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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55화 (155/231)

제155화

제임스 사카모토는 자신이 가상 화폐를 구상하게 된 이야기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세상에 얼마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도메인을 등록하고, 가상 화폐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상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거예요.”

제임스 사카모토는 차분한 인상과 어조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일론 머스크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정말 반대되는 성격이었다.

“제임스.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끼리 비밀 결사대 같은 거 만들면 어때?”

“일론, 프리메이슨 같은 단체를 말하는 거야?”

제임스의 음성은 여전히 차분했다.

“나는 그렇게 거대한 음모론이나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세계의 역사가 될 우리끼리 가끔 만나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편하게 도와주는 그런 관계면 어떨까 해서. 돈도 많이 벌어봤고, 테슬론으로 위기에 몰리기도 하면서 진정한 친구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일론은 힘없이 말했다.

일론의 말처럼 성공할수록 진정한 친구는 사라진다.

“제임스, 일론. 우리 어차피 제임스의 말대로 비밀 서약도 했으니 종종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요.”

“성국, 우리도 근사하게 이름 짓자. 어때?”

“흠… 뭐가 좋을까요?”

그때 나는 우리 셋의 공통점을 떠올렸다.

“일론, 일론도 장남이죠?”

“어, 내가 첫째야.”

“제임스도죠?”

“응. 밑으로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이 있으니, 나도 장남이지.”

“저도 삼 남매 중 장남이거든요. 우리 장남클럽 어때요?”

내 제안에 일론과 제임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데? 전혀 심각해 보이지도 않고,”

“그냥 사교클럽 같기도 하고.”

일론의 말을 제임스가 받았다.

“그럼, 우리 성국의 제안대로 장남클럽으로 이름 정할까?”

“일론, 난 찬성!”

“저야 당연히 찬성이죠!”

우리는 서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역시 일론과 제임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통했던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모두 집안의 장남이었다.

* * *

일론과 나는 제임스 사카모토의 사무실을 나왔다.

우리 둘 다 얼굴이 상기된 채였다.

“성국, 정말 대단하지 않아?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화폐라니….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통제하는 기존의 가치를 완전히 전복하는 화폐잖아.”

일론은 마치 신을 잠시 만난 사람처럼 가상 화폐에 대해서 열광적으로 떠들었다.

“일론, 제임스가 말한 가상 화폐는 정말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 거 같아요.”

“제임스가 너랑 나랑도 그렇게 될 거라고 하잖아.”

나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일론, 우리도 역사가 될 거야!]

“성국, 근데 말이야….”

일론은 갑자기 멈춰서더니 나를 빤히 봤다.

“나 좀 재워줄 수 있어?”

“일론, 무슨 일이 있어요?”

“하아…”

일론은 길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은 지금 테슬론의 핵심인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몰라…. 테슬론의 배터리가 방전된 게 아니라 내가 방전된 것 같아서 도망치듯 제임스 사카모토를 만나러 온 거야.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거든….”

나는 일론의 어깨를 도닥였다.

“일론, 우리 집으로 같이 가요. 좀 소란스럽지만, 다들 좋은 사람들이에요. 일론을 분명히 반길 거예요.”

“고마워, 성국.”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일론, 테슬론 주식 줄 거잖아.]

하지만 이제 일론 머스트는 나에게는 천재지만 좀 부족한 형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열성적이고,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지만 뒤로는 한없이 작아지는… 그런 우리 형….

[민국이 녀석도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 * *

달칵.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민국이와 마크, 리미미.

거기다 이제는 자기들 숙소 대신에 우리 집에 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전태국와 젊은 양 비서가 우리를 반겼다.

“성국, 왜 이제 와! 태국 인턴이 피자 사 왔어.”

민국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줄레줄레 마중까지 나왔다.

“형, 이분은 누구야?”

“일론, 제 동생이에요. 전민국이요.”

“안녕, 민국아. 난 일론 머스트야. 아저씨가 며칠 여기서 지낼 거니까 잘 지내보자. 참, 나도 아들이 많아.”

