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그래도 찬반 투표는 받자. 내가 리더하는 거 반대하거나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해신이 형, 오늘 좀 많이 수상하지만, 일단 난 찬성! 파이널에서 리더 엄청 잘했잖아."
"형이 적극적이어서 생소하긴 한데, 그때 잘 챙겨주긴 했지. 나도 혜성이 형이랑 같은 의견이야. 명이 형은?"
"나도 찬성, 같은 팀 했을 때 좋았어……."
권혜성에 이어 문채민, 윤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유어돌 파이널 미션에서 내가 리더를 맡으며 한 팀에 있던 삼인방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몰이 당해 얻은 직책이었으나, 직접 나선 지금으로써는 기회가 됐다. 만족스럽게 나머지 성인들을 바라봤다.
"좀 신기한 광경이지만 형이야 잘할 테니까. 나도 찬성."
"나도 유준이랑 같은 의견이야. 태오 넌?"
"나 혼자 반대해서 뭐 하는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 말에는 공감해."
사태 파악을 완료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인 이유준이다. 이정원과 강태오도 괜찮다는 뉘앙스를 보이는데 그럼 이제 된 건가? 여전히 어리둥절하단 눈길이 쏟아졌다. 그래도 당장의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마음이 약해질라치면 상태창을 바라보며 굳건해졌다. '파산.' 날 강하게 만든 마법의 단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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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돌 2' 데뷔 그룹 '하이사인' 공식 출격 예고
'당신의 아이돌 시즌 2 take off'의 데뷔 그룹 '하이사인'이 공식 출격을 예고했다.
파이널 생방송을 통해 공개된 멤버로는 1위 RD보이스 윤명(19), 2위 디더랩 강태오(20), 3위 솔라 미디어 이정원(22), 4위 개인 이유준(20), 5위 인레코드 권혜성(19), 6위 트레픽 문채민(18), 7위 개인 신해신(22)으로 엔필름 산하 레이블 메이터스(MAYtus ent.)에 입적됐다.
메이터스(MAYtus ent.)는 엔필름 산하 레이블이던 레인디(RAIN-D)를 새롭게 개편한 소속사이다. 그런 메이터스(MAYtus ent.)에서 멤버들이 본격적인 데뷔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고 알려 왔다.
공식 출격일로는 7월을 말했는데, 그에 따른 팬들의 기대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년 6개월간의 활동 기간을 통해 보여 줄 그들의 새로운 행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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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ㅇㅋ 딱 기다려
- 나오긴 하네 근데 메이터스 ㅎ 레인디꼴 나는 건 아니겠지
- 와 스텔링 때 뭐같이 운영하던 거 잊지 않고 있었는데 엔필름 진짜 빨대꼽는 거 장난아니다
- 그래도 몇 명은 기존 엔터가 더 심했잖아 차라리 여기서 데뷔하는 게 맘 편할듯
- 똥차 대결이냐 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
- 맞아 종방하고 바로 데뷔하는 거 아니면 이게 낫지
- 개인인 애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려나 2년 반 너무 짧다고 ㅠㅠㅠㅠㅠㅠ
- 이유준 신해신은 이거 끝나고 데려가려는 회사가 줄설걸?? 스텔링 규나가 그랬잖아
- 얘넨 겸업 허락 해주는 건가? 이번에도 개인 활동은 불가능??
