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주의 아버지가 독신을 선언했다 (130)화 (130/140)

카히텐은 감정을 배웠다.

그로 말미암아 영생을 잃고, 성력도 잃으며 점차 쇠해갈 터였다.

그에겐 이제 시간이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아르키드네가 다급하게 외쳤다.

“네 힘이 건재할 때 어서 저 녀석을 말려야…….”

“무리야.”

카히텐이 대답했다. 무감정했던 벽안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푸른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기억해? 우리는 각자 만약의 상황을 위한 예외적 조건을 걸었어. 아르키드네 네가 계율을 망칠 상황까지 가정해서.”

“……그래. 우리 중 누군가가 자신을 담보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장치해 두었지.”

아르키드네가 입술을 짓씹다가 카히텐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야. 나는 우리 중 가장 멀쩡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그래. 너는 훌륭했다.”

카히텐이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잘 벼린 시선이 머나먼 북부로 향했다.

“모든 건 내가 짊어지지.”

“잠깐……, 기다려!”

아르키드네가 그를 뒤늦게 붙잡으려 했지만 말릴 수 없었다. 어느새 그가 있던 자리엔 서늘한 한철의 공기만이 잔재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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