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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70화 (170/231)

제170화

2004년 12월 24일 금요일.

나는 커피잔을 들고 2층 난간에서 광활한 사무실을 내려다봤다. 한 손에는 에너지 바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무실 벽에 www.facenote.com이라고 적힌 글자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봤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면서 사무실 안을 오갔다.

“성국,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마크가 부스스한 얼굴로 다가왔다.

마크의 손에도 에너지 바가 들려 있었다.

“‘페이스 노트’라고 적힌 저 글귀가 올라가는 거. 보고 있어.”

“나도 저거 보려고 왔는데…. 성국, 정말 이런 날이 오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나는 미래였고. 이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막상 이날이 다가오니 모든 게 믿어지지 않았다.

“마크, 집에 얼마나 안 들어간 거지?”

“글쎄. 너랑 비슷하지 않을까….”

나도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가 집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벌써 나흘이 넘었다.

투자를 받기 시작하면서 사무실도 커졌고, 직원의 수는 더 많아졌다.

한 달 동안은 꼬박 면접만 보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페이스 노트’는 새 사무실에서 새로운 직원들과 일을 시작했다.

동시에 집에 들어가는 날은 점점 더 적어졌다.

“성국, 근데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인 거 알아?”

“그랬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크, 남들 다 놀 때 일하는 자가 성공하는 거야.]

하지만 입밖에는 내지 않았다.

이런 말을 했다가는 악덕 기업주로 찍힐 게 뻔했기 때문이다.

“참, 너는 리미미 씨랑 데이트할 거야?”

“당연히 못 하지. 미미 씨가 보안 때문에 정신 나간 거, 너 못 봤어?”

“응. 봤지. 좀 전에도 텀블러에 가득 커피 타가는 거 봤어.”

이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일과 삶이 전혀 분리되고 있지 않았다.

나는 꾀죄죄한 마크의 얼굴을 쳐다봤다.

“마크, 너 정말 못 봐주겠어.”

“성국… 나는 항상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했거든.”

[당연한 말을….]

“근데 오늘은 정말 너도 못 봐주겠어.”

마크는 그 말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내가 이 말을 너에게 하는 말이 올 줄이야. 성국, 또 일하러 가볼까?”

“그래… 이젠 우리가 이 사람들 먹여 살려야 하는 거잖아.”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오늘 예전처럼 즉흥적으로 피자 파티나 한번 해볼까?”

“‘페이스 노트’에 올려서?”

“응.”

“그 전에 우리 샤워 좀 하면 어떨까?”

“흠…. 그 전에 말이야.”

나는 얼른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뛰어나왔다.

“성국, 카메라는 뭐하게?”

“간판이 올라간 날인데, 너랑 나랑 이렇게 더러운 모습도 기록을 좀 해둬야지!”

“나 또 오징어 되겠네.”

“자, 마크. 웃어봐. 웃어야 그나마 잘 나오지.”

나는 얼른 마크와 어깨동무를 하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 * *

- ‘페이스 노트’ 간판이 올라간 날. 사무실에서 어디 갈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립니다.

동시에 나는 마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 집에 못 들어간 지 나흘째인 마크와 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냄새가 전해지는 것 같은 것은 내 느낌인 건가.

- 마크, 평소랑 다른 게 없는데?

- 크리스마스 파티를 핑계로 야근하면서 밥 먹으려는 거 아냐, 성국?

- 워커홀릭들.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지나가던 리미미가 초콜릿을 하나 던져줬다.

“사장님, 직원들 복지를 위해서 구석에 스낵바 좀 하나 만들어 주세요.”

“흠… 투자 좀 더 받으면요….”

리미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신 오늘 피자는 마음껏 시키세요!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사장님, 피자 대신 휴가를 주세요!”

리미미는 괜히 성질을 부리곤 사라졌다.

휴가라….

나의 마지막 휴가는 가족들과 함께 한 디즈니랜드였다.

나는 노트북 화면에 깔린 가족사진을 쳐다봤다.

민국이는 요즘 방무혁네 회사에 가서 열심히 트레이닝도 받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전화가 왔다.

비록 전교 2등밖에 못했지만,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서 잘했다고 칭찬 좀 해줬다.

지희는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갈 준비 중이었고, 나는 엄마와 아빠에게 한국의 사교육을 추천했다. 대한민국만큼 빡세게 공부시키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리고 아빠의 보쌈 프랜차이즈는 내년을 목표로 순항 중이었다.

나는 가족사진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저번 생에서는 가족들 덕분에 힘이 난다, 가족들 때문에 일한다, 이런 거 잘 몰랐는데, 이번 생에서는 잘 알 것 같았다.

가족이 있어서 나도 있는 것이었다.

이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일론 머스트가 서 있었다.

“일론?”

일론은 안 본 사이 머리가 더 많이 빠졌다.

“성국, 오늘 크리스마스이브 파티한다며? 공짜 피자 얻어먹으러 왔지.”

“일론은 언제나 환영이죠.”

근데 일론 옆으로 큰 캐리어가 보였다.

“일론, 어디 가요?”

“마셜 제도로 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론이 멋쩍게 웃었다.

“스페이스 Z를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마셜 제도밖에 없을 것 같아서….”

이 시절 일론은 테슬론과 스페이스 Z와 뇌과학을 연구하는 회사 등을 운영했지만, 어떤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스페이스 Z에 대해서는 나사도 못 하는 일을 개인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연일 조롱을 받았다.

물론 난 10년 후의 일론의 이 허무맹랑한 꿈이 모두의 현실이 되는지 알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 Z!

“일론, 커피 한잔할래요?”

“맥주는 없어?”

