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59화 (59/328)

59화

- 관종?

└ 받고 스타병 ㅋㅋ

└ 아주 숨도 쉬지 말라 그래라

└ 연습실 가는 것도 난리네 난 돌 못할 듯 개무서워 ㅠㅠ

- 얘 갓반인 아니었음? 웬 연습실?

└ 렌탈 연습실에서 연습한다고 하더라

- 착하다니까!!!! 착하다고 몇 번 말해!!! 인성 좋다고!!!!

└ 동태 눈깔이랑 안광 드립 친 인간들 다 나와 시사면은 선 넘었어 ㅜㅠㅠ

└ 이제 갓반인이라고 안 부를게 얘 정도면 탈반인임 ㅋㅋㅋㅋㅋ

- 저런 애가 돌 안 하면 누가 하냐? 인재 뺏지 마라 안 그래도 요즘 케이팝 팍팍한데

└ 댕정 ㅋㅋㅋ 둘기가 존나 많아져서… ㅋㅋ…

└ 전원 한국멤 그룹 찾습니다 (쩌렁쩌렁

└ 혹시 윗익이 W그룹 C멤팠니…?

└ 그 새끼 말하지 마!!!!!!

└ 극대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호응들이 모여 좋은 성과를 만든 게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팀원 전원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 게 특히 권혜성의 팬덤이 커진 걸 알 수 있었다. 무대에서 날아다 시피 춤추더니 그 효과를 본 느낌이다.

곡의 연출과 시너지가 잘 어울리는 팀원으로 올라가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파급력이 큰 편이었다.

이유준도 비슷한 맥락을 띠고 있었는데 트레픽 멤버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부각된 시점이었다. 초반엔 갈라져서 이상한 기류를 타게 됐었지.

하지만 그것도 이내 다른 장면들로 반전을 이뤄 냈다. 사적인 만남을 늘린 탓에 여기저기 목격담이 뜬 것이다.

안 그래도 저들끼리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덕분에 어색하던 초반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이다. 결과적으론 이 애들도 머리가 좋은 타입이었으니까 아군, 적군 정도는 손쉽게 가려낸다.

배민형과 성신원도 인지도가 커졌다. 팀 내의 가장 막내였던 배민형으로 의미불명의 어깨들 사이에서 유일한 귀염 상이라고 불렸다. 원곡자와 비슷한 무드를 낸 게 눈에 띈 시점이다.

성신원은 그런 배민형과 친분이 있었는데 덕분에 재밌는 페어로 불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위기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연습생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이정원이었다. 예측은 했지만 1차 때와 달리 뒤집힌 여론이다. 프로그램 내 대표 보컬감의 등장이란 소문이 얘는 좀 올라간 게 아닌 것 같다. 순위 발표식에서 큰일날 것 같은데.

- 이가든 얜 왜 지금까지 거론 안됐던 거야? 걍 메보감임

- 파는 애들 있기는 했는데 분량이 짰지 남현욱은 꿇어라

- 좃소라 그래…

- 좃소 수준이 아님 좃좃소임

- 아 숙연해졌다…

- 정원이 ㅠㅜㅠㅠㅠㅠㅜㅠㅠ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희 애가 여려요… ㅠㅠㅠㅠ

- 윗 댓 캐해 실패한 듯 ㅋㅋㅋㅋㅋㅋㅋ 얘가??? 기존세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 찾아보니까 1차도 좋더라 보컬로 절대 못 깜 ㅠ

- 미친 거 아니야? 댄브 이후 걍 소름돋음 그 구간에서 저렇게 안정적으로 부른다고??

