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49화 (149/231)

제149화

마운은 마치 나를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듯 따뜻하게 바라봤다.

“성국, 그만큼 우리 회사를 높이 평가하는 거야?”

“당연하죠.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셨잖아요.”

그리고 중국의 인구는 무시할 수 없는 절대 숫자이다.

“성국, 좋아. 메일 알려줘. 우리 계약서 보낼게. 그리고 진짜 적은 금액이라도 좋아. 난 성국 군같이 훌륭한 청년이 우리 알리바바스를 알아봐 준 것도 너무 고맙고, 회사 운영하기에도 힘들 텐데. 투자까지 하겠다고 나서준 것도 너무 고마워.”

[마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난 철저히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거야. 거기다 알리바바스 통해서 중국에 ‘페이스 노트’ 광고도 하고 말이야.]

3,000배의 수익이면 어떤 주식, 어떤 땅을 사도 내기 힘든 투자였다.

나는 얼른 마운과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메일 주소도 주고받았다.

“마운,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은 것 같아요. 다른 큰 투자자들도 만나야지.”

“나도 미국 와서 간만에 중국어 해서 신이 났나 봐. 성국, 회사가 이 근처지?”

“네.”

“내가 다음 주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거든. 그 전에 우리 투자 이야기도 마무리 짓고, 같이 밥도 한 번 먹자. 어때?”

“좋아요. 마운! 그때 ‘페이스 노트’도 가입해 봐요!”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 * *

일론 머스트와 채드 천이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봤다.

“성국, 중국어도 해?”

“조금요.”

나는 겸손한 척했다.

[다들 겨우 영어 하나 하면서 잘난 척하면 안 돼.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정도는 해야 한다고!]

채드 천이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대만계인데도, 중국어가 어색하거든. 미국에서 태어나서.”

채드 천은 대만계 미국인이었다.

일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지만, 다 영어를 쓰는 동네라서 전혀 상관이 없었어. 물론 사투리나 문화는 차이가 있었지만. 성국, 언제 중국어도 배운 거야? 도대체 너는 잠이라는 것을 자는 거야?”

“일론, 남들처럼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성공 못 하죠.”

나는 태연하게 일론이 나중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뱉었다.

일론이 반색을 했다.

“성국, 역시 너랑 나는 통하는 데가 있어. 하루에 16시간 정도는 일해야 세상을 바꾸는 거잖아.”

채드 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론과 성국. 두 사람 다 진짜 다들 독한 사람들이야.”

[채드, 그래서 넌 그저 부자에 만족하는 거고. 나와 일론은 세계 최고 부자가 되는 거야.]

채드 천은 너튜브가 태동하자마자 구굴에 팔아넘긴다.

물론 거액의 돈을 받고 팔고, 채드 천과 너튜브를 같이 창업한 사람들은 억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너튜브를 가진 구골의 창업자들은 후에 너튜브 덕분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다.

일론이 나에게 음식을 내밀었다.

“성국, 배 좀 채웠어?”

“배고픈 것도 몰랐어요.”

나는 얼른 일론이 내민 샌드위치를 몇 개 해치웠다.

일론도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어 치웠다.

채드 천은 그런 일론이 약간 창피한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론, 성국. 나는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네, 전 여기 있을게요.”

[난 볼일 다 봤다고.]

마운 외에는 강당 안에서 눈여겨볼 사람은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가장 대어는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일론 뿐이었다.

일론은 주스까지 쭉 들이키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접시를 내려놨다.

“이제 좀 배가 부르네.”

“일론, 요즘 사업이 많이 힘들어요?”

“어… 솔직히 아주 힘들어. 결과가 안 보이니까, 눈앞이 캄캄하다고나 할까. 물론 나도 창업할 때는 쫄딱 망할 때도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사업이 힘드니 발을 빼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일론, 많이 힘들면 이야기해요. 제가 밥이나 숙소 이런 거 언제든지 제공할게요.”

“성국, 고마워. 근데 난 누군가한테 신세 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정 미안하면 신세 질 때마다 테슬론 주식 한 주씩 줘요.”

“하하하. 정말이야, 성국? 다 망해가는 테슬론 주식 한 주 주고 나 밥 얻어먹어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일론, 난 일론에게 책임감이 있다고요.”

일론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맞아. 내가 테슬론을 설립한 건 다 그때 벤처 박람회에서 한국에서 온 어떤 남자아이를 만난 것 때문이었지?”

“그러니까요.”

[책임감도 있지만, 나는 절대 손해 안 봐, 일론.]

일론은 내 손을 꼭 잡았다.

