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그럼 모두 소개는 끝났죠? 이렇게 케이라이브를 통해 다시 만나서 너무 행복합니다."
그새 케이크를 들어 보인 권혜성이었다. 팬덤명이 적힌 문구는 돌려서 보이지 않게 구경시켜 준다.
역시 별생각 없는 것 같아도 이런 저런 대책을 잘 꾸린다니까. 그걸 알아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윤명이 나와 이정원을 바라보며 저기에 맞춰서 이어 가라고 알려 줬다.
"그럼, 이제 본론에 들어가 볼까요. 가장 중요한 안건이 하나 있었죠. 바로 저희의 소중한 팬클럽, 즉 팬덤명을 오픈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채택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고심 끝에 고른 이름이니 부디 예쁘게 생각해 주세요."
- 말도 너무너무 예쁘게 한다 너네가 이미 내 별이고 스타인것을 내가 불리는 이름은 중요치 않다
- 아니 그래도 좀 예뻐야함 마스터들아 잊지 마라 우린 평생하이사인 평생짱이사인을 해야하는데 이름이 구리다? 견딜 수 있겠냐고
- 맞아 애들 이름이 난이도가 있어서 팬덤명이라도 쉬어야 한다고 (이상 가든픽의 절절문)
- 하긴 정원이 어케 치냐 ㅋㅋㅋㅋㅋㅋ 온갖 남의 집 정원 다 나옴
- 정원이만 문제가 아니다 혜성아 널 치면 세상 모든 별을 다 볼 수 있어
- 별만 보면 다행이지 퉤 롯X월드 혜X특급도 나옴 ㅎㅎ 나 해탈했잖아
- 롯X월드 혜X특급보다 유명해지면 된다 할 수 있다 가보자고 짱이사인!!
- 다들 조용히 해 명이가 외자란 거 잊지 마라 이상 조금은 써칭이 암담한 아가명 짱팬
- 해신아 태오야 너희라도 돌판에 동명이인 없어서 다행이다 고마워 사랑해 ㅜ 시발
- 다들 다른 데서 고생 좀 하다 왔나봐?
-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하게 느껴지는 경력직의 향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디서들 놀다 온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
- ㅎ 현타오지만 부정할 수 없군
- 다 똑같은 동지인데 치부는 밝히지 말자
"해신이 형, 팬덤명보다 스폐셜 키트 궁금해하시는 분들 좀 계셨는데, 그것부터 설명드리자."
"그럴까. 여러분, 사실 경품으로 전달드리는 스폐셜 키트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았거든요."
문채민이 무릎 아래 숨겨져 있던 박스를 가리켰다. 이건 팬클럽명을 정해 준 팬에게 갈 선물로, 중요한 사안을 제시해 준 사람이라 회사 내에서도 신경을 쓴 듯했다.
파란색에 흰 글씨로 하이사인의 영문이 적힌 박스가 올라왔다.
- 나만 또 질투하고 분노하고 시기하고 열망하고
- 돈 주면 살 수 있나요? 그냥 팔아라 메이터스 너네 진짜 장사할 줄 모른다
- 리얼임? 진짜 팬덤명 지어준 팬 하나한테 주겠다고 별도 제작한거야??
- 미친아 메이터스 돈 많나보네
- 와 저건 찐 성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ㅜ 당첨되신 분 이걸 보면 티위터로 연락주세요 플미? 존나 붙여도 킹정임
- 그래도 B컷으로 만든거겠지 하고 뇌내회로를 돌려봤지만 부러움은 어쩔수없다
이정원이 뚜껑을 열어 상자를 꺼내 들곤 차례대로 구성을 선보였다. 가장 먼저 드러난 건 경품 목록에 적혀 있던 폴라로이드 7종이었다.
케이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사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그 위에 직접 사인을 했던 게 기억난다.
보고 있는 지금 광경과 다를 바 없을 텐데 이것마저 모두 부러워해 준다. 이렇게 좋아해 주니 기분이 묘하다.
- ㅅㅂㅅㅂㅅㅂㅅㅂ 가격 선제시 티위터 @…
- 플미 붙이기 가능합니다 제게 먼저 연락을
- 오늘 찍었나보네 개예쁘다 부러움에 전 드러누웠습니다
- 하 예쁜 말 쓰기 실패했다 얘들아 이런 좋은 걸 나누지 않고 뭐?????
