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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13화 (113/156)

〈 113화 〉 메이지 가드 (1)

* * *

“많이 소란스럽네요.”

짧은 휴가를 마치고서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휴가를 다녀왔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커다랗고 세련된 사무실.

그리고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근사한 경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은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채였다.

다만 도시의 분위기만큼은 이전보다 소란스러워진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원인은 뉴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얼마전에 테러가 일어났던 모양이야.”

“테러인가요.”

“그래. 메이지 가드라는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군.”

시넬에게 대답을 돌려준 나는 계속해서 뉴스가 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앵커는 불타오르는 2구역의 건물들을 보여주며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2구역의 관공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마법에 의한 테러.

이번 사건으로 2구역에서는 수십에 가까운 사상자가 집계되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체포된 메이지 가드의 구성원들도 여럿 보도되었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한구석에 숨어있던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 “치안대장인 아벨 테르도스 상임위원은 전구역의 치안대에게 삼엄한 경계를 지시했습니다.”

­ “허나 인력부족이라는 치안대의 고질적인 문제에 더해, 최근들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강력 범죄에 치안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입니다.”

메이지 가드의 준동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치안대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도시의 치안이지만, 앞으로는 그보다도 더 혼란스럽게 변할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이상, 치안대는 메이지 가드의 녀석들을 방치할 수 없다.

치안대 내부에서 메이지 가드의 수사를 전담할 인력을 할당해야만 했다.

이제 온갖 세력들이 음지에서 뛰쳐나올 것이다.

지금의 치안대가 가진 역량으로는 역류하는 범죄자들을 전부 막을 수 없다.

범죄자들을 내세우는 사냥개들도 무지막지한 숫자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토벌에 나서나요?”

“당분간은 얼굴도 보이지 않을거다. 치안대를 상대로 도망다니느라 바쁠테니까.”

“그런가요.”

“그보다는 앞으로가 귀찮아지겠군.”

무엇보다 메이지 가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야기의 종막이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시 안에서 움직이는 세력은 수도없이 많다.

어셔 헤이즈가 음모의 전말을 알게되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역시 그리 길지 않았다.

처리할 일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정리해야만 했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에 불과했다.

흐름 자체를 우리가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TV를 보고 있으면, 앵커는 어느새 다른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최근 들어서는 세컨더리 비트에 경호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 “세컨더리 비트의 잭 벨츠 사장은 세컨더리 비트가 도시의 치안 안정화에…….”

이어서 나오는 것은 세컨더리 비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사의 마탑습격 당시 전선에 나서 마탑을 보호하던 민간군사기업이다.

세컨더리 비트. 그 이야기를 듣자 입안에 쓴맛이 감도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습격에서는 세컨더리 비트의 용병들에게 제법 험한 꼴을 보았다.

특히나 검귀를 상대로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떠올리기 싫을 정도였다.

툭. 나는 버튼을 눌러 TV의 전원을 꺼버렸다.

지금은 TV를 보는 것보다도 시급한 일들이 잔뜩 남아있었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파에 앉아있던 검성을 바라보았다.

“유엘. 곧바로 외출할 준비를 해라.”

“아니. 어디 나갈 생각이야?”

“급하게 가볼 곳이 있다. 호위로 동행해줬으면 좋겠군.”

“호위? 시넬이 아니라 내가?”

검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당연히 그녀의 말대로다.

이번에 동행하는 것은 시넬이 아니라 검성이었다.

“그래. 대신에 간단한 변장이 필요할거다.”

“변장을 해야해……?”

“나름 비밀스러운 일이니까.”

시넬이 사용하는 무기나 전투 스타일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다.

그런 그녀를 호위로 데리고 움직인다는 것은, 내가 암흑상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와 다르게 검성의 경우에는 마법이나 정체를 숨기기 쉬운 편이었다.

검성의 옷차림에서 한가지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검도 내려놓고 가야겠군.”

“거, 검까지?”

“그래야 변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검이 없는 검성을 누가 검성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녀의 정체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 * * * *

범죄와 부패로 뒤덮여있는 도시는 제국의 영향력이 약한 장소들 중 하나였다.

제국이 도시에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도시가 변방에 위치해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를 지배하는 귀족의 입지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국이 완전히 도시에서 손을 떼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암암리에 제국의 정예들을 보내 도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리어 아틀라스. 그녀는 그런 이유로 파견된 제국황실근위대 소속의 근위대원 중 하나였다.

“끈질긴 녀석들이었네.”

리어는 자신이 쓰러뜨린 적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총탄에 맞은 채 숨이 멎은 이들이 여럿 쓰러져있었다.

