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 집안을 일으켜세우겠습니다-191화 (191/231)

제191화

나는 마크를 바라봤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으니, 가족보다 마크에 대해서는 더 잘 알았다.

마크는 물론 누구보다 똑똑하고, 일에 대해서도 열정적이었다.

다만 누구보다 재테크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그건 마크의 고집 때문이었다.

한번 자신이 믿기 시작한 것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마크….”

나는 차분하게 마크를 불렀다.

“성국, 그런 목소리로 부르지 마. 무섭잖아.”

[당연히 무서워해야지.]

나는 길게 숨을 내쉬고 마크를 바라봤다.

“마크, 지금 미국 부동산 경기를 봐. 대출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이 바로 지금 부동산 시세 추이야.”

“그게 뭐야?”

[참을 인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한국의 좋은 말이 있지.]

나는 이를 꽉 물고 대답했다.

“부동산이 하락장으로 돌아선 게 보이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대출을 많이 내줄 테니, 지금 집을 사라는 의미가 뭐겠어?”

“성국, 제발 어렵게 이야기 좀 하지 마. 그냥 난 지금 집이 필요하니까….”

마크는 자신의 말에 자신감을 점점 잃고 있었다.

“마크, 잘 생각해 봐. 부동산 하락기에 은행은 대출을 풀어. 이유는 이미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빚에 허덕이다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대출을 쪼이면 새로 대출받는 사람이 없겠지?”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마크, 네가 하는 프로그래밍보다 이게 더 쉬운 거라고!]

달칵- 문이 열리더니 리미미가 때마침 들어왔다.

[리미미, 잘 왔어. 나 참을 인 자 세 개째 그리다 때려치울 뻔했다고.]

리미미는 햄버거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웬 햄버거에요?”

“한국 미군부대 앞에서 파는 코리안 스타일 햄버거예요. 한번 맛보세요!”

햄버거 때문에 탈북한 리미미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햄버거를 까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크와 똑같이 눈을 번쩍 떴다.

“대박. 이건 또 새로운 맛이네요.”

“딕 파웰이 주한미군으로 있을 때 자주 먹었대요.”

“야, 역시 햄버거는 맛있네요. 근데, 사장님 마크랑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

나는 입을 다물고 마크를 쳐다봤다.

이런 건 마크가 직접 대답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 그게… 내가 집을 사고 싶다고 했거든. 근데, 성국이가 반대하는 거야. 그래서 그 문제로 대화 좀 나누고 있었어.”

리미미는 의아한 얼굴로 마크에게 물었다.

“마크, 우리한테는 집 살 돈이 없잖아.”

“그게… 미국은 모기지라고 주택 담보 대출이 엄청 잘돼 있거든.”

그 순간 리미미의 얼굴이 굳었다.

“마크, 집 사는데 빚을 낸단 말이야?”

“응, 미미. 미미, 그게 미국에서는 되게 일반적인 일이야.”

“빚이 있는데, 그게 내 집이야? 은행 집이지!”

리미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마크를 구석으로 몰았다.

역시 모든 문제는 리미미가 해결해줄 줄 알았다.

난감한 얼굴로 마크는 리미미를 달랬다.

“미미, 그게 아니라… 난 결혼하려면 집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크, 내 말을 뭐로 듣는 거야. 나는 우리 지금 생활이 좋고. 지금은 일에 더 열중하고 싶어.”

[리미미, 잘하네!]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을 관전했다.

“미미, 그건 아는데… 난 결혼을 해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서. 그러려면 집이 필요하잖아.”

“당연히 집이 필요하지. 하지만 마크, 빚더미 집이 안정적일 수 있어?”

[탈북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란 마크보다 낫네. 어디 팝콘 없나?]

역시 사랑하는 남녀 사이의 다툼은 내가 할 때는 지옥이지만, 구경할 때는 팝콘각이다.

마크가 잔뜩 쫄자, 리미미는 살짝 마크를 달래기도 했다.

