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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23화 (123/156)

〈 123화 〉 미궁 (7)

* * *

미궁안을 헤매다가 발견한 강렬한 불길.

그 불길을 만들어낸 인물은 넘버 세븐, 필립이었다.

필립은 하늘로 뻗은 손에서 장렬히 불길을 쏘아내며 근처의 검은 안개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 필립의 주변에는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했다.

필립을 중심으로 커다란 반원형의 공간에 안전지대가 만들어져있는 모습이었다.

밀려오는 검은 안개를 그가 계속 불태워 지금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건… 장의사잖아?”

­ “장의사?”

“너희 집행자들 중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녀석말이야.”

화염을 쏘아내고 있는 필립을 보며 네이가 말했다.

그녀는 넘버 세븐을 장의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장의사. 네이에게서 그 이름을 들은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벌써 그런 이름이 붙었나.”

평소에 시체를 불태우고 다니던 필립이다.

필립에게 붙은 이명 자체는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필립이 활동을 시작한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들이 그럴싸한 이명을 얻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그런데 벌써 필립에게 그런 이명이 붙어있을 줄이야.

신출내기 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였다.

“너희 부하잖아. 그런데 너희가 모르는거야?”

­ “그런 이름을 붙인 기억은 없다.”

“직접 붙이고 다니는게 이상한거지.”

­ “…….”

그렇다면 암흑상인이라는 이름을 직접 만들어낸 나는 뭐가 된다는 말인가.

뭐, 타인이 바라보기에는 충분히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고서, 마법을 사용해 불을 붙이고 있는 필립에게로 다가갔다.

복장 자체가 특이해 알아보기 쉬웠던 것일까.

필립은 내가 가까워지기 무섭게, 나를 보며 아는 척을 해왔다.

“전령, 여기에 계셨군요.”

­ “넘버 세븐. 무슨 일로 여기에 있지?”

“이번에 받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받은 임무라.

아마도 7구역에 숨어있는 제국의 근위대장, 레닐 바이츠의 추적 건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강한 실행력이다.

그만큼 일을 했으니까 벌써 이명까지 붙여진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불꽃을 내뿜는 필립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검성이 근처에 있다.

그녀가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불을 내뿜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 “그만. 더 불태울 필요는 없다.”

주변에 남아있는 검은 안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상당량의 안개가 필립에 의해 연소된 상황이다.

검은 안개를 제거하는데 있어서 필립의 마법이 효율적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패러노트와의 전투에서도 이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패러노트의 추적에 필립을 동원하는 것을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임무라고? 무슨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거지?”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던 어셔가 끼어들어왔다.

임무니 작전이니 하는 이야기는 누가 보아도 수상해보이는 법이었다.

­ “……기밀 작전이다.”

“눈에 보이는 집행자의 숫자만 벌써 셋이군.”

­ “그게 어쨌다는거지?”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무엇을 노리고서 이곳에 모인거냐.”

일시적으로 협력을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치안대에게 있어서 경계의 대상이었다.

수적으로 열세가 된 어셔가 경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일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이곳에 넘버 세븐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어셔가 곧이곧대로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서 넘어가기로 했다.

어셔같은 사람을 상대로는 그럴싸한 말이 제법 효과가 좋은 편이었다.

­ “아직은 때가 아니다.”

“때가 아니라고?”

­ “때가 된다면 너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

­ “머지않아 결전의 시간이 다가올거다. 그때가 되면 네가 있어야할 자리로 안내하도록 하지.”

고민할 거리가 많았던 것일까.

어셔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네이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헛소리를 늘어놓은 나는 필립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방독면 너머에서 그의 눈빛이 전해져왔다.

생각해보면 이 방독면이 지금까지 그의 목숨을 부지해준 물건이었다.

올바른 선택을 한 그때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따라와라. 검은 안개를 토벌할거다.”

“검은 안개… 메이지 가드의 그 녀석 말입니까.”

­ “그래. 이 사태를 끝낼 방법은 그것뿐이다.”

“……그렇군요. 전령의 뜻이 그렇다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검은 안개 패러노트와 축성가 니콜라스.

두 사람은 아직 이곳에 있다.

