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70화 (70/328)

70화

원곡 확인이 끝나고 명확한 스타일에 대해 분석을 내리자고 결정지었다. 예전처럼 각자 연습한 후 다시 모이기로 계획한 시점이었다. 프린트한 가사지를 들고 구석에 자리해 있었는데 손에는 사전에 요청해 놓은 플레이어가 들려 있었다.

이어폰을 낀 채 벌스를 따라 부르니 상쾌하고 밝은 곡은 처음인 입장이다. 분위기를 살리는 게 어렵게 느껴져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흐음……."

상태 창 위로는 B+에서 멈춰 있는 보컬 스탯이 보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땐 메인 보컬이라고 하기에 아쉬운 값이긴 하다. 큰 욕심은 없었지만 이게 강자 팀의 고통으로 그래도 3차인 만큼 최선을 다해 봐야 했다.

아무래도 저돌적인 공략법을 써야 할 것 같은 게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닌 단계였다.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B+

댄스: B+

운: B-

끼: B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진행 중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n

[현재 코인]

1,040 코인

[블랙 쿠폰]

1매

남아 있던 코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금 위태로운 금액대이긴 하다. 해금을 하면 완벽한 빈털터리가 될 텐데 어쩔 수 없다며 일단은 그냥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곤 좀 더 연습을 열심히 해서 다시 모아 볼 심산이었다. 블랙 쿠폰도 1매는 남아 있으니까, 정 급하면 아이템까지 얹어 보기로 계획했다.

['스타 코인 스탯 해금' 보컬에 1,000 코인을 지불합니다.]

[현재 코인]

40 코인

[보컬 스탯 해금 방법]

스탯 난이도 이상의 노래를 기준점보다 높은 스탯을 지닌 사람 앞에서 부르세요.

(기준점: 보컬 스탯 'A-' 이상)

[변화 가능 스탯]

보컬: B+ → A-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 알 수 없는 방법이 나왔다. 노심초사했던 것에 비해서는 괜찮은 조건이었는데 A- 이상이라고 하는 걸 보니 구체적이다.

저 스탯을 상회하는 실력자는 이미 한 명 알고 있긴 했다. 다가가기는 조금 껄끄러웠지만 돈도 썼으니 가릴 게 없는 입장이라고 몸을 일으켰다.

한숨을 참으며 가사지와 플레이어를 챙겨 드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던 이정원을 확인했다. 저 팀도 흩어졌는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이정원에게서 멀지 않은 자리를 차지했다. 다 같이 연습하던 강당이라 가능한 작전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여길 흘낏 돌아본다. 어색하게 웃어 주며 손을 살짝 흔드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안녕."

"…아, 해신이 너였구나."

"응, 저긴 사람이 많아서 이쪽에 좀 앉아서 연습하려고. 방해된 건 아니지?"

"방해라고 할 것도 없지. 다들 뒤섞여 있잖아."

"다행이네. 너희도 흩어졌어?"

"아아, 응. 너희 팀도 그런 것 같네?"

"일단 파트 분배 전이라 각자 곡부터 습득하는 중이야."

"하긴 너희 팀이 달리기 했지."

내가 들고 있는 가사지를 본 모양이었다. 흥미 있다는 표정을 지으니 이래서 껄끄럽다는 거였다.

"근데 너희 곡도 어렵겠다."

"어, Snare. 여기선 처음 해 보는 장르라 익히는 데 시간이 좀 드네."

저 팀은 기가 센 인물들만 모였다 했더니, 곡 상태도 제법 파격적이었다. 이정원이 Snare라……. 참고로 이정원은 문채민과도 한 팀이 됐다. 여기도 엄청나겠다며 가볍게 대화를 끝내자고 생각했다.

"그럼 힘내."

"너도."

음정을 짚어 보는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 정도면 내가 부른 것도 쟤 귀에 들어갈 것 같았다. 확실해진 조건에 안도하며 악보로 시선을 옮겼다. 원겸이 불렀던 파트를 되짚으며 하나씩 맞춰 보던 과정이었다. 쟤와는 친분을 쌓아 두길 잘했다며 나름대로 위안 삼고 있었다. 목표한 건 오로지 스탯의 업데이트였으니 원곡에 몰두하며 속도를 붙였다. 다른 걸 떠나 괜찮은 파트는 얻어 가야 하는 입장이다.

* * *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B+

운: B-

끼: B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진행 중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n

[현재 코인]

105 코인

[블랙 쿠폰]

1매

꽤 괜찮은 조건으로 손쉽게 성공한 업데이트였다. 덕분에 소리 내는 방식이 수월해진 것 같았다. 감탄하며 시스템에 대해 정의를 내린 게 누가 뭐라고 해도 이건 사기에 가까웠다.

멀지 않은 곳에는 진지한 기세로 음을 잡던 이정원이 앉아 있다. 어느 경지 이상으로 습득이 완료된 느낌이었는데 때마침 이정원의 팀원으로 보이는 연습생이 다가온다.

"이정원 연습생, 저희 이제 모일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해신아, 난 먼저 가 볼게."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우리 팀도 곧 모이겠다. 잘 가."

"그럼 나중에 보자."

바닥에 깔아 놓은 소지품을 챙겨 들고 간단한 인사 후 정해진 장소로 돌아갔다. 이쪽도 팀원들과 약속했던 때가 되어 있던 게 내가 마지막이었는지 모두 모여 있는 그림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저희도 지금 왔어요."

