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능력배틀물 보이스피싱-154화 (154/156)

〈 154화 〉 검성재림 (6)

* * *

절름발이 브루노의 토벌.

그것을 위해 집행자들 중에서도 비전투인원을 제외한 모두가 이곳에 모였다.

이번 토벌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두가지.

하나. 가급적이면 즉사는 피할 것.

둘. 텔레파시에 항상 주의할 것.

후자 역시 전자를 위한 것인만큼,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브루노의 공격을 피해라.

그것을 위해서 나는 텔레파시의 존재를 집행자의 모두에게 공개했다.

­ “다들 준비는 되었나.”

“……물론이다.”

­ “그럼 이쪽에서 움직이도록 하지.”

터벅—. 터벅—.

나는 눈앞의 브루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움직였다.

공간계 마법사를 상대로 거리는 의미가 없다.

그러니 유의해야 하는 것은 브루노의 움직임이다.

브루노의 마법. 그리고 브루노의 이동경로.

이 두가지만 지속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면, 전투에서 브루노의 페이스에 말릴 일은 없다.

내가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자, 브루노가 우리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제법 준비를 열심히 한 모양이군.”

­ “치안대보다 예산이 부족했으니까. 준비라도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나.”

“하하, 그때의 녀석들은 제법 매서웠지.”

이전의 토벌 당시, 치안대는 미스릴 탄환을 미친듯이 퍼부어 브루노를 죽였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미스릴 탄환은 없다.

미스릴 탄환을 사용하고 싶다고 해도, 그만한 수량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의지해야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마법이다.

천천히 움직인 시선이 브루노가 쥐고 있는 지팡이로 향했다.

스펠홀더. 마법의 출력을 증폭시켜주는 도구다.

브루노는 스펠홀더 제작의 명장답게, 자신의 지팡이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브루노의 손과 어셔의 머리.

오늘은 이 둘에게 자신의 의식을 집중해야만 한다.

공격의 전조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어셔와 자신뿐이다.

내가 반응을 실수하는 순간, 누군가 한 사람은 죽어나갈 것이다.

­ “미스릴이 부족해서 안타까울 따름이군.”

“그런 보물을 어찌 쉽게 구하겠나?”

­ “글쎄. 계승자를 쓰러뜨리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리 계승자라도 미스릴을 쉽게 구하지는 못해서 말이야.”

신경전속에서 브루노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브루노가 짚고 있는 지팡이가 기울어지며, 그의 마력이 지팡이를 타고 흐른다.

마법의 전조다.

브루노의 지팡이가 허공에 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마력의 흐름을 직감한 어셔가 신호를 보냈다.

어셔의 말이 텔레파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타고 모두에게 전파되었다.

­ “지면으로부터 50센티미터. 온다.”

절름발이 브루노의 주특기, 공간단층.

이동하는 공간의 경계선에 사람을 집어넣어 베어내는 기술이었다.

베어낸다는 결과를 위해서는 공간의 경계선을 대상의 위에 정확히 걸쳐놓아야만 했다.

그것은 대상자가 마법이 펼쳐지는 범위의 최외곽에 위치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재빨리 움직인다면 경계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모두에게 신호를 보내며 앞쪽을 향해 움직였다.

­ “뛰어라.”

“[매스 텔레포트].”

기이이이잉——.

이명과 함께 눈앞의 공간이 비틀려나갔다.

브루노를 기준으로 주변반경의 상당한 공간이 위아래로 분리되었다.

일정길이를 넘어서는 물체라면 모두 수평으로 절단될만한 공격이었다.

잘려나간 공간의 길이는 아래로 50센티미터.

위쪽으로 점프한다면 무난하게 넘어설 수 있는 높이였다.

신호를 받은 모든 이들이 동시에 위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저마다의 높이는 다르더라도, 브루노의 공격을 넘어설 수 있을만한 높이였다.

“으악……!”

콰당.

아슬아슬하게 신발 끝이 잘려나간 필립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엉성한 폼으로 점프하다가 바닥에 넘어진 모양이었다.

방금 전의 일격에 적중당한 사람은 없다.

바닥에 나뒹구는 필립을 제외하고서, 모두가 브루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리를 바라보는 브루노의 시선이 짙은 흥미에 물들었다.

“호오…….”

“[블링크].”

공격을 받았으면 이쪽도 돌려줘야만 하는 법이다.

블링크를 사용한 어셔가 브루노의 뒤로 이동했다.

후욱——!

재빠르게 움직인 어셔의 손이 브루노를 노리고 뻗어나갔다.

물론 브루노 역시 호락호락하게 지켜보지는 않았다.

그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곧장 몸을 움직여 어셔의 손을 지팡이로 쳐냈다.

