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XXXX-XXXX]
#본 메시지는 N.net <당신의 아이돌 시즌 2 - take off>에서 전달드리는 문자입니다.
당신의 아이돌 시즌 2 - take off 편에 신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해신 님께서는 프로그램 출연이 확정되셨습니다.
사전 미팅이 있을 예정이니, 해당 날짜에 맞춰 참석 부탁드리겠습니다.
*날짜: 1월 15일 2시
*장소: N.net 신관 10층 1005호 <당신의 아이돌 시즌 2 - take off 팀>
*안내 데스크에서 임시 출입증을 배부해 드리니 지참하여 방문해 주세요.
*신청인 이름과 문자 확인 절차가 있을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집에 있던 날이었다. 핸드폰의 진동에 이불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날아 들어온 합격 연락이었다.
회피 중이던 현실과 다이렉트로 맞닥뜨린 기분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제멋대로였다. 내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몸을 움직이며 마른 세수를 했다. 어쩐지 흐지부지한 초반처럼 모든 게 불안했다. 굳이 따지자면 출연이 정해진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나가게 됐는데도 왜 이렇게 심란하지."
책상을 짚은 채로 가만히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째서인지 통과한 서류에도 썩 기쁜 감정은 들지 않았다. 도리어 앞으로 험난한 도전기가 염려스러웠다. 여기까지 와 버린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시점이었다. 일단은 매진해 보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뭐라고 했더라."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아보며 떠올린 기억이었다. 미팅 영상에 대한 정보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들을 수 있던 이슈였다. 밥을 먹다가도 나오던 주제라 주입되어 있는 지식이었다.
과거 직장 경험은 연습생이 된 지점에서 엄청난 힌트였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금이 되어 보니까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을 이용해 출연을 확정 지었다. 다음으로는 본만남에 대해 대비해야 했다. 사연은 준비라고 할 게 없었다. 그냥 평범하던 내 삶을 풀어 주면 될 일이었다.
사실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경력도 없고, 일반인이라는 게 유일한 특징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문득 찾아온 현실감에 입안이 써졌다.
"아니야. 이제 와서는 물리지도 못해."
앞만 보고 직진해도 데뷔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남은 건 눈길을 끄는 매력과 실력인데, 알고 있던 곡의 절반은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
쓸 게 부족하다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한 곡이라도 더 익혀 놓는 게 현재로서는 이득이었다. 아무래도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수중에 지니고 있던 금전을 떠올렸다. 일부는 쪼개서 필요한 부분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다급하게 옷과 소지품을 챙겨 들곤 인터넷에 접속했다. 미리 찾아뒀던 연습실을 예약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됐는데, 연습이라도 해 보자."
심란한 마음은 애써 감춰 보려고 노력했다. 연습실 사이트 스케줄에 내 이름이 적힌 걸 보며 집을 나섰다. 떨어지더라도 대국민 망신만큼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 * *
환경이 좋을수록 가격이 비싸 아담한 곳을 대여해야 했다. 사람 셋이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개인 룸이었다. 여러 개가 붙어 있는 형태였는데,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유용했다.
문을 걸어 잠근 뒤 챙겨 온 노트와 펜을 꺼냈다. 리스트를 정리해 놓기 위함이었다. 미래에 나온 곡은 제외하니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새로운 습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 근데… 왜 내가 이걸 알고 있는 거지?"
대충 출 수 있는 안무에 별표를 치며 기록했다. 핸드폰을 뒤져 적절한 난이도의 댄스곡도 찾아냈다.
최신 유행곡과 무난한 스테디셀러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이쪽에 무지한 만큼 기본기를 다지고 몸을 적응시켜 놔야 했다.
벽의 거울을 마주한 채 동작 몇 개를 실행해 봤다. 시즌 4 때 밤샘 연습을 감시하며 터득한 안무였다.
난이도가 꽤 있던 편이라 전원이 고생하는 걸 직관했었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는 심사였다. 몸을 멈추고는 반대편의 나를 응시했다. 처음치곤 제법 춘다는 인상이었다.
"신기하다. 뚝딱거리진 않네."
그때의 경험이 스탯이 되어 날 도와주고 있었다. 관절에서 뚜그득, 따그닥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객관적 진단의 절차였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었다.
그렇다고 한들 연습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이 퀄리티로는 턱없을 걸 알아 노력해야 하는 방면이었다.
당분간은 좋든 싫든 연습실에 출석 체크를 해야 할 처지였다. 출연을 다짐했으니 최선을 다해 봐야 했다.
"안무는 외운다 치고, 문제는 보컬인가."
스탯이 C인 걸 보면 평균은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이돌은 결국 가수였다. 다른 걸 잘해도 노래를 못 부르면 논란이 될 여지가 컸다.
등급 평가를 대비해서라도 조금은 올려놔야 했다. 목소리부터 알아봐야 하는 걸까, 걱정에 빠진 찰나였다. 익숙한 배경음과 동시에 상태 창이 떠올랐다.
['랜덤! 스타★코인 아이돌'의 서비스가 오픈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웰컴 코인 1,000 코인을 지급합니다.]
"서비스? 웰컴 코인?"
내 말을 끝으로 잘그락거리는 효과음이 들렸다. 저게 무슨 말이야.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다른 글들이 이어졌다.
현란한 글자의 나열에 눈앞이 빙글 도는 것 같았다. 자세히 읽어 보니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었다.
[소지 코인으로 '스페셜 스킬 트리'와 '스타 코인 스탯 해금'이 가능합니다.]
['스페셜 스킬 트리'는 500 코인이 지불되며, 스킬은 랜덤입니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은 1,000 코인이 지불되며, 해당 스탯의 업데이트 해금법을 알려드립니다.]
