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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50화 (150/156)

〈 150화 〉 검성재림 (2)

* * *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저마다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가 존재하는 법이다.

메이지 가드의 리더, 패러노트 리버에게는 마법사들의 세상이 그것이었다.

평범한 인간보다 우월한 마법사들이 나머지 인간들을 지배하는 것.

오직 마법사들만이 군림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

그것이 어릴때부터 패러노트가 꿈꿔왔던 소망이었다.

“…….”

그렇지만 패러노트가 꿈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법사가 지배하는 세계일 뿐.

결코 망가지고 불타고 있는 망자의 세계가 아니었다.

패러노트의 싸늘한 시선이 방독면 너머에서 주변의 풍경을 훑었다.

썩고 부패된 망자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원래 길거리를 차지하고 있던 어리석은 군중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비명. 귀가 아려올만큼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골목의 이곳저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피냄새와 매캐한 냄새가 번져나갔다.

“아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으흐흐흑…….”

“뒤져! 뒤져버려 개새끼들아!”

“윽…….”

탕! 타다다당!

누군가는 망자를 향해 들고 있던 총을 쏴갈긴다.

또 누군가는 가스통을 매고서 뜨거운 불길을 쏘아낸다.

모든 이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저항한다.

생과 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거대한 혼란이 도시를 좀먹어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패러노트는 잘려나간 팔이 아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잡하게 끼워진 패러노트의 철제 의수가 경직된 움직임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흐.”

‘어떤 누군가’의 강대한 마법이 도시를 뒤덮었다.

상대는 굉장한 마법사였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조잡한 도구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죽음의 지배자였다.

이토록 강한 힘이 있다면 패러노트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의 흔적들을 보며 불쾌함을 느낄 정도였다.

불쾌한 감정과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살려주세요! 아무나 살려주세요!”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팔이……!”

“엄마, 도와줘……!”

“…….”

마법사들의 세상을 바라고 있었다.

누구보다 마법사가 위에 군림하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메이지 가드를 만들었다.

마법사들의 권위를 지키고자 노력하며, 마법사 우위의 세계를 위해 항의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건 단지 인세에 펼쳐진 지옥에 불과했다.

이렇게 세워진 왕국 위에는 재와 시체밖에 남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까득.

패러노트가 이를 갈며 전황을 지켜보았다.

허공에서 메아리치는 군중의 목소리가 그를 얽매었다.

“……다 뒤지면 거기에 뭐가 남는데, 멍청한 녀석이.”

그가 바라던 것은 이런게 아니었다.

모든 이들은 마법사들을 우러러보아야만 한다.

모든 이들은 마법사들을 숭배해야만 한다.

그 끝에 남는 것이 사람의 형상을 취한 무언가라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의 국가가 아닐 것이다.

상대는 악마다.

자신이 동경하던 마법의 군림자같은게 아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영광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이것은 자신이 따르는 이치에 반하는 것이었다.

“…….”

그렇기에 패러노트 리버는 생전 처음으로 마음먹었다.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을 구해보겠다고.

후우——.

거친 숨소리가 주변에 번져나갔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패러노트가 주변을 향해 외쳤다.

쩌렁쩌렁 울리는 패러노트의 외침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버러지같은 인간들아! 잘 들어라!”

“…….”

“내 이름은 패러노트 리버! 메이지 가드의 검은 안개다!”

그를 바라본 사람들이 술렁였다.

앞에는 무수한 죽음의 군세가 있으며, 옆에는 미치광이로 소문난 패러노트가 있다.

패러노트의 악명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들이 절망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떠한 이는 패러노트를 향해 총구를 겨누기도 했다.

그러나 패러노트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마법사가 아닌 벌레같은 인간들을 싫어한다! 마음같아서는 마법사 밑에서 평생 노예처럼 부려먹혔으면 좋을 정도다!”

“저, 저 미치광이 녀석!”

“……이런 상황에서도 헛소리를 늘어놓는구만.”

술렁이는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망자를 노리고 날아가던 탄환들 중 일부는 패러노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탄환이 스치고 지나간 패러노트의 코트 일부가 찢겨나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패러노트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 빗발치는 탄환을 보면서도 당당한 채로, 패러노트가 마음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런데 말이야! 너네가 다 뒤져버리면! 내가 먹는 빵은 대체 누가 만들어주냐!”

“…….”

“내가 원하는건 마법사들이 잘먹고 잘사는거지, 다 같이 죽어나가는게 아니란 말이다!”

“……설마.”

방독면 너머에서 패러노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고결한 영웅도 아닐뿐더러, 사람을 구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결코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싫어하는 일을 해야하는 순간은 온다.

