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12화 (112/328)

112화

- 내 픽은 안정권이어서 괜찮았는데 소감 발표할 때 웃는 거 보고 마음 아파서 찔끔했어 ㅠㅠㅠ

└ 아 익이 혹시 ㅇㅁ이나 ㄱㅌㅇ 픽이었니 나 얘네 이런 거 보고 픽도 아닌데 울었거든

└ 맞아 ㅠㅠㅠㅠㅠ 나 ㅌㅇ픽이야 ㅠㅠㅜㅠㅜㅠ 그런 얼굴 보이던 애가 아니라서 ㅠㅠㅠㅠ

└ 얼마나 좋았으면 ㅠㅜㅜㅠㅜㅠㅠㅠ

└ 난 ㅇㅁ픽인데 진짜 아이처럼 웃더라 그 얼굴 절대 못잊음

- 유어돌 막화 생방에 울지 않으면 마스터가 아니다

└ 찐이다 인정

└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당신은 감정이 있습니까…?

- 하 데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떨어져서 끝나고 더 울었다

└ 아 왠지 누구픽인지 알 것 같은데 혹시 ㅇㅁㅅ이야?

└ ㅎㅎ 응…

└ ㅇㅁㅅ 진짜 아까웠지 그래두 ㅁㅅ이 더 잘 될 수 있을거야 ㅠㅠㅠㅠ

└ 맞아 유입 많아져서 푸시해주면 잘 될 수 있을 거 같아 고마워 ㅠㅠㅠ

- 이번 파이널 거를 애들이 없었다 ㅠㅠㅜㅠㅠㅠㅠ 20명 다같이 묶어서 내줘

└ ㅈㄴ공감 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

- 픽 이름 불리자마자 대놓고 오열했어 픽도 엄청 울더라 ㅠㅜㅠㅠㅠㅠㅠ

└ 아 ㄱㅎㅅ 픽이구나 맞아 많이 울던데 ㅠㅜㅠㅜㅠㅠㅠ

└ 운 애가 얘밖에 없어서 바로 나오는 것 봐 ㅋㅋㅋㅋㅋ큐ㅜ 웃긴데 슬퍼 ㅠㅠㅜㅠㅠㅠ

- 밥 먹다가 울고… 세수하다가 울고… 다음 날 출근하는데 울고…

└ 유사 이별이다 구남친이랑 헤어졌을 때도 안 이랬는데

└ 유어돌 가지마 난 아직 너 못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갈거면 내 픽 데뷔시켜주고 가!!! 어딜 그냥 가!!!!!

└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하 나 첫 픽은 데뷔했는데 두번째 픽이 데뷔 못해서 안 울 수 있었는데 망했잖아

└ 맞다 둘씩 잡은 애들 꽤 되던데 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

└ 관계성 오지는 애들 많아서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 나도 그런데 너도 혹시 ㄱㅊㄱ랑 ㅇㅈㅇ 잡았었니…?

└ 난 둘 다 못 했어 진짜 잘했는데 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

────────────────────────

게시물을 보며 같이 짠해져 있던 시간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응원해 주고 있었구나. 당시에는 얼떨떨했으나, 정신 차리고 보니 모두 지난날이다. 엄지손가락으로 액정을 훑어 내곤, 덤덤한 척 인터넷을 종료했다. 윽, 무거워. 핸드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등 뒤에 매달린 최주형이다.

"뭐 해? 너 또 다른 사람들 글 보고 짜고 있었지."

"안 울었다니까 몇 번 말해."

"주형아, 형 그만 놀리고, 얼른 와서 이것 좀 가져가렴."

"할머니는 나한테만 뭐라고 해. 네, 네~ 가요!"

지금은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잠시 갖게 된 휴식기였다. 현재 와 있는 곳은 자취방이 아닌, 경기도의 은사님 댁이다. 그날 고우림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모든 방송이 종료됐다. 환호하는 팬들과 응원해 주던 가족들 그리고 달려오는 연습생들의 품 안에서 서로를 다독이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연락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사이임에도 묘한 아쉬움이 흐르던 찰나였다. 백스테이지에 내려가 대화가 끝나 갈 무렵, 객석 정리가 끝났는지 가족들이 찾아왔다. 그에 모든 애들이 자신들의 지인을 찾아 흩어졌다. 부모님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드리는 모습이었다. 의젓해 보여도 아직은 애라는 게 팩트였다. 부모님이라… 나랑은 관련 없는 이야기에 작게 웃으며 대기실로 향하던 발걸음이었다.