“마크, 나는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집을 사고 싶단 말이었어. 그런데 마크는 그게 아니잖아. 빚부터 낼 생각을 하잖아.”

“미미, 미안해.”

“제발 나한테 먼저 상의 좀 해! 나랑 사는 거야? 성국이랑 사는 거야?”

지금 불똥이 나한테 튀는 건가?

[마크, 미미. 왜 이래. 나 말 한마디도 안 했어.]

안 나서려고 했지만, 이 말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마크, 리미미 씨.”

각기 다른 의미로 열이 난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왜, 성국?”

“왜요, 사장님?”

왜냐고?

“여기는 회사인 것을 둘 다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기 마크와 공동 대표로서 사내에서 업무 외에 개인적인 논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마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리미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쐐기를 박는 말을 건넸다.

“내가 이래서 사내 연애 반대한 거잖아!”

* * *

회사의 테라스.

해가 지고 있었다.

낮과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불자 한여름을 앞두고 있어도 숨통이 트였다.

달칵-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사장님….”

“리미미 씨.”

나는 리미미를 바라봤다. 간절한 눈빛으로.

“리미미 씨, 집 사는 건 말렸으니. 이제 노티아 주식만 팔게 하면 됩니다!”

“사장님, 마크가 아무래도 노티아 주식은 정말 저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하아… 정말. 마크….”

친구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몇 번이나 해줘도 귀를 막아버린 마크 때문에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리미미 씨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리미미는 부모님을 도운 일로 나에게는 이미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고, 세상 물정 모르는 마크의 엉뚱한 면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투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사장님, 저도 이제 마크가 노티아와의 사랑은 끝냈으면 하거든요. 제가 보기엔 요즘도 매일 노티아 주식을 사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는 노티아도 살 기세예요.”

“아니, 아플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노티아가 웬 말인지.”

“제 말이요. 사장님, 심지어 핸드폰도 여전히 노티아예요. 노티아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절대 아플폰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매일 말한다니까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리미미 씨, 우리 아무래도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죠?”

“회사에 자금이 달린다고 월급 중단할까요? 노티아 주식 더 못 사게?”

“사장님, 근데 다른 직원들은 다 받고 있으면 의심하지 않을까요?”

“흠… 원래 그런 것은 연봉 센 경영자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하는 거죠.”

“나쁘지는 않네요. 한번 제가 은근슬쩍 요즘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해볼게요. 주식 투자할 시간에 회사에 더 집중하라고요….”

“지금은 그게 최선 같네요.”

나는 저 멀리 지는 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쏠 탈출하고 좋은 여자 만나면 인생의 짐 하나 덜 줄 알았더니….]

마크는 여전히 어깨에 매달린 짐 중 하나였다.

그리고 또 최근에 추가된 짐 하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 성국, 이번 주 토요일 저녁 찰리 잡스랑 저녁 약속 맞지? 찰리 잡스가 제일 잘 간다는 레스토랑 예약했어. 그냥 우리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게 레스토랑 통으로 빌릴까?

- 형, 그냥 편하게 만나요. 제발….

* * *

전태국이 찰리 잡스에 빠진 이후로 집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모든 제품이 아플로 바뀌었다.

심지어 전태국은 아플 제품을 살 때마다 ‘페이스 노트’에 올리는 바람에 삼전 그룹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대한민국 기사는 막았지만, 세계 각국의 언론사에서 내는 기사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 삼전 그룹 후계자의 아플 사랑은 어디까지 갔나.

- 아플에서 세탁기를 안 만드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1일 1아플 실천하는 삼전 그룹 후계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양 비서에게 연락이 와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태국을 좀 말려줄 것을 부탁했지만,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 기업은 경쟁할 대상이 있어야 발전하는 거잖아요. 삼전도 발전하려면 적을 더 잘 알아야죠. 아마 지금 태국이 형 행동이 나중에 회사에 도움 될 일이 있을 거예요.

양 비서는 그 말을 듣고야 전화를 끊었다.

