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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9화 (9/328)

9화

[현재 코인]

1,870 코인

올리지 않고 있었던 보컬 스탯에 '스타 코인 스탯 해금'을 사용했다. 해금법이 오픈돼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이 적격이었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보컬에 1,000 코인을 지불합니다.]

[현재 코인]

870 코인

[보컬 스탯 해금 방법]

스탯 난이도 이상의 노래를 타인이 보는 앞에서 완창하세요.

[변화 가능 스탯]

보컬: C+ → B-

노래 부를 일은 차고 넘쳤다. 이건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스탯 해금법 오픈이 끝남과 동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미리 와 있던 스태프들이 설명해 줬다. 등급순으로 6명씩 끊었는지 6인 1실이라고 공지했다. 여기서 A 등급을 받은 이유준과는 헤어져야 했다.

복도 가운데 서서 이유준과 대치했다. 가려는 자와 말리려는 자의 싸움 같았다. 얘는 힘들지도 않나? 진짜 희한한 구석이 있는 성격이었다.

"너는 저쪽 방이더라."

"놀러 가도 돼요?"

순간 수학여행이라도 온 줄 알았다. 또 휩쓸릴 뻔했다며 정신을 차렸다. 코 밑을 훑으며 조곤조곤 타일렀다. 나 힘든데, 제발 그만하자…….

"…오늘은 일찍 자는 게 어때?"

"형은 너무 냉정한 것 같아요."

"그럴 것까지야……."

여태까지는 전부 장난인 모양이었다. 내가 당황하자 웃으며 등을 돌렸다. 너무 쿨하게 이동해서 방금 전의 행동이 거짓말 같았다.

이걸로 날 갖고 논 게 확실해졌다. 첫 인간관계부터 난해한 인물이어서 너무 지쳐 있었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정해진 곳에 입실했다. 2층 침대 3개와 작은 욕실 하나가 딸린 아담한 방이었다.

언제 가져다 놓은 건지 아침에 수거해 간 캐리어가 도착해 있었다. 아무 침대나 써도 되겠지 싶어서 적당한 곳에 자리했다. 가장 안쪽 1층이 탐이 났다.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일단 임시로 앉았는데, 여기 써도 될까요?"

"네, 네~"

다 같이 생활할 땐 구석만 한 명당이 없다고 장담했다. 짐을 풀기 전 훑어보니 카메라를 2대나 설치해 놓은 정황이었다. 과연 밖에 없었던 건 페이크였다.

"여기 카메라 2대 있어요. 옷은 화장실이나 저기 가셔서 갈아입는 것 추천드릴게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악! 나 바지 내렸는데 안 찍혔겠지?"

다섯이 들어찬 좁은 방에 계속 이어지는 소란이었다. 문이 열리며 마지막 캐리어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연습생이 들어왔다.

인사라도 해 둘까 싶어 고개를 내밀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일순간 정지했다. 아, 조용히 지내긴 그른 것 같았다.

"어? 해신이 형~"

"어, 안녕. 너도 이 방이었어?"

예의 그 권혜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쟤도 C 등급이라고 말했었다. 등급순으로 나뉘었다면 같은 방인 게 당연한 이야기였다. 신이 나서 뛰어오는 인물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저희 같은 방인 거예요? 안 그래도 녹화 끝나고 찾는데 다들 버스 타러 가 버려서 놓쳤지 뭐예요. 인사도 못 해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완전 운 좋은데요?"

"그래, 저기 남은 침대가 네 자리야."

"저기요? 형 옆이네요. 오늘 대박 럭키 데이다."

"…그게 그렇게 좋아?"

"아는 사람이랑 같은 방인데, 당연하죠."

하필이면 내 맞은편 침대가 공석이었다. 숙면을 위해 택한 곳이었는데 도리어 힘들 것 같은 낌새였다.

