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은 파산 안하나요-129화 (129/328)

129화

"으악, 떨린다. 프로필 공개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나도 그래."

"명이 넌, 그런 것치고 너무 차분해 보이는데."

"떨고 있는데. 혜성이 네가 너무 격한 거야."

복닥복닥 멤버들과 숙소 거실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새벽까지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오늘은 조금 빨리 숙소로 귀가했다.

바로 데뷔 프로모션 날짜가 공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문채민이 가져온 노트북 화면 위로 7명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유준과 이정원 사이에서 고개를 빼 바라보니, 커다란 템플릿 위에 적힌 글이 보인다.

데뷔를 알리던 그 전 게시물과 흡사한 디자인의 이미지였는데, 검정에 가까운 남색 배경에 빛이 나는 로고와 폰트가 정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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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IGN @HISIGN_Official · 2분 전

DEBUT PROMOTION

00. 00 | 7:11 PM - SECRET PROMOTION

00. 00 | 7:11 PM - CONCEPT PHOTO #1 (ALL MEMBER)

00. 00 | 7:11 PM - SOLO TEASER #2 (ALL MEMBER)

00. 00 | 7:11 PM - COUPLING TEASER

00. 00 | 7:11 PM - COUPLING M/V

00. 00 | 7:11 PM - TRACK LIST

00. 00 | 7:11 PM - TITLE TEASER

00. 00 | 7:11 PM - HIGHLIGHT MEDLEY

07. 11 | 4:00 PM - DEBUT * K - LIVE

07. 11 | 6:00 AM - DEBUT * ALBUM + M/V RELEASE

07. 11 | 8:00 PM - DEBUT *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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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올라갔음에도 끊임 없이 공유되는 게시글이었다. 문채민을 기점으로 옆에 앉은 이유준이 인터넷을 서칭 한다. 하여간에 이런 쪽으론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구와 현 트레픽 2인방이었다.

"다들 반응 좋은 것 같은데."

"이유준, 넌 이런 거에 왜 이렇게 능숙한 거야?"

"영업 비밀인데. 왜, 태오 너도 알려 줄까?"

"아니, 됐다. 차라리 채민이한테 부탁할래."

"유준이 형, 그렇게 어려운 건 없잖아. 태오 형, 궁금한 거 있으면 찾아줄게."

오늘도 투닥거리는 스무 살 동갑내기 둘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한쪽이 당하고 있는 광경이지만 말이다.

어째 가운데 낀 열여덟이 제일 성숙하네. 강태오도 차분한 편이었는데, 상대가 이유준이라서 말리는 듯했다.

저 기분 뭔지 잘 알지. 그나저나 여론 파악이라, 험난할 연예계 생활을 떠올리면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혼자는 도무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팀원들 중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 그래서 시크릿 프로모션이 뭔데 당장 말해 메이터스!!!!!!

- 제일 첫 타자네? 저거 바로 이번주 아니야??? 뭐가 이렇게 빨라? 엄마 나 두근거려 ㅠ

- 큰 거 온다 케이팝 딱 기다려

- 나윤아지단 존버 완료

- 나윤아지가 뭐임???

- 나중에 윤명같은 아들 낳아야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양심은 있네 얼굴 보니까 유사남편은 못먹겠지 법잘지키는 짱이사인팬들

- 내가 낳을 걸 상위 버전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가 낳았으면 저 얼굴 아님

- ㅠ 너무해 ㅠ

- 다들 너무 신나서 헛소리 레전드로 하고 있네 물론 나도 그럼

- 이너준 얼굴로 케이팝 기강 잡아~~~~~~

- 컨셉 한번 확실하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과몰입충들아 ㅋㅋㅋㅋㅋ

- 과몰입 걸들 존나 많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응 오히려 좋아~ 태오야 누나 열심히 알바하고 있어 통장 준비 됐다 적금명이 강태오 통장이야 이거 내거 아님 네거임 이럴 줄 알았으면 이름을 개명할걸 내가 강태오할게 내 통장 다 네거야

- 말 존나 많아

- 무서워 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ㄱㅋㅋㅋ 개그밈 여기 다나오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 얘들아(0명) 명창고양이 이가든 많관부 ㅠㅜㅠㅠㅠㅠㅠ

