

“아직 누가 더 강한지 제대로 결판조차 짓지 못했는데 말이죠.”

“그거야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

“물론 저도 팀장님이 이길거라 생각합니다.”

퍽이나 그러겠어.

데런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신문을 내려 인기척이 느껴지는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똑. 똑. 똑.

문 너머에서 간단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데런의 사무실에 찾아온 것이다.

굳이 노크를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그의 형인 잭 벨츠는 아니었다.

“들어와도 좋아.”

끼익. 문이 열리며 어수룩한 모습의 남자 하나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일찍이 데런이 명령을 내렸던 부하였다.

마이클을 통해 일을 맡긴지 제법 시간이 지났던 것 같은데, 이제서야 데런을 찾아온 부하였다.

“무슨 일이야?”

혹시나 예상밖의 수확이 있던 것은 아닐까.

데런은 남자를 보며 물었다.

남자는 데런과 마이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한차례 숨을 가다듬었다.

그 직후, 남자가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마탑에서 팀장님이 마주했다던 그 여자. 드디어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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