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트는 곧장 안타카스 주교에게 찾아갔다.
안타카스 주교, 그가 누구인가. 바로 이 남부의 최강 꼰대다. 체이트와 레티시아가 같이 있는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목덜미를 부여잡은 고혈압 환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사실 누구보다 야욕이 넘치는 늙은 사자라는 걸 체이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굳이 원하지도 않는 자신의 직위로 거래를 하자면 안타카스 주교가 가장 적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꼬장꼬장하고 융통성 없는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마법의 단어를 체이트는 알고 있었다.
그 밤, 체이트는 레티시아에게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할 건지 털어놓았다.
“뭐어?! 그런 거짓말을 남들에게 하겠다고?”
레티시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에 체이트가 일부러 풀 죽은 얼굴을 하고 물었다.
“역시 이 계획은 별로일까요……? 아니면 레티시아가 듣기에 상상만 해도 거북스럽다거나…….”
“아,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오늘도 말리는 줄 모르고 말린다, 레티시아 브링스턴.
체이트의 미모에 유독 약한 그녀였다. 더 예쁘게 보이려고 작정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까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건 당연지사.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하다가 살짝 말을 얹었다.
“물론 먹힐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초강수라…….”
“그런 만큼 목적을 이루는 건 금방일 겁니다.”
“……그런, 가?”
오늘도 팔랑거리는 줄 모르고 팔랑거린다, 레티시아 브링스턴의 귀!
“네, 결국 나가고 나면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든, 그런 건 상관없잖습니까.”
하기야 그렇다.
어느새 체이트의 유연한 혓바닥에 완전히 설득당한 레티시아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