“성국, 정말 말 고맙고. 진짜 어려울 때, 내가 도움 요청할게. 그리고 그땐 진짜 테슬론 주식으로 갚을게.”

“그렇게 해 주세요! 전 테슬론이 잘될 거라는 거 믿는 사람이거든요!”

“고마워, 성국!”

[일론, 항상 내가 더 고마워. 나를 믿어줘서.]

나는 일론의 손을 꼭 잡았다.

* * *

마크가 어학원에서 나오는 민국이를 불렀다.

“민국, 여기야!”

민국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러곤 차 안을 살폈다.

운전하는 젊은 양 비서, 그 옆에로 리미미. 그리고 뒤로 전태국과 마크가 타고 있었다.

“형아는요?”

“형아는 일이 있어서 일 보고 바로 집으로 온대. 형이 메시지 보냈다고 하던데, 못 봤어?”

“봤어요. 그래도 한번 확인해 봤어요.”

“민국아, 뒤로 타.”

민국이는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로 뒤로 탔다.

리미미가 민국이를 얼른 뒤돌아봤다.

“민국아, 왜 기운이 없어?”

“하아…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저 입 좀 다물고 있을게요.”

“어, 그래….”

차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마크는 괜히 민국이의 눈치를 봤고, 태생이 눈치 없는 태국이만이 옆에서 이죽거렸다.

“야, 끼어 타는 주제에 적당히 자리 차지해.”

“아저씨, 저는 지금 어학원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한 시간에 10분 쉬면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계속 떠들고 왔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제 가방에는 아침 9시부 저녁 6시까지의 교과서가 들려 있단 말이죠. 이걸 맨 제가 기분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전태국은 할 말을 잊었다.

“그, 그거야….”

“기분 나쁘겠죠? 그러니까 저 좀 건드리지 마세요.”

“넌 꼭 성격이 성국이 같냐. 아주 까칠해.”

“아저씨,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에요.”

“야, 나 아저씨 아니야!”

“하아, 정말. 왜 다들 주제 파악을 못하지. 그러니까 국어를 못 하지.”

민국이가 중얼거렸다.

한국어를 모르는 마크만 빼고 모두 웃음을 꾹 참았다.

전태국만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다.

젊은 양 비서가 얼른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도련님, 오늘 저녁은 아까 말한 것처럼 피자에 맥주 할까요?”

“그러지, 뭐. 피자 맛집 검색해봐, 양 비서.”

“미미 씨가 이 근처 맛집은 다 꿰고 있어요.”

“사장님이 사식 넣어줄 거 대비해서 많이 알아뒀습니다.”

리미미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미미 씨, 그럼 피자 맛집 좀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양 비서님. 근데 저희도 양 비서님을 양 비서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성국이는 철수 형이라고 부르던데요.”

“네, 제 이름이 양철수거든요. 편하게 부르세요. 미미 씨랑 마크는요.”

“그럴게요. 철수 씨. 그럼, 우선 이 사람들 숙소에 내려주고 저랑 철수 씨가 피자 사러 가죠.”

“나도 같이 가요!”

마크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리미미와 젊은 양 비서를 단둘이 둘 수 없는 마크였다.

전태국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얼른 내려줘, 양 비서.”

“나도요, 철수 형.”

민국이도 피곤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 * *

차가 떠나고 전태국와 민국이는 나란히 숙소로 올라갔다.

전태국은 이때다 싶어서 민국이를 쏘아봤다.

“민국인가 뭔가. 난 아저씨 아니야. 스무살이라고. 형아라고 불러.”

“아, 네… 아저씨.”

“야! 너 정말 내가 누군 줄 알아?”

“삼전 그룹의 후계자. 그런데 여자들에게 인기 없는 남자. 그게 바로 전태국!”

민국이는 속사포처럼 말을 뱉었다.

“야, 너 뭐 한 거야?”

“이게 랩이라는 거예요. 아저씨. 이것도 모르면서!”

“너 자꾸 그렇게 까불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 내가 삼전 그룹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 줄 알아? 후계자란 말이지. 삼전 그룹은 언젠가 내가 물려받게 된단 이야기야. 너도 삼전 그룹에 나중에 취업하고 싶으면 나한테 잘 보여야 할 거야.”

“아저씨, 저는 가수가 꿈이에요. 삼전 그룹에 취업할 일은 없을 거예요.”

“가수? 삼전이 엔터테인먼트에도 투자할 수 있잖아.”

민국이는 그 말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전태국을 올려다봤다.

“진짜요?”

“그럼, 진짜지. 삼전에서 안 하는 거 없어. 우리는 야구, 축구, 농구 구단도 다 가지고 있잖아.”

“치이, 가수를 키우진 않잖아요.”

