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주의 아버지가 독신을 선언했다 (101)화 (101/140)

‘……빚?’

전에 로체는 내게 ‘빚’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아니라 레티시아의 전생과 얽힌 빚이었다.

“로체, 너 여기 나온 것 같아.”

“그래요?”

로체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책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내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기에 저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겠지.

반면 나는 스스로 깨달은 사실에 조금 놀란 상태였다.

‘로체가 코렐리아를 도운 정보상이었던 거야.’

원작을 거의 잊고 있던 때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런 건 하나하나 뜯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현실과는 조금 다르지만, 원작에서도 로체는 코렐리아와 접점이 있었다. 내가 죽은 후에 말이다.

그 말은 즉, 원작이 단지 소설에 불과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다.

이건 어쩌면 레티시아가 죽은 후에 펼쳐질 수 있는 현실……. 내가 죽지 않았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원작에 로체가 포함돼 있었다면, 레티시아의 죽음 후에도 그가 코렐리아에게 협조하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이게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

원작이 현실을 기반으로 만든 소설이 아니라 그런 정보로 설명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정이 있었던 하나의 세계였다면.

벌어지지 않은 게 아니라 벌어졌던, 또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원작에서 체이트와 코렐리아가 동행해온 이유는 나와 연관돼 있을지도 몰라. ……로체처럼 말이지.’

나는 그간 체이트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코렐리아와 체이트의 진짜 관계를 궁금해했을 뿐.

그러나 코렐리아가 로체에게 그러했듯이 원작이나 현실에서 체이트와 동맹적이든 적대적이든 어떠한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체이트는 정말로 단순히 버려진 소년이었을까?

‘아니, 코렐리아가 체이트를 택했다면 그의 과거도 내 전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체이트가 나와 관련이 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어떻게 내 전생과 현재의 그를 엮을 수 있을까.

‘체이트가 로체처럼 백 년을 넘게 산 것도 아닌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로체가 골몰해 있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아 양.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네요.”

그 여자가 바라던 바대로. 로체가 덧붙인 말에 기분이 팍 상했다.

코렐리아의…… 아니, 아르키드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진짜 너무하네. 이쯤 되면 그냥 다 알려주면 안 되나? 갑갑해 돌아가시겠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로체에게 전가했다.

“헛소리 말고 넌 돈이나 갚아.”

“…….”

로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잊은 줄 알았냐? 이게 어디서 모른 척 입을 씻으려고. 어림도 없지.

이후 로체에게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지만 ‘정보상의 정체는 로체’라는 사실 외에 이렇다 할 단서를 얻진 못했다.

그래도 제법 큰 수확이었다. 그로 인해 체이트의 과거에 대해 본격적인 의구심을 갖게 되었으니까.

이제 나머지는 체이트에게 가서 물어보면 뭔가 풀리지 않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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