- 이거 갖고 있는 사람이 우리 팬덤명 지은 거네??? 특정하긴 개꿀이다 ㅋㅋㅋㅋㅋ
- 이름 예쁘면 감사하다고 절해야지 뭔 개소리야
- 채민이 한 장만 팔아주세요
- 난 해신이 제발 팔아주세요 저거 팔면 시세 미칠 것 같은데 재테크 한번 해보심이
- 다들 이러기 있어???? 갓작명가 팬님 ㅠ 당신의 오지고 지리고 레츠고 작명에 저희 팬덤명이 정해졌습니다 혹시 정원이 폴라 파실 생각 있으신가요
- 시발 이게 각자도생이지 뭉치자며 배신자들아
- 당첨자분 공익을 위해서라도 탐라에 풀어주십쇼 배송 오면 사진 좀 찍어서 올려주세여 제발 ㅠㅜㅠㅜㅠㅜㅠ 임시 비계로 올리셔도 좋아요 저장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ㅠㅠㅠㅠㅠ
- 저도 같이 싹싹 빕니다 제발 올려줘
- 저 좋은 걸 혼자 갖는다니 무기징역
"그럼 차례대로 구성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는 하이사인 로고가 들어간 텀블러입니다. 두 번째는 스폐셜 포토 카드네요. 이건 저희 공식 앨범에도 들어갈 건데 7종 올 컴플리트 해서 별도로 넣어 드립니다. 그래서 자세히는 못 보여 드릴 것 같아요. 죄송해요."
"세 번째는 포토 카드 바인더입니다. 3공이고 20매 정도 넣을 수 있는 사이즈라고 해 주셨습니다."
이유준과 문채민이 차례대로 상품을 들어 올렸다. 구성이 다양하진 않지만 기존 폴라로이드와 합쳐 적당한 사양으로 보여졌다. 마케팅 팀도 대단하네. 그 잠깐 사이에, 도안을 뽑아 샘플을 제작해 최종 픽스를 내렸다.
소량을 제작하는 것치곤 단가가 높은 물건들만 셀렉트 한 것이다. 이건 상부가 허락해 줘서 만들 수 있던 거겠지. 팬들의 니즈, 서도경이 이야기하던 게 뭔지 잘 알 것 같았다.
유들유들하게 굴었지만, 파악과 결정에 있어선 전문가들이 맞았다. 무엇보다 투자하는 게 거침없다. 진짜 얘네 돈이 많은가?
- 와 텀블러까진 걍 그냥저냥했는데 솔직히 스폐셜 포카 선공개 7종 컴플릿에서 입 벌어졌다
- 아니 이런 대형 스포를????? 당첨자가 먼저 올리면 어떡하려고
- 얼핏 보였는데 대충 봐도 반포자이 몇개 있음 지금 질투로 눈이 돌겠네
- 나도 갖고 싶어 애들 포카를 공식 바인더에? 벌써 미침 심지어 저거 갖고 있는 사람도 없단 거자ㄴㅎ아
- 아니 텀블러랑 바인더 소량 제작하기엔 디자인 도안 뽑고 샘플 뽑는 데 시간 개 많이 썼을텐데 왜 이걸 상품화 안하냐고요;; 공식 MD로 내줘 나 바인더 갖고 싶어
- 호구잡아달라고 외치는 팬들 봐
- 제발 돈 좀 벌려고 해봐 (메이터스 : 응 아니야)
- 얘네 돈 많은가봐 그래도 더 벌어라 제발 팔아 내가 살게
"마지막으로 이 스폐셜 키트 박스에는 저희 사인이 전부 들어갈 예정입니다."
- 우리 애들 공식 팬싸 하기도 전에 싸인 많이 해보네
- 누가 짱이사인 아니랄까봐
- 저거 그대로 티위터에 올라오면 내가 초스피드로 사러 간다
- 너라면 이걸 팔겠냐?
- 아니
이제는 지친 것 같은 팬들로, 슬슬 환기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강태오가 입을 열며 스태프들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가장 구석에 있던 윤명이 탁자 아래의 종이를 주워 들었다. 저기엔 우리의 팬덤명이 적혀 있었다.