- 진짜 1차에서 얘한테 메보 안준애들 다 견제 오진 건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목소리 미쳤네… 얘는 립싱크로 욕 먹을 일 절대 없겠다 ㅋㅋㅋㅋ

- 저런 애한테 립싱크 시키면 방송사가 돌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2차 무대의 후기글만 봐도 대다수의 의견이 저런 편이었다. 이정원에 대한 언급이 잦은 게 메보를 맡으면서 포지션에 대한 활약이 두드러졌나 보다. 적은 방송 분량을 이겨 낸 게 확실해졌다. 이런저런 관계성도 꽤 흥미롭게 그려진 듯하다. 안 그러는 척, 새로운 이미지가 씌워지며 남다른 존재감을 떨친다. 뭔가 남들에게 좋은 일만 해 준 기분인데, 사실 따지자면 얻어 간 건 내가 가장 컸을 일이었다.

* * *

방송 일정상의 문제로 넉넉한 휴식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쉬지 않고 코인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부지런과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가 없는 삶 같다.

사실 연습생 모두가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냥 받아들이자, 다짐하기가 무섭게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손끝으로 더듬어 가며 액정을 확인해보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이유준]

"이쯤 되면 얘는 개인이라서 다행인 것 같네."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분방한 타입으로 지금 안 받으면 나중에 배로 괴롭힐 게 분명했다. 귀찮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고서도 도움받은 게 있어 어쩔 수 없었다.

- 형.

"어, 왜?"

- 오늘 뭐 하세요?

"유준아, 그 패턴 슬슬 바꿔 보지 않을래."

- 하하, 그런가요?

"혜성이도 그 말 한다는 걸 잊지 마. 난 전부 두 번씩 듣고 있어."

- 음, 그럼 본론부터 꺼내도 돼요?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다……."

- 다름이 아니고, 아직 연습실 예전에 가던 거기 쓰시죠?

"응, 그렇지. 왜?"

예상 외의 주제가 나와 어리둥절하다. 평소처럼 반응이나 보자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첫 만남 이후 등급 평가를 준비했던 과정이 떠올랐다.

그때 이후로는 논해 본 적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근거 없이 이런 말을 꺼낼 타입이 아닌데? 의아한 마음에 질문을 한 찰나.

- 혹시 괜찮으시면 저랑 셰어 하실래요?

"셰어?"

뭔가 많이 축약된 것 같았지만 맥락 자체는 알아챘다. 예전에 같이 썼던 연습실을 말하는 거다. 현재 사용하는 곳은 한 명 이상 들어가기 버거웠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유준네 연습실을 이용했었다. 자주 가 본 적 있는 곳이란 뜻이기도 했는데 여기 오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위치였다. 반대 방향이었지만 소요 시간도 비슷할 것이다.

시설적인 면에서는 단연코 압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훌륭한 퀄리티를 갖춘 장소에 멀지 않은 곳에 보컬 학원이 잔뜩 있어 프라이빗 하기까지 했다. 사용자가 아니면 건물의 출입도 불가능한 시스템이었지.

대신 비용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내가 쓰는 곳의 2배는 우습게 넘는 금액이다. 셰어를 하자는 건 그 반만 지불해 달라는 소리로 들린 게 현재와 엇비슷한 돈을 내고 좋은 곳을 쓸 수 있는 기회였다. 거절하는 사람이 바보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긴 한데."

- 저는 내는 거에 비해 자주 안 가거든요. 좀 아깝더라고요. 형은 거의 매일 가시잖아요. 어차피 끊어 놓은 회원권, 같이 써요.

"그럼 바로 반 입금해 줄게."

- 이번 달은 괜찮아요. 다음 달부터 3분의 1만 주세요. 제가 먼저 제의드린 거잖아요.

"진짜로?"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다. 이 순간만큼은 이유준과 선을 긋고 싶지 않아 졌다. 나도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망령이다. 애초에 출연한 것부터가 저당금을 돌려받기 위해서였으니까.

확답을 주자 동의가 떨어졌는데 오늘부터 바로 써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기존에 이용하던 연습실 인근이었음에도 저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발걸음이야 돌리면 그만이다.

- 지금 오실 거죠?

"그럴 것 같은데. 대신 여기 완전 반대 방향이라 가는 데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 그럼 저 먼저 가 있을게요.

"…너 잘 안 쓴다며."

- 저도 연습은 해야죠.

