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33화 (133/156)

〈 133화 〉 어셔 헤이즈 (2)

* * *

“내가 후회한다고?”

­ “내가 아는 너라면 분명…….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떠날 사람과는 상관없는 말이겠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방법.

그것은 뒷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상대가 평소에도 정보를 캐고 다니는 정보상인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정말 알고싶지 않은건가?”

정보상인에게 있어서 정보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남들보다 더 대단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

그것들만이 남의 이야기를 팔아 돈을 벌어오던, 정보상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나는 지금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설마…….”

­ “세계의 뒤편에는 네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

­ “지금이라면 그 진실에 손이 닿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어둠속에 숨어 움직이는 결사.

거대한 제국의 전복을 꿈꾸는 위대한 마법사.

느슨한 목줄에 묶여있는 미치광이 살인마.

진실을 모르는 채로 방황하는 어리광쟁이 아가씨.

지금이라면 브라이언도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다.

“그 진실에 다가서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 “어둠의 집행자가 되는거지.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 이야기를 들은 브라이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진심으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어차피 하나뿐이다.

이야기의 종막이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아 도시 전역이 완전히 멈춰설 것이다.

때가 도래하면 정보상인같은 일에는 아무런 가치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목숨이라도 유지하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도 최선이었다.

“하나만 더 물어보고 싶은데. 집행자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거지?”

­ “결사의 해체.”

“……결사의 해체? 완전한 토벌이 아니라?”

결사를 완전히 토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행자들부터가 결사와 여러가지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우리의 목표는 결사의 토벌이 아닌 해체여야만 했다.

­ “완전한 토벌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녀석들은 생각만큼 결속이 강한 집단이 아니다.”

“그렇다면…….”

­ “구심축인 계승자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거다.”

모든 사태가 끝나고 나서, 근위대의 시선을 돌릴 먹잇감도 필요하다.

이 작은 도시만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다.

사건이 벌어지면 제국의 근위대원들 역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사의 잔당은 꽤 괜찮은 미끼였다.

“좋아. 결심을 내렸어.”

후우. 다시 한차례 한숨을 내쉰 브라이언이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마음속에 결론이 선 모양이었다.

이제는 장고 끝에 그가 내린 결정을 들어볼 차례였다.

나는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선 채로, 브라이언의 입에서 나올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 “그래서, 대답은 뭐지?”

“좋아. 나도 집행자에 합류하겠어.”

­ “좋은 판단이다. 넘버 나인.”

“다만 아까 했던 이야기는 꼭 들어야겠어.”

­ “세계의 뒷편에서 움직이는 진실말인가?”

“그래, 그거 말이야! 안듣자니 도저히 참을수가 있어야지.”

퉁——.

품속에서 꺼낸 힙 플라스크를 손가락으로 두드린 브라이언이 뚜껑을 열었다.

뚜껑이 열리기 무섭게 그곳에서 술냄새가 퍼져나왔다.

쌉싸름한 오크 냄새. 그리고 독한 알콜 냄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던 모양인지, 브라이언이 짧게 한모금을 들이켰다.

­ “무슨 술이지?”

“바일프레드 30년산. 좋아하는 위스키라 나름대로 아껴먹는 편이야.”

­ “퍽 고상한 취향이군.”

“어떤 괴팍한 영감님한테 처음 얻어먹었던 술이라서. 그래서, 나한테 할 이야기는?”

아직 취기가 올라오지 않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브라이언한테 꺼낼 이야기라.

해야 할 이야기는 많이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이 있다.

나 역시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아내고서,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이니까 말이다.

나만 알고 있던 것들을 입밖으로 꺼내어놓는 순간, 조금이나마 이 마음이 편해질거란 생각이 들었다.

­ “가장 먼저 하나 묻도록 하지.”

“뭐, 또 뭐가 궁금한데.”

­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 어느쪽이 먼저 듣고 싶지?”

“그야 당연히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지.”

­ “절름발이 브루노가 살아있다.”

“케엑, 켁…….”

헛기침을 하는 브라이언을 보며 나는 웃었다.

