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16화 (116/156)

〈 116화 〉 메이지 가드 (4)

* * *

“어떻게 하지?”

검성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은행을 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가 나는 곳을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은행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화재가 났을 때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막을 펼쳐놓은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다.

그래. 지나치게 인위적인 모습이었다.

“아니. 일단 들어가는 것은 보류하도록 하지.”

“들어가는걸 보류한다고?”

“불이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군.”

정말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기를 피워냈다면, 짐작이 가는 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은 안개 패러노트.

그는 일정반경을 뒤덮는 독연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포이즌 포그. 독의 안개를 만들어내는 패러노트의 마법은 부식, 마비, 수면, 정신착란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들 중 임의의 것을 선택해 범위내의 대상에게 적용시킨다.

단순히 숨을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패러노트의 마법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방독면이 준비되지 않는 한, 패러노트가 펼쳐놓은 검은 안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검성을 제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누군가 일부러 연기를 만들어냈다는거야?”

“내 생각에는 아마도… 검은 안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검은 안개라면, 메이지 가드의 미치광이 말이야?”

“그래. 패러노트는 아무런 이유없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

“검은 안개라면 준비 없이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겠네.”

내 이야기를 들은 검성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안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그녀도 익히 들어보았던 모양이다.

사실 패러노트의 악명에 대해서는 이 근처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긴 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뉴스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가.

지금에 와서는 모르는 편이 이상했다.

“대신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다른 방법?”

“돈도 안되는 일에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일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불러주는 편이 좋겠군.”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전화번호부에서 연락처를 찾아 통화를 걸었다.

통화를 거는 상대야 뻔했다.

브라이언 레일. 언제나 나를 대신해 정보를 수집해주고 있는, 심부름센터에 가까운 정보상인이다.

띠링.

간단한 알림음과 함께 브라이언과 통화가 연결되었다.

­ “……무슨 일이야?”

“급하게 부탁할 일이 생겼다.”

­ “부탁? 무슨 부탁인데?”

내가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건 이유.

그건 범죄에 대한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모든 범죄를 내가 해결할 필요는 없다.

치안대에 전화를 걸어 신고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치안대에 전화해서 신고를 대신 해줬으면 좋겠군.”

­ “신고? 무슨 신고?”

“검은 안개가 나타났다. 지금 7구역의 헤러넌츠 은행을 털고 있군.”

­ “아니, 왜 신고를 내가…….”

“조만간 커다란 일거리 하나를 소개시켜줄 생각이다.”

­ “당연히 내가 해야지. 조금만 기다려봐.”

업무용 전화는 정보상인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전화를 연결한 브라이언은 내가 지시했던대로 치안대에 검은 안개의 범죄현장을 신고했다.

메이지 가드와 검은 안개는 현재 치안대가 눈을 부릅뜨고서 추격하고 있는 상대였다.

브라이언이 신고를 마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해 신고를 마친 브라이언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 “연락했어. 금방 간다는데?”

“잡으려면 당연히 빨리 와야겠지. 고생했다.”

­ “그래서 일은?”

“다음에 찾아가서 알려주지.”

­ “엥?”

툭. 나는 브라이언과의 전화를 끊었다.

통화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브라이언이 치안대에 범죄현장을 신고했으니, 금방 치안대가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불쾌한 파열음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쩌적. 쩌저적.

갑작스럽게 건물에서 기둥이 솟아오르며 은행건물이 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그렇게 솟아오른 기둥의 위에는 사람이 둘 서있었다.

“어때? 환영회는 즐거웠지?”

“……그렇다고 쳐두지.”

“반응이 너무 시원찮은데?”

“그것보단 치안대가 오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게 좋을거다.”

방독면을 쓴 남자가 하나.

그리고 그 옆에 안대를 쓰고 있는 남자가 하나.

안대를 쓰고 있는 인물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방독면을 쓴 인물이 누구인지는 어렵지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메이지 가드의 수장, 검은 안개.