어딘지 시답지 않은 어투의 대화였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통화를 끝냈다. 목적지를 앞에 두고 돌아서는 처지였지만 결론이 좋았기에 가벼운 기분이었다.

아, 맞다. 그러다 그만 슬픈 사실을 상기해 냈는데 이제는 갈 일이 없을 구 연습실에 대한 일화였다.

"…이번 주 비용 미리 내 놨는데."

며칠만 빨리 알았으면… 하다못해 신청이라도 늦게 할걸. 아쉬운 마음에 미련을 떨치려고 노력했다. 지갑 사정은 빈곤했으나 좋은 연습실이 더 반가운 처지였다.

어쩔 수 없지. 인생이나 시스템이나 하여간에 돈 때문에 고생 중이다. 자린고비 짠돌이가 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 * *

"연습하고 있었어?"

"아뇨, 저도 천천히 나왔어요. 저 바로 앞에 살잖아요. 형은 잘 지내셨죠?"

"뭐, 매일 비슷했지. 그나저나 이런 걸 물을 정도로 못 본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요?"

오랜만에 방문한 연습실, 먼저 앉아 있던 이유준이 인사해 왔다. 게으름을 부린다던 뉘앙스답지 않은 부지런함이다. 준비하는 척하며 얘의 상태 창을 구경해보니 저것도 참 여전하다.

[확률 성장 트리]

미개화: ???? ????(??) (진행률: 40%)

2차 미션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었다. 퇴소 후에 만날 일이 있었던 이유준으로 상태 창에는 큰 변화가 존재하고 있었다.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성장 트리가 바뀌어 있었던 일이다. 이건 권혜성 때와 같은 전개였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됐다는 건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단 뜻이었다. 요 근래 문채민과 우정환을 자주 만나는 것 같긴 했지. 거기서 무슨 감정의 변화라도 겪은 모양이다.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계획대로 신경은 쓰지 않고 있다가 보상이나 받을 속셈이었다. 얘네보다는 내 버그 해결이 다급한 시점으로 괜히 잘하는 애들이 더 잘하게 생겨서 나만 힘들었다.

"웬일로 혜성이는 안 보인다?"

배경으로 깔리는 수다가 없어 이상한 기분이었다. 뭔가 허전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하나가 안 보인다. 등급 평가 이전에나 있었던 2인 모임으로 권혜성을 알고 난 뒤로는 겪을 수 없었던 고요함이었다. 조용한 게 이렇게까지 생소할 일인가 싶다.

"혜성이는 소속사 때문에 못 왔어요."

"아, 맞다. 걔 연습생이었지."

"저희랑 다른 신분이잖아요.'

"그렇긴 하지."

"안그래도 요즘 혜성이, 소속사 관리 대상인 것 같더라고요."

"걔가?"

"아직 방영은 안 했지만, 방송국이랑 소속사가 피드백은 주고받잖아요. 저번에 그 형이란 사람 싸움 났었죠? 회사 귀에 다 들어간 모양이에요. 그쪽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뭐, 혜성이가 요즘 눈에 띄긴 했지. 반응도 좋은 편이고."

"실력이 좋죠. 인기도 있고."

"그럼 한동안은 보기 힘들겠네."

"그러게요. 그래도 가끔은 빠져나온다고 했어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전해줘."

"네, 그럴게요."

무소속처럼 굴던 태도가 강렬해 잊고 있었던 게 분명 권혜성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인물이었다.

회사 건물 내에도 시설이 있을 테니… 거길 두고 렌탈 연습실을 쓸 필요는 없었다. 본인 성향을 봐선 이쪽을 더 오고 싶어 할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 그런 걸 허락할 리가 없지. 지금까지의 방만도 남들이 보기엔 엄청난 자유였다.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힘들 일이라고 추측했다.

각자 이어폰을 끼고 움직이던 과정으로 나 같은 일반인은 몸이 굳기 쉬웠다. 그래서 끊임없이 복기하던 동작이었는데 관절을 푸는 와중에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거울 너머로 비친 이유준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