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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37화 (37/328)

37화

- 시사면에서 만나는 거 아니냐 약간 불안해~ ㅜ

└ 피뎊따기 전에 알아서 삭제해라…

└ 그래도 보낼 곳이 없잖아 얘 개인인 거 잊었어?

└ 갓반인이 왜 나오냐고 ㅋㅋ 돈벌려고 나오는 거 아닌? 아 케이팝 빡세~

└ (이미 삭제된 댓글입니다.)

└ 초치지 말아라 간만에 천년 픽 등장해서 기분 개 좋은데 잔칫집 망치지 말고 갈길 가 (쓰니

└ 무서워 ㅋㅋㅋㅋ 쓰니 진짜 신났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어돌 게시물만 보면 댓글 왜 이렇게 더럽냐; 말들 좀 가려서 하자 ㅠ

└ 맞아 얘들아 경찰서 방문 이런 경험은 하지 말자~

- 리얼 맛도리 ㅠㅠ 난 저렇게 큰 애들만 보면 가슴이 뛰어

└ 역시 희소성을 아는구나 이게 바로 수신료의 가치지

└ 이번 유어돌 연생 라인업 조지는 거 같음 간혹 보이는 어깨들이 미쳤다

└ 난 미청년 취향인데 이쪽도 파보니 좋더라 괴식 아니었음 인정 ㅇㅋ

└ 취존해줘서 고맙다 얘들아… 취좃러들은 꼭 길 가다가 엎어지고…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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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작성자가 나를 응원했다.

대신 싸워 주는 모습이 생경했다. 커뮤니티 확인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지분율과 별개로 당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눈에 보이는 지지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었다.

* * *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B+

댄스: B

운: C

끼: B-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진행 중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현재 코인]

1,115 코인

7일 차 점심이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체크했다. 조금씩 변화하는 결과에 흡족해졌다.

엄청나게 바뀐 기분은 아닌데 말이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그에 맞춰 대책을 구하기로 했다. 당장 내일이 이벤트 촬영이었다. 입소는 아니겠지만, 남들의 눈에 띌 것 같았다.

친한 애들이야 두루뭉술한 변명에도 그러려니 했다. 사실 걔네 성격상 넘어가 줬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귀신같네… 가끔은 속으로 욕해도 알아들을까 봐 무서웠다. 초반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도 감춘 기색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해 준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악플이 두렵게 느껴졌다. 뭐든 평화로운 게 최고인 길이었다. 꽃밭은 못 걷더라도, 가시밭길은 피하기로 했다.

한동안 열심히 타고 다니던 가르마였다. 드러난 이마를 매만지며 계획했던 것을 떠올렸다. 머리카락을 쭉 잡아당기니 제법 긴 기장이 된 걸 알 수 있었다. 눈매 위로 음영이 질 수 있는 부근이었다.

"…앞머리 세팅을 바꾸자."

어차피 메이크업으로는 안 될 스타일이었다. 귀여운 인상이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뭐가 됐든 남들에겐 사나운 이미지였다. 성격은 보여 줬으니, 원상복구 하기로 결심했다.

"음… 날카로워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앞머리에 물을 묻혔다. 그림자가 지면서 매서워진 얼굴이었다. ……인상이 이런 건 내 탓이 아니니까. 애써 위안 삼으며 드라이기를 꺼낸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흐트러트려 이마를 덮어 버렸다.

새까맣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 한동안은 느껴보지 못한 살랑거리는 감촉이었다. 덥수룩하더라도 이러면 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인데, 생소하네."

이런 머리를 한 아이돌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문제가 될 일은 없겠다며 안도했다. 그러곤 내일 촬영을 위해 짐을 챙겼다.

입으로는 힘들다고 했지만, 몸만큼은 정직했다. 못 한다고 앓는 소리 해도 결국 해내는 타입이었다. 스스로가 힘들 정도로 부지런한 성격이라 고통스러웠다.

대충 마무리하며 쉬어 보려던 찰나였다. 책상 위에 올려 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어째 오늘은 잠잠하다 싶었지. 누군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 * *

"어, 형. 머리가 다시 바뀌었네요?"

"응, 이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왜? 이상해?"

"아뇨, 대박 멋있어요~ 카리스마 장난 아닌데요?"

"그럼 다행이고……."

"좀 더 자신감 있게 말해도 괜찮아요!"

"…고마워."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낯선 장소지만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이유준네 집이었다. 아까 전 연락은 초대를 위한 포섭이었다.

"그나저나 내일이면 봤을 텐데."

"그래도 원래 이런 건 같이 보는 거잖아요."

"맞아요~ 형도 싫으면 안 왔을 거면서."

반은 맞는 말이었다. 정말 식겁했으면 거절하고 집에 있었을 일이었다. 현재는 1화 방영을 앞둔 시점이었다. 다 같이 시청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먹여왔다. 사실 이번엔 딱히 얻어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거절할까 싶다가 수락해 줬다. 그래, 차라리 이런 건 여럿이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거리도 이동할 만한 장소여서 나쁘지 않다며 동의해 줬다.

어차피 이유준은 제 페어로 움직였었다. 같이 다뤄질 테니, 고통을 나눌 생각이었다. 이상한 부분은 빠져나갈 아이디어를 찾아 줄 수도 있었다. 믿는다, 이유준. 비상한 눈치로 대활약해 주기를 기대했다.

"안 그래도 혼자 보기 무서웠는데, 유준이 형 타이밍이 최고네요!"

"…넌 가족이랑 같이 산다며. 본가에서 보면 됐잖아."

권혜성은 1시간은 족히 떨어진 위치에 살았다. 왕복 2시간 거리를 달려온 인물이었다. 이게 전부 한 편을 보기 위한 여정이었다.