툭. 지팡이에 부딪힌 어셔의 손이 뒤로 밀려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브루노의 반응속도에, 그를 상대하던 어셔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이를 먹다보니 나름 검술에도 조예가 생겨서 말이지. [매스 텔레포트].”

“[블링크]—!”

브루노는 어셔를 노리며 수직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지이이이잉——!

두개의 공간마법이 충돌하며 허공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블링크를 사용한 어셔가 빠져나간 자리에, 브루노의 마법이 내리꽂히며 단상이 갈라졌다.

어셔는 브루노가 있는 곳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로의 눈이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 “공격이 온다. 지면으로부터 1미터.”

“[매스 텔레포트].”

브루노의 마력이 움직이며, 어셔의 감각이 새로운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왔다.

수평으로 1미터 높이에서의 공간단층.

허리춤보다 위에 있는 것은 전부 잘려나갈 것이다.

점프가 불가능한 높이는 아니겠으나, 그보다는 자세를 낮추는 것이 빠를 것이다.

어셔로부터의 정보를 전파받은 나는 새로운 회피명령을 모두에게 내렸다.

­ “숙여라.”

바닥에 넘어져있던 필립을 포함해, 모든 집행자가 순식간에 자세를 낮추었다.

그 직후 머리위에서 거대한 이명이 울러퍼졌다.

기이잉——.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스산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보다 1미터라는 높이가 낮았던 탓일까.

머리카락 몇가닥이 베여 흩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재미있는 수작을 부렸군.”

공격을 피해낸 집행자들의 모습에 브루노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우리가 두차례나 연속으로 피해냈기 때문일까.

그도 이제 이 싸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당분간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공격은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한차례의 공격을 받아냈으니, 이번에는 우리가 그에게 한방 먹여줄 차례였다.

브루노의 근처까지 달려나간 헤리오가 소매를 걷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체인 라이트닝]!”

파직. 파지직.

헤리오의 손에서 뻗어져나간 뇌격이 브루노를 노리고 움직였다.

체인 라이트닝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매개체로 전파하는 공격이다.

통상적인 뇌격보다 명중률이 높은 편이었다.

지면. 스피커. 가로수. 그리고 브루노가 서있는 단상까지.

자신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번져나가는 번개의 모습에, 브루노가 곧바로 지팡이를 움직였다.

“[매스 텔레포트].”

­ “뒤를 조심해라.”

공간이 갈라지며 브루노가 모습을 감추었다.

도망간 것은 아니다. 그는 순식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브루노가 나타난 곳은 내가 서있는 바로 뒤.

끝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지팡이가 나를 노리며 뻗어오고 있었다.

빛살과도 같이 움직이는 찌르기에, 나는 몸을 비틀어 브루노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파앙! 파공성과 함께 브루노의 지팡이가 옆을 찌르고 지나갔다.

“눈치가 빠르군.”

­ “……그런가.”

“지금의 행동도 그렇고 말이야.”

브루노의 불쾌한 시선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꽈악.

그의 지팡이가 내 손아귀에 붙잡혀있는 것이다.

브루노는 어떻게든 지팡이를 빼내려고 했지만, 그가 아무리 손을 비틀어봐도 지팡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와 브루노 사이에는 선천적인 힘의 차이가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대치상황에 불과하다.

나와 브루노가 근접해있는 이상, 헤리오가 이전처럼 전격을 쏘아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브루노는 나에게 공격을 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미약한 마력파동. 그 직후 공간이 진동했다.

마법의 전조가 브루노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매스—].”

­ “…….”

어셔로부터 전해져오는 경고에 나는 손아귀에 붙잡힌 지팡이를 놓아버렸다.

그리고 곧장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브루노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텔레포트].”

수직으로 공간이 갈라지며 방어불능의 참격이 바닥을 꿰뚫었다.

기이이잉——.

불쾌한 이명이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주변의 공간이 비틀리는 것에 의해, 미약한 멀미가 머리를 덮쳐오는 것은 덤이었다.

나는 멀미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며, 브루노의 움직임을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지팡이를 어루만지며 주변의 풍경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있었다.

“흐음…….”

공간계 능력자와 싸울 때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서로간의 거리였다.

거리가 멀어지면 원거리 공격 위주의 전투양상이 되어버린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아군이 지원을 하기 어려운 난전이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브루노는 지나치게 안쪽으로 들어와있는 상황이었다.

이정도 거리에서 나를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언제든지 가까이 달라붙을 수 있는 어셔 헤이즈.

그리고,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근접전에 끼어들 수 있는——

“[헤이스트].”

시넬의 공격이 브루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후우웅!

바람을 가른 단검이 브루노의 목에 쇄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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