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63화 (63/328)

63화

당황한 나를 뒤로한 채 이유준이 인사해 왔다. 오랜만에 보는 게 반가웠는지 땀에 젖은 상태로 손을 들어 아는 척해줬다. 메고 있던 가방으로 허리춤을 가리며 천천히 입장했는데 어색하게 맞장구를 치자 이유준이 어리둥절하단 표정을 지었다.

회피할 수 있는 것도 짐을 풀기 전이 전부 같아 보였다. 솔직히 나중에는 그냥 체념한 상태였다.

'형, 그건 뭐예요? 인형……?'

'…오는 길에 뽑았는데 귀여워서.'

'이런 걸 좋아했어요?'

'뭐, 나름….'

'흐음, 연습할 때도 달고 있게요?'

'…기분 전환 삼아서…….'

'형이 그러고 싶다면야 뭐… 그러죠.'

벨트 고리에 달려 있는 인형 위로 뜨거운 눈길이 쏟아졌다. 내 심정도 모르는지 해맑게 웃고 있는 표정의 곰인형이었다.

어색하게 질문을 피하며 간신히 넘겨 버긴 찰나였다. 어째 무사히는 올렸으나 내 인권은 남아 있지 않았다.

과거 회상을 접으며 멀리 있는 인파를 구경했다. 이게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게 만들어 줬다. 어찌 됐든 나는 출연자의 신분을 갖고 있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3차 경연을 해봐야 한다.

* * *

당신의 아이돌 7화의 방영일이었다. 6화를 보기가 무섭게 친구가 폰을 뒤적거렸다. 인터넷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인 듯한 게 얼마 안 돼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2차 무대 관련 후기라도 찾아본 듯하다. 반응들로 봐선 나름 대활약을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게 안도해도 괜찮겠다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나 있으니 오랜 시간 긴장으로 굳은 몸을 펴며 거실에 앉아 방송을 기다렸다.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맞추자 커다란 액정 너머에 신해신이 등장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팀을 푸시해 주는 기분이다. 앞에선 본 적 없는 좋은 방향들이 이어지며 서사가 깔린 장면이 나오고, 위기가 없는 것에 반해 주목도가 있게 꾸려졌다. 무탈한 팀치곤 이런저런 요소를 넣어서 분량이 결코 적지 않았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 줘?"

안 그래도 저번부터 이상함을 감지했던 찰나였다. 초반에는 컨셉으로 헤맨 전개가 나왔는데, 남들이 봐선 입덕 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 구간이었다.

너무 잔잔하게 흘러서 의심을 풀지 않은 게 앞에서 잘 나와도 뒤에 가선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단 걸 배워 왔기 때문이었다. 그때 본격적으로 무대가 시작됐다. 여기가 진짜라며 마른침을 삼켰다.

벚꽃이 만개하는 설레는 감성 속, 팀 첫사랑이 노래를 불렀다. 먼저 찾아온 봄 같은 따듯한 정서를 풍긴다. 부드럽고 듣기 좋은 편곡에, 팀원들도 전원이 실력자임을 알 수 있었다.

쟤가 저런 얼굴을 할 줄 알았던가? 팬임에도 처음 보는 정황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소화를 잘해서 염려했던 부분이 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응원하면서도 객관적으론 불리한 컨셉이란 걸 알고 있었는데 완벽하게 그 벽을 뛰어넘어 버린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종이 조각 너머로 신해신이 활짝 웃으며 서 있었는 걸 지켜봤다. 격한 안무였지만 자연스럽게 엔딩 포즈를 취하는 게 자연스레 막을 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몰두하고 있었는지 암전된 무대를 보다 진동하는 핸드폰에 깜짝 놀랐다. 더듬거리며 바닥의 액정을 확인하니 원인은 친구들이 있는 단체 대화 방 같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채팅 창의 글을 읽어 내려 갔다.

- 미쳤다 오늘 본방 미쳤다 해신이 돌았다 ㅠㅜㅠㅠㅠㅠ

- 핸드폰 진동도 미친 듯…

- 나 왜 2차 방청 못 갔냐…? 어째서 고3인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고3 아니어도 못간 사람 많음 그리고 3차 넣어놨잖아 기다려봐

- 근데 쟤 저럴 만하지 ㅋㅋㅋ 방송 보고 있는 사람? 신해신 오늘 개 잘함 ㅋㅋㅋㅋ 분량 미친 듯 무엇보다 쟤 원래 저런 느낌이던가?

