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11화 (111/328)

111화

"일단 그게 제 장점이거든요. 우리 팬들은 엄청 좋아하는데?"

"전 원겸 씨 팬은 아니어서요."

"에이, 예전엔 내 팬이라고 했으면서."

뒤이어 우리를 찾아온 고우림이다. 무대 위에선 연습생들의 어깨를 토닥여 준 게 마지막이었다. 고생했다며 인사말을 내뱉곤 사라졌는데… 결국 저기도 정이 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원겸과는 아주 친한 사이였는지, 툭툭 장난을 내뱉는다. 물론 그것도 공적인 어조여서 용호상박의 기운이 느껴진다. 저 둘 뒤에선 반말하나 보네. 어쩐지 비슷한 케이스처럼 다가왔다.

"멘토님들, 대표님 감사드렸습니다!"

누군가의 시작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것도 이내 모두에게 퍼진 것처럼 이어졌다. 여러 무리로 나뉘어 2차 회포를 푸는데 뒷정리에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에서 언젠간 다시 만나자며 작별 인사를 했다. 결국은 전원 업계에서 얼굴을 볼 사이, 지금의 감정은 고이 담아 두면 충분하다. 잊지만 말자.

…어, 이게 뭐지. 그때 눈앞으론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당황하기도 잠시,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흐른다.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던 사람들은 어느덧 완전히 굳어 있다.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사방을 돌아보며 확인했다. 움직이고 있는 건 오로지 나 혼자뿐인 것 같다. 처음 보는 환경에 상태 창을 바라보는데 째깍이는 초침 소리와 연속적인 알람의 반복이다.

[이벤트 발생]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당신의 아이돌 시즌 2'에 참가 서류가 제출되었습니다. 그곳에 출연해 데뷔하세요.

실패 시: 잔고 '0'원.

[Clear!]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을 성공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해신' 님께는 업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저건 날 처음에 끌어들인 그 문구다.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일화가 있었지. 하지만 보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보상 1 -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이 제거됩니다.]

[보상 2 - 업적 코인 1,000 코인 지급됩니다.]

[보상 3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Bug'가 제거됩니다.]

- 호칭 비공개 Bug가 호칭 공개로 전환됩니다.

- [Bug] 인과관계: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1회 획득 코인 10코인 → 5코인 하향 [제거]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B+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없음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n

[현재 코인]

2,025 코인

인과관계? 지금까지 이유조차 모르고 괴롭힘받아 온 나날이었다. 호칭 비공개였었다니, 여러모로 미스터리 한 성격의 시스템이다. 숨을 들이켠 채 한참을 바라봤다. 원인이 있다는 건 무슨 뜻이야. 내게는 힌트처럼 주어진 부근이었다. 가만히 있다 걸린 거였는데, 걸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단 의미로 보인다.

그 와중에 갑자기 상태 창이 번쩍하고 빛을 발했다. 깜빡거리는 게 어딘가 무척이나 사나운 기색이다. 무섭게 왜 이래. 눈치를 보자 멈춰 있던 알림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저게 보상의 끝이 아닌 듯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4 - 시스템 돋보기(영역 제한)가 업그레이드됩니다. → 시스템 돋보기(중급 영역 제한)]

…아니, 이건 필요 없는데. 저걸 끼고 있었다가 좋은 것보다 좋지 못한 걸 더 많이 본 전적이 있었다. 원치 않았는데도 상태 창 위로 착용 중이던 아이템이 업그레이드된다. 선심 쓴다는 듯이 받기에는 별로인 보상 같다. 떨떠름하게 바라보니 마저 이어진 멘트였다.

[보상 5 - 과거이자 미래가 복구됩니다. '신해신' 님의 적금 및 예금 도합 4,235만 1,074원 추가]

- [저당 금액]

(1) 22억 4,167만 2,486원

(2) 4,235만 1,074원

저건 내 돈이잖아. 로또 당첨금이 아닌, 회귀하면서 사라진 적금과 예금이다. 이것도 살려 주는 거야? 돌려받진 못했지만, 기회조차 없을 거라고 확신에 잠겼던 수개월이었다.

나 데뷔 못 할 줄 알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시스템이 이렇게 나오니 관두기도 힘든 입장이다. 제발 그만해. 좋으면서도 괴로워졌다. 양가 감정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던 단계다. 다시 한번 알림이 울리며 새로운 보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지? 무섬증이 일어날 정도의 파격적인 행보 같았다.

[보상 6 - 일부 저당 금액의 페이백 시스템이 오픈됩니다. - (1) 저당 금액 페이백 오픈]

- 플레이어 '신해신' 님의 A 통장으로 1억이 반환되었습니다.

- A 통장 입금 완료. 페이백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저당 금액]

(1) 21억 4,167만 2,486원

(2) 4,235만 1,074원

나 1억 돌려받은 거야? 현장이라 들고 오지 못한 핸드폰이 떠올랐다. 대기실에 있는 개인 가방 속에 소지품과 섞여 있을 물건으로 거기를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사실이었다.

1억이라니, 원래 내가 갖고 있던 개인 자산보다 2배는 많은 돈이다. 진짜 그걸 돌려준 것 같은데, 그동안의 노력은 헛짓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관둘 수도 없는 입장이잖아. 미션 하나로 일부라지만 큰 금액을 받아 냈다. 최종 목표가 아니더라도 뭔가를 이루는 순간 돌려받는 부분이 커질 것이다.

