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주의 아버지가 독신을 선언했다 (109)화 (109/140)

나는 둘의 대화를 경청하다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그래, 적의 적은 우리 편이지!

본래도 북부와 손을 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내가 나서기엔 깜냥도 되지 않고 껄끄러워서 가만히 있었지.

‘체이트도 같은 생각을 하긴 했을 거야. 얜 나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음, 그럼 우리 주요 인사들끼리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부터 나눠 볼까요?”

나는 체이트의 팔을 잡아끌고 이안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제스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브링스턴 영애가 저렇게 빠르게 대처하는 거 처음 봤어…….”

혼잣말을 다 들리게 하면 혼잣말이 아니지 않나?

나는 제스를 향해 웃어 주었다.

내가 생존본능 하나는 엄청나다. 고생을 사서 하는 성격으로도 여태 살아남은 이유가 다 뭐겠어?

“레티시아, 잠시만요.”

“잠시만은 무슨.”

남자들의 대화 어쩌고를 할 거라면 집어치워라. 진짜 개 유치해 니들.

체이트가 끌려가길 거부하자 나는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내가 내린 모닝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게 아니면 잠자코 따라와.”

“…….”

체이트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너도 내 커피 싫어했구나.

주면 곧잘 먹길래 혹시나 했지.

입에 안 맞는 커피를 지금껏 잠자코 마셔 준 체이트의 참사랑에 감동하긴 개뿔, 이건 배신이야.

‘내일 체이트의 조찬은 내가 차려야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앞서 걸었다. 뒤에서 제스가 쑥덕거렸다.

“회복이 빠르네요…….”

다 들린다.

내 잘못은 안다.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두고 언제까지고 풀 죽어 있을 수도 없다.

나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빨리 와요!”

체이트가 내 찢어진 옷자락과 성치 않은 얼굴을 보고 슬퍼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