- 그러게 이번에 저 팀 왜 이렇게 잘했어? 팀원 전부 상타치 인정했다

- 엔딩에서 나도 모르게 내 픽 잊었잖아 ㅜㅜ ㅋㅋㅋ 미안하다 재원아… 그렇게 됐다…

- 보고 있어? 해신이 오늘 돌았다니까? 안아줘 무대 갓전드 ㅠㅜㅜㅠ

- 나도 지금 보고 있어 무대 엄청 잘하더라 ㅠㅠ

눈은 TV에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오늘 나온 무대는 말 그대로 제 취향에 부합한 컨셉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치듯 읽은 단어 하나를 캐치 했다.

방청이라… 나와는 거리가 멀던 이야기로 무대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에 신청해 놓은 전적이 있었다. 발표까지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는데 해당 방영이 끝나면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보기로 했다. 신해신은 내게 매번 새로운 걸 경험하게 해 준 인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너무 즐거웠다.

* * *

2차와 마찬가지로 배정받은 숙소 안이었다. 순위 발표식 전에 머무는 임시 공간으로, 오전만 이대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인사 속에서 손을 흔들며 안부를 전했다. 녹화 시간까지 짧은 텀으로 각자 할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짐을 푸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게, 돌아올 무렵에는 변동된 방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물건만 꺼내며 간단히 정리를 하던 무렵이었다.

사실 여기에는 남들은 알 수 없는 사실이 깔려 있었다. 내 저당 금액 백만 원과 교환한 보상이다.

시스템 내 미션은 포지션 1위 달성이었는데, 더 좋은 건 팀 1위가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디 상태 창과 프로그램이 의견 좀 통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이 추구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어디에 맞춰 줘야 할지 매번 헷갈린다.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 좀 해 줬으면 좋겠네. 그래도 근래 유도 중이던 경과와 시너지가 괜찮았다.

받아 온 교복으로 다시 환복하며 머릿속으로는 확인했던 반응을 되새기고 있었다. 7화 무대 이후 우연한 사례로 접속하게 된 인터넷이었다.

팀 1등으로 받은 혜택이 엄청난 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편집이었다. 확실히 힘을 준다는 표현이 맞아떨어졌다.

불화가 없었던 무리치고는 분량 자체가 많은 편이었다. 기승전결을 조직적으로 잘 깔아 줘서 가벼운 난관을 예능적인 면모로 제작했다. 그게 실제로 팬들에게는 유쾌하게 다가간 것 같았다.

우직한 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팀으로, 거기서 가장 어린 원곡자들의 노래를 하게 됐다. 편집부에서 힘을 낸 게 틀림없어 보이는 요소다.

거기다 이번엔 황 PD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다. 해당 팬덤이 기분 나쁘지 않을 선으로 잘 조정했다고 확신했다. 남현욱이 개입한 게 정확히 보이는데 하여간에 일만큼은 끝내주게 잘하는 아저씨였다.

────────────

제목 : 노픽 인간의 유어돌 7화 감상평

────────────

익하 남들 다 본다는 유어돌 안 보던 사람이야

7화 하길래 적어봤어

기억나는 팀만 써서 많지는 않다

(참고로 내 본진 따로 있어 궁금하면 내가 쓴 게시물들 봐줘)

1. Don't stop me

여기 이민석 있던 곳 안 그래도 얘 나온다는 소리로 시끄럽더라

1차는 괜찮게 했다고 들었는데 2차 땐 뭔가 아쉬운?

헤메코 누구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아님

ㅇㄷㅂㅇㅈ에서도 댄서 아니었어? 메보로 나와서 눈 비볐다

왜 이민석 얘기만 있냐고 하면 얘 말곤 다 몰라서 그래

2. 너의 흔적

문채민이란 애가 유명하다며 확실히 쟤는 잘하더라

딕션 무슨 일? 찾아보니까 트레픽이네 바로 이해 가능 ㅋㅋ

본 무대 전 보통 서사 깔아 주잖아 약간 우당탕탕

악편까지는 아니고 조금 미묘?

