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06화 (106/231)

제106화

기숙사 냉장고에 오렌지 30개와 핫도그 30개를 꽉꽉 채워 넣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서 나의 ‘페이스 페이퍼’에 이야기와 함께 올렸다.

- 하루에 1달러. 한 달 동안 30달러로 살기, 시작.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성국, 나 제이미. 내일 점심은 내가 사줄게.

- 성국아, 이번 주말 우리 기숙사 파티에 와. 저녁은 해결될 거야.

점심과 저녁을 사주겠다는 댓글이 쇄도했고, 파티에 초대하는 댓글도 연달아 달렸다.

데니스가 어이없는 얼굴로 댓글을 보더니 웃었다.

“성국, 너 핫도그랑 오렌지 괜히 산 거 같은데… 그냥 공짜로 사주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잖아.”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야. 근데, 이러면 정말 30일 동안 30달러로 사는 게 아니지….”

나는 ‘페이스 페이퍼’에 또 글을 올렸다.

- 30일 동안 모든 호의는 거절합니다.

[이제 핫도그 좀 먹어볼까.]

나는 냉장고에서 핫도그를 하나 꺼냈다.

“성국, 핫도그 데울 때 내 것도 하나 부탁해.”

“데니스,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난 정말 이거 꼭 성공해야 한다고.”

“알았어. 농담이야.”

나는 얼른 핫도그 하나를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기숙사의 다른 방 친구들도 내 ‘페이스 페이퍼’를 봤는지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성국, 꼭 성공해!”

“음식 남는 거 있으면 네 방 앞에 슬쩍 버릴게.”

“고마워.”

나는 핫도그를 한 입 깨물었다.

[이렇게 한 달 살아보는 거지, 뭐.]

* * *

피터 브랜튼이 자신의 참모진들에게 ‘페이스 페이퍼’의 자료를 돌렸다.

“필립 아카데미 동기이자, 이번에 하버드에 들어간 성국과 마크라는 두 학생이 만든 SNS야. 나도 가입했으니까 다들 가입해봐요.”

“피터, 이번 투자 대상으로 보는 거예요?”

“흥미로운 지점이 많아. 학생들이 여기 반응하는 방식도 재미있고….”

이때, 한 직원이 성국의 ‘페이스 페이퍼’를 보고는 빙긋 웃었다.

“이 친구 정말 재미있네요. 하루에 1달러, 한 달 동안 30달러로 살 거라면서 근처 마트에서 20불에 오렌지랑 핫도그 왕창 사서 냉장고에 넣은 사진 찍어 올렸어요.”

“내가 성국과 마크가 너무 어려서 투자자들이 망설일 것이라고 했더니,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겠대.”

“대단하네요, 이 친구. 댓글들에 모두 밥 사준다, 파티 초대하겠다… 다들 난리예요. 그런 호의도 다 거절하겠대요. 앞으로 한 달은요.”

피터는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천재. 거기다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볼 때면 항상 대견스러웠다.

이때, 젊은 여직원 한 명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피터, 이거 정말 재미있어요. 핸드폰으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특정 누구를 지칭해야만 가능한 일이잖아요. 근데 이건 인터넷에 올려놓기만 하면, 내 친구들은 다 보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거죠. 일대일 관계가 일대다로 변하는 지점이 엄청 흥미로워요.”

“친하지 않아도 댓글은 쉽게 달 수 있으니까, 그것도 흥미로워요.”

젊은 직원들의 반응에서 피터는 충분히 가능성을 캐치했다.

‘이 도전을 통해서 ‘페이스 페이퍼’의 가능성도 보여 주겠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

확실히 젊은 사람들은 폭넓은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미란다, 한 달 후 주말에 이 친구들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이랑 호텔 예약해줘. 참, 세 명이야.”

“아까 두 명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기숙사 룸메이트인데, 대학 들어와서 ‘페이스 페이퍼’를 접한 친구니까 가장 적절한 모니터 요원이 될 것 같아서. 의견도 좀 다양하게 듣고 싶고…. 참, 모두 퍼스트 클래스로 잡아줘.”

“네.”

피터는 ‘페이스 페이퍼’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이미 굳혔지만, 성국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30일 동안 진행될 성국의 도전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 * *

- 도전 7일째.