'…야, 신해신!'

'…어? 주형아, 할머니.'

'해신아, 무대 정말 잘 봤단다. 그리고 너무 축하해.'

'너 오늘 무대 찢었더라? 나 보면서 소름 돋음. 미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잘해? 내가 알던 신해신 맞는 거냐고.'

'…감사합니다. 주형이 너도 고마워.'

'…쳇.'

꽃다발을 들고 있던 최주형이었다. 정말 무심한 척하면서 세세한 건 다 챙겨 주는 성격이다.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곤 은사님에게 허리 숙여 인사드렸다. 어찌 보면 무리한 부탁일 수 있었는데, 선뜻 먼저 말을 꺼내 주신 구간이었다.

이 은혜는 뭘 해도 못 갚겠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돈을 돌려받아 보답하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 이유로 더 그만두지 못했던 걸 수도 있었다.

'…그, 아무튼 뭐냐, 신해신 너 데뷔하는 거지?'

'어? 어. 일단 그런 것 같은데. 아직 자세한 건 설명 못 들었지만, 공지해 주시지 않을까.'

'그럼 며칠 정도는 여유 있는 거야?'

'여유?'

'아, 진짜 답답하게. 어차피 쉴 거면 내려와서 쉬라고. 또 거기서 혼자 청승 떨고 있지 말고.'

'그래, 해신아. 주형이랑 얘기했는데, 쉬는 기간 동안은 내려와 있는 게 어떻겠니? 다시 바빠지면 얼굴 보기 힘들 테니까…….'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 종종 예전이 그리웠는걸? 다시 그때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되네.'

'…네, 감사합니다.'

아무튼 남에게 폐 끼치기는 넘버원인 것 같았다. 턱을 괴고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한적한 풍경에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경쟁과 서바이벌을 지나왔다고 하기엔 너무도 평화로운 분위기다.

이렇게 된 이상, 계속 해야겠지.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며 생각한 점이다. 여섯 번째 보상으로 받은 돈이 있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부 사실로 판명됐다.

입금 내역도 없이 잔고에는 1억이 추가돼 있었다. 시스템, 너 도대체 뭐 하는 애야? 이런 방식이면 은행 전산에도 걸릴 수가 없을 것 같다. 하긴,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긴 하지. 귀신같은 일 처리에 혀를 내두르길 한참이다.

지이잉- 긴 진동에 누구인지 가늠이 됐다. 함께 데뷔하게 된 이후로 더욱 집요해진 이인방이다. 얼굴 본 지 꽤 되긴 했나 보네. 지금은 공식적인 허락하에 가족과 일상을 보내고 있을 애들로 그럼에도 꼬박꼬박 안부를 남겨 오곤 했다.

[이유준]

"어, 여보세요."

- 형, 안녕하세요.

"그래, 오랜만이야… 라고 하기엔 연락이 잦은 것 같은데."

- 하하, 그런가요? 그래도 뭐 어때요. 앞으론 같이 활동할 사이인데요.

"그러니까 지금은 좀 덜 봐도 되는 거 아니야?"

능청스러운 목소리의 이유준이 대답했다. 쉬고 있는 게 맞았는지, 권혜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뭐가 됐든 걔도 집에는 가야 할 테니까. 내가 보기엔 거의 이유준네에서 하숙하고 있던 게 정답이다.

이상한 애들이라는 판단하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나 얘네랑 1군 도전해야 하는 거야? 고장 난 것처럼 멈춰 있는 상태 창에게 질문했다. 역시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네. 진짜 죽은 것처럼 고요해 보이는 장면이다. 기왕이면 돈은 뱉고 가지. 우스갯소리를 내뱉으며 통화에 집중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데. 이젠 밖에서 만나기도 힘들다? 너희 집까지 가는 것도 무리야. 나 지금 경기도 외곽이거든. 소집일 이틀 전에나 올라갈 거라서."

- 그건 알고 있었어요. 혜성이한테 들었거든요.

