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19화 (119/328)

119화

[새로운 이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벤트 발생]

'데뷔는 성대하게'

데뷔가 확정된 당신,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 달성+초동 40만장에 성공하세요.

실패 시 : 잔고 '0'원 + 파산

[신해신]

나이: 22

외모: A

보컬: A

댄스: B+

운: B-

끼: A

정보: 플레이어

[보유 스킬]

'한번 보면 잊지 못해(F)' - On

'부릉부릉 운전기사(E)' - On

'저세상 귀염둥이(D)' - Off

'가위바위보의 신(B)' - On

'폼生폼死(B)' - On

[현재 코인]

2,025 코인

[블랙 쿠폰]

0매

[저당 금액]

(1) 21억 4,167만 2,486원

(2) 4,235만 1,074원

[이벤트]

'당신의 아이돌, 그 시작' - 제거

'데뷔는 성대하게' 진행 중

[Bug]

'(호칭 공개)인과관계' - 제거

'(호칭 비공개)Bug(1)'

'(호칭 비공개)Bug(2)'

사라진 줄 알았던 이벤트도 복귀했다. 심지어 난처한 사항까지 함께 있었다. 지금 내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라고 말했다. 심지어 케이블도 아닌 공중파에 초동이 40만 장이나 걸려 있다. 장난하냐. 저 돌아 버린 시스템이 잊고 있는 모양인데 우린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내 가슴만 퍽퍽 내리치던 중이다.

"무슨, 1위가 옆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리고 40만? 4만도 아니고 40만? 내 기준에선 4만도 크다고."

"…해신아, 갑자기 개를 왜 찾아."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옆자리의 이정원이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긴 혼자 원맨쇼를 했으니 얘가 깨지 않으면 이상하다.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의 나로선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니야. 그냥 꿈에 나와서. 미안. 시끄러웠지."

굳은 얼굴로 대충 둘러대니 이상하단 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너도 참 특이하네."

몰려오는 피로감에 뭐든 상관없다는 뉘앙스였다. 지친 눈으로 이정원을 바라보니 거실을 향해 턱짓한다.

"나 잠 깬 겸에 차 좀 마시다 잘 건데. 너도 그럴래?"

"그거 릴렉스 하는 데 도움되는 거지. 그럼 나도 부탁할게. 많이 좀 마셔야겠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곤 저 멀리의 방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기묘하단 안색의 이정원이 몸을 일으킨다. 뭐가 됐든 내가 홧병 걸리기 전에 가라앉혀야겠어. 어쩐지 목이 타는 기분이다.

* * *

"해신이 형, 정원이 형. 나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 새벽에 둘이 뭐 한 거야?"

"뭐가?"

박재민의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으로 옆에 있던 문채민이 넌지시 질문한다.

"어제 밤에 거실 나가려고 보니까, 둘이 식탁에 앉아 있길래."

"…그냥 내가 좀 못 자서 정원이한테 도움받은 거야."

"그런 것 치곤, 분위기가 이상하던데."

골치 아픈 사건에 머리를 짚었다. 아무래도 문채민이 그 상황을 목격한 것 같다. 분노와 체념 그 어딘가의 감정으로 거실로 나간 밤이었다. 모두 자고 있을 걸 알아 나름 조용히 움직였다. 하지만 가슴속은 끓어올랐지.

그 원인은 앞에서 사라지지 않은 상태창으로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이정원을 두고, 얘가 타준 차를 들이킨 상황이다. 이렇게 마시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연거푸 넘기고 또 넘긴 티타임이었다.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지은 이정원이 내 잔에 차를 리필해 준 것이 떠오른다. 데이지도 않아 신기하다며 대놓고 구경하던 인물이었다.

"꽤 재밌었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사자는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해 준 듯하다. 여전히 문채민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찌저찌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게 목구멍까지 차오른 한숨을 내리눌렀다.

아침이 되면 좀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바뀐 건 전혀 없었다. 선명하게 적힌 '파산'이라는 단어에 화장실에 들어가선 내 이마만 때려댔다. 찰싹, 정신을 차리려고 한 짓이었는데,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보니 나만 손해였다. 어차피 도전은 하기로 한 부분이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생겨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멘탈이 약해서 걱정이라고 했지만, 이런 식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원수 같은 시스템이야.

그렇게 모두와 회사 건물에 도착했다. 박재민 매니저는 차량을 세우고 올라간다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말해 줬다. 애들과 입장하니, 데스크 직원이 예의 그 미팅 룸으로 안내해 준다. 자리에 앉아 있자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오늘은 본격적인 데뷔 준비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파산, 평범하게 사는 걸 떠나서 저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니까. 나는 꼭 1군을 해내야만 했다.

* * *

"숙소에서의 첫날은 괜찮으셨나요? 함께 방문했어야 했는데, 안부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며칠 만에 만나는 한지헌이다. 저번과 비슷한 차림새였는데, 오늘은 테가 얇은 안경을 끼고 있다. 누가 봐도 멀쑥한 게 인텔리 해 보이는 외관으로 성격이랑 겉이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 같았다. 희한하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일단 이건 넘기기로 했다. 의문이고 자시고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 말이다. 데뷔 준비, 여기가 어떤 회사인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는 일부터 차근차근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편의 봐주셔서 감사드렸습니다."

강태오가 말을 이었다. 숙소에선 이유준에게 시달리며 피곤해했지만, 독방을 쓰며 안정을 되찾은 느낌이다.

"맞아요~ 숙소 되게 좋았어요! 룸메이트가 명이인 것만 빼면요. 얘 깨우는 거 너무 힘들어요. 저 아침에 고생했다니까요? 잠버릇 진짜 나쁘더라, 너."