그리고 가장 빨리 이 미궁을 끝내는 방법은, 그 두 사람을 토벌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의 전력이라면 이들을 잡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필립의 대답을 받아낸 나는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다리를 옮겼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능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둘러야만 했다.

* * * * * *

“……정말 녀석들이 있었군.”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끝자락.

사방에 흩뿌려진 검은 안개가 약해져가는 구간에서, 상대의 모습을 포착한 어셔가 말했다.

우리가 숨어있는 골목의 바깥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누가 보기에도 패러노트와 그 일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장식들로 조잡하게 꾸며져있는 패러노트의 방독면이 하나.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평범한 방독면이 하나.

어디에서 주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니콜라스 역시 머리에 방독면 하나를 착용하고 있었다.

벽에 달라붙은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이곳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정말 환상의 콤비였어! 그렇지 않아?”

“……만족스러웠던 모양이군.”

“정말 최고야! 가슴이 떨리잖아! 이번 일로 도시의 녀석들도 마법사들의 위대함을 알게되겠지!”

흥분해있는 패러노트의 목소리가 주변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원래부터 나사가 빠져있는 녀석이다.

추격의 가능성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였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철컥.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네이가 권총을 뽑아들었다.

전투에 돌입할 준비를 마친 그녀는 나를 향해 작전계획을 물어보았다.

“어떻게 해? 바로 돌격할거야?”

­ “기습의 이점을 날릴 필요는 없지. 첫 공격은 넘버 파이브가 한다.”

“…….”

“…….”

­ “뭐하고 있지? 준비해라.”

넘버 파이브라는 이름이 어색했기 때문일까.

작전을 들은 검성이 잠시동안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재차 공격을 재촉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더 정신줄을 놓았다면 누구에게 말한 것인지 물었을지도 모르겠다.

“알았어. 먼저 공격할게.”

­ “그리고 어셔 헤이즈. 네가 선두에 서라.”

“……그렇게 하지.”

­ “넘버 세븐. 너에게는 패러노트를 맡기겠다.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니, 우려할 일은 없을거다.”

검은 안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이상, 패러노트에게 남은 전투 능력은 없다.

오히려 이번 전투에서 가장 우려해야 하는 것은 니콜라스 쪽이었다.

어셔와 검성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기동성이 부족한 조합이었다.

니콜라스가 우리를 완전히 장애물에 가두어놓기 전에, 그를 먼저 제압할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뭘 하면 되는거야?”

­ “너는…….”

모두에게 역할을 배분하고 나서, 이제 남은 것은 네이 하나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혼자 남은 네이가 자신의 역할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곧장 그녀의 역할을 말해주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쓸모가 없는 편이었다.

사격을 잘하는 편도 아닌데다가,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 마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역할이라고는 어셔의 목줄을 푸는게 전부였다.

“나는……?”

­ “……적당히 뒤에서 엄호해라.”

“어?”

­ “그 정도로 충분하다.”

차마 적당한 역할을 떠올리지 못한 나는 그녀에게 일행의 엄호를 부탁했다.

고민하던 네이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겠네.”

­ “그럼 이제 돌입하도록 하지. 넘버 파이브. 슬슬 시작해라.”

“응. 지금 들어갈게.”

내가 내린 지시에 검성이 몸을 일으켰다.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검성이 먼저 움직일 차례였다.

휘이이이잉——.

검성을 중심으로 바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랑이는 바람은 조금씩 그 크기를 키워갔고, 시간이 지나자 하나의 폭풍이 되었다.

폭풍을 두른 검성은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

검성을 휘감은 폭풍이 발걸음 소리를 집어삼켰다.

바람의 탄력을 받은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끌려나갔다.

무수한 폭풍의 칼날들이 주변에 생성되며, 달려가는 검성의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소리도 형태도 없는 초고속의 칼날이다.

길을 걸어가던 패러노트가 이변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크악, 내 손……!”

대기를 찢어발긴 검성의 칼날이 패러노트의 팔 한쪽을 베어냈다.

패러노트의 걸걸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고통에 젖은 비명속에서 니콜라스의 시선이 우리쪽으로 향했다.

짧은 순간. 허공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 직후 니콜라스가 이쪽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장 출력을 높여 텔레파시를 전했다.

­ “입구가 막히기 전에 달려라!”

“[스톤 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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