"어제 알려 줬는데, 그사이에 혜성이랑도 통화했어?"

- 연습하고 바쁘게 살다가, 시간이 비니까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자주 통화했죠. 형은 많이 봐드린 거예요.

"…참 고맙다. 얘들아."

- 이래서 형이 재밌다니까요.

낮게 웃는 이유준에 지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묘한 능력이 있는 애들이었다. 무슨 사유로 내게 전화한 건지 알 수 없었는데 요 근래는 조금 자중했으니까, 무슨 전달 사항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 음? 아무 것도 아닌데요?

…예상이 빗나갔네. 진짜 심심해서였구나. 이런 행동에 의미를 심어 봤자 나만 속 쓰릴 것 같았다. 적당히 응대해 주자 싶어 털털하게 웃어 줬다. 끈질긴 구석이 있어서 만족하지 못하면 또 이럴 게 분명하다. 이런 캐릭터 해석 능력은 필요 없어.

"아… 그래?"

- 형, 지금 표정이 상상되네요.

"알면 이런 장난 안 치면 안 될까?"

- 그러기엔 너무 중독적인걸요.

"나 한숨 쉬어도 되는 거지."

- 하하, 죄송해요. 농담이에요. 그냥 잘 지내시나 해서 안부 차 연락드린 거예요. 아직도 데뷔한다는 게 믿기지 않거든요. 꿈일까 봐 무서워서요… 형, 저희 진짜 데뷔하는 거죠?

"유준이 너……."

- …목소리 들으니까 좀 안심했어요. 아~ 혜성이랑 형 보고 싶네요.

"…그럼 종종 전화하든가. 시간 되면 말 상대나 해 줄게. 여기선 별거 안 하고 있어서 여유 있어."

- …감사합니다. (유준아, 와서 점심 먹으렴.) 아, 네, 금방 갈게요……!

"가족분들이랑 같이 있었나 보네. 일단 신경 써 줘서 고마워.

- 아니에요. 저야말로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했어요. 형, 그럼 그날 다시 인사드릴게요. 푹 쉬시고요.

"너도 잘 지내고, 다시 통화하자."

부드러운 목소리의 부름에 이유준이 대답하며 통화가 끊겼다. 상대방의 입장으로 보자 이해해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도 얼떨떨한 심정이었는데, 연습생까지 했던 얘에게는 꿈같은 일이 이뤄진 것이다. 그래, 내가 좀 받아 주고 말지.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어딘가 환상 속을 배회하는 기분이다.

* * *

"여길 어떻게 해야 하나."

오랜만에 돌아온 자취방이었다. 너저분한 주변을 치우며 고민하니 드디어 이틀 뒤가 회사 첫 소집일이다. 걱정이 앞섰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온 부근이다. 자주 연락하라는 최주형과 은사님의 말을 들으며 귀가했지.

사실 나는 소속사 말고도 걸리는 일이 많이 있었다. 일단 집에 대한 처분을 놓고 선택지를 골라야 했다. 이변이 없는 한 숙소 생활은 피할 수 없을 텐데. 그렇다고 여기를 치우긴 애매한 입장이다. 계약 기간도 남아 있는 데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였다.

"아이돌 그룹으로 나간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성공하리란 보장은 못 하잖아."

성격 탓에 최악인 상황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패한 채로 끝이 나 버리면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가정을 해 봤을 땐 함부로 방을 빼기 힘들었다. 극단적인 것 같았으나 사람 인생은 모를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아이돌이 된다는 것부터 신기한 일이다.

"근데 이것도 좀……."

계속 방치하기에도 힘든 구간이다. 월세는 꾸준히 나갈 텐데, 방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관리를 못 해 줄 바에는 정리하는 게 낫기도 하고. 쓸데없이 우유부단해서 내 머리만 터질 것 같다.

"그래, 일단 유지하자."

월세를 떠나서, 집은 남겨 두는 게 좋았다. 활동에 제약이 걸릴 수도 있으니 보금자리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명절이나 휴가엔 나도 돌아갈 곳이 있어야지. 홀로 숙소에 남아 있기도 껄끄러운 시점이었다. 애들에게는 내 사정을 일언반구 알리지 않고 있었으니 이건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선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