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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53화 (153/231)

제153화

“으아아악!”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그 자리에서 뻗어버렸다.

민국이는 얼른 사내가 손에 쥔 백 달러를 되찾아왔다.

“형아! 이거!”

그러곤 내게 내밀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젊은 양 비서와 민국이를 쳐다봤다.

“둘이 어떻게… 프라이팬은 어디서….”

모든 게 뒤엉켜버린 듯 나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젊은 양 비서가 달려와서 나를 일으켰다.

“일어날 수 있겠어, 성국아?”

“아, 네….”

나는 겨우 정신을 다잡고 일어섰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민국이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형아, 형아. 죽지 마아! 엉엉엉!”

“민국아, 형아 괜찮아….”

민국이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프라이팬을 잡더니 바닥에 쓰러진 채 골골거리는 사내에게 다시 달려갔다.

“우리 형아 괴롭힌 놈! 내가 혼내줄 거야!”

이때, 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차가 다가와서 겨우 화난 민국이를 말렸다.

경찰은 오히려 프라이팬을 든 민국이를 말리느라 쓰러진 사내는 신경도 못 쓸 지경이었다.

“경찰 아저씨, 이 나쁜 놈이 우리 형 돈 빼앗고 저 와인 병으로 협박했어요! 어서 잡아가요!”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화난 민국이를 말렸다.

“민국아, 한국말로 하면 미국 경찰이 어떻게 아니….”

그사이 젊은 양 비서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나에게 돈을 빼앗으려고 했던 사내는 체포되고, 나와 민국이 그리고 젊은 양 비서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내내 민국이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형아, 앞으로 혼자 돌아다니지 마.”

“민국아, 너 프라이팬 한 번 더 휘둘렀다가는 너도 잡혀갔어.”

“형아 위협한 놈 혼내주고 잡혀가는 건 괜찮아.”

“민국아, 형아도 조심할 테니까. 너도 성질 좀 죽여. 그러다 범죄 기록이라도 남으면 연예인 되기 힘들어. 형아 말 알지?”

“응.”

그 말에 민국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젊은 양 비서가 따뜻한 우유를 내밀었다.

“성국아, 이것 좀 먹고 정신 차려.”

“네….”

“많이 놀랐지?”

[죽는 줄 알았다고… 양 비서. 나 이번 생은 14살에 요절하는 줄 알았잖아.]

나는 속으로 종알종알거렸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진짜 우리 아니었으면, 너 큰일 날 뻔했어. 이 동네가 안전하긴 하지만, 종종 그런 일들이 일어나나 봐. 앞으로는 어두워지면 절대 혼자 나가면 안 돼.”

“그럴게요…. 근데, 형… 민국이는 왜 프라이팬을 손에 들고 있던 거예요?”

“왜긴… 네가 좀 쓸쓸하게 나가기에 내가 너 데리러 나가려고 하는데, 민국이가 방에서 이야기 듣고 있다가 나오더라고. 자기가 아무래도 형 좀 보고 이번 기회에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자기도 자기 인생이 있는데, 형이 너무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느낌이라고….”

[자식. 똑똑하긴….]

나는 따뜻한 우유를 호로록 마셨다.

“암튼 그래서 민국이랑 나오다가 보니까 공원 쪽에서 네가 위협당하는 것 같잖아. 그때, 민국이가 쓰레기통에 누가 버린 프라이팬 바로 집어 들더라고. 민국이 순발력 좋지?”

“네… 형이랑 민국이 덕분에 살았어요.”

“성국아….”

젊은 양 비서는 나를 나긋한 목소리로 불렀다.

저번 생에서도 나를 타이를 때는 저런 목소리였다.

독단적이고 목표를 정했으면 이루고 말아야 하는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뭐라도 마음에 안 들면 그날은 삼전 그룹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럴 때면 젊은 양 비서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와인 한 잔을 내밀며 화를 가라앉혀 줬다.

[양 비서, 저번 생에서도 고생 많았는데… 이번 생에서는 그런 고생은 안 시킬게.]

나는 따뜻한 우유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젊은 양 비서는 내 어깨를 두 번 도닥였다.

“성국아, 민국이가 나오면서 그러더라고. 형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니까, 평범한 자기를 이해를 못 한대.”