쟤도 참 대단한 사람인 듯했다. 도대체가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물불 안 가린다는 게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억지로 나오긴 했지만, 목표가 있는 건 확실했다.

"같이 보긴 민망하단 말이에요~ 그리고 안 좋게 나오면 머쓱하잖아요. 동생들도 있는데 피하는 게 낫죠~"

"…혜성이 너, 맏이였어?"

"넵.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야."

의외의 사실에 헛웃음이 지어졌다. 따지고 보면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집주인이 내준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작은 소파라 내게 양보한 모양새였다.

……나름대로 연상 취급은 해 주는 것 같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곤 천장을 바라봤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려 볼 계산이었다. 상석과 손님 취급은 몽땅 받고 보는 게 좋았다. 쟤네한테 매일 끌려다니는데, 이 정도는 양반이지…….

무엇보다 걱정으로 힘쓰고 싶지 않았다. 이따 받을 충격에 대비한 휴식이었다. 아직 편집본에 대한 확신이 안 서 있었다. 망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눈부터 감아 버릴 예정이었다.

"…어? 시작한다."

"흐음, 잘 나왔으려나."

"…걱정되네."

시간이 된 것 같아 TV 화면에 집중했다. 시청률이 괜찮을지 궁금한 참이었다. 1차 배틀 방청 후기가 관심을 받았다고 전달 들었다. 휴식 초반까진 크게 닿지 않은 이야기였다. 3차 입소가 가까워져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인파가 많은 곳을 지나가면 간혹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말도 안 되게 스타가 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 전과 비교하자면 다르다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이 둘도 모자를 챙겨 쓰고 다녔다. 시선에 둔감한 면이 있던 애들이었다.

……아니지, 둔감하기보다는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방치한 거였다. 정말 간이 과하게 큰 애들이었다.

우리가 이럴 정도면 상위권은 난리겠는데? 문득 알고 있는 얼굴 몇이 떠올랐다. 나 정도면 거의 자유로운 일상이었다.

"후… 떨린다."

"실시간 커뮤니티도 같이 봐요."

TV 옆으로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본방송 피드백을 알아보고자 고안한 방식이었다. 여론 조사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이유준네까지 찾아온 이유였다. 혼자 하기에는 환경이 받쳐 주지 않았다. 잡다한 걸 잘하는 애들이 있어 편한 일이었다. …나도 주는 게 있으니 이건 등가 교환이야. 비슷한 처지에 도움 정도는 주고받아야 했다.

- 기다렸다~~~

- 세트장 화려하네~ 하긴 이번 애들 얼굴에는 저 정도 해줘야지

-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 즌원이랑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니냐 ㅠ

- 제작비를 얼마 쓴 거야 미친놈들아 ㅋㅋㅋㅋ

100여 명의 연습생이 꽉 찬 세트였다. 고우림의 안내 멘트로 방송이 전개됐다. 아마 1화는 최초 평가가 끝일 것이다. 분량만 따져 봐도 잘하면 2화까지 갈 일이었다.

앞에 나온 팀은 제작진 픽이 아닌 것 같았다. 촬영 순서와 관계없이 편집되는 게 규율이었다. 저게 메인 사단의 입맛을 알리는 조건이었다. …음, 확률이 극악이네. 기대는 하지 말자고 결론지었다.

"어, 이 장면 이렇게 썼네?"

"저 팀 현장 분위기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괜찮은 반응을 이끈 연습생 둘이었다. 소속사 규모도 작지 않았는데 커트 쳐졌다. 저기는 되게 애매한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심기를 건든 모양이었다. 다른 방향으론 후반 팀 미션을 위한 빌드 업일 수도 있었다. …뒤에서 사고라도 쳤나 본대.

버린 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정도는 구분됐다. 메인 사단과 함께 일한 스태프 경력자들에겐 보이는 그림이었다. 안타깝지만 저들과는 스치지도 않을 예정이었다. 어울려 봤자 좋은 꼴은 못 볼 게 분명했다.

[지금 기분은 어때요?]

: 최고예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요~!

"와~ 나다!"

때마침, 브이 자를 그리고 있는 권혜성이 등장했다. 리액션이 큰 편이라 잘 잡히는 느낌이었다. 성격만 따져도 환기용 캐릭터로는 최고였다.

같은 소속사의 다른 멤버보단 이쪽이 나아 보였다.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라 뒤쪽 배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중후반이니 좋은 맥락을 띄고 있었다.

쟤네가 그 인성질 하던 애들인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내게는 초면일 낯들을 가만히 구경했다. 못난 애들은 아닌데, 확실히 옆에 비해선 매력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분이 생겨 그런 걸 수도 있었다. 권혜성은 실력이 좋은 편인 연습생이었다. 안 그러는 척, 야망도 있고 똘똘한 기색을 풍겼다.

격한 비트에서 박자를 놓치지 않는 게 유독 눈에 띄었다. 캐릭터 구성으론 충분하다 못해 확고한 인물이었다. 역시 제작진이 눈여겨볼 만하다니까…….

보컬은 평가받던 것처럼 지적을 피하긴 힘들었다. 그런데도 타고난 기운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론칭 예정이라던 형들은 영 맥을 못 추리는 듯했다.

…저기 사장도 썩 감이 좋은 인간은 아니네. 받침대 역할을 제대로 잘못 고른 상황이었다. 자존심 세우다가 권혜성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가장 큰 패착은 본인네 회사 소속 연습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어떻게 된 게 안 지 얼마 안 된 나보다 모르는 거지.

이래서 엔터 업계가 고인물이라는 거였다. 자기 고집 못 굽혀서 망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팬들이 외치던 세대 교체에 대해 잘 알 것 같았다. 윗선부터 싹 다 갈아엎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물론 높은 직급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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