그냥 포기하고 취침할 준비나 하기로 했다.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 있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타임을 가져 봤다. 내가 가장 연장자로 19살이 4명, 21살이 1명이었다. 나를 포함해 모두 C 등급을 받은 인물이었다.

같이 연습해야 할 관계에 불화가 생기면 난감했다. 방에서까지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노리고 묶어 넣은 게 분명했다. 못된 쪽으로는 참 비상한 제작진이었다.

전 직장 동료들이었음에도 이해해 주고 싶지 않았다. 적군으로 마주하니까 너무 피곤한 상대였다.

지친 마음에 간단한 정리 정돈만 거쳤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방송에 담길 만한 행색들도 아니었다. 모두의 공감을 받으며 불을 꺼 버렸다.

* * *

낯선 곳에서의 취침이었다. 예민한 성정에 새벽같이 일어난 기상이었다. 카메라의 존재가 떠올라 후드 티의 모자를 눌러썼다.

벽 쪽 창가에 다가가 방 안을 훑어봤다. 여전히 한밤중인 광경이었다.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권혜성이었다.

무슨 잠버릇인지 침대 밖으로 튀어나가 있었다. 너무 추한 몰골이라 가만히 지켜봤다. 결리지도 않는 건가. 신체의 일부가 침대 프레임에 걸려 꺾여 있었다. 이상한 자세로 잘 자네……?

그 좋은 댄스 스탯이 저런 데 이용되고 있었다. 재밌는 애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시하고 씻으러 가려는 길이었다. 넘어가기도 힘들 좁은 폭의 통로가 나타났다. 길목을 차단당해 당황스러웠다.

대충 밀어 보니 보기와 다르게 무거운 몸뚱이였다. 내팽개치듯 팔을 빼곤 두 손을 털었다.

아침부터 힘을 뺐다며 기지개를 켰다. 화장실 쟁탈전을 피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공용 샤워실이 있긴 했지만 거기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건 먼저 쓰는 게 최선이었다.

캐리어가 있던 공간이었다. 각자의 이름이 적힌 정규 복장이 놓여 있었다.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까지는 괜찮았다.

하필 C 등급의 상징 컬러가 분홍색이었다. 어쩔 수 없지, 포기한 마음으로 옷을 주워 들었다. 무지개색이라도 입어야 할 입장이었다.

"…형, 일찍 일어났네요?"

"어, 물소리 때문에 깬 거야? 미안하네."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눈이 떠졌어요……."

씻고 나오니 깨어 있는 룸메이트들이었다. 반도 눈을 못 뜬 권혜성이 말을 걸어왔다. 사방팔방 뻗쳐 있는 곱슬머리였다. 카메라가 설치된 걸 잊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머리 정리 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감사합니다!"

대충 방송에 나갈 꼴은 돼야 할 것 같았다. 챙겨 온 스킨로션을 바르며 연습생들을 지켜봤다.

일찌감치 일어나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뒤통수를 긁적이며 오늘 할 일에 대해 고민해 봤다. 굳이 따지자면 연습이 전부일 하루였다.

버스를 타면 바깥공기를 쐴 수 없을 것 같았다. 한적할 때 조금이라도 숨을 돌리고 싶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 형."

"너도 벌써 일어났어?"

"네, 저희 방은 다 일찍 일어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깼어요. 형은요?"

"나도 비슷하지. 잠자리 바뀌어서 그런가, 눈이 떠지더라고."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마주친 이유준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법 많은 인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식 기상까진 한참 남아 있었는데,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부적응에 의해 숙면을 취하지 못한 거라고 장담했다. 나름 사활을 걸고 출연한 걸 테니까 부담스러울 시점이었다.

"혜성이랑 같은 방이었죠?"

"그건 어떻게 알았어?"

"어젯밤에 마주쳤거든요. 이따 밥이나 같이 먹어요."

"그래."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산책을 했다. 해가 점점 밝아지는 게 곧 본일정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 지으며 인사를 던졌다. 아웃사이더로 있기도 뭐해, 알고 지내기로 결정한 사이였다.