[양 비서, 아이큐는 민국이가 나보다 훨씬 좋아. 그 좋은 머리로 노력을 안 하는 거지.]

“성국아, 민국이가 그래도 형이 위험한 상황에 빠진 거 보고는 정말 앞뒤 안 보고 달려가더라. 모두 너처럼 살 수는 없잖아. 그리고… 뭐든 즐기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법이잖아. 민국이 춤과 노래에 진심인데, 너무 강요만 하지 마.”

“그럴게요….”

“근데 성국아….”

“왜요, 철수 형?”

“넌 뭘 할 때 가장 재미있어?”

[흠… 심오한 질문이군.]

나는 턱을 매만졌다.

“형… 전 사실은요… 일할 때가 제일 좋아요.”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젊은 양 비서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안 먹히겠네….”

“아마도요. 참, 철수 형. 학교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이번 여름까지만 도련님 모시고 편입 준비하려고.”

“형, 여기 근처에 스탠포드라고 아주 유명한 대학 있는데. 거기는 어때요?”

“내가 편입할 수 있을까?”

“형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양 비서, 약한 소리 하지 마.]

나는 애써 우유를 마셨다.

태연한 척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되라고 채찍질하는 것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젊은 양 비서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스탠포드라…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편입할 수만 있다면….”

“형, 난 형이 아까 동영상 찍는 거 보니까 왠지 연예계 쪽 일도 굉장히 잘할 거 같아요.”

[양 비서, 이번 생에서는 비서 그만하고 대표도 한 번 해봐야지.]

나야 이번 생에서 활동무대를 미국으로 옮겼지만, 방무혁과 앞으로 함께할 기획사는 대한민국에 설립할 예정이었다.

민국이를 데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대신 대한민국에서 이 기획사를 방무혁과 함께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꼼꼼하면서도 신중한 성격. 거기다 완벽주의자.

젊은 양 비서가 적격이었다.

젊은 양 비서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성국아, 민국이한테도 나한테 하는 것처럼 말해줘 봐.”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네가 은근히 나를 자극하는 말을 많이 하긴 하는데, 난 오히려 네 말을 들으면서 내 미래도 다시 생각하게 됐거든. 민국이한테도 그렇게 해봐. 자, 여기 핫초코. 민국이가 핫초코 좋아하잖아.”

나는 핫초코를 받아들었다.

* * *

똑. 똑.

방문을 열자 민국이가 스탠드만 켜둔 채 책상에서 무언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민국아, 뭐 하는 거야?”

“일기 써. 방학 숙제야.”

민국이는 두 눈이 아직 퉁퉁 부어 있었다.

“민국아, 핫초코 먹고 해.”

“응….”

민국이는 작은 두 손으로 핫초코를 받아들곤 호로록 들이켰다.

나는 슬쩍 일기장을 봤다.

오늘 형이 미국의 악당에게 공격당해서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나는 얼른 버려진 프라이팬을 들고 뛰어가서 그 악당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는데, 멋진 철수 형이 먼저 악당을 제압했다.

그래도 나도 한 번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나쁜 놈. 지옥에나 가라!

“철수 형이 그 남자 때려눕힌 거야?”

“어, 형. 철수 형 완전 무술 잘해. 순식간에 파바박 해치웠어.”

[역시 양 비서야.]

양 비서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태권도와 합기도 등도 섭렵했는데,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런 인재를 전태국 옆에 두는 건 진짜 인력 낭비였다.

나는 민국이와 눈높이를 맞추려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고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 때였다.

나는 평생 동생을 인생의 라이벌 아니면 짐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저번 생에서 그랬기 때문이다. 저번 생의 동생이었던 전태국은 멍청하면서 욕심만 많아서 호시탐탐 내가 실수해서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나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실수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가혹할 정도로 몰아붙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버릇이 이번 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민국아, 너 진짜 가수 하고 싶어?”

“응. 노래하고 춤추는 거 너무 좋아.”

“형이 1등 하라고 해서 부담돼?”

“응….”

민국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형아, 난 다들 머리는 좋다는데, 공부는 너무 싫거든. 공부하면 막 기운도 없고, 우울해져. 근데 노래하고 춤추면 막 행복해져. 형아, 난 행복하게 살고 싶어.”

“민국아, 근데 네가 좋아하는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가 되려면 공부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을 거야. 그러면 그때 또 안 한다고 할 거야?”

