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74화 (174/231)

제174화

마셜 제도의 스페이스 Z 사무실에 침대 매트리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선풍기와 냉장고와 세탁기가 연이어 들어왔다.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봤다.

제일 놀란 건 톰이었다.

“성국 군, 이게 다 뭐야?”

“제가 짐에게 약속한 물품들이에요.”

짐은 선풍기와 냉장고를 보더니 어리둥절했다.

“성국, 난 이런 것까지는 이야기 안 했는데요. 매트리스만 이야기했는데요.”

짐은 정말 솔직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매트리스 말고도 필요한 게 많은 거 같아 제가 지내면서 필요한 것들 위주로 주문했어요. 선풍기도 부족하고, 지금 냉장고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대한민국의 우수한 에어컨을 설치해주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기술자도 없을 뿐더러 전기 수급에도 문제가 많은 곳이 마셜 제도였다.

직원들은 모두 선풍기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와,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겠는데! 성국, 정말 고마워!”

톰도 환호했다.

“별말씀을요. 우선 1차적으로 들어온 물품이고요. 일주일 후에는 가전제품들이 좀 더 올 거예요.”

이때, 짐이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맥주와 각종 낚시 장비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었다.

트럭을 몰고 온 남자가 내려서 직원들에게 외쳤다.

“어서 맥주 마시고 싶으면, 나 좀 도와주세요!”

그 말에 직원들은 모두 팔을 걷어 올리고 트럭에 달려들었다.

트럭을 가득 채운 맥주는 순식간에 스페이스 Z 사무실로 옮겨졌다.

직원들은 냉장고에 넣기도 전에 이미 한 캔씩 따서 들이부었다.

달깍.

옆에서 일론도 맥주캔을 땄다.

“성국, 대체 넌 언제 나랑 합법적으로 맥주 마실 수 있는 거야?”

“몇 년만 더 기다려주세요.”

나는 빙긋 웃으며 차가운 생수를 마셨다.

정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였다.

하지만 오늘만은 모두들 행복하게 짐을 나르고, 맥주를 마셨다.

짐은 가장 신이 나서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론은 맥주를 들이켜더니 내 어깨를 탁 잡았다.

“성국, 근데 맥주는 먹어 없애면 그만이지만. 냉장고에 선풍기… 그리고 세탁기까지. 이렇게 비싼 가전을 너무 제공해주는 거 아니야? 우리는 발사만 성공하면 다시 미국으로 다 돌아갈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미국으로 갈 때, 중고로 다 팔고 가요. 인기 많은 한국 가전이라 쉽게 팔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금방 떠날 건데, 뭐.”

일론은 고개를 저었다.

[일론, 저 제품들이 모두 중고가 될 때쯤 스페이스 X는 성공할 텐데. 그냥 받아둬.]

* * *

나는 드디어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마셜 제도도 떠날 때가 다가왔다.

짐이 원한 매트리스뿐 아니라 맥주와 각종 가전제품들도 모두 도착했다.

직원들은 한결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짐이 가방을 챙기는 내게 다가왔다.

“성국, 이제 정말 떠나는 거예요?”

“제 일은 다 했으니까, 떠나야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요?”

“네….”

짐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비행기는 언제예요?”

“모레 아침 9시요.”

“내가 운전해서 데려다줄게요.”

“고마워요, 짐….”

할 말을 다 하고도 짐은 내 방에서 계속 서성였다.

“짐, 뭐 할 말 있어요?”

“그게요. 성국, 내가 여기서 뭐 살 수 있는 게 없어서요. 이게 제 선물이에요.”

짐은 내게 설계도면 하나를 내밀었다.

“짐, 이게 뭐예요?”

“내가 처음으로 설계한 우주 왕복선이요. 물론 대외비 같은 거 아니에요. 대학 때, 수업 시간에 한 거예요.”

“그럼, 짐에게 엄청 소중한 거잖아요.”

“그 소중한 꿈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성국 때문에 지킬 수 있게 됐잖아요. 만약 성국을 못 만났다면… 나도 아마 비행기 표 끊어서 미국으로 가버렸을 거예요.”

나는 얼른 설계도면을 받았다.

“짐, 선물은 잘 받을게요.”

“성국… ‘페이스 노트’ 자주 업데이트해줘야 해요. 성국 ‘페이스 노트’ 보는 낙에 난 여기서 살잖아요.”