* * *

잘 먹는 권혜성과 새 모이 이유준 사이에서 식사를 끝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신이었다.

현실 자각이 안 된 상태에서 버스를 탔다. 오늘은 이전 세트장이 아닌 대강당이었다. 색색의 옷을 입고 앉아 있는 게 유치원생이라도 된 심정이었다.

슬레이트와 동시에 고우림이 입장했다.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의 트레이닝을 빼 입은 모습이었다.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싶어 감탄이 나왔다.

저 브랜드가 이 프로그램 메인 후원사인 것 같았다. 나는 협찬과 PPL일 걸 알고 있어 담담했다. 뭐가 됐든 저 회사 덕분에 밥을 먹고 있었다.

홍보가 잘돼서 좋은 메뉴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광고라면 열심히 응원해 줄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연습생 여러분. 어제 잘 주무셨나요?"

"네~"

"아니요!"

"네!"

대답이 섞여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적당히 묻혀 가고 싶어 처신하니 권혜성이 씩씩하게 외쳤다.

세상 이상한 포즈로 잘도 잤나 보다. 나도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저 애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되겠습니다."

"트레이닝은 등급 평가에서 정해진 반별로 이동해 진행될 예정입니다. 각자 입고 계신 연습복의 컬러가 그 반의 대표 색상이며, 앞으로 여러분의 소속을 증명해 줍니다."

"등급이 낮다고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면 진급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단, A 등급과 B 등급의 정원은 각 17명, 올라가고 싶다면 상대를 밀어내셔야 합니다."

그럴 줄 알았다. 본격적으로 경쟁을 붙이려는 것 같았다. 아래 등급의 연습생들에게서 열의가 샘솟았다.

등급을 밀고 올라가려는 속셈이었다. A 등급인 하늘색과 B 등급인 노란색 티를 입고 있다면 경계 대상으로 분류될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그 안에 속해 있지 않았다. 다행인 건가? 헷갈렸다.

"현재 A 등급에는 10명, B 등급에는 17명이 속해 있습니다. 등급 레슨이 끝날 때까지 성장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우림의 미소가 악마같이 느껴졌다. …시켜서 하는 것 맞지? 지나치게 잘 소화하니 껄끄러워졌다.

최종 평가는 5일 뒤에 있다고 말해 왔다. 실력을 키워 단계를 올라가거나 본인의 위치를 지켜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B 등급의 경우 정원이 꽉 차 있었다. A 등급은 아직 7명이 결원이었다. 기존에 있는 실력자들을 밀어내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어디를 노려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 * *

[신해신]

나이: 22

외모: B

보컬: B-

댄스: B

운: C

끼: B-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진행 중

[보유 스킬]

'한 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밸런스가 최고였다. 아까의 암담한 광경이 떠올랐다. 해금법만 오픈하고, 본미션은 실행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녹화 전 급하게 권혜성을 데리고 나갔다. 인적이 드문 비상구 계단이었다. 영문을 몰라 하는 권혜성 앞에서 노래를 열창했다.

갸웃거린 권혜성이 박수를 보내 줬다. 짝짝짝… 메아리치는 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이건 내 인권과 맞바꾼 보컬 스탯이었다. 하드 한 미래를 그리니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형, 근데 아까 비상구……."

"…얼른 연습하자."

급하게 말을 자르고 악보를 보는 시늉을 했다. 제발 그 추태를 빨리 잊어 주길 바랐다. 강당 여기저기가 시끄러웠다.

같은 등급끼리 둘러앉아 훈련을 하는 부분이었다. 오후부터는 방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멘토를 만나기 전 조금이라도 터득해 놔야 할 것 같았다.

C 등급은 정원을 꽉 채운 인원이라 두 개의 원으로 갈라졌다. 전자에 속한 나는 서둘러 노래부터 외웠다. 부디 조금이라도 덜 혼나기를 바랐다. 물론 전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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