- 근데 솔직히 문채민? 진짜 크게 봐서 권혜성이랑 윤명 십대즈 3명 제외하면 나머지 애들 돌아갔을 때 다른 애들이랑 재데뷔 가능한가?? ;;; 나이가 애매하다
- 나 뭔가 촉이 왔는데 엔필름이 존나 큰 야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애들 입적시키려는 거 아닐까? 그럼 긴 이 계약 기간도 설명되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쉬운 거 아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존 엔터들이 얌전히 뺏겨주겠다
- 맞아 하이사인 꼬리표 달고 있는 이상 능력만 되면 솔로로 나가도 팬들 쫓아붙을텐데; 물론 손해보는 건 전적으로 애들임 돌아가서 잘 될지 확신이 없으니까
- 얘들아 아직 데뷔도 안했다!!!! 벌써 초치지 말자!!!!! 난 그냥 2년 6개월을 개처럼 즐길거라고 ㅠ
- 맞아 매일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고 있어 레인디는 안된다 메이터스 내가 지켜본다
- ㅋㅋㅋㅋㅋ…그래도 엔필름인데 아 레인디도 엔필름이었지 ㅎ…
- 얘네 진짜 성공했으면 좋겠다 ㅠㅠㅠㅠ 보면서 정든 애가 데뷔해가지고 넘 기쁜데 걱정되구 그래 ㅠㅠㅠㅠㅠㅠ
- 니맘내맘 그래도 갠팬 심한 애들도 많지 않고 회사도 정보가 없어서 그렇지 지금까진 별 탈 없으니까… 앞으로 힘내줘 얘들아 ㅠㅠㅠ
- 7월만 존버타고 있는 거지 뭐 지금 내 탐라 하이사인 대통합 됐잖아 기다리면서 흩어진 지인들 사혼의 구슬조각처럼 모여들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웅성웅성… 하이사인… 웅성웅성… 7월…? 이거 맞지? 나도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안해 뫄뫄야 나 잠깐 한눈 좀 팔러 갈게… 사실 못 돌아갈 수도 있어… 간잽으로 보던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진심이 될 줄은 몰랐지…
- 한눈에서 끝나면 다행이지 난 넘어갔음 ㅋㅋㅋㅋㅋ 미안하다 솨솨야 너의 철벽으로도 내 뛰는 심장은 어쩔 수가 없었다
- 그렇게 됐다 얘들아
- 욕하면서 다 똑같아 ㅋㅋㅋㅋㅋㅋ 지금 현업 애들만 난리남 케이앱이랑 소통 엄청 돌리더라 얘들아 잘해 잘못하면 다 빠져나가
- 견제도 오지고 초반이라 까빠도 좀 붙을 것 같은데 ㅠㅠㅠㅠ 그래도 메이터스 힘내서 케어 잘하자 엔필름 내가 지켜볼거야
- 비계에서 벌써 ㅈㄹ하는 애들 꽤 봄 존나 더러워 안 본 눈 삽니다.
- 주둥이 화신들 단절합니다.
- 초창기가 존나 중요하단 거 잘 알겠지? 유입 망하면 내 덕생이 힘들어져 ㅠ
- 그래도 얘네 중에 머글픽들 좀 있어서 뉴비들 좀 있을걸 아 그래도 너무 아기는 안된다 걔넨 멋모르고 날뛴다 말랑콩떡 신입들은 환영임
- 팬덤 기강 잡아
- 똥군기 같아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살고 봐야 함
- 맞아 초반 물 잘잡아야 해 ㅠㅜㅠㅠ 악개 간잽들 제발 다 꺼져줬으면…
- 기다릴게 ㅠㅠㅜㅠㅠㅜㅠ 얘들아 얼른 나오자!
- 못 박을 것 같은 찍먹은 봐줘잉
- ㅅㅂ 그건 찍먹이 아니잖아
- 어서오세요 짱이사인에~ 짱이사인 많관부!
- 엔터 하는 짓 봐야 짱이사인인지 판명남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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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멀어서 안 보이는데, 설명 좀 해 주면 안 될까."
"음, 우리가 너무 기대된대."
"명아, 그건 너무 많이 생략된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지 않아? 이건 관심이 있다는 소리잖아."
"힘내야지~"
복닥복닥 앉아 있는 거실이었다. 문채민이 챙겨 온 노트북으로 둘러앉아 기사를 보고 있었다. 한지헌이 설명했던 것처럼 이틀 뒤 오피셜 출격 기사가 올라갔다.
안 그래도 반응이 궁금했는데, 이유준의 주도하에 모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식탁에서 우릴 돌아본 강태오와 이정원이다. 그 둘만은 알고 있었다는 듯 느긋하게 움직인다. 권혜성의 열의 넘치는 포부를 지켜보다 이유준의 의견에 따라 공감했다.
"그럼 오늘 대표님이랑 첫 대면인 건가."