어딜 내놔도 조금 부끄러운 십 대 둘로 발랄하게 말하는 권혜성 뒤로 느긋한 어투의 윤명이 대꾸했다. 사담이 조금 길어질 것 같은 게 끊기도 애매하니 얌전히 들어줬다. 가만히 듣다 보니 근래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나, 아침에 잘 못 일어나…. 그리고 혜성이 너도 만만치 않았어."

전자는 그렇다 치고, 윤명도 잠버릇이 아주 나빴는데 생긴 건 뽀송뽀송해서 모닝 저기압 패턴이 존재했다. 오늘 아침 시간의 일로 쟤만 일어나지 못해 같은 방의 권혜성이 깨우러 들어갔다.

'우왁……!'

'무슨 일이야!'

얼마 되지 않아 터진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나는 어젯밤 시스템에 이어 뭔가 또 발생한 줄 알고 식겁했다. 깜짝 놀라 달려가니 권혜성이 윤명의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옆엔 멍한 얼굴의 침대 주인이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형~ 명이 깨우려다가 잡혀서 끌려왔어.'

'아, 혜성이 너였구나…. 나 저혈압이 심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 근데 주변에 뭔가 휘적거리길래 잡으려다가, 미안.'

'와, 앞으로 얘 어떻게 깨우지……?'

'난 이만 나가 볼게.'

'해신이 형, 너무해!'

…저런 일이라면 상관없어. 그래서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벗어난 게 기억난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한숨을 삼키던 무렵, 재밌단 기색의 한지헌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말씀들 나누시는 것 보니까, 잘 지내신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그럼 오늘부터는 사전에 설명드린 회의에 돌입해 보겠습니다. 우선 저번에 말씀드렸던 정식 인사부터 진행해 볼까 합니다. 하이사인 여러분의 전담 팀원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들어와 주세요."

한지헌의 외침을 기점으로 미팅 룸의 문이 열렸다. 언제부터 대기하고 있었던 건지 줄줄이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좁지 않은 방임에도 제법 많은 인원이라고 느껴지는 게 성별은 섞여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젊은 연령층이 많아 보인다.

분명 선배들이 각 분야 전문가들만 모았다고 했는데. 예측보다 어려 보이는 외관에 놀라고 있던 찰나였다. 긴장되지도 않는지 멀끔한 태도들이 신뢰감을 내비친다. 행동을 보아하니 어리숙한 인물들은 아닌 것 같다. 직접 듣기 전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한 무리다.

"그럼, 저부터 정식으로 다시 소개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하이사인 여러분. 저는 메이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대표님 전담 보좌 및 팀 전체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실장 한지헌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매뉴얼상 간략하게 서른아홉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편하게 한 실장이라 불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대표 전담 보좌라고 했지. 게다가 팀 전체 관리 감독을 맡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단순한 실장이 아니었구나. 한지헌의 자기소개에 전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깍듯하게 대해 준 걸 떠나 이렇게 높은 위치의 인물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말이 실장이지, 저 호칭은 실질적으론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잠깐, 한 실장?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아챘다. 파이널 생방송 날, 통화를 위해 복도 구석에 서 있던 무렵이다. 박 CP, 남현욱과 같이 있던 그 남자. 아무래도 그게 한지헌이었던 것 같았다.

당시에는 비즈니스맨 정장 차림에 냉정한 기색이어서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남현욱이 떨떠름해했던 건, 데뷔조가 가야 하는 소속사의 윗선이어서 그랬던 거다.

그 아저씨는 권력이나 기업의 힘 같은 걸 질색하는 타입이었으니까. 재미가 없다나 뭐라나…. 이러니 앞뒤가 전부 맞아떨어진다.

엔필름 관계자라고도 볼 수 있을 테니 불편했겠지. 늦게라도 알아챈 걸 보니 시스템 개편으로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그럼 다음으론, 여러분과 이미 인사드렸던 분이죠? 재민 씨."

"네,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의 픽업을 전담했던 스케줄 매니저 박재민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한 실장님께서 선수 치셔서 저도 말씀드려야겠는데요? 올해 스물아홉입니다. 편하게 박 매니저라고 불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박재민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였는지 농담을 섞어 자기소개를 했다. 박수를 치며 다음 차례를 지켜봤는데 여기도 남자다. 큰 체구가 눈에 띄는 게 장신에 체격이 좋은 편으로 강태오와 윤명에 비견할 덩치로 느껴진다. 아니, 이쪽이 더 커 보였는데. 저 정도면 180cm 중반은 훌쩍 넘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경호 겸 매니징을 맡고 있는 로드 매니저 오병은이라고 합니다. 하이사인 여러분의 전담 경호원이 될 팀에서 팀장으로 있었고, 현재는 메이터스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실 매니징 팀으로 입적되어 있습니다. 나이는 제 전 직업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그리 적진 않습니다. 올해 서른아홉이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팀장님께선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전문 경호원 팀장님으로 계셨습니다. 해당 팀이 하이사인 여러분의 전담 경호원 군단으로 붙을 예정입니다. 현재는 로드 매니저님이시지만, 경호 쪽에도 일가견 있으신 분이니 안전에 대비해선 염려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모두 전 부하 직원분들이시거든요."

"하하, 언제 적 팀장입니까. 그냥 편하게 오 매니저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우와……."

체격이 좋아 그쪽 계열일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이런 직급이었을 줄은 몰랐다. 경호팀마저 로드 매니저가 팀장으로 있던 무리에서 진행된다고 했으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방향을 틀어막은 수법이었다. 이러면 나야 좋은 일이지. 신경 쓸 게 하나는 줄어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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