“내가 나중에 삼전 물려받으면 만들면 되지. 어려운 일 아니야.”

민국이는 조금 고심하더니 전태국을 다시 올려다봤다.

“아저씨, 그럼 제가 형이라고 부를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누가 성국이 동생 아니랄까 봐. 조건이 뭐야?”

“그리고 저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법 좀 알려줄까요?”

“친해지는 법?”

전태국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도 조건이 있어요. 그 조건 다 들어주실 거예요?”

“민국아, 너 이럴 때 보면 꼭 너희 형 같아.”

“아까도 말했는데, 또 말해야 해요? 피는 물보다 진하잖아요. 그 형에 그 동생이죠.”

“알았다. 알았어. 조건이나 어서 말해봐.”

민국이는 차분히 조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저랑 계약서를 하나 써요.”

“계약서?”

“형이라고 부르는 조건으로는 삼전 그룹은 전민국이 소속된 그룹을 삼전 전자의 모델로 기용한다.”

“그건 뭐 어렵지 않아. 내가 회사 물려받으면 바로 모델로 쓸게. 너는 가수나 돼.”

전태국은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친해지는 법은 뭐야?”

“김이요.”

“김?”

“마크랑 리미미가 김을 엄청 좋아해요.”

“맞아, 아까도 맥주에 김 먹자고 했어.”

“아저씨, 저한테 김이 좀 있거든요.”

“그거 나 주는 거야?”

민국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저씨, 아무리 삼전 그룹 후계자라고 해도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민국아, 얼마면 되겠어?”

“아저씨, 돈 많죠?”

“나야 돈밖에 없지. 근데 너 형이라고 부른다며?”

“그건 계약 체결하면요. 그리고 리미미와 마크를 유혹할 김은 아저씨한테만 특별히 개당 십만 원에 팔게요.”

“뭐어? 김이 개당 십만 원이라고? 야, 그거 근처 한인 마트 가면 다 구할 수 있어.”

“제가 어제 들었는데, 여기서 가장 가까운 한인 마트가 차로 한 시간이래요. 아저씨, 살래요? 말래요? 선택은 아저씨가 하세요.”

“내가 살게! 모두 얼마야?”

“오늘은 딱 다섯 개만 팔게요. 나머지는 다음에 다시 협상하죠.”

전태국은 혀를 내둘렀다.

“전민국. 너 니네 형보다 더한 거 알아?”

“이게 다 형한테 배운 거예요. 저희 형 밑에 자라 봐요. 인생 가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니까요. 아저씨, 10분 후에 봐요. 전 김을 준비할 테니, 아저씨는 돈과 계약서를 준비하세요.”

“어, 그래….”

민국이는 휭하니 방 안으로 사라졌다.

* * *

내가 도착하자 전태국과 민국이만 빼고 숙소에 모여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마크가 얼른 손짓을 했다.

“성국, 어서 와서 피자 먹어.”

“응, 마크. 근데 민국이는 어디 갔어?”

“씻고 나온대.”

곧 씻은 민국이가 뽀얀 얼굴로 나왔다.

“민국아, 오늘 첫 수업 어쨌어?”

“괜찮았어, 형.”

“철수 형, 태국이 형은요?”

“곧 올 거야.”

마침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전태국이 양손에 김을 들고 들어왔다.

“아까 다들 김에 맥주 마시는 것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김 좀 구해왔어.”

전태국은 민국이와 찡긋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 눈빛을 단번에 캐치했다.

“민국이가 가져온 거 뺏어 먹는 거 미안했는데, 잘 됐다. 잘 먹을게요. 태국.”

마크가 얼른 김을 까기 시작했다.

나는 민국이를 조용히 방으로 불렀다.

“민국아, 나 좀 보자.”

민국이는 군말 없이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전민국, 태국이 형한테 김 판 거야?”

“응.”

“얼마에?”

“개당 십만 원에. 저 형 재벌이잖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그때, 민국이가 내게 손으로 쓴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형으로 부르는 조건으로 내가 태국이 아저씨랑 맺은 계약.”

“계약을 했다고? 계약서 함부로 쓰는 거 아니야!”

나는 놀란 눈으로 계약서를 살폈다.

- 전태국은 삼전 그룹의 후계자로 후에 전민국이 소속된 그룹을 삼전 전자의 모델로 기용할 것을 약속합니다.

내 예상과 달리 계약서는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전민국, 제법인데. 이거 바탕으로 정식 계약서 작성하고 변호사한테 공증만 받으면 되겠어.]

민국이가 눈을 말똥말똥 뜨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형, 나 잘했지?”

“역시 내 동생이야.”

나는 민국이를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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