나는 얼른 마크를 찾았다.

“마크, 맥주 있지?”

“잠깐만….”

일론이 신기하게 우리 사무실을 훑었다.

“성국, 여기는 CEO 방이나 이런 게 따로 없는 거야?”

“네….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한 프로그래머 빼고는 다들 일하고 싶은 데서 일해요. 아직은요.”

“역시… 성국은 남들과 달라….”

[미래에는 다들 이렇게 일한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곧 맥주를 들고 나타난 마크가 일론에게 맥주를 건넸다.

“일론, 이 짐가방은 뭐예요?”

“어… 나 마셜 제도로 가거든.”

“마셜 제도요? 그게 도대체 어디에 있어요?”

마크도 놀란 눈치였다.

“태평양 어딘가에 있고, 우리 스페이스 Z 직원들은 아마 거기서 일할 거 같아.”

“직원들 모두 다요?”

“응.”

“직원들 가족은요?”

“그래서 스페이스 Z는 일부러 결혼 안 한 20대 직원들만 뽑았어. 일만 하게.”

[역시 일론 이 또라이! 성공하려면 악덕 기업주가 되는 수밖에 없어!]

나는 속으로 격하게 환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삼전 그룹이 일을 많이 시킨다 어쩐다 하지만, 마셜 제도에 직원들을 처박아버리는 일론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마크가 옆에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성국, 너도 우리 ‘페이스 노트’ 마셜 제도 같은 데로 옮길 생각하는 건 아니지?”

“물론 아니지. ‘페이스 노트’는 인터넷 라인이 생명인데, 마셜 제도는 인터넷이 잘 안 될 것 같아.”

“마크, 아마 성국은 인터넷만 된다면 ‘페이스 노트’를 아프리카 오지로 옮길지도 몰라.”

“일론, 난 미래에는 화성에서 일하고 싶어요.”

“역시 성국은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또라이야. 나도 그 생각 중이거든.”

마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 리미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피자 도착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우리 사장님의 특별 사식입니다!”

나는 마크를 쳐다봤다.

“마크, 리미미 씨가 나에게 감정이 많은 거 같은데?”

“흠… 우린 나흘이지만, 미미 씨는 지금 일주일째 집에 못 들어갔거든. 좀 봐줘.”

마크는 얼른 맥주를 챙겨서 리미미에게 갔다.

“일론, 마셜 제도로 언제 가요?”

“내일 아침 일찍이야.”

“흠… 혹시 제 자리도 있을까요?”

“성국, 너도 같이 가게?”

“일론, 투자를 하려면 회사를 직접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잖아요.”

일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페이스 Z에 투자하겠다는 거야?”

“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테슬론 주식이야 일론에게 야금야금 받고 있지만, 내가 진짜 투자하고 싶은 곳은 스페이스Z였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고, 일론.]

나는 얼른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일론, 좌석은 뭐예요?”

“나야 일반석이지.”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할게요, 일론.”

나는 얼른 비즈니스 좌석 두 개를 예약했다.

옆에 선 일론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일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어. 나한테 작은 거 얻어먹다가 큰 거 내놓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 * *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롤까지 틀어놓는 바람에 ‘페이스 노트’ 사무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술과 음식을 들고 오는 방문객들도 점점 더 늘어왔다.

이때, 익숙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금발에 여전히 아름다운 제시였다!

제시를 발견한 나와 마크는 동시에 살짝 놀랐다.

마크 옆에는 지금 리미미가 있기 때문이다.

제시가 우리에게 함박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성국! 마크!”

그리곤 나와 마크를 와락 껴안았다.

물론 옆에서 리미미가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는 바람에 내가 심장이 다 쫄깃할 지경이었다.

제시는 만만한 마크에게 특히 아는 척을 했다.

“마크, 안 본 사이에 얼굴이 많이 상한 거 같아. 잘 지낸 거야?”

그러곤 제시는 나를 쳐다봤다.

“성국… 우리 얼마 만이지?”

“반년만인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성국, 키가 더 큰 거 같아.”

“그런가….”

“이젠 마크보다도 훨씬 큰데?”

“제시, 주먹 하나 정도 더 큰 건 사실이지만 훨씬은 아니지.”

마크가 볼멘소리를 했다.

나는 제시에게 피자를 내밀었다.

“제시, 피자 먹어. 하버드는 어때?”

“늘 그렇지 뭐. 공부하고 파티하고. 근데 너희 둘이 사라지니까, 너무 외로워. 지금은 방학이라서 연방 상원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 실리콘밸리 시찰 왔다가 ‘페이스 노트’에서 파티한단 이야기 듣고 달려온 거야. 참, 내가 모시고 있는 의원님도 함께 왔는데… 어디 계시지?”

제시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물론 나만 아는 얼굴이었다.

“의원님, 여기요!”

제시가 손을 흔들자 키가 큰 남자가 우리에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제시는 얼른 우리를 소개했다.

“제가 말씀 많이 드렸잖아요. 저희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 동창인 성국과 마크요.”

남자는 큰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버락 오마하예요.”

나는 남자의 큰 손을 덥석 잡았다.

“전성국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버락, 반가워!]

버락은 마크와도 인사를 나눴다.

제시가 버락 오마하 상원 의원 밑에서 일하고 있다니…

“젊은 친구들이 이런 멋진 사업을 벌이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제시한테 말은 많이 들었는데, 둘 다 생각보다 젊네요.”

“의원님, 성국이는 아직 미성년자예요.”

“오! 정말 천재군요!”

[인생 두 번 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참, 의원님. 이제는 선거에도 ‘페이스 노트’ 같은 SNS를 이용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내 말에 버락 오마하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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