본격적인 밑밥을 깔아야 할 타이밍으로 논란이 될 요소는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었다. 안 그러는 척 조용히 이득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 한동안 꺼 뒀던 사회 생활 모드를 실행했다. 웃자……. 입꼬리를 슬쩍 당기며 온화하게 웃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 여기엔 래퍼 2명, 보컬 2명, 댄서 2명이 있는 거죠?"

"포지션 분배는 정확하네요."

"그러게요? 신기하다. 태오 형도 댄서였어요?"

"…일단은, 뭐."

간단한 호구 조사로 알아낸 정보들이었다. 보컬 지망일 줄 알았던 강태오가 댄스 파트를 자처했다. 성향이 올라운더에 가까워서 모두 오해한 것 같았던 게 다들 신기하다며 강태오를 쳐다봤다.

그중 가장 기뻐한 건 권혜성으로 강력한 라이벌이 나왔지만 마냥 즐겁다는 기색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다른 의미로 참 강인한 성격이다. 도리어 강태오가 권혜성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듯했다. 이 대목에서 둘이 극단적으로 다른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와~ 같이 안무 잡아 줄 동지가 생겼다~"

"둘이 그림체가 다르니까 더 재밌네요."

외모 스탯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강태오는 춤을 잘 췄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타입이었는데, 유동적으로 변경까지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 놀라웠다. 역시 거저로 먹은 1위가 아니란 말이야.

"그래도 파트 분배는 불러 보고 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우선 차례대로 한 번씩 불러 볼까요?"

"좋습니다."

기다리던 부분 중 하나로 내 보컬이 장점처럼 느껴질 수 있는 파트를 노렸다. 처음을 자처한 건 김지혁으로 뭐가 됐든 결국은 3차까지 살아남은 실력자였다. 과연 소화를 해내는 게 제법 듣기 좋은 보컬이었다.

"음, 좋은데요?"

"하핫, 감사합니다!"

"강태오 연습생도 음색이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티가 나지 않게 몸을 사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파악해 둔 참이다. 빠르게 나를 제외한 전원이 노래를 완창한다.

스탯값을 하는 애들이 많이 깔려 있는 걸 깨달았다. 가장 의외는 톤이 높아지면 깨끗한 소리를 내는 강태오였다. 김지혁은 특유의 활기찬 무드를 잘 살리는 스타일이다.

"이제 저만 하면 되는 거죠?"

"네."

"…그럼 해 볼게요."

심호흡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곤 호흡을 들이켠 상태로 연습한 첫 음을 불렀다. 나는 표현력을 중점으로 곡을 해석하기로 결정한 게 가사부터 여름 냄새 나는 청량한 무드였다. 내 안의 텐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했던 게 스탯을 떠나 가능성은 그것뿐이다.

- 오늘을 소중히 Nice day

지치지 말고

Run to the sky

Drop beat 좀 더 빨리 달리기

넘어져도 괜찮아

No problem

일어나면 되니까 yeah yeah

손가락으로는 특유의 박자를 타던 중에 마지막 구절로 가볍게 마무리 지었다. 오늘 배운 것치곤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주변 역시 내게 집중하고 있었다. 음 이탈을 한 것 같지는 않지.

"형, 이런 게 잘 어울리네요?"

"…그래?"

"전 또렷한 음색이 활기찬 기운이 나서 좋았어요~ 전부터 느꼈는데, 곡 습득이 빠른 스타일 같아요."

"그럼 다행이고."

모든 순서가 다 돌고 진지한 얼굴의 강태오가 입을 열었다. 양옆의 권혜성과 이유준은 나와 함께한 시간이 있어서 그럭저럭 긍정적인 리액션을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경쟁하는 관계로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파트를 분배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투표 시스템을 적용됐다.

"그럼 파트 투표 들어가겠습니다."

파이널을 앞둔 부분이어서 그랬는지, 김지혁이 눈치를 본다. 분량 싸움은 거의 필수로 따라붙는 미션이라 힘겨운 구간이었다.

"일단, 김지혁 연습생."

"…저요."

"전 반반인데… 0.5표로 하면 안 될까요?"

김지혁의 이름이 들림과 동시에 나부터 손을 들어 줬다. 좋은 파트를 가져가고 싶었지만, 내가 내 이름에 손을 드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뒤로 한여빈이 말을 붙인다. 손을 들기는 하고 싶은데 고민이 됐는지 보류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럼 일단 김지혁 연습생 1.5표로 해 놓겠습니다."

"넵."

"다음은 권혜성 연습생……? 일단 저도 한여빈 연습생처럼 여기에 0.5표 손 들게요."

"우와! 진짜요?"

권혜성의 차례가 되자 강태오가 손을 들어 줬다. 보컬 실력을 떠나서 특유의 무드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 같았다. 많은 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권혜성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 보였다. 의외로 신기한 구성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에는 신해신 연습생이죠?"

"저 여기서 한 표요."

"아, 제 0.5표 여기 넣어 주세요."

이유준과 한여빈이 연이어 나를 지목해 줬다. 과연 보컬 스탯을 올리길 잘했다며 안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권혜성은 강태오를 뽑으려고 했던 게 확실하다. 나와 김지혁이 1.5표씩 받아 동점인 상황이 연출됐다.

"…마지막으로 제 0.5표도 여기 넣겠습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강태오였는데 자신의 순서로 넘어가기 직전에 갖고 있던 표를 내게 던졌다. 의외의 발언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잠시 내겐 좋은 일이라 기꺼이 받아들였다. 한여빈은 내색하지 않으니, 결국 쟤를 따르는 게 정답이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음, 제 표는 원래 여기로 가려고 했는데… 이거 안 봐도 나온 거죠?"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럼 이 파트는 신해신 연습생으로 확정 짓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