“잘 부탁드릴게요.”

민국이는 얼른 배꼽 인사를 했다.

전태국이 못마땅한 투로 나와 일론을 쳐다봤다.

“성국, 집도 좁은데 이제 군식구까지 들이는 거야?”

“태국이 형. 형이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풉-.”

리미미는 먹은 피자를 뱉을 뻔했다.

일론이 머쓱한 얼굴로 나를 살짝 잡아당겼다.

“성국, 나 근처 호스텔이라도 잡을까 봐.”

“일론, 아까 저 형이 한 말 신경쓰지 말아요. 저 형 숙소는 앞집이고, 군식구는 바로 저 형이에요. 참, 삼전 전자 알죠? 거기 후계자예요.”

“진짜?”

“지금 ‘페이스 노트’에서 인턴하고 있거든요.”

“어디… 세계적인 대한민국의 기업 후계자는 어떤지 이야기 좀 나눠볼까?”

일론은 얼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실망할 텐데….]

민국이가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가서 접시 하나를 가지고 나오더니, 내게 내밀었다.

“민국아, 이게 뭐야?”

“형, 하와이안 피자 좋아하잖아. 이게 제일 빨리 사라지기에 내가 얼른 형 꺼 두 조작 챙겨놨어.”

“민국아….”

“형, 나 잘했지?”

“응.”

나는 민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민국아, 궁금한 게 있는데….”

“응, 형아.”

“넌, 형이 좀 부족해 보여서 챙기는 거야?”

“아니.”

“그럼?”

“형이잖아. 그니까 챙기는 거지. 그리고 누가 형 부족하대? 머리도 좋고, 잘생기고. 키도 크고! 사업도 완전 잘하는데, 누가 형보고 부족하대? 내가 또 프라이팬으로 확 때려줄까?”

“민국아, 한 번 더 그러면 너 정말 감옥 가.”

“정말 형은 극현실주의야. 어서 피자나 먹어.”

“고마워, 민국아.”

나는 민국이가 나를 위해 남겨둔 하와이안 피자를 한 입 깨물었다.

* * *

어둑한 밤.

민국이의 다리가 내 배를 강타했다.

“으윽-.”

나는 민국이의 다리를 슬쩍 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하와이안 피자만 아니었으면 등짝 스매싱이었어….]

이때,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론도 잠을 못 자고 있나?]

방문을 열고 나가니 소파에 잠자리를 핀 일론이 우두커니 앉아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일론, 잠자리가 불편해요?”

“아니… 오랜만에 그냥 이렇게 시간 보내고 싶었어. 성국, 너도 위스키를 마실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나 입맛 완전 고급이라 비싼 위스키가 먹을 테니까, 좀만 기다려. 일론.]

“전 대신 물 마실게요.”

나는 물잔을 들고 일론의 맞은편에 앉았다.

시계는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성국… 난 정말 빈틈이라는 게 없이 살아왔거든. 일도 항상 했고. 연애도 항상 했고. 결혼도 했고, 애도 다섯이나 되잖아. 그냥 삶에 빈틈이라는 게 생기면 안 될 것 같이 살아왔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 나를 수없이 채찍질하며 살았거든…. 근데…. 내 믿음이 흔들리는 일이 생기니까, 이렇게 살아온 인생이 맞나 싶어.”

일론은 위스키를 천천히 마셨다.

“남들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 자는 것을 보며 편안한 잠을 잘 시간에 난 항상 일을 하고 깨어 있었거든.”

“일론, 후회돼요?”

“조금은….”

일론의 저 후회는 오래가지 않을 게 뻔했다.

“성국, 넌 아직 어리니까 나처럼 살지 마.”

“누군가는 일론처럼 살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나처럼 살아도 되는데…. 힘들 때 함께할 가족은 잘 지키라고 해줘. 가족마저 무너지면 정말 버틸 힘이 사라지는 것 같아.”

나는 말하지 않았지만, 일론이 이미 와이프와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일론은 피곤한 얼굴로 얼굴을 쓸어올렸다.