[플레이어님은 '코인 캐기'가 가능하며, 춤 한 곡당 10 코인 / 노래 한 곡당 10 코인이 지급됩니다.]
['코인 캐기'를 제외하고도 '등가교환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등가교환 서비스]
저당 금액 100만 원당 10 코인
[저당 금액]
23억 4,267만 2,486원
[현재 코인]
1,000 코인
"그러니까, 스탯 올리는 법을 알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급한 만큼 헤매는 것보단 지름길로 가는 게 정답이었다. 끝까지 훑으니 요긴하게 써먹을 상황들이 유추됐다. 성장을 위해선 거쳐야 하는 밑받침이었다.
스페셜 스킬 트리는 코인 캐기를 통해 뽑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건 그저 랜덤이었으니, 크게 바라지 않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뭐든 반복할 예정이었다. 또 경연을 하다 보면 자동으로 쌓이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금통처럼 소액을 모아 한 번씩 쓰는 게 합리적이었다.
등가교환 서비스는 저당 금액에 비해 전환 코인이 너무 낮았다. 해금법 한 번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이 어림잡아도 1억이었다. 글자만 봐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안 돼……. 저건 급할 때가 아닌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나아 보였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이게 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그레이드 방법을 다이렉트로 알 수 있는 테마였다.
물론 알아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에 비하면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플레이어 웰컴 코인은 전액 여기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1,000 코인이 있으니, 1,000 코인만 교환하여 외모와 보컬 해금법을 알아내는 게 최선이었다.
"결국 써야 하는 거네. 시작하자마자 1억이야……?"
점점 냉정한 현실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죽도록 일했음에도 만져 보지 못한 금액이었다. 스탯 한 번에 날릴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 눈을 감았다. 쉽게 부르지 못할 액수였으니 망설여지는 건 당연했다. 미래를 위해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미약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였다.
"등가교환 서비스, 1,000 코인 교환해줘."
우수수 동전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실시간으로 숫자가 변해 갔다. 저당 금액의 액수는 끊임없이 낮아졌다.
반면 소지 코인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루틴이었다. 줄어드는 재산을 바라보며 슬픈 기분에 잠겨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철커덕거리는 기계음을 마지막으로 사방이 고요해졌다.
[저당 금액]
22억 4,267만 2,486원
[현재 코인]
2,000 코인
"왠지 손해 본 기분이 드는데……."
큰 단위의 숫자가 달라진 당첨금이었다. 시스템 머니로 교체된 재산을 보자 속이 쓰렸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몇 푼 아끼자고 뒷전 삼았다가 탈락하는 수가 있었다. 최소한은 벗어나야 버틸 만한 구석이 만들어졌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외모와 보컬에 사용할게."
['스타 코인 스탯 해금' 외모, 보컬에 2,000 코인을 지불합니다.]
[현재 코인]
0 코인
[외모 스탯 해금 방법]
두 가지 이상의 변화를 준 뒤 100명의 사람들과 마주치세요.
[변화 가능 스탯]
외모: B- → B
[보컬 스탯 해금 방법]
스탯 난이도 이상의 노래 1회를 누군가에게 들려주세요.
[변화 가능 스탯]
보컬: C → C+
큰 금액을 쓴 것에 비하면 허무한 답변이었다. 그래도 오픈하지 않았으면 올릴 수 없는 항목이었다.
외모에 두 가지 변화를 주는 게 핵심인 것 같았다. 연예인다운 게 뭐가 있더라. 그간 방송국에서 봐 왔던 유형들을 떠올렸다.
인상이 인상인 만큼 아주 신중해야 했다. 고개를 기울이자 밋밋한 귀가 드러났다. 아, 이게 있었지. 도톰한 귓불을 만지며 결단 내렸다. 피어싱을 몇 개 뚫기로 마음먹었다.
이미지와 걸맞으면서 선을 넘지 않는 수준의 포인트였다. 오히려 좋아할 팬들도 있을 것 같았다. 불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욕을 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무난한 성격만 드러내면 탈은 없겠다고 장담했다. 여론이란 건 원래 순식간에 뒤집히는 거였다. 일부 나쁜 의견도 수용할 줄 알아야 했다.
겸사겸사 운동을 하며 살을 좀 빼기로 계획했다. 원래도 마른 체형이었으나, 카메라에 담기는 장면은 달랐다. 다이어트하면 윤곽부터 살아나겠지.
날카로워질 얼굴을 예상하니 착잡한 심경이었다. 직장 다닐 때는 단정해 보이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그 반대만 해야 했다.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거였다.
"그러면 두 개는 인정되겠지."
100명과 마주친다는 조건은 서면으로 봤을 땐 어려웠으나, 실상은 별거 아니었다. 팬이 아닌 사람이었으니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전제의 내용이었다.
하루만 일정을 빼 쇼핑 타운을 돌면 될 것 같았다. 비슷한 수의 인파는 만나겠다며 확신에 잠겼다. 애매한 지령이었기에 살짝만 비틀면 해결이 됐다. 되도록 쉬운 길을 가고 싶었다.
"C 스탯 이상의 곡으로 누군가한테 들려주란 건가?"
난이도 체크는 난관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곡을 찾으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들려주라는 부분이었다. …이걸? 누구한테? 잠시 고민을 했다. 보컬 스탯도 외모 스탯처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를 써봤다.
분명 다른 사람이 아닌 '누군가'라고 지칭했다. 그거면 나 자신도 상관 없을 느낌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 놓은 핸드폰을 바라봤다. 녹음을 해서 내가 듣자.
높은 스탯이 아니라 그렇게 힘든 과정은 아닌 것 같았다. 친절한 건지 불친절한 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시스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