“짐은 낚시한 거 자주 올려줘요. 난 정말 이 섬을 떠나면 이 섬에서 낚았던 물고기들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요.”

“우리가 놓친 상어도요?”

“놓친 게 아니라, 그 상어는 어장에 관리 중이잖아요.”

“아, 맞다!”

짐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나는 짐이 그린 설계도면을 얼른 가방에 챙겨 넣었다.

* * *

공항까지는 일론과 짐이 함께했다.

일론은 다 낡은 트럭을 몰면서 쉼 없이 떠들었다.

“성국, 대한민국 가전 정말 끝내줘. 미국으로 돌아가면 우리 집 모든 가전도 다 한국 제품으로 바꿔야겠어.”

“일론, 나한테 말만 해요. 내가 다 추천해줄게요.”

[내가 모델로 한 삼전도 좋고. 나 후원한 효진 그룹 제품들도 다 좋아. 가전은 역시 한국이지.]

덜컹. 덜컹. 덜컹.

트럭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성국,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면 ‘페이스 노트’로 가는 거야?”

“우선은요.”

“그럼 다시 ‘페이스 노트’에 집중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거지만, 이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요.”

“새로운 기업?”

“스페이스 Z처럼 미래를 여는 기업들이요.”

나는 빙긋 웃었다.

‘페이스 노트’는 나를 세계적인 부자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가족을 부자로 만들어줄 회사에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민국이는 앞으로 전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민국이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너튜브와 ‘페이스 노트’ 같은 SNS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는 SNS를 통해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희의 의견은 아직 물어보진 않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의사가 될 지희를 위해서도 의학 분야 쪽의 투자도 해볼 생각이다.

마침 피터가 아주 흥미로운 기업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짐은 옆에서 나를 마치 우상처럼 쳐다봤다.

“성국이라면 정말 다 잘해낼 거예요.”

“짐, 너무 치켜세우지 마요. 저도 실수 많이 해요.”

“성국, 만약에 힘든 일 있으면 마셜 제도 와서 같이 낚시해요.”

“휴가 때 올 테니까, 그때 꼭 같이 낚시해요.”

내 말에 일론이 클랙슨을 빵빵 울렸다.

“성국, 우리는 1년 안에 마셜 제도 탈출할 거야!”

“알았어요, 일론!”

[제발 빨리 성공하라고! 그래야 투자자인 나도 돈 좀 벌지!]

* * *

마크가 나를 격하게 껴안았다.

“성국,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안 본 건 처음 아니야?”

[마크, 오버하지 마. 나 연습생 한다고 한국 가 있을 때도 한 달은 못 봤잖아.]

“마크, 그동안 ‘페이스 노트’ 잘 지키고 있었지?”

“당연하지. 나 제법 CEO 같지 않아?”

마크는 오늘도 체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데.”

“참, 성국. 이젠 ‘페이스 노트’에 계속 머무를 거지?”

“흠… 머물긴 할 것 같은데. 나 사무실 하나만 주면 안 돼?”

“주면 안 되냐니? 너도 공동 CEO잖아.”

“사실은 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이제 본격적으로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해보고 싶어.”

마크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성국, 넌 ‘페이스 노트’에만 집중할 수 없는 거야?”

“마크, 내가 여러 루트로 투자를 해둬야 혹시 ‘페이스 노트’가 자금난에 휘청할 때, 내가 ‘페이스 노트’를 도울 수 있지.”

[이게 바로 대한민국 재벌의 구조야, 마크.]

물론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문어발식으로 모든 산업을 먹어 치우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나는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익을 내서 내가 원하는 산업에 다시 재투자할 계획이다.

마크는 포기한 듯 피식 웃었다.

“내가 널 어떻게 당하겠어. 그나저나 피터가 오늘 무슨 파티에 같이 가자던데. 우리 보고 슈트 입으라고 연락이 왔어.”

“흠… 마크, 너 슈트 있어?”

“너랑 고등학교 졸업식 때 입은 게 내 유일한 슈트 같아서 어제 꺼내 봤더니, 미미 씨가 촌스럽다고 절대 입지 말래. 제발 돈을 벌었으면, 돈도 좀 쓰라면서 아주 성질을 냈어.”

“역시 한국 여자는 무섭지?”

“무섭지만, 그게 또 매력이잖아.”

마크는 리미미에게 푹 빠져 있었다.

“마크, 그럼 우리 오랜만에 옷 사러 가볼까?”