민국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참아야 할 일이 있다면 참을 거야. 공부는 그게 없어….”

“알았어. 민국아, 그래도 영어 공부는 해. 나중에 가수 돼서 해외 나가면 영어 쓸 일 많을 거야.”

“응! 형아.”

다시 밝아진 민국이가 해맑게 웃었다.

나는 민국이 등을 도닥였다.

“돈은 형이 많이 벌 테니까, 우리 민국이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나는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놨다.

* * *

채드 천에게서 연락이 왔다.

- 민국, 동생 동영상 언제쯤 나와?

“지금도 있긴 한데요. 왜요?”

- 우리 다음 주부터 베타 서비스 실시하잖아. 민국이 동영상도 바로 올렸으면 해서….

“그럼, 기간 맞춰서 준비해 볼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민국이와 젊은 양 비서를 찾았다.

“철수 형, 다음 주에 민국이 동영상을 너튜브에서 시험 삼아 하는 서비스에 올리자고 하거든요. 지금 상태 어때요?”

“댄스 동영상은 잘 나온 것 같아. 근데, 그게 한 편만 올리는 거 아니지?”

“네, 날짜나 시간 정해서 연속적으로 올리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야 사람들도 더 많이, 자주 볼 거거든요.”

“성국아, 그럼… 우리 민국이 동영상의 콘셉트를 잡아보는 건 어떨까?”

[양 비서, 그 얘기가 내가 하려던 거였어!]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민국아, 앞으로 동영상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 볼까?”

“응! 형아!”

우리 셋은 머리를 맞대고 거실에 모여 앉았다.

“민국아, 네가 특별히 더 찍어 보고픈 영상 있어?”

“형아, 난 가수가 꿈이니까. 한국 유명 가수 노래 따라 부르는 거 해볼까?”

“그거 좋을 것 같은데?”

“증말, 형아?”

“응, 대신 민국아, 꼭 우리한테 확인받고 올려야 해. 나중에 네 흑역사가 될 수도 있어.”

“응, 형아!”

이때, 젊은 양 비서가 두 눈을 반짝였다. 젊은 양 비서를 본 이후로 가장 활기찬 얼굴이었다.

“성국아, 그리고… 민국이가 어차피 연예인을 할 거라면… 우리가 민국이 성격을 제일 잘 아니까, 이미지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젊은 양 비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연예계 비즈니스에 적합한 인물인지도 몰랐다.

“민국이는 밝고 친근한 이미지가 많으니까, 그냥 단순히 노래나 댄스 동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라. 그런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짧은 일상생활 같은 것도 공유하면 어떨까 해서.”

“좋은데요, 철수 형! 12살 나이에 맞게 공부하는 모습이나. 숙제하기 싫어서 엄살 피우는 거나. 그런 거 다 담아보는 거예요.”

“마치 진짜 우리 옆집에 살법한 그런 아이답게!”

젊은 양 비서도 적극 찬성했다.

“철수 형, 그럼 댄스 동영상 올리고 다음은 민국이의 방학 생활이라고 해서 짧게 올리는 거 어떨까요?”

“성국아… 혹시 너도 출연 가능해?”

“민국이 동영상에요?”

[내가 나가면 주인공은 내가 될 텐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젊은 양 비서와 민국이가 동시에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들 왜 그렇게 보는 거야?”

“마크가 성국이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어깨를 으쓱한다고 했거든.”

“형아, 지금 동영상에 출연하면 내가 더 주목받을 텐데. 그 생각하면서 어깨 으쓱했지?”

“아니야.”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형아, 거짓말 맞네, 맞아.”

“민국아, 형아가 더 잘생긴 건 맞잖아.”

“형아! 그럼, 우리 진검승부를 해보자.”

“어떻게?”

“동영상 올리고, ‘페이스 노트’에도 링크 걸어서 인기 투표 해보자.”

이건 절대 질 수 없었다.

“전민국, 후회 안 할 자신 있지?”

“당연하지! 형아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지?”

“말해 뭐 해. 전민국, 인기 투표에서 지면 뭘 걸 거야?”

“나… 초등학교 졸업까지는 딴 생각 안 하고 공부만 할게! 전교에서 1등 한번 해볼게, 형아!”

민국이의 이토록 진지한 모습은 평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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