- 탈빠한지 오조오억년 개같이 부활한 나의 덕심

- 케이팝 : 어딜가 못가 영원히 케이팝해

- 시발 놔줘… 아니야 놔주지마… 아니야 그만해… 아니야 영원히 붙잡아

- 챔니니 아기상어 우리 베베샤크 이모가 너 주려고 쌈짓돈 벌어놨다 얼른 나와 이모는 나이가 많아서 성격이 급해요

- 소동물이 넘쳐나는 돌판에 짐승뽀이들의 등장이라…

-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 적당히 해 미친인간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ㄲㅋㅋㅋ

- 신해신 강태오 러브앤피스단 존나 기다렸어

무슨 짓을 했는지 좋은 반응만 골라 보여 주는 이유준이었다. 눈치 껏 빠르게 움직이는 마우스 휠이 그 증거였다.

하여간에 머리는 진짜 좋다니까. 멤버들의 기를 살려 줌과 동시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끌어내는 행동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들 안 그런 척하면서 좋은 방향만 캐치 할 줄 아는 게 역시 약은 구석들이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말로는 멘탈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지.

- 헐 오피셜 하나 더 뜸 ㅁㅊ 일처리 개빠르네 ㅋㅋㅋㅋㅋㅋ

- 시크릿 프로모션 뭐냐고 했더니 바로 나오는 메이터스 혹시 다들 퇴근을 못하셨나요? 맞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ㅠ

- 직장인 입장에서 과몰입하면 개같이 오열이지만 담당자님 좀 더 힘내봐요 난 많은 걸 알고 싶어

- 당신네들 월급 내 지갑에서 나간다

- 월급 랜덤으로 받고 싶지 않으면 개같이 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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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IGN @HISIGN_Official · 1분 전

HISIGN SECRET PROMOTION

00. 00 | 7:11 PM 스폐셜 클립 영상 공개

#1 메이터스 ENT 사옥

#2 신도림

#3 동대문역사문화공원

#4 잠실

#5 홍대입구

#6 건대입구

#7 강남

*자세한 위치는 해당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링크: 000000000000000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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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프로모션이라면 팬들도 궁금해하던 최우선 일정이었다. 안 그래도 질문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답변을 해 준 것 같다.

이거라면 그거다. 이런저런 촬영을 하면서 꾸려진 홍보물 말이다. 마케팅 팀에서 장기간 주력으로 삼았던 기획이라고 말했었다.

장소 콘택트가 끝나 있어서 촬영만 하면 된다고 하더니, 소스가 준비되자마자 제작에 들어갔던 듯했다.

이유준이 하단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니 각 위치마다 상세한 지도가 첨부되어 있었다. 건물부터 역사 스크린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게, 저기서 동시에 이벤트성 영상을 오픈한다고 설명한다.

엄청 꼼꼼하네. 혀를 내두르는 사이, 다시 팬들의 반응을 확인한 이유준이었다. 거기서 우리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를 유추해 냈다.

"다들 이거 봐 봐."

- 메이터스 존나 변태인가 시크릿 프로모션 지하철 2호선 내순환선인데 #1 빼고 순서대로 선그어봐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 3개 끊고 뒤에 3개 끊어야 함

- 야 이거 삼각형 두 개 합친 별이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았네 또라이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ㄱㅋㅋㅋㅋㅋㅋ

- 노선도마다 차이가 있어서 조금 삐뚤어지긴 했는데 ㅋㅋㅋㄲㅋㄱㅋㅋ 이거 육각별이야? ㅋㅋㅋㅋㅋ 그럼 마지막이자 센터가 메이터스인거고? 도라이들아 ㅋㅋㅋㅋㅋ

- 우리 애들이 별이란 세뇌 ㅇㅋ 잘 알겠음

- 메이터스 : 마이 스타 마이 아티스트 어때 짱이지 얘들아 알아줘

- 주접 오지네 저거 기획한 인간 무슨 생각 중인거야;;;

