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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11화 (111/156)

〈 111화 〉 여름같은 봄(3)

* * *

“퍼시발, 여기! 이거 봐봐!”

불이 피워져있는 바베큐용 불판의 앞.

잘 끼워진 꼬치를 불판위에 올리고 있으면, 해변에 서있던 검성이 게 한마리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같은 수영복 차림이라고 해도, 그녀가 시넬처럼 비키니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검성은 검은색의 래시가드와, 그 아래에 짧은 돌핀팬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검성답다고 할 수 있는 차림이었다.

그런 검성의 뒤에는 튜브를 낀 시넬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스노클을 머리 위에 걸친 시넬은 멍한 눈동자로 검성이 붙잡은 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를 잡았군.”

“이거 구우면 먹을 수 있어?”

“아마 못먹을거다.”

나는 자랑하듯이 게를 흔들고 있는 검성에게 냉정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저런 게를 잡아먹어본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는 편이다.

하지만 검성의 손에 잡힌 게는 너무나도 크기가 작은 모습이었다.

불판에 굽더라도 먹을만한 양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칫. 실망한 검성이 짧게 혀를 차고 게를 집어던졌다.

검성의 전력투구에 날아간 게는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며 가라앉았다.

“아쉽게 됐네.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게를 집어던진 검성은 손을 털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다 위에 떠있던 시넬의 눈동자가 사라진 게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과연 바다에 빠진 게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검성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양부터가 적어서 누구 입에 들어갈지 모르겠군.”

“내 입에 들어가면 되는데?”

“…….”

아무렴, 당연히 주운 사람 입에 먼저 넣어드려야 할 것이다.

괜한 고민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진 것을 느끼면서, 굽고 있던 꼬치를 하나씩 뒤집었다.

화르륵.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이 연기를 내뿜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피넬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꼬치는 아직 멀었어?”

스피넬은 화로의 옆에 설치되어있는 선베드에 자리를 잡은 채로 누워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선베드가 자연스럽게 스피넬의 차지가 된 것이다.

그 옆에는 커다란 크기의 파라솔이 비스듬히 세워져, 스피넬을 향한 햇빛을 막아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물놀이보다는 꼬치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금방 다 익을거다.”

“그래? 냄새만 맡아서는 맛있을 것 같은데.”

“어려운 음식은 아니니까. 어지간해서 맛없는 일은 드물겠지.”

꼬치를 만드는데 별게 있던가.

간을 적당히 잘 맞추고, 굽는데 조금 신경을 쓰면 끝나는 요리다.

물론 꼬치를 꽂아넣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번거로운 과정을 이미 전부 끝마친 이상, 남은 것은 맛있게 구워내는 것 뿐이었다.

“장담은 못하는 모양이야?”

“그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조금…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겠지.”

“요리는 많이 해봤어?”

“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군.”

근래에는 항상 밖에서 사먹기만 했다.

특히 시넬과 같이 생활하게 된 이후부터는, 안에서 먹더라도 배달음식을 주문한게 대부분이었다.

라면도 요리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나마 내세울게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돈이 제법 들어오기 시작하다보니, 요리를 하는 일도 귀찮아지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시넬이 나에게 요리를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안해봤구나.”

“너는 어떻지? 많이 해보는 편인가?”

“가끔씩은 혼자 만들어먹기도 해.”

“그런가. 마침 다 익었군. 하나 먹어보도록.”

스피넬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적당히 익은 꼬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꼬치 하나를 집어들어 선베드에 있는 스피넬에게 가져다주었다.

꼬치가 얹어져 있는 접시를 받아든 스피넬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법으로 가져와도 되는데, 제법 센스가 있는걸.”

“그런 방법으로 가져갔다간 쏟을 가능성도 있을텐데.”

“나를 뭘로 보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실수는 안해.”

그렇게 말한 스피넬이 꼬치를 몇차례 불고서는 한입 베어물었다.

자그마한 입안으로 고기와 야채가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입에 들어간 음식물이 뜨거웠던 모양일까.

만족스러운 얼굴로 꼬치를 베어물었던 스피넬의 태도는 수초만에 뒤바뀌었다.

스피넬은 다급한 얼굴로 입술을 여러차례 오물거리더니, 이내 숨을 몰아쉬며 혀를 부채질했다.

“흐읏, 뜨거워…….”

“천천히 먹었어야지. 많이 뜨겁나?”

“으으… 너무 급하게 집어넣었어. 조금 더 식히고 먹을걸.”

“방금 가져온거니까, 뜨거운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인상을 찌푸린 스피넬이 옆에 있던 음료를 들어올렸다.

칵테일맛 음료를 그녀가 직접 가져온 유리잔에 담아두었던 물건이었다.

