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화
- 전성국은 과연 죽어가는 너튜브를 2년 안에 흑자로 바꿀 수 있을까?
- 무서운 10대, 전성국. 이번에는 너튜브 대표로 취임!
- 전성국의 무모한 도전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능할까?
- 전성국, 그는 천재일까? 입만 산 사기꾼일까?
각종 경제지 기사들은 내가 너뷰트 대표로 취임한단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겁대가리 없는 십 대라고 깔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2년 후에 너튜브는 분명 떡상한다. 이건 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 일이었다.
삼전 그룹에 다닐 때 글로벌 분석을 하면서 ‘페이스 노트’와 구굴과 너튜브의 사례는 수없이 다뤘기 때문이다.
[나 깐 기자들 다 기억해뒀다가 인터뷰 안 해줘야지.]
나는 일일이 나에 대해 악성 기사를 쓴 기자들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때, 한창 이사로 바쁜 사무실 안에서 마크가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성국, 근데 말이야. 도대체 너튜브 지분 10%는 무슨 돈으로 산 거야?”
“한국에 땅 좀 팔았어.”
[그 덕분에 아빠한테 잔소리 바가지로 들었지만.]
너튜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 그동안 한국에 사뒀던 땅을 좀 팔았다.
동탄은 충분히 올랐다는 생각에 모조리 팔았고, <인턴> 스핀오프 출연료도 좀 급히 당겼다.
부족한 부분은 은행에 대출도 받았지만 어쨌든 10%를 사들이기는 했다.
“성국, 너… 한국에 땅도 있었어?”
“응. 예전에 사둔 땅이 많이 좀 올랐어. 대한민국은 이러나저러나 결국, 부동산이거든.”
“미국도 그럴까?”
“마크, 혹시 집 사고 싶으면 지금 사두면 괜찮을 거야. 지금 모기지 못 갚아서 헐값에 넘어간 매물들 은행에서 경매로 모두 넘기잖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난 뒤, 미국 부동산은 수직 하락 중이었다. 물론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미미랑 상의해 봐야겠어. 노티아 주식으로 가사 탕진할 뻔한 이후로 미미가 절대 상의 없이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거든.”
“리미미 씨한테, 내가 적극 추천한다고 해줘.”
“그럼, 넌 집 살 거야?”
“집?”
물론 사고 싶다.
나도 전태국에게서 벗어나서 홀로 실리콘밸리가 보이는 멋진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어.”
“성국, 네가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
“버는 족족 다 투자해서 쓸 돈이 없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크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성국, 나한테 주식 한다고 뭐라고 하더니… 빈털터리 되면 내가 방 하나는 내줄게.”
[마크, 걱정하지 마. 이렇게 이 꽉 물고 2년만 버티면 너튜브 떡상한다고. 너튜브 45% 지분에 ‘페이스 노트’ 상장하면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마크, 으스대지 말고 돈 착실히 모아서 집이나 사.”
“암튼 기도 안 죽어요. 참, 성국아. 저번에 네가 뭐 아이디어 하나 생각났다고 한 거 뭐야?”
“아… 그거, 안 그래도 이사하고 바로 팀 하나 만들었으면 해.”
“도대체 또 뭘 개발해보고 싶은 건데?”
“‘페이스 노트’는 개인 다이어리 같은 개념이잖아. 근데 아플폰 나온 이후로 사람들은 모두 다 포토그래퍼가 됐거든.”
“그렇긴 하지.”
“그 사진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덧붙이지 않고도 깔끔하게 올려서 공감받고,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그런 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마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진첩 같은 거야?”
“내 사진첩을 남들과 공유한다는 개념이야.”
“성국, 내가 말려도 밀고 나갈 거지?”
“마크, 당연하지.”
원래 미래대로라면 ‘페이스 노트’가 나중에 이미 개발된 인스타그림을 인수하긴 하지만, 그럴 필요 없이 지금 개발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때, 리미미가 멀리서 소리쳤다.
“두 사람! 거기 서서 빈둥거리지 말고, 어서 이사 좀 도와요!”
* * *
새로운 사무실은 한마디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한 달 동안 진행한 인테리어도 나와 마크가 구상한 모습 그대로였다.