배가 너무 고파서 어제 핫도그 두 개를 먹는 바람에 오늘은 오렌지 하나로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남은 10달러로 핫도그를 더 사둘까 고민 중이다.

내가 올린 글에 또 댓글이 쇄도했다.

- 성국, 근처 마트에서 지금 냉동 피자 다섯 판에 10달러 세일이야. 피자 한 판으로 2, 3일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 성국, 여긴 오렌지가 20개에 3달러 세일이야.

- 1달러 버거집 발견! 성국, 주소 남길게.

- 성국, 이번 주 오픈하는 식당에서 저녁 뷔페 1달러 행사한대. 딱 하루야.

모두들 내 도전에 도움을 주는 댓글들이었다.

[아, 배고파… 공부나 해야지.]

데니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넌 한창 자랄 나이인데… 이러다가 살 너무 빠지는 거 아니야?”

“아! 그걸 사면 되겠다.”

“뭐?”

“단백질 셰이크.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나는 얼른 아마조네스를 싹 뒤져서 가장 싸고 양 많은 단백질 셰이크를 검색했다.

배송료까지 9.99달러!

나는 얼른 화면을 캡처해서 ‘페이스 페이퍼’에 올렸다.

- 10달러로 단백질 셰이크 구입 완료. 배송료까지 9.99달러라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가격이다.

댓글에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말과 함께, 그거 먹다 토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란 말도 엄청 많이 올라왔다.

데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성국, 정말 넌 못 말리겠어.”

“데니스, 요즘 시나리오는 잘 진행돼?”

“수업 가고, 과제 하고… 파티 가느라 정신없어서 하나도 진전이 없어. 진짜 뉴욕에 다녀오면 좀 아이디어가 샘솟을까 모르겠네.”

“데니스, 조금만 기다려. 분명 피터가 우릴 한 달 후에 뉴욕으로 초대할 거야.”

“성국, 너는 매사에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어?”

[어떻게긴. 나 전직 재벌이야. 기업에 돈 투자하는 사람들 마인드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나는 그저 웃었다.

“데니스, 단백질 셰이크 오기 전까지 말 좀 줄일게. 말 많이 하니까 배가 고파.”

“알았어.”

이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을까, 말까. 배고픈데….]

고민하다가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혹시 ‘페이스 페이퍼’에 한 달 동안 30달러로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하버드 재학생 맞나요?

“네, 맞는데요. 어디시죠?”

- 저는 ‘엘렌 윈프리 쇼’ 담당 작가거든요. ‘페이스 페이퍼’로 저도 지켜보고 있는데… 혹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엘렌 윈프리 쇼라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엘렌 윈프리는 미국 전역에서 방송되고 있는 토크쇼 중에서도 시청률 1위를 달리는 국민 방송이었다.

나는 당연히 외쳤다.

“물론이죠!”

* * *

마크가 상기된 얼굴로 기숙사 방을 오갔다.

“성국, 정말 엘렌 윈프리 쇼 나간다는 거야?”

“이번 주의 이슈 같은 거 소개하는 작은 코너인데, 하버드로 직접 와서 인터뷰해서 갈 거래.”

“와, 대박. 그거 우리 엄마랑 아빠도 즐겨 보는 건데. 나도 네 뒤에서 얼쩡거려도 될까?”

“마크와 데니스도 나갈 준비 해. 내가 친구들 같이 나가도 되냐니까, 증언해줄 친구들 있으면 더 좋다고 그래서 너희 둘 추천했어.”

마크와 데니스가 손을 마주쳤다.

“마크, 우리 옷 사러 가자.”

“당연하지.”

“성국아, 넌 뭐 입을 거야?”

“난 단백질 셰이크 사버려서 이제 돈 없잖아. 입던 옷 입고 나가지, 뭐.”

참고로 난 이미 머릿속으로 내가 입고 나갈 옷을 세팅했다.

청바지에 회색 후드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였다.

찰리 잡스에게 검은색 목 티가 있다면 나에게는 후드 티셔츠가 있을 것이다.

“마크, 우리 미용실 가서 머리 좀 할까?”

“페이스 페이퍼에 물어봐야겠다. 이 근처에 머리 잘하고 싼 미용실 어디냐고?”

마크는 얼른 ‘페이스 페이퍼’에 글을 올렸다.

곧 댓글들이 달렸고, 마크과 데니스는 머리를 한다며 웃으며 기숙사 방을 떠났다.