케미 요소가 부족해서 개인적으론 아쉬웠어

그래도 탈 건 전부 타가던데? 역시 인기멤

3. Bust x Bust

1위 3위 콜라보? 그냥 미친 듯 보자마자 와 어벤져스다 ㅋㅋ

실력자만 모여도 대가리 깨지 리얼 얘네 조금 불쌍했어

근데 거기에 싸움까지? 래퍼 둘이 기싸움 오져 ㅜ

뭐 이것도 서사라고 쳐주자 ㅋㅋㅋㅋ

정환 친구 고생 많았어 강태오랑 같이 기절 직전이던데

그래도 결론은 실력자는 실력자인 듯 ㅋㅋ

물론 견제픽 손해도 은근히 많이 받은 것 같아

압도적 상위권인 거 인정할게 까빠는 좀 붙을 것 같더라

4. No Question

여기도 상위권 둘 있던 팀? 6위랑 10위 있던 곳이지

무대는 괜찮았어 갓 띵곡이라 편곡이 빡 셌을 듯

여긴 랩 포지션이 박 터지게 경쟁 난 곳

2차가 난리여서 수혜 입은 연생이라고 봤는데

박희민이랑 이성결 이 둘이 제일 기억에 남아

5. 안아줘 (Pit a Pat)

일단 서사는 완전 우당탕탕이던데?

누구야 그 무서운 애한테 큐트 컨셉 쥐어준 거 ㅋㅋㅋㅋㅋ

소화해내서 그게 더 골 때림

구멍 없이 밸런스로는 얘네가 탑

의견 다툼도 없었던 것 같고, 꽤 평화로웠던 듯

근데 실력 조화가 잘된 것 같아서 너무 신기해

저 팀 멤버 한 명도 안 빠지고 다 기억남

얘네 왠지 엄청 올라갈 듯?

────────────

- ㅎ 너 바이럴이지

└ 내 게시물 리스트 안 보고 왔니? 7년 전부터 돌 덕질하던 바이럴이 있다? (쓰니

└ 아 ㅋㅋ 쓰니 존나 유쾌하네 ㅋㅋㅋㅋ 좀 세서 그렇지 다 맞말이야

- 랜드지만 이해한다 헤메코 누가 했어 당장 나와 그리고 민석이가 못했단 건… 포지션 잘못 잡아서 그래

└ 양심 랜드네 실드는 못 쳐주는 거 봐

└ 저건 실드가 아닌 것 같은데…

└ 인지도 빨 떨어질 때 되긴 했지

└ 말 존나 무섭게 하네 팩트로 쥐어 팬다

└ 1차 때 잘했잖아 봐주자 우리

└ 익아 비하인드 스토리 보니까 민석이가 정했더라 네 새끼 얼굴에 침 뱉기였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새끼도 아니고 네 새끼 ㅋㅋㅋㅋ

- 2차 순위 발표식 좀 흔들릴 듯

└ 신해신네가 진짜 잘했다더라 유입 엄청 많아졌어

└ 한 자리대 애들이 2차에서 마가 꼈던데

└ 우리 해신이 탈반인 천재캐였어 무대 구성 실력 얼굴 조합 미쳤다 ㅠㅠㅠㅠㅠ

└ 우리 혜성이 드디어 떡상함 ㅠㅠㅠㅠ 한 번만 봐줘

└ 난 이정원 ㅜㅜ 그냥 메보잖아 ㅋㅋㅋㅋ 유구한 메보픽이라 가슴이 뛴다

- 은근히 견제하는 거 나만 눈에 보였나?

└ 나도 많이 봄 ㅋㅋㅋㅋ 기싸움 오졌어

└ 강태오도 매번 피곤한 그룹에 끼는 듯 ㅠ

- 와 역대 제일 다이내믹하다 ㅋㅋㅋㅋ

└ 머선 일이냐 2차에서 이러기 있어? ㅠㅠㅠㅠㅠㅠ

└ 악편도 악편인데 자극적으로 조미료 잘 침 엔넷 이거는 진짜 인정한다

- 강태오 얘기는 왜 없어 ㅠㅠㅜ 쟤 1위인데???

└ 얼굴 얘기 나오는 순간 밤 새야 해 그래서 안 꺼내는 거야

└ 아 맞말 ㅋㅋㅋㅋ 근데 이번엔 솔직히 불쌍했다

└ 그래도 재능충이잖아 찾는 인간 한 트럭일 걸?

└ 악편이라고 하기도 그렇지 쟤 정도면 흠집도 안 나

- 다른 애들도 거론 좀 해줘 ㅜㅜㅜ 노 퀘스쳔 한여빈도 짱이거든

└ 쏘리 누군지 리얼 기억 안 남 (쓰니

└ 존나 아픈 상처 칼로 후비기 장인이네…

- 우리 정환이 얘가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지 실력파 트레픽이야 ㅠ

└ 우정환 이번에 개고생 한 거 모르는 인간 없을 듯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