패러노트 리버가 그곳에 서있었다.

* * * * * *

“오늘도 허탕이네, 어셔.”

8구역의 어느 으슥한 골목길.

치안대의 3급 수사관인 네이는 오늘도 그녀의 파트너인 어셔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는 8구역에서 시체를 태우는 정체불명의 인물들을 쫓던 그녀지만, 이제는 메이지 가드의 흔적을 쫓아야만 했다.

치안대장의 명령으로 치안대 전체에 하달된 내용이다.

아무리 테르도스의 아가씨라고 해도 그 명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그녀에게 아무런 수확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항상 시체를 태우고 사라지던 정체불명의 집단.

그들의 명칭이 집행자라는 사실을 알아냈으니 말이다.

“그렇군.”

“그래도 집행자라는 이름은 알아냈으니 다행이야.”

“…….”

“어셔?”

네이는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 어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파트너인 어셔는 가끔씩 저렇게 멍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의도적으로 그녀의 말을 무시하는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그 모습이 이상해보인다는 사실은 틀림없었다.

걸음을 멈추고 어셔에게 다가간 네이가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어셔, 내 말 듣고 있어?”

“……미안. 뭐라고 했지?”

“그냥 이름만 불렀어. 뭐라도 보고 있는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좀 다른 생각을 했을 뿐.”

어셔는 대답을 하면서도 허공에서 시선을 뗴어놓지 않았다.

어떻게 보아도 이상해보이는 어셔의 모습에 네이는 다시 한 번 그에게 캐물었다.

“무슨 생각인데?”

“별 의미없는 생각에 불과하다. 크게 신경쓰지 마라.”

“글쎄. 신경을 안쓰기에는 요즘들어 자주 그러는 것 같은데. 혹시 고민이라도 있는거야?”

“고민… 고민이라.”

“고민이 있으면 말해봐도 좋아. 나야 뭐, 보기보다는 자비로운 상관이니까 말이야.”

파트너의 정신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감시관의 임무다.

그런 생각이 네이의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물론 그녀가 생각하기에,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인간도살자라는 이명을 얻어 감옥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이 용납할 수 있는데에는 한도가 있지 않던가.

들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라면 간단한 대화정도는 상관없었다.

“네이. 너는 인생에 목표가 있나?”

“목표?”

“그래. 평생을 걸어서 이루고 싶은 목표.”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

그것에 대해 짧게 고민하던 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라고 하면 그녀에게도 잔뜩 있었다.

재수없는 아벨 테르도스를 차기 가주에서 끌어내린다거나.

가문의 사람들에게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는다거나.

다시는 비극적인 일을 맞이하지 않도록 도시를 좀 더 바른 방향으로 만들어 나간다거나.

하지만 어떤 목표도 쉽사리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라도 바라는 목표야 많이 있어.”

“그 목표는 평생을 바쳐 이룰만한 가치가 있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특히 마지막은 이룰 수만 있다면 테르도스가의 위업이라 칭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네이가 대답을 건네면, 그녀의 답변을 들은 어셔가 재차 그녀에게 질문을 해왔다.

물론 질문의 내용은 이전보다 훨씬 난해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전부 이룬 뒤에도, 남은 인생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나?”

“뭐?”

“목표를 성취한 인생에 무슨 가치가 있는지 묻고있는거다.”

어셔의 질문을 들은 네이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범죄자라서 그런가, 남들과는 사고방식이 조금 달랐다.

네이는 손바닥을 펴 어셔의 등을 강하게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어셔. 목표라는건 말이야, 나를 위해 이루는거야. 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고.”

“…….”

“내 이야기 알아들었어?”

“사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사명?”

사명.

대마법사들이 받는 일생일대의 목표.

그것에 대해서는 네이 역시 익히 들은바가 있었다.

어셔의 이야기를 들은 네이는 입을 다물었고, 어셔는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사명이 필요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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