혹시 시스템, 너 내가 체념한 모습 보여서 강수 둔 거니. 계속하게 하려고 이러는 건가. 그런 거라면 정말 나를 잘 아는 거다. 솔직히 돈은 별개라고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나오면 멈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양한 감정으로 소멸됐던 욕구가 샘솟는 기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인 버튼 On. 이거라면 은사님네 가족분들께 은혜도 갚을 수 있었다. 쪼들리는 생활도 모두 안녕이었다.

사실 그걸 떠나서 열심히 해 볼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 여러모로 빚을 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받기만 하는 성격이 되지 못했다. 팬들의 응원과 사랑도, 이 애들의 마음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B+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이벤트: 없음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n

[현재 코인]

2,025 코인

[블랙 쿠폰]

0매

[저당 금액]

(1) 21억 4,167만 2,486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플레이어님의 진전을 축하드리며, 보상은 이상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시스템 내부 변동 사항을 정리한 후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Good luck. 신해신, 당신의 모든 걸 되찾으세요.]

냉정한 것처럼 굴다가 알 수 없는 말을 뱉은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전달해 준 보상들을 정리하곤, 처음으로 돌아간다.

눈앞에는 여전히 상태 창이 떠 있었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전보다 좀 더 삭막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예를 들자면 영혼이 빠져 버린 것 같다. 아이템 창이나 박스 상점을 불러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달리 새로운 팝업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기본의 창만이 보이는 광경이다.

…나중에 다시 온댔지. 일단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려 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다시 한번 번쩍거리는 흰빛과 함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을 벌리고 있던 애들에게서 목소리가 이어진다.

"데뷔하면 모두 다시 만나요."

"정말 감사드렸습니다!"

"무대 위에서 꼭 인사하자."

"응, 물론이지."

"데뷔 축하해, 앞으로도 힘내!"

서로를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내가 갈 길은 정해져 있었다. 심호흡하며 지금 이 순간을 뇌리에 담았다. 아직 끝이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다시 시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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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유어돌 즌투 막화 내방 한강 만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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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ㄱ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현욱 존나 나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즌원 때도 보면서 즙짰단 말이야

그래서 이번엔 정말 안울어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안울긴 커녕 휴지 1롤 다썼어 ㅋㅋㅋㅋㅋㅋ큐ㅠㅜㅜㅜㅜ

즌원 때 유라 언니 사랑했는데 그 땐 데뷔 못해서 울고

즌투는 픽이 데뷔했지만 모두의 돌아버린 서사 때문에 오열했어

뭐야 뭔데 왜 애들 전부 사이가 좋은 건데

왜… 왜 내가 유어돌을 못 놓게 만드는 건데!!!!!!!

이미 과몰입으로 머리가 망가져버린 나… ㅠㅠㅠㅠㅠ

익들아 너네도 이랬니 혹시 나만 이런 거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유어돌 생방 존나 재밌었다… 하 사랑했어

픽 데뷔한 익들도 너무 축하하고, 데뷔 못한 연생 친구들…

다 너무 실력파니까 꼭 돌판에 나와줄거야 ㅠㅠㅠㅠ

우리 모두 힘내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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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맘내맘 나도 한밤중에 눈물쇼했잖아 ㅠㅠㅠㅠㅠ

└ 나랑 똑같아 ㅜㅠㅜㅜㅠㅠ

└ 난 휴지 2롤 썼어 1시간에 1롤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엄빠가 나보고 무슨 일 났냐던데 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 엄마 다 됐으니까 은재 투표해줘 이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난 말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폰 가져갔어 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에 집에 있던 엄마 아들 것까지 죄다 끌어쓰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우리 집 엄마 아들은 하필 그때 밖에 있어서… 하여간에 도움이 안돼요…

└ 밤 10시에 친구들한테 투표 구걸한 익이? 나만 울면서 얘들아 내가 싹싹 빈 거 아니지?

└ ㅠㅠㅠㅠ 시발 난가

└ 친구 적어서 슬펐던 거 생방이 첨이었다 유어돌 너네는 진짜

- ㅎㅅ이가 우는 거 보고 같이 오열했다 ㅠㅠㅠㅜㅠㅠㅠ 아니 ㄱㅎㅅ ㅇㅇㅈ ㅅㅎㅅ 이 셋의 우정 도대체 뭔데

└ ㅠㅜㅠㅜㅠㅜㅠㅜㅠ 미쳐버린 서사에 대가리만 팍팍 때리길 2시간

└ 안 울 것 같던 둘이 감정 폭발하고, 울 것 같은 애가 덤덤하게 달래주니까 미쳤어 ㅠㅠ

- 하씨 남 사단 감동 서사 멕이는 거 투리구슬인데 매번 거기에 넘어가는 나도 참이다 ㅠㅜ

└ 우리 애들은 서사 수준이 아니지 저건 찐이야

└ 나 마지막에 ㄱㅊㄱ가 ㅅㅎㅅ 등 밀어주는 거 보고 그 자리에 그냥 엎어져서 움

└ 난 ㅇㅈㅎ 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서 한번 꽉 끌어안고 놔주는데 ㅠㅠㅠㅠ 시발 웃지마 정들어 웃으니까 더 슬프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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