“좋지!”

마크는 체크 셔츠 차림으로, 나는 늘 입는 후드 티 차림으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 * *

나는 백화점 1층의 명품 매장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마크가 뒤에서 종알거리며 따라왔다.

“성국, 우리가 이제 투자도 제대로 받고 CEO로 월급도 받지만, 여긴 너무 비싸잖아.”

[내가 재벌일 때, 이런 데서 밖에 옷을 안 사봐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크, 내가 옷 살게. 난 월급도 월급이지만, 투자해서 수익 내는 것도 있잖아.”

“성국, 너랑 오래 알았는데도 이럴 때 보면 정말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오랜만에 슈트 입는데, 멋진 걸로 입어줘야지.”

나는 톰 포라가 이끌고 있는 구씨 브랜드로 들어갔다.

[톰 포라의 구씨는 역시 섹시한 맛이 있어.]

나는 흐뭇한 얼굴로 구씨의 남성복 컬렉션을 훑었다.

마크는 뒤에서 멋쩍은 얼굴로 나만 졸졸 따라왔다.

“성국, 여긴 내 이미지랑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마크, 나만 믿고 한번 입어봐. 오늘 인기 폭발일 거야.”

이때, 점원으로 보이는 키가 큰 금발의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딱딱한 얼굴로 우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어요?”

목소리부터 못마땅한 게 느껴졌다.

“이번 시즌 남성복 슈트 보여주세요.”

“흠… 두 분 다요?”

“네. 오늘 저녁 파티에 입고갈 옷이 필요하거든요.”

나는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서 직원에게 보였다.

바로 미국 내 상위 1%에게만 내준다는 블랙 카드였다.

직원은 카드를 보더니 좀 전의 거만한 태도는 숨기고, 얼른 자세를 낮췄다.

“고객분들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샴페인 어떠세요?”

“전 물이면 됐고요. 마크, 너는?”

“전 샴페인 좋아요.”

“네, 그럼 이쪽으로 안내할게요.”

직원은 우리를 VIP룸으로 안내하곤 곧 생수와 샴페인을 대접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구씨 컬렉션 준비하겠습니다.”

직원이 사라지자, 마크가 내 옆구리를 찔렀다.

“성국, 너 그 카드 어디서 났어?”

“어… 스페이스 Z에 투자하려고 가전제품이랑 이것저것 좀 많이 샀거든. 그랬더니 카드 회사에서 내가 ‘페이스 노트’ 대표인 거 확인하고 내주던데?”

“대박….”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블랙카드의 발급 기준은 재산도 재산이지만, 그만큼 ‘페이스 노트’의 인지도가 미국 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곧 직원이 구씨의 남성복 라인을 가지고 왔다.

나는 익숙하게 내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단번에 골랐다.

[역시 재벌 안목은 어디 안 갔어.]

* * *

파티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에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마크는 불편한 듯 연신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잠갔다 반복했다.

“성국, 다들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아니라 나를 보니까, 너무 쫄지 마. 마크.”

“암튼 못 말려.”

이때, 우리를 초대한 피터가 환하게 웃으면서 걸어왔다.

“성국! 마크! 이게 얼마 만이야. 둘 다 오늘 너무 멋진데?”

“칭찬 감사해요.”

피터가 마크의 어깨를 탁 잡았다.

“마크도 꽤 멋있어.”

“피터, 전 그냥 여기서 맛있는 거나 먹고 갈게요.”

“마크, 자네도 이제 ‘페이스 노트’의 CEO인데 이런 자리를 즐겨야지. 여기 실리콘밸리의 유력 인사들이 다 모인 파티니까 얼굴이나 익혀둬. 앞으로 서로 볼 일 많은 사람들이야.”

피터는 조용히 내 곁에 다가왔다.

“성국, 오늘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말씀하신 의학계의 찰리 잡스요?”

“응.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혈액 한 방울로 각종 병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만드는 벤처 회사야.”

[잠깜…]

나는 멈춰 섰다. 그리고 인상을 구겼다.

마침, 익숙한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나서 손을 내밀었다.

“어머, ‘페이스 노트’의 전성국 맞죠?”

[하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애슐리 홈즈?]

애슐리 홈즈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날 보고 웃었다.

나는 애슐리 홈즈의 손을 탁 잡았다.

“안녕하세요. 전성국이라고 합니다.”

“전 블러드테라피의 애슐리 홈즈예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