"맞다. 오후에 2차 미팅 한댔지. 태오 형, 어떻게 나 떨려……!"
"왜 또 나한테 와서 그러는데."
내가 꺼낸 서두에 권혜성이 강태오에게 들러붙었다. 요 며칠 보면서 익숙해지긴 한 모양이다. 질색하는 강태오와 그걸 즐기는 둘의 조합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나저나 대표라. 1차 미팅 이후론 준비에 급물살을 탄 메이터스였다. 들었던 대로라면 대표가 입국하여 타이틀곡 선정이 끝나 있을 예정이다. 그 뒤 우리가 확인한 오피셜 기사가 뜨고, 연계된 팬들의 반응도 볼 수 있었다.
오후엔 2차 미팅이 잡혀 있는 상태였는데, 거기서 이름만 듣던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됐다. 어떤 인물일까. 여기저기서 습득한 정보로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나이가 좀 있으실 것 같은데……."
"그래? 난 오히려 젊은 분 같던데. 소속사가 전체적으로 영 한 타입 아니었나?"
"아, 나도 거기에 한 표. 일처리가 능숙하단 건 확실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간에 좋은 분이었으면 좋겠다~ 아, 그건 생각하지 말아야지."
잘만 이야기하던 권혜성이 갑자기 표정을 굳힌 채 머리를 털었다. 처음에는 의문이었으나 곧 원인을 파악했다. 쟤, 인레코드 대표를 떠올렸나 보네. 눈치 빠른 일부는 알아챘는지 의미심장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정원이 비슷한 안색이었는데, 저기도 만만치 않게 난해한 경영자가 존재했다. 모르는 척하자. 찜찜한 구석이 있었으나, 발생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선 무시하는 게 정답이다.
"일단 좀 쉬다가 오 팀장님 오시기 전까지 준비 마쳐 놓자. 저녁에는 밥 먹고 다시 모여서 계정도 구경하고."
"…응, 좋아. 그럼 난 옷 갈아입으러 갈게."
"어? 명아, 같이 가. 너 오늘 뭐 입을 거야?"
"일단 보고."
내가 꺼낸 의견 하에 각자 할 일들을 하러 사라졌다. 나는 여유가 있어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의 이름을 단 오피셜 계정이란 게 생성된다고 들었다. 어째 폭풍처럼 휩쓰는걸. 지금은 바쁘다고도 볼 수 없는 매일이다. 연습과 각종 촬영 및 준비에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더라는 직책까지 단 이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 * *
"아."
"해신이 형, 왜 그래?"
"아직 미팅까진 시간 있지."
"바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 집결 후 잠깐 대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신 씨, 혹시 문제 있으신가요?"
"그런 건 아닌데, 저기 화장실 좀 갔다가 가도 될까요?"
"어쩐지 형 아까 물 엄청 마시더라."
"목 마른 건 어쩔 수 없잖아."
메이터스 건물에 도착한 무렵이다. 익숙한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오기 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상황을 보아하니, 여유도 있어 보여 물었다.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 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한데, 전 화장실만 들렀다가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먼저들 가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분들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주세요."
"얘들아, 들어가서 제발 얌전히 있어. 알았지?"
"응, 알았어."
느릿하게 대답하는 윤명을 필두로 손을 휘휘 내젓는 권혜성이었다.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다 뒤에 서 있는 이정원과 시선을 교환했다. 쟤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닫히는 문 이후로 올라가는 숫자를 지켜보곤 머리를 긁적이며 1층 화장실을 찾은 찰나였다. 적당히 해결을 한 뒤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 나왔다. 데스크의 직원들은 평소처럼 본인의 업무를 보고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 로비 전면에는 2인용 소파 2개와 미니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 볼 일이 없는 공간이다. 가끔 직원들이 앉아 담소나 나누는 정도여서 이번에도 그런가 하며 넘기려고 했다.
"I have fully completed these tasks. Mr Anderson handed him what was needed. I believe he will head to the field from his weekly report.(그 건은 전부 해결하고 들어왔습니다. 인수인계는 앤더슨 씨에게 완료했는데, 주간 보고부터 실무에 들어갈 걸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