벌컥, 벌컥. 스피넬이 재빠르게 음료를 들이마셨다.

유리잔에 있던 음료는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스피넬은 그제서야 통증이 가라앉은 모양인지, 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끔찍한 경험이었어.”

“맛은 마음에 드나?”

“식혀서 먹으면 괜찮은 것 같아.”

“만족한 것 같으니 다행이군.”

다행히 간을 맞추는데 실패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가장 먼저 꼬치를 받아먹은 스피넬이 꺼낸 말이니, 검성이나 시넬도 만족할 것 같았다.

그렇게 들고 있던 꼬치를 한입 더 먹어치운 스피넬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말야, 시넬이랑은 무슨 관계야?”

질문을 들은 직후 고개를 돌려 시넬을 바라보았다.

검성과 시넬이 있는 위치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면 저쪽에서는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처럼 질문해오는 스피넬의 모습에, 나는 그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지?”

“나도 완전히 신경을 끊은 건 아니니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시넬이 어디에 산다는 정보를 받아본 기억은 없어.”

“사무실에서 지내고 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당연히 중요하지. 내 동생이랑 만나려면 내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

뭔가했더니 시넬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자면, 찔리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동생에 대해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을 들먹인다면 나로서도 할말이 없어지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설득을 시도한다면 어느정도는 잘 넘어갈 자신이 있기도 했다.

스피넬과의 관계 역시 일단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지 않던가.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무난하게 대화의 주제를 바꿔보려는 생각이었다.

“그거야 가족…….”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기로 약속했는걸.”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신감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스피넬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예상보다도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것이다.

* * * * * *

8구역에 위치한 폐공장의 지붕.

그곳에서 방독면을 쓴 남자 하나가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패러노트 리버.

메이지 가드와 8구역 전체에 더불어, 이 도시 안에서 ‘검은 안개’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패러노트는 방독면 너머로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좋은 아침!”

패러노트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폐공장을 차지하고 있던 범죄조직의 구성원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폐공장을 점거해 불법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돈이 되는 것은 인신매매였다.

이들은 도시의 뒷골목을 떠도는 하급 마법사를 붙잡아 비싸게 팔아넘기고는 했다.

최근에야 사들이는 손님이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지만, 8구역에서도 이만큼 돈이 되는 사업은 흔치 않은 편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건수를 올리고 공장에 찾아온 그들 앞에, 방독면을 뒤집어 쓴 패러노트가 길을 가로막고 있던 것이었다.

“넌 누구냐?”

폐공장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 중 하나가 지붕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방독면을 쓴 패러노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8구역에 있어서 얼굴을 가리는 이들은 그리 드문 편이 아니었다.

하물며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방독면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총을 든 무리들이 용건을 듣기에 앞서 정체부터 확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묻는 질문에 패러노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패러노트.”

“패러노트……?”

“그래. 알고 있어?”

“설마… 검은 안개?”

그의 정체를 들은 조직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메이지 가드의 수장. 그리고 뒷골목의 미친 망나니.

검은 안개와 메이지 가드의 악명은 이곳에서 모르는 이가 드문 편이었다.

메이지 가드만 하더라도 ‘어둠의 시민단체’ 정도로 기이한 별명이 나돌 지경이었다.

하물며 그들을 이끄는 검은 안개에 대한 인식은 악의 주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흐하하하하! 다들 잘 알고 있구나!”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는 조직원들의 모습에 패러노트가 기쁨의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를 마주한 조직원들의 얼굴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들로서는 아직 진위 여부를 완전히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상대의 정체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무리의 선두에 서있던 남자가 총구를 들어올리며 다급하게 외쳤다.

“쏴… 쏴라! 빨리 죽여야 해!”

상대가 총구를 겨누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러노트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지붕위를 걸었다.

그에게 겨누어진 총구들이 불을 뿜어내는 일은 없었다.

그의 주변에는 어느덧 검은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상태였다.

“이미 늦었어. 난 마법을 조용히 쓰는 편이거든!”

순식간에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확산하는 안개는 공장의 지붕을 완전히 뒤덮고서, 더 나아가 공장의 울타리까지 집어삼켰다.

총을 들고 경계하던 조직원들 역시 안개의 범위안에 들어서고 말았다.

패러노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안개가 주변을 완전히 잠식한 것이다.

“끄으으윽……!”

“커… 허억!”

풀썩. 안개속에서 연달아 쓰러지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추어졌다.

패러노트는 방독면으로 뒤덮힌 눈을 움직여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의 영역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준비된 자들 뿐이다.

그리고 그 준비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적어도 눈앞의 무리들에게 그러한 자격은 주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흐뭇한 눈으로 조용해진 공장을 바라보던 패러노트가 입을 열었다.

“그러게 어딜 마법사님들 몸에 손을 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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