전부 그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위저드 아이(Wizard eye). 만물을 관조하는 그녀의 마법은 주변 사물을 제 3자의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벽 뒤에 은폐하고 있는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리어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결사의 녀석들이 이런 곳에 숨어있었을 줄이야.”

주변에 남아있는 적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리어는 쓰러진 이들의 품속을 뒤져보았다.

붉은 피가 들어있는 앰플. 무언가 의미심장한 내용을 휘갈겨 놓은 메모.

마지막으로 거래 장소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돈봉투까지.

오늘 리어가 포획한 내용물들은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결사의 녀석들과 거래를 하려고 했던 이들마저 침묵시켰으니, 당분간은 서로 범인을 찾는다고 분주할 것이었다.

“뒷처리를 못하는게 아쉽기는 한데. 뭐… 이 정도면 됐겠지.”

증거가 될만한 물건들을 수집한 리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사가 이 도시에 숨어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거기에 치안대와도 접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니, 상부에 보고서를 올린다면 혁혁한 성과를 인정받을 것이다.

통신용 단말기를 꺼낸 리어가 그녀의 상사에게 보낼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으면, 그녀의 뒤에서 자그마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툭. 바닥을 살짝 내려찍는 소리.

그에 송신버튼을 누르려던 리어의 손가락이 갑작스럽게 멈춰섰다.

“이거, 전부 아가씨가 했나?”

리어의 고개가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리어가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뒤에는 중절모를 쓰고 있는 중년인이 서있었다.

꿀꺽. 침을 삼킨 리어는 반사적으로 메시지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마법을 발동하고 있는 주변 반경의 시야는 항상 리어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채였다.

누군가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면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중년인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

불가능한 일이 그녀의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당신은 누구지?”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질문을 꺼내서 말이야. 대답을 들려줬으면 하는군.”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다.

평소의 리어라면 중년인의 말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중년인은 막대한 위압감을 내보이고 있는 채였다.

난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압도적인 존재감.

마치 맹수를 앞에 두고 있는 초식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죽였어.”

“그런가. 재미있군.”

“그래서, 당신은 대체 누구지?”

“나는 브루노 리트리어. 보다시피 다리가 좀 아픈 사람이지.”

터벅. 턱.

브루노는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지팡이를 내딛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리어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절름발이 브루노.

도시의 가장 어두운 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최악의 범죄자.

그 하나를 토벌하기 위해 치안대의 전투병력 대부분이 동원되었다던 전무후무한 인물.

리어의 입에서 조그맣게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절름발이 브루노……?”

“알고 있나? 소개가 길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군.”

“당신이 왜 여기에……!”

단말을 손에서 떨어뜨린 리어가 재빨리 권총을 뽑아들었다.

철컥. 권총의 총구가 절름발이의 머리를 겨누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리어는 절름발이가 움직이기 전에 그의 머리를 꿰뚫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리어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이런.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앙! 리어의 권총이 하늘을 향해 불을 뿜었다.

어느새 그녀의 시야는 완전히 뒤집힌 채,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되었다.

하늘을 향해 발포한 리어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허공에 부유한 그녀의 몸은 아래에 있는 옥상을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그녀의 위치가 갑작스럽게 뒤바뀐 것이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시야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리어는 곧장 낙법을 펼치며 낙하로부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으윽…….”

자리에서 일어난 리어가 통증을 참아내며 브루노를 바라보았다.

총을 겨누자마자 그녀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권총을 쥐고 있던 자신의 오른손은 낙하의 충격을 버티지 못한 채 꺾여버린 모습이었다.

이런 손으로는 총을 멀쩡하게 쏘아낼 수 없다.

계속해서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는 불안정하지만 왼손으로 사격할 필요가 있었다.

리어가 들고 있던 권총을 왼손에 옮기려는 찰나.

절름발이의 중후한 목소리가 옥상에 울려퍼졌다.

“왼팔.”

허공에 수직으로 균열이 벌어졌다.

지이이잉.

그녀의 오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귀를 뒤흔드는 이명과 함께 리어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권총을 쥐고 있던 부러진 오른팔이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흐윽! 끄으으읍……!”

사라진 오른팔을 본 리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리어는 다른 손으로 어깨의 상처를 틀어막았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이 몰아쳤다.

절름발이의 시선이 이번에는 상처의 반대쪽으로 향했다.

절름발이가 보기에는 오른쪽 방향.

그녀의 왼쪽 팔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다.

“오른팔.”

지이잉.

다시 한차례 허공에 균열이 일어났다.

어느 낡은 건물의 옥상.

그곳에서는 계속해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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