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주의 아버지가 독신을 선언했다 (85)화 (85/140)

각성하지 않았다?

……나 말인가?

손에 성력을 응집시켜 보았다. 순식간에 강한 기운이 손바닥에서 흘러나왔다.

‘……이게 각성이 아니면 뭐가 각성이라는 거지?’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아직도 그녀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사라진 걸까.

‘그냥 속 시원하게 다 말해 주고 가면 안 되나. 말 잘 들을 자신 있는데.’

갑갑한 마음에 속으로 푸념해봤지만, 성력이 개방된 순간의 느낌으로 미뤄볼 때 뭔가 정보를 습득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어느 정도 납득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무얼 바라는 걸까.

나로 하여금 어떤 결말을 유도하려는 걸까.

나는 의문을 해소하려 로체에게 말을 걸었다.

“로체, 방금 생각났는데 말이야. 아까 네 집에 코렐리아가 있었어.”

“개꿈 안 받습니다.”

또 개짜증나게 하네.

“진짜야.”

“복권 번호도 알려 줬습니까?”

“아니.”

“개꿈입니다.”

알려 주면 길몽이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를 쳐다보자, 그가 비척비척 일어나서 말했다.

“레아 양, 저는 모릅니다.”

“……그런 식으로 내 눈치를 시험하지 마.”

“하하.”

그가 실없이 웃었다.

문득 그가 앞서 ‘모른다’고 했던 얘기들도 어쩌면 진짜 모르는 게 아니라 단지 함구하고 있는 것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체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내 눈에 저 녀석은 이제 완전히 코렐리아의 앞잡이니까.

“동료인 줄 알았는데, 속았어.”

나는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내리쳤다.

“끄아아아악!”

로체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책을 들고 냅다 대신전으로 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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