“근데 성국 이상한 건 말이야. 이렇게 또 일을 안 하고 있으니 불안하네….”

“일론, 이제 다 쉰 거예요?”

“응, 그런 것 같아. 아침에 내가 없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테슬론 공장에 가서 배터리 상황도 보고, 투자자들 설득해서 투자도 더 유치해야지. 어쩌면 오늘 제임스를 만나고 너와 함께 여기에 와서 네 친구들과 피자를 먹은 게 내 인생의 마지막 휴가일 지도 몰라.”

일론은 위스키 잔을 멍하니 바라봤다.

“성국, 난 항상 마음이 급해서 위스키도 빨리 마셨거든. 근데… 오늘은 정말 천천히 마실 거야. 이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일론은 혼자만의 여유가 필요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론, 좋은 밤 돼요.”

“성국, 오늘 신세 진 것에 대한 보답으로 테슬론 주식 10개 어때?”

“넋두리까지 들어줬으니 10개 더 얹어주세요.”

“그래, 오늘은 좀 마음이 후해지네. 성국도 잘 자.”

나는 일론을 홀로 거실에 남겨두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를 내려다봤다.

민국이가 이불을 발로 다 걷어찬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이불을 민국이의 가슴까지 올려주곤 그 옆에 잔뜩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

민국이의 숨 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서 난 곧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어, 그 아저씨 없네. 형아, 어서 일어나. 아니다! 오늘이야말로 드디어 형의 실체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찍고 말겠어!”

민국이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을 시작했다.

“형아! 일어나. 아침이야.”

나는 눈을 힘겹게 떴다.

“전민국, 형아 5분만. 5분만 더 잘게.”

“형아, 아침이야! 어서 일어나야지!”

“민국아, 형 정말 딱 5분만.”

나는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 * *

너튜브에는 이틀 차이로 민국이의 춤 동영상과 내가 나온 일상 동영상이 올라갔다.

베타 서비스 기간이라 이용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춤을 추는 동양의 작은 아이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거기다 일상 동영상에서는 ‘페이스 노트’의 창업자인 나까지 출현해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자랑했다.

나는 얼른 ‘페이스 노트’에 너튜브 영상의 링크를 걸고 인기 투표를 시작했다.

- 전성국 VS 전민국! 여러분의 취향에 투표하세요!

투표는 24시간 후에 마감합니다!

“형아, 내가 만약 이기면 나 어학원 마지막 시험 90점 안 넘어도 디즈니랜드 데리고 가줘.”

“그래.”

나는 흔쾌히 찬성했다.

마크와 리미미가 뒤에서 동영상을 보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국아, 너 긴장해야겠어. 민국이 귀엽다는 이야기 엄청 많아.”

“사장님, 역시 친근함이 통한다니까요.”

민국이는 헤벌쭉 웃었다.

“형아, 인기 투표에 져도 너무 상처받지 마.”

“민국아, 게임은 끝까지 해봐야 아는 거야.”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테이블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렸다.

민국이가 득달같이 달려가서 핸드폰을 보더니 얼른 받아들었다.

“민국아, 형 전화잖아.”

순간 민국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아앙! 응! 민국이야! 아빠아아! 보고 싶어!”

[자식, 매일 즐거운 척 생활했어도 아직 12살 맞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아빠, 성국이에요. 민국이가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나 봐요.”

- 성국아, 안 그래도… 엄마랑 지희랑 우리 가족 다 너 보러 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아?

“아빠, 미국 오시게요?”

- 민국이까지 가서 너 고생하는데, 엄마가 새로운 숙소도 보고, 음식도 챙겨줘야 한다고 난리야. 가서 너 좀 챙겨주고, 들어올 때 민국이랑 같이 들어오려고.

뒤에서 지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오빠! 지희야! 오빠, 보고 싶어!

힘들 때 함께할 가족을 지키라는 일론의 말이 떠올랐다.

“지희야… 오빠야! 오빠도 우리 지희 너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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