지금부터 전할 이야기는, 이 비극의 주역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 * * * * *

13구역.

도박과 향락이 성행하는 이 화려한 거리는 도시 전역에서 온 투기꾼들로 가득차있는 장소다.

물론 화려한 거리의 이면에는 그늘진 뒷골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에스테이트 로드의 뒷편에 위치한 인적 드문 골목.

더럽고 번잡한 그곳에서 작전을 끝마친 내가 움직이려고 하면, 주변에서 자그마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것 자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텔레파시는 상대의 감정과 의도까지 읽어들이는 마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는 무시해도 좋을 사람이 아니었다.

­ “저 녀석이 집행자인 모양인데…….”

내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있다.

텔레파시를 통해 전해져오는 사고의 너머에서는 불순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단지 나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뒤쫓으려는 목적인지는 모른다.

상대의 생각을 읽어낸 나는 그의 움직임을 지켜볼 요량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터벅. 터벅.

고요한 뒷골목에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가 하나 더 울려퍼졌다.

­ “……녀석이 이동하기 시작했잖아. 서둘러 쫓아가야겠어.”

나를 미행하는 것이 분명하다.

내 뒤를 쫓아서 요람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서 무언가 정보를 캐내려는 것일까.

어느쪽이든 상대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전보다 빠르게 걸음걸이를 옮겨 복잡한 골목길 사이에 숨어들어간다.

내 걸음걸이에 맞춰 상대의 발걸음 역시 다급해졌다.

“…….”

“뭐야! 거기 서!”

타닥. 타다다닥.

나를 뒤쫓는 발걸음 소리가 선명해졌다.

모퉁이를 돌아 막힌 길에 접어든 나는 몸을 돌렸다.

미행해오던 상대를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뒤를 쫓아 부리나케 움직이던 상대 역시 나를 발견하고서는 멈춰섰다.

내 뒤를 가로막은 두터운 벽에 상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잽싸게 도망갔지만 결국 코너에 몰렸구나.”

­ “나를 왜 쫓고 있었지?”

“왜 뒤를 쫓아왔냐고? 당연히 네녀석에게 물어볼게 있어서지.”

이전부터 집행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쫓고 있던 모양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보를 캐기 위해서.

붙잡은 집행자를 상대로 심문이라도 진행해, 집행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모양이었다.

내가 아니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집행자들 중 하나와 맞닥뜨렸을 것이다.

오히려 필립이나 브라이언이 아닌 내가 마주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물어볼만한 실력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군.”

나는 새부리가면 너머로 상대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약간은 해져있는 후줄근한 옷차림.

품속으로 언뜻 보이는 권총의 실루엣.

결사보다는 오히려 사복의 치안대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다부진 체격은 나름대로 운동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력을 모르겠으면 보여줘야겠지.”

­ “자신만만하군.”

“고작해야 이런 촌동네에 사는 놈들이,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어.”

­ “…….”

상대의 말에 나는 잠시 멈춰서 고민했다.

고작해야 이런 촌동네라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은 아니었다.

상대의 정체가 무엇인지 슬슬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확신으로 바뀌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래? 갑자기 두려워졌어?”

입을 다문 내 모습이 위축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상대가 실실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무방비한 오른손이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권총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상대는 마법사다.

일련의 자세들은 전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였다.

­ “————.”

이전보다 강해진 텔레파시가 눈앞의 상대를 읽어들인다.

사고의 흐름. 감정의 격류.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할 앞으로의 움직임까지.

상대의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해 흘러들어왔다.

마법을 준비한 상대 역시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왔다.

그의 손에서 마력광이 번뜩이고, 그가 그리는 마법의 궤적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에어 해머]!”

파아앙—!

허공에서 터져나간 공기가 사방으로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압축된 공기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법의 궤적에 있던 전봇대가 흉측하게 찌그러졌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일찌감치 마법의 범위에서 빗겨나있던 나는 상대방이 만들어낸 빈틈을 향해 파고들었다.

소리를 죽인다. 그리고 힘을 싣는다.

인지하지 못한 사각에서 뻗어나간 주먹이 상대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 …….

“커허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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