- 한가진 확실함 얘네가 나보다 과몰입 잘함 분하다

- 심지어 오픈 시간도 오후 7:11분임 얘네 데뷔하는 날짜잖아 개변태들아

- 레인디 꼴 나겠다는 망언 철회하겠습니다 메이터스 너네가 이겼어

- 과몰입 적당히 해 아니다 존나 더 해 시발 차려진 잔칫집이 바로 이건가 머기업의 맛이 이런거였구나

- 모든 머기업이 이렇진 않아…

- 치사하게 이런 걸 다른 애들만 맛보고 있었던거야? 존나 달다

- 미친아 나 진짜 소름돋았음 저기 전부 메이저 역이잖아 언제부터 예약해놓은 거냐고 ㅜㅜ 프로모션 광고비 이렇게 쏟아붓기 있어? 특히 강남은 존나 비쌀텐데

- 엔필름이 든든하긴 또 처음이네 알았어 OTT 열심히 볼게 정기 결제 했다 시발 1년 끊었다고

- 저렇게 시간까지 잡아놨으면 진짜 오래 전부터 선정했단 소린잖아 메이터스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엔필름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 아니 ㅋㅋㅋㅋㅋ 이렇게 잘 할거면서 스텔링 땐 왜 그 지랄났냐고 ㅠ

- 쉿 조용히 해 ㅜㅜㅜㅜㅜ

- 시발 난 아직 싸우고 싶지 않아 안 그래도 요즘 비계들 좀 보이는데 그만

- 스텔링 팬들 이 악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엔필름 너네가 임플란트 비용 내라

- 1절만 하자 피할 수 있는 건 전력으로 피해야 함

댓글들을 읽다 떠올렸다. 괜찮다곤 생각했지만, 더 체계적인 회사 같다.

…서도경, 일단 대표인 그 인간이 일을 잘하는 듯하다. 해외에 있었음에도 엔터 일을 챙긴 모습을 본 적 있었지. 일단 내 편이어서 다행인 사람을 하나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여기가 적이라면 남현욱보다 10배는 더 힘들었을 거란 추론이 든다. 저 인간이 적이었다면 음,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예시였다.

* * *

사전 공모를 받은 팬클럽 명을 공개하기 위한 첫 라이브 자리였다.

내가 리더인 건 비밀이라 이정원이 올린 멤버스 게시물이었다. 분명 당첨자에겐 경품을 보내고, 공식 안건은 오피셜 계정에 문구로 띄우려고 했었다.

'저기, 혹시 저희 프로모션에 적힌 라이브 말고는 인사할 기회가 없나요?'

'케이라이브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몇 주 정도라지만,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서요.'

'저도 좀 걸렸어요.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이유준의 질문에 한지헌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원사격처럼 조용하던 윤명까지 나선 상황이다. 데뷔 런칭으로 보면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기다리게 한 게 신경 쓰이긴 한 모양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도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긴 했다.

'혹시 괜찮다면, 중간에 한 번 라이브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스타일링이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잘 가려 보겠습니다.'

'중간 라이브라, 시안에는 있었지만, 최종 계획엔 들어가지 못했던 건이군요. 일단 다른 팀들과 소통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합시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우리의 제안에 한지헌의 고민이 길어지던 상황이었다. 고요하던 미팅 룸 안으로 찰칵이는 문소리가 들리며 서도경이 등장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귀신 같은 타이밍에 찾아왔다.

'한 실장님, 제가 컨펌 내려 줄게요. 쇼케이스 전에 라이브 한 번 잡읍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곧 바로 마케팅 팀에 전달하겠습니다.'

저걸 시원하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어찌 됐든 푸시는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다급하게 진행해야 할 직원들만 불쌍해졌다.

…일단, 나부터 살자. 활동을 위해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했다.

'하기로 한 건 좋은데, 다른 아이디어는 더 없나요.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 봐요. 기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죠."

발걸음을 옮겨 상석으로 이동한 서도경이었다. 확실히 단순한 라이브는 아쉬웠다. 그래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와중이다.

아, 그거다. 때마침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사항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의 팬덤명이었다.

스태프 일을 하며 다른 부서 지인들에게 곧잘 듣곤 했던 이야기였다. 케이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든 걸 알고 싶어 한다고 했었지.

정말 사소한 거라도 직접 보고 듣는 걸 가장 기뻐한다고 말해 줬다. 회사가 있고, 오피셜 계정이 따로 있긴 했지만 그래도 서면으로 올리는 글귀와 얼굴을 보여 주고 말로 전달하는 과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저희 팬덤명, 라이브로 오픈하는 건 어떨까요?'

'팬덤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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