나는 단백질 셰이크를 물에 몇 숟가락 넣고 흔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들이켰다.

[정말이지 이 맛은… 설거지하고 남은 물 맛 같아. 으웩-.]

* * *

“안녕, 난 미셸 조나야. 엘렌 윈프리 쇼에서 금주의 이슈를 맡고 있는 작가야.”

“안녕하세요.”

나는 일부러 한국식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어머, 한국 사람이야?”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엄마가 한국 분이셔. 그래서 그렇게 인사하는 거라고 어릴 적부터 얼마나 가르치셨는지 몰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셸 조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카메라를 켜고 직접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셸 조나는 내게 질문을 했다.

“근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했나 하는 거거든. 하루에 1달러. 한 달에 30달러를 쓰는 프로젝트를 하버드 학생이 하는 이유를 모두 궁금해하는 것 같아.”

“저는 조만간 창업을 할 생각이거든요. 하버드를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젊을 때 되도록이면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요.”

“어머, 근데 너 정말 하버드를 열두 살에 들어간 거 맞아?”

“네.”

미셸 조나는 나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창업을 하는데, 왜 굳이 30달러 30일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야?”

“창업이라는 게 워낙 위험하잖아요. 혹시 창업을 했다 망해서 재산도 잃고, 사람들도 모두 저에게 등을 돌렸을 때를 떠올려 봤어요. 그럴 때 어떻게 견뎌야 하지… 그 생각을 하면서 한 달을 이렇게 살아보기로 했어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구나?”

“네.”

“참, ‘페이스 페이퍼’에 이 과정을 계속 올리잖아. 특별한 이유가 있어?”

“우선 제 프로젝트를 누가 봐준다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응원이 많이 되고요. 하버드생들은 제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아니까, 모두가 이 프로젝트의 감시자가 되는 거죠.”

“참, 증인이 되어줄 친구들도 있다며?”

“네, 여기는 제 룸메이트인 데니스 샤젤이고요. 이쪽은 마크 주크버스예요. 저랑 같이 ‘페이스 페이퍼’를 만들었어요.”

나는 마크를 미셸 조나에게 소개했다.

미셸 조나는 마크와 데니스에게 내 프로젝트가 성공적인지 물었다.

“아직까지는요. 정말 핫도그와 오렌지 그리고 얼마 전에 산 단백질 셰이크로 견뎌 나가고 있어요.”

데니스는 착실하게 증언해줬다.

“성국, 그럼 ‘페이스 페이퍼’로 창업을 할 생각인 거니?”

“네, 지금 마크랑 준비 중이에요.”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 * *

나와 마크 그리고 데니스는 모두 기숙사 방에 모여서 엘렌 윈프리 쇼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문에 수업도 재낀 상황이었다.

“성국, 우리 잘 나왔을까?”

“한번 봐, 데니스.”

마크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성국, 근데 나 진짜 궁금한데… ‘페이스 페이퍼’를 노출하기 위해서 방송도 타는 거지?”

“응.”

“이미 피터 브랜튼이 관심 가지고 있는데, 방송까지 탈 필요가 있었을까?”

“마크, 피터 브랜튼이 물론 유명한 투자의 신이지만 우리의 인기가 상승하면 그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잖아.”

“정말 네 속에는 워렌 버핏이 살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애송이들아,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꿈에도 모를 것이야.]

곧 방송이 시작됐다.

금주의 핫이슈 코너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토크쇼 쉬는 시간에 방영되는 짧은 코너였다.

엘렌 윈프리는 오늘 나온 유명한 배우와 인터뷰를 쭉 진행하다 잠시 쉬어 가겠다며 금주의 핫이슈 코너를 소개했다.

“오늘은 ‘페이스 페이퍼’라는 하버드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하루 1달러, 30달러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벌이는 하버드생 전성국 군을 만나 봤습니다. 근데 더 놀라운 게, 전성국 군은 열두 살에 하버드를 입학한 천재라고 하네요.”

동시에 내가 인터뷰한 영상이 나왔다.

“성국, 나 네 뒤에 서 있는 거 잡혔어! 데니스, 우리 머리 진짜 잘 자른 것 같아.”

마크가 신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크게 왜곡 없이 나갔고, 동시에 ‘페이스 페이퍼’는 접속자 수 과다로 서버가 다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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