사무실 공간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있었고, 곳곳에 배치된 거대한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도록 만들었다.
커피 머신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
거기다 프라이빗한 회의 공간까지.
사옥 바로 앞으로는 정원이 갖춰져서 언제든 광합성을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커피를 들고나와서 정원을 마크랑 걸었다.
마크는 이 모든 게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성국, 진짜 여기가 우리 회사 맞지? 이사 오고도, 모든 게 그냥 안 믿겨져. 너랑 나랑 고등학교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 노트’ 만든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마크, 볼이라도 꼬집어줘?”
“그 정도는 아니야. 근데 좀 불안하기도 해. 우리가 너무 일을 크게 만든 게 아닌가 싶어서.”
“마크, 사업이라는 건 말이야. 항상 그 불안을 떠안고 가는 일이야. 오너가 불안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너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성국, 너 무슨 사업 평생 한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거 알아?”
[저번 생까지 합치며 사업 경력만 30년은 족히 된다고. 후계자 수업까지 치면 더 길고.]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때, 핸드폰으로 짹짹이 알람이 왔다.
일론 머스트가 자신은 ‘페이스 노트’ 대신 짹짹이를 쓰니까 알람을 꼭 켜놓고 있으라고 해서 켜놓고 깜빡한 모양이었다.
- 언젠가는 나는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거고, 나는 짹짹이를 인수해 버릴 거야!
일론 머스트는 자신의 짹짹이 계정에다가 또 혼잣말을 뿌려놨다.
[정말 일론은 언제 철드나 몰라.]
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바로 알람을 해지해 버렸다.
하지만 일론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일론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짹짹이를 인수하니까.
순간, 문득 내가 다시 태어나고 꿈꾼 미래를 돌이켜봤다.
단칸방에서 아장아장 걸을 때, 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생각이었다.
내가 가진 미래의 지식을 이용한다면 재벌은 못 돼도 돈은 아쉽지 않게 벌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미국으로 유학을 오고 마크를 만나면서 삼전 그룹쯤은 손쉽게 눌러버릴 수 있는 재벌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여겼다.
그리고 지금은….
“마크….”
마크가 나를 쳐다봤다.
“마크… 내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뭐어?”
마크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마크, 뭘 그리 놀라? ‘페이스 노트’에 너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림까지. 거기다 일론한테 투자한 거에다가… 앞으로 코인도 좀 할 생각이고… 그러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성국, 너 지금 얼굴 엄청 궁서체인데?”
“흠… 가능할 것 같아서.”
마크가 갑자기 내 등을 탁 쳤다.
“암튼 못 말려요. 성국, 그런 망상할 시간에 네가 벌린 일이나 수습하자고. 너튜브 직원들도 여기로 출근할 거잖아?”
“아, 맞다…. 마크, 거기다가 우리 <인턴> 스핀오프 촬영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야. 저번 연봉 협상 때 빠진 인원 충원하고 나면 나머지는 사진첩 공유 앱 개발자를 뽑는 게 어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우리 회사에 이력서 넣은 친구들 중에서 괜찮은 친구들 좀 추천해줘.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연락해보게.”
“그러지, 뭐. 근데 성국….”
“응?”
“너도 상상이라는 걸 하면서 사는구나….”
뭔 소리지?
“아까 그랬잖아.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거 상상 아니고 굉장히 구체적인 미래의 결과인데.]
마크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난 네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현실적이라 항상 좀 걱정이었거든. 솔직히 난 십 대 때 제시랑 연애하는 상상만 주구장창 했잖아. 근데 넌 맨날 일 이야기밖에 안 해서 걱정됐는데, 너도 머릿속으로는 이런저런 상상도 하는구나 싶어서 다행 같았어.”
[마크, 상상 아니라니까!]
하지만 나는 빙긋 웃었다.
“마크, 난 상상할 시간에 그걸 현실로 바꿀 노력을 좀 더 많이 해.”
“성국, 근데 왜 연애는 그렇게 안 돼?”
“마크!”
마크는 웃으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성국, 광합성 좀 더 하고 들어와. 너에게 필요한 건 광합성과 연애니까.”