패러노트 리버에게는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두터운 인파를 헤치고 나간 패러노트가 교착상태였던 전선의 최전방에 자리잡았다.

“산성독 쳐먹고 뒤지기 싫으면 다 뒤로 꺼져, 버러지들아!”

“……패러노트.”

“당신, 지금——.”

“지금부터 여기는 내가 막는다.”

망자의 군세와 저항하던 인파사이에 자리잡은 패러노트가 말했다.

휘이잉.

스산한 바람과 함께 패러노트의 코트자락이 거세게 휘날렸다.

사람들은 눈을 깜빡이며 패러노트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내뱉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패러노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방독면 밖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쏘아보냈다.

“뭐해? 빨리 안꺼지고?”

“너, 혼자 싸울 생각이냐?”

“그럴거면 그냥 우리랑 같이…….”

전방에서 망자를 막아내던 남자들이 패러노트에게 물었다.

어차피 막을거라면 자신들과 함께하자는 이야기였다.

그에 대한 패러노트의 태도는 완고했다.

매서운 눈빛의 패러노트가 남자들에게 일갈했다.

“방해되니까 닥치고 꺼져. 본인들 가족조차도 제대로 간수 못하는 것들이 뭐라는거야?”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머뭇거리던 인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치광이가 미쳐버리면 정상처럼 보일 때도 있는 법이다.

흉악한 범죄자와 함께 싸울바에야, 그의 말을 믿고 이곳에서 대피하는게 나은 선택이었다.

패러노트의 말을 들은 민간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근처에 남아있던 메이지 가드의 몇몇 일원들만큼은 패러노트와 함께 멈춰섰다.

그들은 남아있는 패러노트의 곁에 멈춰서서 요청했다.

“대장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너희도 가라.”

“하지만, 대장…….”

부대장은 어떻게든 패러노트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패러노트가 이전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내가 없어도 메이지 가드는 남아있어야 할 것 아니야.”

결의에 찬 패러노트의 한마디.

그에 메이지 가드는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메이지 가드의 부대장, 로버트 시더가 애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로버트는 패러노트를 존경해 머리에 쓰고 있던 방독면을 벗어버린 채였다.

로버트의 손이 무거운 방독면을 어루만졌다.

고심하던 그는 어두운 얼굴로 패러노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대장.”

“어, 그래.”

“모두가 바보같은 꿈이라고 비웃어왔지만… 그래도 저는 대장의 야망을 좋아했습니다.”

“…….”

방독면을 든 로버트의 손이 떨렸다.

패러노트의 눈에 비치는 로버트의 눈동자는 커다란 쓸쓸함을 담고 있었다.

웃음기가 가득했던 패러노트의 입꼬리가 천천히 아래를 향해 움직였다.

“그 바보같은 길 이외에 우리가 갈 곳은 없었으니까요.”

“로버트…….”

“그러니, 당신은 영원히 우리들의 마지막 대장입니다.”

고개를 푹 숙인 로버트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반대방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맥없는 로버트의 발걸음을 따라 메이지 가드가 발을 옮겼다.

축 늘어진 일련의 무리가 패러노트를 등지고 걸어갔다.

기운빠진 부하들의 모습을 보던 패러노트의 가슴이 조여왔다.

그는 돌아보지 않는 등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다들, 조심해서 도망가라. 그리고 하나만은 기억해둬라.”

패러노트를 중심으로 막대한 양의 독연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독에 닿는 적을 부식시켜버리는 산성독이었다.

독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한 이상, 부하들에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패러노트는 하늘을 향해 하나남은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번쩍 들어올린 팔과 함께 패러노트가 외쳤다.

“내가—— 여기에 있다!”

치이이이익.

패러노트의 독기가 주변의 망자들을 녹이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린 독연기에 달려들던 망자들이 방황했다.

그러나 마법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사람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고, 강력한 마법또한 결코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

언젠가는 마법의 효과가 끝을 맞이할 것이다.

“패러노트 리버가—— 여기에 있다!”

그걸 알면서도 패러노트는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끝이 다가오기 전까지 이곳에 서있을 것이다.

후읍. 패러노트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하려는 듯이, 거센 목소리로 계속해서 부르짖었다.

“검은 안개가—— 여기에 있다!”

패러노트의 외침을 들은 망자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움직이던 망자들 역시 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8구역의 번화한 거리.

그곳은 이미 방대한 양의 검은 안개가 길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다.

수많은 망자의 군세가 죽음의 안개를 향해 들이닥쳤다.

“마법사들의 황제가—— 여기에 있다!”

패러노트가 자신의 목소리에 웃음을 터뜨렸다.

혼란의 시대.

그는 마법사들의 나라를 꿈꿨다.

그리고,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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