"그럼 이제 진짜로 팬덤명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 얘들아 나 현기증 나 이제 그만 발표해줘
- 이거 엔필름이 가르쳤지 유어돌때부터 징하다 싶었는데 너넨 이런 거 알 필요 없어 메이터스 존나 짱나 그래도 일은 열심히 하시고요
"발표해 보겠습니다. 저희 하이사인의 팬덤명은……."
[HIGHNOON] / [하이눈]
"하이눈입니다."
"'HIGHNOON'은 명사로 정오, 즉 12시라고 합니다. 저희 하이사인은 밤, 팬분들은 낮으로 저희가 함께 있는 걸 하루로 지칭하고 싶었습니다. 밤과 낮 둘 중 하나가 없으면 하루가 될 수 없잖아요? 또한 하이눈에는 다른 뜻이 더 있는데요."
"그건 바로 '결정적인 단계'입니다. 팬분들과 만난 매일매일이 저희 하이사인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이니까요."
"또 NOON은 NIGHT, 밤과 함께 붙여 쓸 시, 'NOON AND NIGHT' 아침부터 저녁까지라고도 합니다. 저희는 항상 함께라는 걸 이야기한 이름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지만, 그건 비밀입니다. 나중에 짜잔 하고 밝혀 드릴게요!"
이정원의 뒤로 문채민과 강태오 그리고 윤명이 정해진 멘트를 꺼냈다. 마지막 마무리는 권혜성의 몫이었다.
그나저나 팬들 반응은 괜찮나? 사전적인 의미를 떠나 희소성도 높고, 서칭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적다는 걸로 픽스된 팬덤명이었다. 무엇보다 하이사인과 어감이 비슷하여 통일감을 줘서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의 비밀이란 건 데뷔 앨범의 타이틀을 뜻하는 것이다.
- 하이눈? 뭐야 뭔가 좀 귀여운데?????
- 우리 이제 거지같은 마스터 버려도 되는 거지?
- ㅅㅣㅂㅏㄹ 공감합니다 당장 버려 폐기처리해
- 미안하다 유어돌 그렇게 됐다
- 적이요 시즌3 시즌4에도 계속 저거면 어떡하려고요
- 거지같은 건 사실이었잖아!!!!!!
- 마스터 뒤에 들으니까 갑자기 저게 천사처럼 느껴지네
- 마(스터)케팅 오졌다
- 미친아 마(스터)케팅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hi hi noon? :) High noon is great! I'm up for it.
- 짱이사인과 짱이눈이군
- 처음엔 조금 엥? 했는데 뭐지 나 지금 설득당한건가 애들이 설명하니까 좋은 것 같은데
- 마(스터)케팅이 오졌다니까 저게 셀링포인트야 퉤
- 애들이 우리랑 함께래 ㅠㅠㅠㅠㅠㅠㅠㅠ 밤에겐 낮이 없으면 하루가 아니래 ㅠㅜㅠㅜㅠㅜㅠ 미친 거 아니야???????????????
- 물론 낮에게도 밤이 없으면 하루가 못 됨 ㅠㅠㅠㅠ 얘들아 너네가 없으면 우린 완성되지 못해 ㅠㅠㅠㅠㅠ 꼭 함께하기야 평생하이사인 평생하이눈임 ㅠㅜㅠㅜㅠㅜㅠㅠㅠ
- 그럼 우리 눈이라고 불러주는거야? ㅠ
- 난 '눈'아 하고 외자로 불러줘 ㅎ… 발음만 들으면 '누나'가 되잖아? (이상 미자팬의 외침)
-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니어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나…?
- 애들이 좋다면 나도 좋아 하이사인맘내맘 이제부터 하이사인과 나는 동일시 된다 하이사인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상
- 평생 하이눈 평이눈 모집합니다
- 1기 모집 언제해 얘들아? 나 대기타고 있으면 되는 거지?
- 응 이제부터 하이눈할거야
- 우리도 팬덤명 있다 얘들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
- 원래도 마스터 있었잖아
- 그건 폐기처리하라니까 다신 꺼내지마
다행히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많아 보인다. 아쉽다는 기색도 있었지만 오래 듣다 보면 적응이 될 일이었다. 하이사인과 하이눈. 계속 나와 함께 가야 할 명칭이다.