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 코렐리아가 맞나?
나는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로 겁 많은 초식동물처럼 그녀를 탐색했다.
뜨거운 남부 햇살에도 쉬이 그을리지 않았다던 상아색 피부와 그에 소름 끼치게 잘 어울리는 적안, 흰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검고 긴 머리카락.
온 세상을 굽어보듯 오만한 몸짓과 직선으로 파고드는 시선.
소설에서 묘사한 코렐리아와 굉장히 흡사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이쪽이 더 노쇠해 보인다는 거?
외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소설 속의 코렐리아는 자신만만하고 당찬 눈빛에 역동적인 행동파로 묘사되는 반면, 눈앞의 그녀는 어딘지 조금 피로해 보였다.
그 외에는 정말 똑같았다. 인물 묘사와 외관 나이 모두 일치했다.
코렐리아 폴린이 맞다. 나는 확신했다.
내 긴긴 관찰 동안에도 그녀는 고요했다. 호흡은 하는 걸까. 가슴께에 미동조차 없었기에, 그녀가 정말 여기 존재하고 있기는 한 건지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간헐적으로 눈꺼풀을 여닫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이봐요.”
나는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토록 애타게 찾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여자가 어째서 갑자기 로체의 집에 나타난 건가.
아니, 그저 내 앞에 나타난 것일 뿐인가?
코렐리아가 나의 각성을 원했다는 로체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제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려는 심산인가?
한 걸음 더.
남은 한 방울까지 용기를 모조리 짜내어 입을 열었다.
“저기, 코렐리아?”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
그녀의 입이 움직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그저 입술만 오물거릴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대로 내 입술을 따라 움직이며 발음을 유추하고 희미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
살짝 벌어진 입술이 혀를 위로 붙이며 늘어진다.
‘……직.’
아직?
무엇이 아직이라는 거지?
갑갑함에 직접 물으려고 목청을 한바탕 울린 순간이었다.
“무슨…… 아! 안 돼!”
코렐리아의 형체가 점점 희미해졌다. 반투명하게 흩어지는 빛무리가 성력의 파편이라는 건 불 보듯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사라지고 있었다.
흐릿해진 몸으로 손을 뻗었다.
“안 돼!”
이제 겨우 만났는데! 물어볼 게 산더미 같은데……!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고 뻗은 손이 허공에서 주먹을 쥐었다.
“……!”
허탈한 감정에 사로잡혀 탄식을 내뱉기도 전에 익숙한 피로가 찾아왔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
나는 이제 내가 무엇을 위해 잠들지 예측할 수 있었다.
분명 또 꿈을 꿀 것이다. 회상조차 무의미한 100년 전의 꿈을.
하지만 이제 무엇이 남았지?
전생의 나는 이미 죽었는데.
‘아니, 내가 아니라 레티시아의 전생이지. 나는 그저 그녀의 몸을 빌렸을 뿐인걸…….’
그래, 나는…… 레티시아가 아니야.
레티시아가 아니야.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