마크는 여전히 날 놀리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난 내가 꿈꾸는 미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지?
핸드폰에는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
“여보세요.”
그때,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형, 나 민국이야!
[네가 왜 여기서 나오니?]
뭔가 불길한 예감에 미간이 구겨졌다.
“전민국, 무슨 일이야?”
- 형, 나 미국이야!
“뭐라고? 어딘데? 왜?”
- 형, 제발 한 번에 하나씩 물어봐.
“도대체 지금 미국 어디야?”
- 샌프란시스코 공항.
“미국에는 왜 온 거야?”
- 형, 나 가출했어!
* * *
마크의 중고차를 타고 우리는 공항으로 달려갔다.
마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성국아, 대체 민국이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가출했대.”
“녀석, 가출도 글로벌하네. 근데… 왜 가출했대?”
“나도 몰라….”
나는 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성국, 원래 그 나이 때는 다 그럴 나이야. 그러니까 너무 잔소리하지 마.”
“아니, 그 나이 때 나는 말이야. ‘페이스 노트’를 세우고, 포럼에 참석하느라 바빴는데… 도대체 왜 가출이냐고!”
[등 따시고 배부르니까 말도 안 되는 일만 하고. 아무래도 전민국 빡세게 정신 교육 좀 시켜야겠어.]
마크가 옆에서 내 의중을 다 안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성국, 그건 네가 정말 특별한 경우지. 지구상에 너처럼 사는 사람은 너 딱 한 명 있을걸?”
“하아….”
나는 그냥 입을 닫았다.
정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더니….
그중 가장 바람 잘 날 없는 나무가 바로 전민국이었다.
* * *
공항에 도착해서 뛰어 들어가자 민국이는 승무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민국이가 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형아! 여기!”
“전민국, 너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형아, 자세한 건 집에서 이야기하고. 승무원 누나가 전화 빌려줘서 형한테 전화한 거야.”
민국이는 갑자기 나를 잡아당기더니, 승무원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희 형이에요. ‘페이스 노트’ 창업자고요. 어릴 적에 <다섯 남자와 아기 바구니> 나온 그 아기 맞아요.”
[지금은 아기 아니지!]
승무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어머, 진짜였네. 민국이도 너무 잘생겨서 우리가 막 연예인 같다고 했는데… 형은 진짜 연예인이네.”
“저, ‘페이스 노트’ 팔로우하고 있어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민국이는 나를 승무원들 사이로 밀어버렸다.
“그럼, 돼죠. 우리 형 실물도 잘 생겼지만, 사진빨도 엄청 잘 받아요.”
나는 얼떨결에 승무원들과 연신 사진을 찍었다.
“어머, 민국이 말이 맞네. 사진도 장난 아니야.”
나는 얼른 민국이의 손을 꽉 잡고, 귀에다 속삭였다.
“너, 지금 무슨 수작이야?”
“형, 소개팅에서 차였잖아. 미국에서 안 먹히는 얼굴 같아서 내가 우리나라 승무원들한테 영업 좀 했지.”
“누가 너한테 이런 거 신경 쓰라고 했어?”
“형은 내가 뭐 맨날 앤 줄 알아?”
[아이고, 두야….]
정말 동생은 이번 생이나 저번 생이나 골칫덩어리였다.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알았어. 형, 나 피자 사줘.”
전민국은 가출한 주제에 피자까지 내놓으라고 뻔뻔하게 굴었다.
도대체 이놈의 사춘기는 언제 끝나는 거야?!
* * *
차 안에서 민국이는 승무원들과 있을 때와 달리 무거운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였다.
마크가 힐금힐금 나와 민국이를 번갈아 봤다.
“미미가 피자 사 가지고 들어간대. 우리 가서 먹을까, 민국아?”
“좋아요, 마크 형.”
“민국아, 근데 왜 가출한 거야?”
마크가 은근히 물었다.
그 순간, 민국이의 두 눈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쏟고 말았다.
“히이잉.”
“민국아, 왜 그래?”
내가 뒤돌아보자 민국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형아, 나 연습생 힘들어서 못 해 먹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