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어셔 헤이즈 (3)
* * *
싸움은 순식간에 끝을 맺었다.
지금의 내 주먹이 매서워진 덕도 있는데다가, 전투상황에서 텔레파시의 활용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 배경에는 검귀와의 전투가 끝나고 한단계 진일보한 텔레파시가 있었다.
검귀와의 전투가 끝난 직후, 신비의 대행자는 허락하지 않은 권한들을 내게서 회수해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대로 과분하게 주어졌던 힘은 대부분 회수되었다.
나는 몇차례고 스펠 오버로드를 시도해보았지만, 두번 다시 그것에 성공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텔레파시에 일어난 변화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타인의 사고를 읽는 범위가 증가했다.
이전보다 더 폭넓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대상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완전히 6서클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전보다는 6서클에 가까워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전히 어느정도의 한계점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전투에 있어서 커다란 메리트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왜 이런 짓을 벌인거지?”
그리고 그런 텔레파시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지금 내 눈앞에 쓰러져있는 남자였다.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진 채로, 벽에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이어지는 공격에, 상대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로 자리에 쓰러졌다.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몇번이고 내 주먹에 두드려맞은 남자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흐리멍텅한 남자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그야… 집행자 녀석들의… 정체가 궁금했으니까.”
“궁금증은 많이 풀렸나?”
“생각보다는… 성가신 녀석들이었던 모양이야…….”
아무래도 별 걱정을 하지 않고서 나를 쫓아왔던 모양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이 있거나, 우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까지 집행자에 대한 정보는 도시에 많이 퍼져있지 않다.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고 움직이고 있는 만큼, 우리에 대해 알아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내 짐작이 맞다면, 남자는 자신의 실력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인물이었다.
“누구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온거지?”
“그건… 말할 수 없다.”
미행의 배후를 추궁하는 내 질문에, 남자는 무심하게 준비된 대답만을 내어놓았다.
쉽게 배후를 이야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결사에게서 볼 수 있을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조직을 지키겠다며 입을 다무는 의리따위는 없다.
오히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요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고문에 대한 대비 역시 어느정도는 되어있을 것이다.
어중간한 고문으로는 이들의 입을 열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근위대장에게 직접 명령을 받았군. 너는 제 4 근위대 소속의 근위대원인가. 이해했다.”
“뭐, 뭣……?”
물론 나를 상대로는 의미없는 짓이었다.
텔레파시는 마법에 걸려있는 대상의 사고를 읽어들인다.
읽어들일 수 있는 것은 표면의식뿐이지만, 정보를 캐내는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인간의 두뇌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된 정보를 떠올려낸다.
내가 단순히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그에 관한 사고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의식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제어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제아무리 제국의 근위대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훈련을 받아본 기억은 없을 것이었다.
“좋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잠깐! 나는 아무런 대답도 안했어!”
“네 대답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어차피 내가 원하는 대답은 꺼내지도 않을 생각 아니었나?”
“그, 그런게… 아니, 나는……!”
내 말을 들은 근위대원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을 다물고 있었음에도 정보가 빠져나갔다.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다.
근위대원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 역시 이전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불가해의 존재란 그런 법이다.
무엇 하나 납득할 수 없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진다.
타인의 심리적인 방벽마저 허물고 들여다보는 존재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나약하군. 근위대의 수준은 전부 이런건가?”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근위대원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새부리가면이 근위대원과 가까워져갈수록, 그는 이전보다 더욱 움츠러든채로 내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
결사를 붙잡기 위해 도시에 들어온 인물치고는 심히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너,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냐.”
“나는 집행자의 두번째 자리. 전령.”
“전령……?”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근위대원.
어셔를 제외하면 그럴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위협할 목적으로 가까이 내밀었던 고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는 들고있던 수첩을 품속으로 집어넣으며 이야기했다.
“집행자 전체를 대변하는 자다.”
“…….”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지치는군. 물어보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지.”
일단은 결사라는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눈앞의 근위대원은 얌전히 놓아줄 생각이었다.
여기서 대놓고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근위대장쯤 되면 말귀를 못알아 먹는 인간도 아닐테니, 시답잖은 미행은 여기서 멈출 것이다.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엄포를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레닐 바이츠에게 전해라. 다음에도 이런 장난을 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머리만 돌아가게 될거라고 말이다.”
* * * * * *
치안대의 제7특별기동대원, 어셔 헤이즈는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짙은 혈향이 어셔의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어셔의 옆에 있던 네이 역시 마찬가지로 인상을 쓰고 있었다.
골목 전체에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이, 그들의 앞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
어셔의 날카로운 시선이 바닥을 한차례 훑었다.
“이미 죽었군.”
뻣뻣하게 굳기 시작하는 몸에 활기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숨을 쉬기 위해 흉부가 부풀어오르는 일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인물은 이미 죽어있었다.
네이와 어셔가 결론을 내리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누가보아도 명백한 살인이었다.
그것도 범행이 이루어지고서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우웁…….”
현장을 살펴본 네이가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어셔가 그동안 지켜보았던 경험으로, 네이 테르도스는 비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명색이 치안대원이다.
살인현장을 마주한 것만으로 속이 뒤집힐만큼 경험이 적은 편이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셔는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다가가면서 네이에게 물었다.
“아는 얼굴인가?”
“그, 그 사람은… 2팀에 소속되어있는 블렌 3급 수사관이야.”
“역시나 아는 인물이었군.”
“……나랑 같은 시기에 치안대에 들어와서 알고 있어.”
“치안대원을 죽인건가. 아무리 낙후된 구역이라고 해도, 제정신이 아닌 녀석들이군.”
네이의 말을 들은 어셔의 눈이 다시 한차례 남자에게 향했다.
사복을 입고있어서 한눈에 알아채기는 어려웠지만, 살짝 벌어진 남자의 코트속에서 치안대원 수첩이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눈앞의 남자는 치안대원이 분명했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치안대원이 살해당한 것이다.
수사를 진행하다가 범죄자에게 당한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 있던 이들과 마찰이 생긴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도시 전역에서 치안대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사건이 벌어진 구역이 어디였던간에,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어셔의 뒤에 있던 네이가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본부에 연락할 생각인가보군.”
“치안대원이 죽은 일이야. 이렇게 넘어가서는…….”
“[블링크].”
네이가 긴장감에 젖은 손가락으로 지원을 요청하려는 순간.
어셔는 블링크를 사용해 네이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뻗어 네이의 입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어셔? 갑자기 왜, 읍읍……!”
“쉿. 근처에 누군가 있다.”
어셔의 손에 입이 막혀버린 네이가 당황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어셔는 그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긴장한 눈으로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어셔 헤이즈의 감각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예민한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의 끝자락에, 타인의 섬뜩한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누군가 숨어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
의도적으로 기척을 죽이고 있는 모양새를 봐서는, 결코 그들에게 우호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읍.”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군. 상대는 마법사다.”
“……읍?”
“어쩌면 범인일지도 모르겠군.”
현장에 되돌아온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전투를 벌여야한다면, 어셔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었다.
어셔는 나머지 손으로 자신의 머플러를 가리키면서 네이에게 말했다.
“네이. 제한을 풀어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