전재형 회장이 시킨 거겠지만, 어쨌든 난 전태국의 팬심을 응원하기로 했다.

여자 쫓아다니는 것보다야 찰리 잡스 쫓아다니는 게 더 생산적으로 보였다.

“성국아, 오늘 옷 뭐 입고 가지? 새로 산 구씨 슈트 입을까?”

“형, 편하게 입어요.”

“아… 너무 긴장돼서 잠도 못 잤어.”

“형, 그러다 저녁 먹으러 가서 졸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잠 좀 자둬요.”

“응… 알았어!”

전태국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전태국은 딕 파웰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미군 부대 앞 햄버거 가게 사장님을 데리고 와준 은인이기도 했다.

나는 얼른 TV를 켰다.

민주당 경선을 통해서 대선 후보로 낙점된 버락 후세인 오마하가 ‘후세인’이라는 이름 이슈로 공화당의 존 메케니 후보에게 처음으로 지지율 조사에서 역전된 후 맞이하는 첫 지지율 조사가 이제 곧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버락 오마하의 ‘당신은 미국인입니까?’라는 광고가 나가고 난 이후로 버락 오마하가 이슬람교도라는 가짜 뉴스는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거기다 딕 파웰의 묵직한 짹짹이는 인터넷상에서는 전세를 확실히 역전 시킨 느낌이었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보기 전에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지지율 조사를 기다렸다.

* * *

버락 오마하 캠프에서도 지지율 역전 이후 맞이하는 첫 지지율 조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제일 심각한 얼굴을 한 것은 버락 오마하였다.

“후보님, 인터넷상에서는 저희가 확실히 분위기를 역전 시킨 것 같습니다.”

“그건 인터넷상이고…. 조용히 결과 지켜보지.”

“네, 후보님.”

캠프의 분위기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힐러리 클림튼이 유세를 약속하긴 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철회할 가능성도 농후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마하는 두 손을 비비며 뉴스에서 지지율 발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곧 앵커가 명료한 목소리로 지지율 발표를 시작했다.

- 이번 주는 정말 흥미로운 주였습니다. 바로 버락 오마하 후보가 ‘후세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슬람교도라는 오해를 받고 지지율이 처음으로 존 메케니 후보에게 역전당한 이후 시행하는 첫 지지율 조사였습니다. 그럼, 조사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순간 선거 사무실 안은 조용해졌다.

- 버락 오마하 후보가 존 메케니 후보를 역전했습니다! 2%라는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이슬람교도라는 루머는 확실히 승부에 더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딕 파웰의 발언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딕 파웰의 영향력 있는 발언과 짹짹이와 ‘페이스 노트’를 통한 버락 오마하의 젊은 선거 운동을 다루면서 노회한 공화당의 존 메케니와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접점이 없는 딕 파웰과 버락 오마하를 연결한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드러냈다.

버락 오마하 선거 캠프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 * *

띠링.

‘페이스 노트’ 알림이 울렸다.

버락 오마하가 사진 몇 장을 올렸다는 알림이었다.

사진에는 나와 딕 파웰 그리고 미스터 진까지 있었다.

버락 오마하는 거기에 이런 글을 달았다.

- 내 생애 가장 맛있었던 햄버거를 먹었던 날!

[아하, 골치 아프게 생겼네….]

나는 살짝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내가 원한 것은 전면부에 나서지 않는 건데, 이렇게 공개되면 내가 너무 유명해지잖아?

하지만 버락 오마하가 이렇게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린 이유는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딕 파웰과 ‘페이스 노트’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나도 자신에게 힘을 실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곧 버락 오마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성국 군, 이번 역전은 다 자네 덕분이야.

정치는 덕을 보면 뭐든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임이었다.

버락 오마하는 이 메시지로 지금 나에게 보상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방문을 열고 구씨의 신상 슈트를 입은 전태국이 나왔다.

“성국, 이제 레스토랑으로 가볼까?”

“좋죠, 형!”

나도 누군가에게 진 빚을 갚으러 갈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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